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죽에 ‘무조건’ 포함된 플라스틱 숟가락에 소비자 의문
환경단체 “불필요한 일회용품 소비에 선택권 주어져야”

왼쪽부터 CJ제일제당 비비고 소고기죽, 본아이에프 쇠고기죽, 동원F&B 양반 쇠고기죽, 오뚜기 새송이쇠고기죽 ⓒ투데이신문
왼쪽부터 CJ제일제당 비비고 소고기죽, 본아이에프 쇠고기죽, 동원F&B 양반 쇠고기죽, 오뚜기 새송이쇠고기죽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최근 간편함을 무기로 한 즉석 제품의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량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즉석죽 또한 예외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서라곤 하지만 플라스틱 숟가락이 제품마다 포함된데다 2중 포장, 과다한 쓰레기 배출량 등으로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즉석죽 중에서도 과대포장 논란이 일은 ‘용기죽’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죽을 말한다. 용기죽의 시초는 지난 1992년 출시된 동원F&B의 양반죽으로, 30여년 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 왔다. 이후 CJ제일제당이 파우치죽을 앞세워 용기죽 중심으로 형성돼 온 즉석죽 시장 판도를 바꾸며 2강 체제를 구축했고, 그 뒤를 오뚜기와 현대그린푸드, SPC삼립 등이 잇고 있다.

15일 본지가 직접 편의점에서 대표 브랜드 4종(동원F&B‧본아이에프‧오뚜기‧CJ제일제당)의 쇠고기죽을 구입해 포장 상태를 확인해 본 결과 모두 플라스틱 숟가락이 동봉돼 있었다. 게다가 해당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없도록 모두 안쪽으로 숨겨져 있었다. 

플라스틱 숟가락이 포함된 용기죽에 반해 같은 즉석 식품이라도 컵라면이나 즉석밥에는 제품에 나무젓가락이나 플라스틱 숟가락이 붙어있지 않은 상황이다.

플라스틱 숟가락 뿐 아니라 스프와 조미재료 등을 동봉하기 위한 ‘과대포장’ 소지도 있어 보였다. 4종의 제품 중 동원F&B와 오뚜기는 플라스틱 뚜껑과 제품 본체 사이에 플라스틱 숟가락과 조미재료를 동봉했으며, 본아이에프와 CJ제일제당은 제품 본체를 감싸는 종이포장을 한 겹 더해 플라스틱 숟가락 등을 부착했다.

일부 제품에서는 재활용이 어려워 보이는 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동원F&B와 오뚜기 제품은 상단에 라벨이 붙은 플라스틱 뚜껑이 덧씌워졌다. 제품 본체에는 비닐이 감싸져 있어 이 또한 각기 다른 재질로 인해 분리배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결국 죽을 한번 먹으면 플라스틱 뚜껑이나 종이패키지를 비롯해 플라스틱 숟가락, 본체, 각종 비닐 등의 많은 일회용 쓰레기가 배출된다. 쇠고기죽 기준으로 비비고죽은 5종, 본죽은 6종, 오뚜기죽은 7종, 양반죽은 가장 많은 8종의 쓰레기가 나온다. 

용기죽에 동봉된 숟가락(좌)과 라벨이 붙어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뚜껑(우) ⓒ투데이신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즉석죽 포장의 플라스틱 사용이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주간 자가격리한 소비자 A씨는 자가격리자 물품 목록에 포함된 죽을 받았다. 

A씨는 “밖에 나갈 수가 없고 몸도 좋지 않은 것 같아 간편한 죽을 자주 먹었는데, 쓰지도 않는 플라스틱 숟가락이 제품마다 붙어있었고 뚜껑도 불필요해 보였다”며 “10개를 먹으면 숟가락이 10개가 남는데, 꼭 필요한 사람도 있겠지만 선택권도 없이 플라스틱 숟가락을 받아 환경에 나쁜 짓을 한다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체들은 환경 문제에는 공감하지만 소비자 편의를 위한 제품 구성인 만큼 당장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동원F&B 관계자는 “플라스틱 뚜껑은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서, 숟가락은 소비자 편의성을 위해 제공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다만 양반김 제품에서 트레이를 제거하는 등 플라스틱 저감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앞으로도 소비자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뚜기 관계자도 “제품 패키징은 소비자 편의를 위해서지만 장기적으로 친환경포장재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기에 소비자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고민할 것”이라며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본아이에프 관계자 또한 “가정보다는 편의점이나 야외에서 드시는 분들의 편의성을 고려해 숟가락을 동봉한 제품이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동봉된 숟가락을 없애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소비자 조사 결과 숟가락이 있는 편이 선호도가 높아 현재로서는 포함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환경친화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에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포장’ 문제는 대표적인 환경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에 기업들은 제품 포장이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저마다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포장재로 전환하고 있다.

빨대가 없는 제품을 출시한 매일유업(좌), 소비자 운동단체 쓰담쓰담의 스팸뚜껑 반납운동(우) ⓒ매일유업, 쓰담쓰담 

최근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빨대를 없앤 멸균우유 제품을 출시했으며, CJ제일제당은 테스트를 거쳐 올해 추석부터는 모든 스팸 선물세트에 대해 플라스틱 뚜껑을 없애기로 했다. 이 두 사례는 소비자가 주도한 일회용품 반납 운동 등으로 일어난 변화다. 제품을 구매할 때 품질과 가격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는 점을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

다만 제품에 포함된 일회용품을 없앤 후 대안이 없다면 소비자 불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가정이 아닌 편의점이나 야외에서 섭취하는 경우 빨대나 스푼 등이 없으면 취식이 어렵다는 문제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단체에서는 환경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의식이 변화되는 만큼 기업 또한 대체 가능한 포장재 연구 등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기후행동 이차경 상임이사는 “죽에 포함된 플라스틱 숟가락의 경우 무조건 제품에 동봉하는 것보다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는 방향이 옳다고 본다”며 “불필요한 플라스틱이라는 소비자 지적과 취식 등에 대한 편의성이 상충한다면, 기업이 종이 등 대체재에 대해 고려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만의 힘으로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에,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신소재 등 대체 용기 및 재질 연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런 소비자 의식 향상으로 인해 기업들로 하여금 더 좋은 물건들을 만들도록 자극하고, 또 제도나 정책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데울 필요 없이 바로 섭취 가능한 편리한 즉석죽은 2017년 720억원 규모였던 시장이 2019년 1330억원대로 뛰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집콕’, ‘혼밥’ 문화가 확산되면서 지난해에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죽 누적매출만 1000억원을 돌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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