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원격수업에 학생 간 성적 격차 심화” 목소리
교육부 ‘등교수업 확대’ 발표에 “근본적 해결책 아냐”
전교조 “학급당 학생 수 감축해 등교수업 이뤄져야”

교사와 학생들이 지난 1월 2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교사와 학생들이 지난 1월 2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개학연기, 온라인 개학, 등교 개학 등을 거쳐 등교수업일수가 줄어들고 원격수업(온라인수업) 중심의 학사일정을 보냈다.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고 안전한 수업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가 됐지만, 그 부작용도 생겨났다. 가정의 경제상황에 따른 교육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능 모의고사 결과에서도 성적 중위권이 줄어들면서 원격수업으로 인한 격차가 발생한 것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가정배경에 따른 학습결손, 격차 확대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안전한 등교수업을 위해 학급 당 인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가정 경제상황 따라 원격수업 이해도 차이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코로나19와 교육: 학교구성원의 생활과 인식을 중심으로’ 연구에 따르면 원격수업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가정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수업 이해도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상황이 ‘상’인 가정의 학생은 원격수업을 위해 자신만이 사용하는 디지털기기를 보유한 비율이 81.6%로 나타났으며, ‘중’인 경우는 82.4%, ‘하’인 경우는 79.7%로 나타났다.

원격수업을 참여하는 장소 역시 가정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경제상황이 ‘상’인 가정의 학생은 가정에서 원격수업에 참여하는 비율이 96.9%, ‘중’인 경우는 97.2%, ‘하’인 경우는 94.9%로 나타났다.

또 경제상황이 ‘하’인 가정의 학생 약 23%는 원격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학습하다고 응답했으며, 30%는 디지털기기가 낡아 원격수업에 방해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수업내용에 대한 이해도와 참여율에 있어서도 경제상황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경제상황이 ‘상’인 가정의 학생들은 ‘나는 원격수업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되고 불편하다’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 47.8% △그렇지 않다 35.1% △그렇다 13.2% △매우 그렇다 3.9%로, 수업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학생의 비율(그렇다 + 매우 그렇다)이 17.1%로 나타났다.

경제상황이 ‘중’인 학생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32.7% △그렇지 않다 42.9% △그렇다 19.0% △매우 그렇다 5.4%로 나타나 수업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학생 비율은 23.4%로 집계됐다.

경제상황이 ‘하’인 가정의 학생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17.8% △그렇지 않다 36.2% △그렇다 31.4% △매우 그렇다 14.6%로 수업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학생 비율은 46.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제상황이 ‘중’인 학생들과도 2배가량, ‘상’인 학생들과는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긴급돌봄대상 어린이들이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뉴시스
긴급돌봄대상 어린이들이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뉴시스

가정형편 어려울수록 수업 참여도 낮아

원격수업 내용 이해나 과제를 위해 도움을 청하는 대상도 가정의 경제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경제상황이 ‘상’인 가정의 학생들은 △선생님 19.1% △학원/공부방 6.1% △보호자 34.2% △자매/형제 5.4% △혼자 해결 23.3%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감 6.7% △기타 5.2%로 나타났다.

‘중’인 가정의 학생들은 △선생님 18.1% △학원/공부방 5.9% △보호자 27.0% △자매/형제 5.6% △혼자 해결 27.1%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감 9.3% △기타 7.0%로 조사됐다.

‘하’인 가정의 학생들의 경우 △선생님 16.9% △학원/공부방 5.8% △보호자 13.4% △자매/형제 5.1% △혼자 해결 26.5%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감 22.4% △기타 9.9%로 집계됐다.

가정의 경제상황이 좋은 학생일수록 원격수업 장소, 디지털기기 등 원격수업을 위한 여건이 더욱 좋았으며, 수업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았다. 또 교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등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가정의 경제상황이 어려운 학생들은 수업에 원격수업을 위한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으며 수업에 대한 이해도도 낮았다. 교사나 보호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비율도 낮았다.

등교수업 확대·수준별 콘텐츠 제공 필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지난 11월 발표한 ‘COVID-19에 따른 초·중등학교 원격교육 경험 및 인식 분석’ 연구에 따르면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생 간 학습 수준의 차이에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교사들의 32.67%는 ‘매우 커졌다’, 46.33%는 ‘커졌다’, 17.64%는 ‘변화 없다’, 3.15%는 ‘줄어들었다’, 0.22%는 ‘매우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 교사 약 79%가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생 간 학습격차가 심화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은 원격수업에 따른 학생 간 교육격차 개선 및 지원방안으로 등교 수업을 통한 오프라인 보충 지도(37.0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서 △개별화된 학습 관리 및 진단이 가능한 플랫폼 구축(31.18%) △학습 동기 및 의욕 촉진을 위한 정서·심리 진단 및 상담 지원(13.11%) △학생 수준별 맞춤형 콘텐츠 제공(9.11%) △학업수준 진단을 위한 교과별 진단평가 실시(3.37%) △온라인 쌍방향 화상 보충 지도(3.14%) 순으로 집계됐다.

등교수업을 통한 학생 지도를 병행해야 교육격차가 해소될 수 있다는 의견과 반복학습, 유연한 학습 등 원격수업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수준의 원격수업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학생들 역시 더 나은 원격수업을 위해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흥미로운 수업 자료 제공(32.61%) △온라인 학습 플랫폼 기능 개선(20.43%) △선생님 및 친구와의 상호작용 확대(18.5%) △수준별 학습 자료 및 평가문제 제공(16.89%)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 확대(9.5%)를 꼽았다.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생 간 학습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등교수업 확대와 함께 수준별 학습 자료 등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 “2021년 등교수업 확대…원격수업 질 제고”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으로 인해 교육격차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자 교육부는 지난 1월 28일 2021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육부는 스마트기기 무상 대여·수리, 교실 내 기가급 무선인터넷망 구축 등을 통해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고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이뤄지는 수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교사들이 공공기관의 개방형 교육자료를 기반으로 수업자료를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유아, 장애학생, 다문화학생, 직업계고 학생 등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지원할 계획이다.

플랫폼은 오는 3월 시범운영될 예정이며, 8월 전면 개통된다. 2023년에는 K-에듀플랫폼을 구축해 연계한다.

원격수업 장기화로 인한 학습결손, 정서 결핍, 신체저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 학년 준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소규모 대면 보충지도를 활성화하고 두드림학교, 학습종합클리닉센터 등을 통한 맞춤형 지도 역시 강화된다.

무엇보다 개학연기 없이 3월에 정상 개학하고, 법정 기준수업일수를 준수해 운영된다. 수능도 코로나19로 인한 연기 없이 11월 셋째 주 목요일 실시될 계획이다.

교육부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등교수업일을 확보하고, 유아·초등1~2학년은 2단계까지 밀집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 가능하도록 했다. 특수학교(급), 소규모학교 등은 2.5단계까지 밀집도 적용여부를 자율 결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방역·생활지도 인력 5만명을 배치하고, 학생 수 30명 이상 초등 1~3학년 과밀학급에 한시적으로 추가 인력을 지원해 학교 방역이 철저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2일 부산 금정구 동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 = 부산시교육청
지난해 11월 2일 부산 금정구 동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 = 부산시교육청>

전교조 “안전한 등교수업 조건 마련돼야”

교육부의 발표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1월 28일 논평을 내고 “학사운영 안정을 위한 선제적 방안 마련은 환영한다”면서도 “안전한 등교수업이 가능한 조건이 마련되지 않아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유아와 초등 1~2학년은 2단계까지 밀집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 가능하게 해 매일 등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교육격차가 커질 것에 대한 우려와 대면수업 확대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안전한 등교수업이 가능한 교육 조건이 마련되지 않아 우려스럽다. 협력교사나 기간제교원 지원이 아니라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라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원격수업 상황에서 교육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스마트 기기를 지원해도 가정에 자신만의 공간이 없거나 여타의 이유로 원격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런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1:1 맞춤 지원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생 간 격차에 대해 전교조 정소영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사들은 실제로 심각하다고 많이 인식하고 있다”며 “가정의 경제상황이 어렵고 열악한 계층일수록 독립적인 공간과 기기 등 원격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원격수업의 경우 대면수업처럼 학생이 실제로 수업을 들었는지 바로 알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작년에는 (교사들 사이에서) 원격수업으로 했던 것을 대면수업을 할 때 다시 다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나왔다. 한계가 있다 보니 원격수업이 길어질수록 교육격차 문제가 더욱 심해지는 게 교사들의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등교수업 확대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기간제교사가 아닌 정규교원을 확충해 안전한 등교수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변인은 “학급 규모가 작으면 담임선생님이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면서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안전한 등교수업뿐 아니라 교육격차 해소에도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원격수업 플랫폼 구축 계획에 대해서는 “교육격차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여러 시도들은 계속 필요하지만 그 자체로 완전한 해결방안이 될 수는 없고, 수준별 교육내용이 있더라도 학생들이 실제 이를 이용해 배울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며 “안전한 등교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등교수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 병행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격수업이 길어질수록 교육격차는 심화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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