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정책 수립 놓고 팽팽한 신경전 공방
최근 들어 북한의 성명 발표 잦아지고…
미국 북한 접촉 인정한 북한 최선희
싱가포르·하노이 회담처럼 안된다는 北
적대적 대북 정책 파기하라는 북한의 요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미국과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수립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이 지난 2월 수차례 북한과 접촉을 하려고 했지만 북한이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북한은 시간끌기를 하지 말라면서 싱가포르나 베트남 하노이와 같은 회담은 다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을 끌어야 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시간 없다는 북한의 속내는 복잡하다.

미국이 북한과 접촉을 했다는 사실이 미국 백악관을 통해서 확인된 데 이어 북한에서도 확인해줬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언급, 그동안 미국이 북한과의 접촉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그동안 미국은 2월 중순부터 뉴욕 등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접촉해 왔으며 합동군사연습 전날에도 제3국을 통해 접촉을 했다고 최 제1부상은 전했다.

미국의 접촉 시도 거절한 북한

이런 미국의 접촉 시도에 대해 북한은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최 제1부상은 그 이유도 설명했다.

싱가포르나 하노이 회담 같은 회담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싱가포르나 하노이 회담은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만나 대화를 나눴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하지만 양국 정상 모두 만났다는 의미만 있을 뿐 진전된 것은 없다.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사진찍기용 들러리는 서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북 전문가들이 전하는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직후 상당히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만남을 주선했지만 실제로 만나서 한 일은 사진찍기용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겪은 자괴감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의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고 판단한 북한으로서는 가급적 미국에게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도 실속 없는 북미대화를 거절하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우리 정부를 맹비난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미국의 현재 태도를 ‘시갈 끌기 속임수’ 혹은 ‘값싼 속임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미국과 대화를 시도했다가는 싱가포르·하노이와 같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현재로서는 관망세이고, 그런 이유 때문에 미국이 대북 접촉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응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계속 관망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관리해야 하는 바이든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을 관리해야 한다. 최소한 대북 정책이 수립되고, 세상에 공표하는 그날까지 만이라도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고 잠잠하게 지내기를 원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도발이라도 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트럼프 행정부 때는 북한이 잠잠했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대북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6개월 정도 걸린다. 따라서 아무리 빨라야 6월이 돼야 대북 정책의 윤곽이 드러난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6월 이전까지만이라도 북한이 잠잠하게 지내기를 바라고, 그에 시간끌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미국은 북한에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즉, 북한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이런 상황 전개가 눈에 읽혀지게 되면서 ‘시간끌기용’이라면서 접촉을 거부한 것이다.

더 나아가 북한은 미국을 향해서 적대적 내용이 담긴 대북 정책을 발표하지 말아달라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 제1부상은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 이후 울려나온 소리는 광기어린 ‘북조선위협’설과 무턱대고 줴치는 ‘완전한 비핵화’ 타령뿐”이었다고 언급했다.

적대적 정책 파기 요구

결국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에 대해 적대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버리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비핵화 단계를 밟지 않는데 적대적 정책을 버릴 이유가 없다. 대북 제재 등을 더욱 강하게 해서 북한을 비핵화의 테이블에 앉히겠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이런 미국의 전략이 변화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더욱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방한을 했다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상당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북한의 성명 발표가 잦아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미국을 향해 적대적 정책을 구사하지 않아달라고 간청한다는 것이 강경한 입장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더욱이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봄날은 돌아오기 어렵다”면서 우리 정부에 대해 비판을 가했는데 이는 북한은 미국과 직접적인 대화를 원하고, 그 대화는 과거 싱가포르나 하노이와 같은 회담이 아니라 미국이 북한 정부를 인정하고, 정권 안정 위해 미국이 애써달라는 것이다. 즉, 미국이 더 이상 북한을 적대시 대하지 않아 달라는 일종의 간청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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