가족간 단절로 노인이 겪는 어려움 커져
정보취약 계층인 노인세대…소외감 경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강유선 인턴기자미래에 어떤 직장에 다니고 어떻게 가정을 꾸릴지 등 10~2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노인이 됐을 때’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자신이 노인이 되는 것은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여행을 다니거나 여가생활을 즐기며 노년생활을 보낼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에 젊은이들이 노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기는 쉽지 않다.

특히 현대사회는 주로 3대가 함께 대가족으로 살았던 과거와 달리 핵가족화로 인해 부모와 미혼 자녀만이 함께 사는 경우가 많고, 아날로그 시대에서 빠르게 디지털화되는 등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런 사회 속에서 노인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빈곤과 질병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심리적 문제가 고독사로 이어져 이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노인이 우리와 ‘다른’ 존재가 아니라 앞으로 겪어야 할 ‘현실’임을 명심하고, 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노인이 겪는 어려움들

# “돈 때문에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 같아 미안하다” -충남 금산 거주 75세 노인

# “이제 돈을 벌지 못해 살아나가는 게 어렵다. 허리도 아프고 몸이 다 아픈데 시골에 살다보니 한 달에 한 번 대학병원 가는 것도 힘들다” -충남 금산 거주 72세 노인

노인이 가장 흔히 겪는 문제는 ‘빈곤’과 ‘질병’이 대표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퇴연령층(66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17년 기준 44%에 달한다.

한림성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희섭 교수는 “기본적으로 노년세대가 겪는 어려움에는 빈곤과 건강문제가 있다”며 “건강·의료문제도 결국엔 소득 및 재정적인 문제와 연동이 돼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의 ‘2017 노인실태조사’에서도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노인 중 그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27.7%) △건강문제(27.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밖에 다른 이유로는 △부부·자녀·친구와의 갈등 및 단절(18.6%) △외로움(12.4%) △배우자·가족·친구 등 가까운 사람의 사망(8.3%) 등이 존재했다. 빈곤과 질병 이외에도 인간관계의 단절과 이로 인해 겪게 되는 심리적 문제 역시 노인이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인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노인이 되면 마주하게 되는 문제로 빈곤·질병과 함께 고독감 등 심리적 문제를 지적했다.

세명대 사회복지학과 유용식 교수는 “노인이 겪고 있는 가장 큰 고통 중 첫 번째가 경제적인 빈곤, 두 번째가 질병, 세 번째가 일이나 직장에서 퇴직으로 인한 역할 상실이다. 그 다음으로는 고독, 소외, 쓸쓸함, 외로움 등 역시 노인들이 겪는 큰 문제이자 고통”이라고 노인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는 크게 4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포천시 노인복지관 노인상담센터 배영희 전문상담사는 “노인이 되면 신체적 노화와 함께 인지적 변화도 함께 온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들로 인해 노인이 되면 고독감이나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등 심리적인 변화도 크게 올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7 노인실태조사’에서 전체노인의 21.1%는 우울증상을 지니고 있다고 집계됐다. 또 연령별 우울비율이 △65~69세 15.1% △70~74세 18.2% △75~79세 23.6% △80~84세 30.7% △85세 이상 33.1%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우울증상을 느끼는 노인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배 상담사는 “포천시 같은 경우 독거노인 분들 중 가족들과 단절된 분들이 많고, 이로 인한 고독감과 소외감으로 고독사와 자살빈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족들이나 정서적인 지원 등 연결고리가 있으면 이런 것들이 축소될 수 있지만 없지는 않다”며 “하지만 그마저도 정서적인 연결 고리가 없으면 고독·소외감으로 이어지거나 ‘내가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하지’ 등의 자기비하가 본인 안에서 내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대 간 접점이 부족하고 가족과의 연결고리마저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노인 세대가 겪는 고통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노인들은 소외받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이 발전하면서 편의점·마트·음식점 등에서 계산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사람이 주문을 받고 계산하는 것이 아닌, 무인(無人) 주문기계(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곳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노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무인 주문기계가 설치된 한 카페에서 일하는 20대 노동자는 “어르신들은 거의 저희한테 와서 주문하거나, 따뜻한 건데 차가운 거 선택하시고 한잔인데 두잔 선택하시는 등 실수를 많이 한다”며 “어르신들 대부분이 무인 주문기계 이용을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점차 디지털화 되고 있는 사회에서 이러한 노인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은 노인과 세상과의 거리를 한 층 더 벌려놓을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 대비 64.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역량(51.6%)과 디지털활용(63.9%) 수준 역시 고령층이 정보취약계층(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고령층) 중에서도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는 노인층이 PC·모바일 기기를 이용하거나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 일반 국민 수준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회관계를 맺거나 정보를 공유하고, 생활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디지털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정보 취약계층인 소외감과 세상과의 단절을 더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또 노인세대의 낮은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어렵게 할 수 있어 세대 간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노인층의 디지털 이용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물론 고령화 사회에 따라 노인세대를 지원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 위치한 노인복지관에서 PC교육 및 건강증진 프로그램, 노인심리상담센터 등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이 마련된 곳도 볼 수 있었다.

배 상담사는 “포천시 노인복지관의 경우 어르신이 컴퓨터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다”고 말하며 “무엇보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홍보화를 진행해 어르신들이 혼자만 있지 않고, 복지관으로 자주 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인세대가 쉽게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관들을 늘리고, 노인세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 주변에는 사회적 단절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노인이 있지는 않은지 모두 관심을 갖고, 노인이 더 이상 소외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