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와대 앞 시위 세월호 유가족 전인숙
세월호 특수단 17개 의혹 중 13개 ‘무혐의’ 처분
혐의없음 수사결과...유가족 깊은 유감 빠져
지지부진한 진상규명은 우리 모두의 책임
또 다시 손에 쥔 촛불, 국민의 관심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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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고(故) 임경빈군 어머니 전인숙씨가 청와대 사랑채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지난달 19일 대검찰청 세월호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은 17개 의혹 중 13개를 ‘무혐의’ 처분했다. 해경의 부실대응 수사 당시 123정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법무부와 청와대의 외압 행사 의혹은 단순한 의견제시였다고 결론 냈다.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과 우병우 민정비서관에 대한 의혹은 서면조사 결과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청와대가 감사원 감사를 무마하려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국가정보원과 당시 국군 기무사령부의 사찰의혹에 대해선 동향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맞지만, 윗선 지시와 관여를 확인할 수 없다며 역시 무혐의 처분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일 응급헬기를 기다리다 숨진 고(故) 임경빈군에 대해선, 발견 당시 이미 임군이 숨졌을 가능성이 크고 헬기 이송을 요구하는 보고 자체가 없었다며,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 밖의 사건은 사실상 모두 무혐의 처분한 채 특수단은 모든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에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었으며 유족들은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강행했다. 그러나 진상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문 대통령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투데이신문>은 지난해 11월 10일 청와대 1인 시위 1년을 하루 앞 둔 전인숙씨(故임경빈 모)와의 첫만남 이후 그를 재차 만나기 위해 해가 바뀐 올 1월 28일 다시 청와대 분수광장으로 향했다. 약 80일 만이다. 애석하게도 기상청의 폭설예보는 빗나가지 않았고, 펑펑 내리는 눈은 짧은 시간 동안 울분을 토해내듯 많은 양을 쏟아냈다. 뚝 떨어진 기온과 매섭게 불어대는 칼바람은 저절로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그렇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손에 꽉 쥐어진 해진 피켓은 진상규명을 위한 ‘443일’ 간의 노고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는 어깨에 가득 쌓인 눈과 축축이 젖은 패딩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강인하게만 보이던 그다. 그러나 1년 2개월 만에 나온 특수단의 수사결과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머리에 쌓인 눈과 푹 젖은 패딩을 입은채 시위를 이어가는 전인숙씨 ⓒ투데이신문

지난달 19일 검찰 특수단 발표 따르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17개의 의혹 중 13건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려졌다. 이 소식을 접할 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멍했던 것 같아요.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났습니다. 혼자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진상규명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도 안 되는 걸 보면 정말 나는 아무런 힘이 없구나. 과연 이게 해결될 수 있을까. 경빈이에게 정말 미안한 거에요.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있었을까. 2년이 다 돼가는 수사 기간 동안 뒤에서 대체 뭘 감추려고 그랬을까 이런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진상규명을 약속했던 대통령이 의지 섞인 목소리로 세월호 진상규명에 힘을 쓰라고 이야기할까 조차 의심스러웠습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더라고요. 복합적인 감정이 한꺼번에 저를 삼키니까 너무 암담했던 거 같아요.

수많은 혐의없음 결과 중 특수단에서 제 아들 경빈이 역시 이미 발견 당시 사망했었다고 단정 져 결론을 내렸죠. 전 그 소식을 기자에게 들었습니다. 분명 특수단에선 우리 유가족한테는 2시 30분에 브리핑을 한다고 했죠. 그런데 기자 한 분이 한 시간 먼저 경빈이 소식을 접하고 저희에게 질문하더군요. 앞선 결론(임경빈군 사망)이 나온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 결과를 어떻게 알고 나에게 전화를 하느냐 되물어보니 기자들한테는 조금 빨리 알려준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죠. 특수단에서 직접 보고를 받은 것도 아니고,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사참위)나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협)나, 4월16일의약속 국민연대(416연대)에서 이야기를 들은 것도 아니고 처음 이야길 기자에게 들은 거니까 그 점이 정말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이미 이 결론에 대해서는 작년 1월 말쯤에 특수단이 가족들을 불러서 이야길 했을 때 그 답변과 달라진 게 없어요.

내가 경빈이 엄마예요. 내 자식이 살아있기를 바라지 죽어있기를 바랍니까. 근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경빈이가 힘든 상황을 겪는 것 같아서 섣불리 이야기하기 힘들어요. 경빈이의 사망에 대해 논하는 게 아니라, 구조 당시에 왜 그렇게 조치를 취했는지가 의문이라는 겁니다. 그 구조 상황 속에서 의사가 헬기를 타고 이송을 하라고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헬기를 태우지 않았고, 병원에서 받아야 하는 처치, 그것조차 받지 못하게 한 게 해경인데...그부분을 밝혀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청사항은 아무것도 반영이 안 됐죠. 결국, 또다시 사망이라는 답변을 내린 거예요. 하나도 바뀐 것 없는 답변이죠.

특수단 답변이 다 똑같습니다. ‘앞선 상황을 미뤄봤을 때 이랬었던 것 같다‘, ‘관련자 진술에 따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하는데 모두 다 정황상이잖아요. 그저 정황과 해경의 진술만 갖고 결론을 내린 겁니다. 우리 유가족들의 이야기는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어요. 단지 해경이 진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경빈이 뿐만 아니라 유가족 모두를 죽인 겁니다. 단순히 진술과 정황만 갖고 경빈이를 마치 이미 죽은 것처럼 사망을 했다고 결론을 낼 수 있나요. 그건 아니잖아요. 경빈이 구조 당시 사망판정을 내릴 수 있는 의료진들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단이 해경의 말을 듣고 사망이라고 결론 내렸어요. 특수단이 또다시 아이들을 죽인 겁니다. 너무 화가 나서 한 2, 3일을 눈물만 흘렸어요.

17개의 의혹은 유가족의 고소 및 고발과 사참위의 수사 의뢰로 시작됐다. 이번 결과 발표로 인해 어느 정도 의혹이 해소됐다 생각하시나요.

의혹이 해결된 게 하나도 없어요. 현재 법원에서 재판 중에 있는 사건이 있죠. 이미 판결 난 것도 있습니다. 사찰 관련해서는 형을 받고 집행 중에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번 의혹과도 관련이 있다 판결이 난 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게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요. 저는 굉장히 의아했습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려버리는 게 옳은 일인가요. 처음부터 제대로 밝히고, 수사했다고 하면 이런 일 없었잖아요.

현재까지 상황으로 보면 유사한 범죄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무혐의 처분을 내려버리면 또다시 사회적 참사가 벌어져도 ‘그때는 몰랐습니다’, ‘최선이었다’라는 말만 일관되게 진술하겠죠. 그럼 결국 무혐의가 나온다는 말이죠. 그러다 모두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최선을 다했다’ 라고 말한다면 사회적 참사가 벌어졌을 때, 국민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요.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까.

이미 선례를 그렇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누군가를 구하다가 죽을 것 같을 때 포기하고 ‘난 최선을 다했어’ 라고 말을 해버리면 누가 믿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겠어요. 지금 바로잡아서 책임자 처벌을 반드시 해야지만 우리도 제대로 된 나라에서 맡기고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의혹이 해소된 게 하나도 없어요. 오히려 걱정만 더욱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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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숙씨는 지난 2019년 11월 13일 부터 443일째 청와대 앞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투데이신문

진도로 내려갈 당시 실제 사복 경찰 두 명이 유가족들을 미행하다게 들킨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수단에서도 동향보고서를 작성한 건 맞지만, ‘현실적인 권리침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분향소에 내려갈 적이었던가요. 유가족들이 분향소로 내려가는 상황에서 휴게소를 2번 정도 들려 쉬었을 거예요. 그런데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휴게소에서 계속해서 힐끔힐끔 쳐다보는 겁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가서 누구시냐 물어봤죠. 그러자 ‘우리는 그냥 내려가는 상황이다’ 라고 말을 했어요. 알고 봤더니 결국 경찰인 게 발각이 됐죠. 그들의 말이 거짓말인 게 분명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동행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유가족 보호를 위해서라면 미리 가족들에게 ‘보호하기 위해 같이 내려가겠습니다’, ‘개별 차량으로 따라가겠습니다’ 이렇게 미리 말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경찰이라는 사람들이 미행하다가 발각됐음에도 불구하고 유가족 보호를 위해 같이 다녔다는 말을 어떻게 그렇게 버젓이 합니까. 이게 경찰들 현실이에요.

현재까지도 가족들을 위하고 보호해주듯이 이야기합니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 유가족들이 농성장에 비닐이라도 치게 어떻게 해보겠다 하면 자기네(경찰)들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을 해요. 얼마 뒤 우산 세 개 던져주면서 그걸로 비를 피하라고 말을 해요. 농성장이 장대비 속에서 우산 세 개로 해결이 될까요. 결국, 유가족들이 비를 다 맞으면서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었죠. 하물며 그런 사소한 것까지도 거짓말을 하는데 어떻게 경찰들을 믿고 의지를 하겠어요.

직접 사찰한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왜 무혐의가 나옵니까. 지난 광화문에 집회 당시만 해도 유가족들은 경찰 통제에 다 따랐어요. 근데 누군가가 와서 선동하면서 ‘버스를 넘겨야 해’, ‘맞서 싸워야 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때 유가족들은 이 사람은 누구길래 우리 앞에 와서 이렇게까지 강하게 소리를 지르고 앞장을 서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나중에 잡아서 옷을 벗기고 나니까 그 안에 폴리스(Police)가 쓰여있었죠, 유가족들이 다 확인한 사항이에요. 직접 목격한 상황인데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우리를 보호하며 어떻게 무혐의 처분을 받나요.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경빈군의 구조를 방기했다는 의혹에 대한 혐의없음 결론도 의문이 존재합니다. 특히 재난 현장에서 발견된 피해자를 의사의 판정 없이 공권력 임의로 시신 처리를 해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한 메시지를 줄 수 있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해상 구조법이라든가 관련법들이 잘 돼 있으면 뭐합니까. 실제상황에서 작동돼야죠. 환자가 위급한 상황이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병원으로 이송을 하는 게 구조의 첫 번째 원칙 아닌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치해둔 탓에 경빈이의 심장은 멈췄죠.

방치된 시간이 4시간 41분이라 나옵니다. 그것도 대략적인 수치죠. 5시간에 걸쳤는지 몇 시간에 걸쳤는지 정확하게 나오지도 않은 시간 동안 아이를 그저 끌고 다녔어요. 도대체 왜 아이를 끌고 다녔는지 묻고 싶습니다. 대답을 본인들이 양심껏 할지는 모르겠어요.

20~30분만 헬기를 타고 이송을 했더라면, 병원에 가서 사망판정을 받아도 충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헬기를 태우지도 않았어요. 이게 사실입니다. 그냥 ‘그 상황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라고 차갑게 답변을 할 것 같아서 묻기조차 겁이 나요.

익수자에 한해서 폐에 물이 찼는지 안 찼는지 사진을 먼저 찍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이의 진료 기록지를 달라 했어요. 근데 없답니다. 어떻게 없을 수가 있어요. 그럼 경빈이가 구조당시 있던 3009함에선 아이 의료행위 기록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거기도 없대요. 아무도 주질 않아요. 목포한국병원, 해양경찰 전국을 쫓아다니면서 아이의 진료 기록을 달라고 했는데 그 누구도 주질 않아요.

아이는 그 순간 내내 엄마를 찾았을 것이며, 얼른 집에 가고 싶고 얼마나 추웠을까. 생각만 하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이번 무혐의 처분은 분명 또 다른 비극을 만들 겁니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말도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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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숙씨가 고개를 떨군 채 서 있다. ⓒ투데이신문

이번 검찰이 발표한 무혐의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냥 검찰은 여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구나 라는게 증명 됐다고 봐요. 윤석열 총장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생각합니다. 제 일인 것처럼 책임지고 해주셨으면 이런 답변은 나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더불어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21일 유튜브 방송에서 이번 결론에 대해 윤 총장은 수사단장이 자신인 것처럼 열심히 하겠다고 했었다. 제대로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이 든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윤 총장에게만 책임을 넘기는 게 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들 스스로도 문제를 파악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논의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특수단 결과를 보면 제대로 된 수사를 안 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잖아요. 이게 마냥 검찰만의 탓입니까. 결국,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거죠. 세월호 진상규명은 어느 한군데서, 한사람이 책임을 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국회 여당 180석을 만들어줬습니다. 결국, 모두의 책임이죠. 전에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둥 의석수가 부족하다는 둥 핑계를 대왔죠. 의석수를 만들어달라 해서 만들어주고, 진상규명에 관한 관심과 국민의 목소리를 키워달라 해서 유가족들이 발로 뛰며 모두의 참여를 유도했죠. 그렇게 요청했을 때 무엇하나 안된 게 없잖아요. 이제 와서 이렇게 발뺌하시는 거 보면 답답합니다. 국회의원이라면 양심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통령은 그동안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달라 했죠. 기다림의 결과를 보며 대통령의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볼 수 있나요. 세월호 참사 이후 7년이 다되가는 시점에서 이쯤 되면 정부가 못 밝히는 것인가요. 안 밝히는 것인가요.

세월호 진상규명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사람을 만나면 그러지 마시라, 너무 무섭다, 정말 그렇게 될까 봐 두렵고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니까 그런 소리를 하지 마시라고 했는데 이제 곧 7주기에요. 그래서 정말 궁금합니다. 지금 특수단이 결과를 발표하고 사참위에서 유감을 표했는데 정작 대통령은 지금 아무 이야기도 안 하고 있어요. 분명히 이 세월호 관련 내용에 대해 들으셨을 텐데 말이죠. 촛불 대통령이라 불리시는 분이 도대체 왜 아무 이야기를 안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결과가 어찌 됐던 간에 제발 어떤 답변이라도 좀 주셨으면 합니다.

유가족들은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는데 이렇게 묵묵부답으로 있으니까 더 미칠 거 같고, 점점 더 미워져요. 지금 대통령을 믿고 기다리는 이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세월호참사에 대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단 말이에요. 함께 목소리 내고 진상규명 해달라는 국민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답변이 없을 수가 있습니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 제일 궁금하고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게 유가족들 아닐까요. 대통령님 제발 어떤 답변이라도 부탁합니다.  그 어떤 것도 못하게 답변도 안 주시고 도대체 왜 이러고 계시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대통령 임기 말과 선거 국면 상황이 닥치면 국가기관들이 조사·수사에 순순히 협조하지 않으리라고 전망됩니다. 2022년 6월 10일 공소시효가 끝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나요.

저희가 문 대통령에게 2014년 4월 16일로부터 쭉 해오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반드시 밝혀주시면 좋겠다고요. 세월호의 구조 당시 상황에 대해서 왜 구조하지 않았고, 왜 죽여야만 했는지 그거에 대해서도 밝혀달라고 이야길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었고 결국 세월호 가족들은 ‘도대체 뭘 더 바라냐’라는 이야길 듣게 됐죠. 마치 세월호 가족들이 떼를 쓰는 것처럼 만들고 있는 거잖아요.

제발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게끔 세월호 진상규명에 집중을 좀 해주시고 제 입장에서는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리저리 이용 하시는 것 같아요. 세월호 304명이 희생됐어요. 정치적으로 이용될 사안이 아닙니다. 부디 온전히 진상규명만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진상규명을 하는, 추후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하는 단체들에 조금 더 힘을 실어서 진상규명을 마무리할 수 있게끔 대통령님이 직접 목소리 좀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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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한파에도 전인숙씨는 꿋꿋이 피켓시위를 이어왔다. ⓒ투데이신문

어머님 말씀처럼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사용한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습니다. 사회적 참사를 여·야 모두 정치적으로 이용하다 보니 진상규명이 늦어지는 것은 아닌가요.

정치적으로 사용한다는 비판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세월호 관련해 여당 야당 편 가르기 하듯이 싸우고만 있잖아요. 그게 국민께 여실히 보여지고 있죠. 정치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어요. 정치인들이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신다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정말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자리는 여·야 편 가르기 하는 곳도 아니고 나의 일, 남의 일 미루는 곳도 아니고 국민을 대표해 일하는 곳이잖아요. 적어도 진상규명을 왜 해야 하는지 국민을 위해서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정치인들 제발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적 프레임은 결국 정부가 만들어 온 겁니다. 누구보다도 진상규명을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게 유가족들이잖아요. 다른 것은 둘째 치고 이 비판의 목소리를 진상규명에 대한 답변을 낼 수 있는 기관들에 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가족이 아니라 책임자들이나 책임기관들 말이에요.

유가족들을 비난한다 한들, 저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저희가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에요. 진상규명을 마무리할 힘이 있는 기관들에다가 같이 목소리를 내주셔서 도와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기간이 길어진다 해서 ’그만 좀 해라’, ’듣기 싫다’, ’뭘 더 하길 바라느냐’ 하시는데 보면 아시잖아요. 대책은 미흡했고, 미흡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잘못했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미안하고 고맙다’ 그 한마디 했을 당시만 해도 가족들이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거에요. 진상규명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지지부진 하는 게 무조건 유가족의 탓이라 하시면 마음이 아픕니다.

참사 당시 저희가 아이들 구조에 참여한 것도 아니에요. 부디 상황을 제대로 보셨으면 합니다. 유가족들 다 지금 건강상태도 안 좋아요. 그래도 진상규명 하나만 보며 버티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가족들이 이렇게 길거리에서 발 벗고 나서겠습니까. 부디 유가족들의 간절한 마음만 조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세월호는 조금만 관심 가져 보시면 엉킨 실타래가 보일 거예요. 부디 조금만 더 관심 가져주시고 목소리를 함께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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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상규명을 향한 여정은 끝이 아닌 다시 시작이다. ⓒ투데이신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다시 촛불 행동을 하면서 어떻게 보면 하지 말아야 할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들어야 할 촛불을 들고 있는 거잖아요. 진상규명을 꼭 마무리하겠노라고 아이들에게 약속했었고, 부모들한테 약속했었고, 국민에게 약속을 했어요. 오죽하면 이 상황 속에서 촛불을 다시 들겠어요. 정부도 이걸 보고 느끼는 게 있어야 해요. 국민에겐 항상 감사하고 또 죄송스러운 마음뿐입니다.

진상규명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숨을 못 쉬겠어요. 선잠을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어떻게든 진상규명 해보겠다고, 꿋꿋하게 살아보겠다고 가족들이 나서고 있는 겁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겠지만 정말 힘들게 살아가고 있어요. 속은 다 썩어가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이 살아 숨 쉬는 동안만이라도 진상규명 활동을 하겠다고 밖으로 나와 있는 거예요. 부디 희생된 아이들 처지에서, 유가족들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시고 그것조차 힘들면 자그마한 응원이라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경빈이 어머님을 다시 찾아뵙기까지 걸린 시간 80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세월호 진상규명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 중이었다. 오랜 농성으로 유가족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아직도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문 대통령의 답변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7주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유가족들의 어두운 얼굴을 밝힐 촛불은 거센 바람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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