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 인터뷰] 무소속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당선돼도 ‘임기 1년짜리’ 한계 “시정방향 바꾸는 종합계획 수립할 것”
부시장 후보 6명과 함께 성평등·주거·노동·문화·기후위기 극복 등 공약
여당 인사들, 젠더이슈 회피·표 모으기 위해 성폭력 ‘2차 가해’ 앞장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정권교체’를 위한 선거로 이뤄지고 있다. 언론은 거대 양당 후보들의 발언을 연일 보도하고 있지만, 편 가르기에 매몰된 비방만 있을 뿐 정작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이야기되지 않고 있다.

거대 양당의 후보들은 연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만, 소수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의 이야기는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 소수자들을 위한 목소리는 이들에게서 나온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을 살피고 투표할 수 있도록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소수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을 만나 그들의 공약과 출마 포부, 정책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팀서울 신지예 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팀서울 신지예 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녹색당 소속으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마했던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신지예 대표가 이번 4·7 보궐선거에서 다시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신 후보는 ‘팀서울’을 꾸려 이가현 성평등부시장 후보, 은하선 성소수자부시장 후보, 이선희 여성안전부시장 후보, 류소연 문화예술부시장 후보, 공기 살림경제부시장 후보, 소란 기후위기생채전환부시장 후보 등 6명의 부시장 후보와 함께 나섰다.

함께 출마한 부시장 후보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신 후보는 성평등과 같은 젠더의제 뿐만 아니라 서울시민의 문화권, 거주권, 노동권, 기후위기 극복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한 공약을 던졌다.

무소속으로 지원이 부족함에도 확고한 완주 의지를 밝힌 그는 득표율 10%를 목표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본보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실에서 신 후보를 만나 이번 선거에 임하는 포부와 공약, 정책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팀서울 신지예 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팀서울 신지예 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시민인권헌장·생활동반자 조례 빠르게 제정

Q. 임기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 시장이다. 서울시장으로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꼽는다면.

임기 1년짜리 시장이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일은 서울시민인권헌장이나 생활동반자 조례처럼 이미 모두 만들어졌음에도 전임 시장이 임 의지가 없어서 못한 일들이다. 다른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 임기가 1년밖에 안 된다는 시간의 한계를 한정하지 않고 정책을 만드는 것 같다. 일단 1년짜리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서울시의 방향을 틀 수 있는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짧은 임기동안 뭔가를 해내는 것이 아니라 다음 시장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시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큰 물줄기를 바꿔내야 한다.

Q. 신 후보가 제시하고자 하는 정책방향은 무엇인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두 축의 정책을 갖고 있는데, 하나는 기후위기 관련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지난 12월 기후위기 비상 선언을 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대책 혹은 정책 과제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면 UN에서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을 기준으로 45% 감축해야 한다고 권고했는데, 정부는 2005년을 기준으로 정하고 감축량도 40%로 하향했다. 더욱이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경고를 받았다. 서울은 메가시티고 굉장히 많은 쓰레기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도시다. 에너지 자립률도 5%가 안 돼 전국 지자체 중 꼴찌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지역에서 끌어와서 쓰고 있고, 쓰레기 배출량이 많아 자체적으로 처리하지 못해 인천으로 보내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기후위기 관련한 종합대책을 2050년까지 목표량을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각 해마다 이행해야 되는 과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불평등 관련이다. 소득불평등, 젠더불평등 등 다양한 불평등이 존재한다. 서울시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무회의에 참여하는 권한도 있고 많은 예산이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으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중점적으로는 먼저 돌봄 노동을 인정하고자 한다. 자녀뿐만 아니라 파트너 또는 부모를 돌보는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래서 최소한의 돌봄을 서울시가 부담하는 측면에서 돌봄 노동에 대해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특화 정책이다.

Q. 이번 보궐선거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서 촉발됐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후보를 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이번 선거는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 때문에 발생했다. 그런데 기득권 정당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 않고 있다. 귀책사유가 있는 민주당은 후보자를 내지 않아야 하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당헌당규를 마음대로 바꿔서 후보를 냈다. 성폭력 사건이 왜 발생했는가. 저는 박 전 시장이 원래부터 이상했다고만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은 2016년도부터 진행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극에 달했다. 초선·재선일 때는 안 그랬는데, 3선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했다. 제왕적 권력을 가진 한 정치인이 권력을 오랫동안 향유하다 보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제왕적 권력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 그래서 여러 부시장 후보들과 함께 출마를 했다.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기본으로 하는 많은 나라에서는 정치가 승자독식이 아니라 협력·연정의 체제로 이뤄진다. 때문에 서울시장의 권한을 나누고 협력해서 시정을 운영하는 것이 큰 물결을 바꾸는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박 전 시장도 부시장을 임명하기는 했지만 부시장에게 예산이나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명예직에 가까웠다. 제가 당선이 된다면 과감하게 서울시장의 권력부터 해체하고 예산과 권한을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부시장들과 나눠 함께 시정을 운영하겠다.

Q. 출마를 선언하면서 ‘긴 폭력의 밤’이라는 표현을 썼다. 어떤 의미인지.

한 달 새 트랜스젠더 3명이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무지개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인간을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획일화하는 것은 굉장히 폭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서울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쫓겨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고 여건이 되는 분들은 집을 사서 경기도로 가지만, 그럴 수 없는 이들은 계속 떠돌이 생활처럼 상대적으로 세가 저렴한 지역으로 밀려나 전월세를 전전하며 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서울에 모두의 자리는 없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긴 폭력의 밤’이라는 표현은 많은 이들이 폭력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드리기 위해 사용했다. 결국 이 폭력의 밤을 끝낼 수 있는 건 권력자들이나 기득권 정치인들이 아니라, 힘을 모을 수 있는 시민들이 아닐까. 시민들이 힘을 모으는 것은 정치적 용기라고 생각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갖는 정치적 용기는 투표장에서 발현되기도 하고, 일상에서 발휘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적 용기를 내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기득권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포기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권자들이 포기한 자리에는 더 우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더 나쁜 정치인들이 자리 잡는다. 그래서 ‘폭력의 밤’을 끝내고 ‘평등의 아침’을 열기 위해서는 변화를 위한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신지예 후보가 지난 22일 서울시장보궐선거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정책협약을 맺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신지예 후보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신지예 후보가 지난 22일 서울시장보궐선거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정책협약을 맺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신지예 후보>

“시민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

Q. 6명의 부시장단과 함께 출마를 선언한 것도 눈길을 끈다. 부시장단과 함께 출마를 선언한 이유가 있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권력의 해체라는 측면이 가장 크다. 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여성 정치세력화 거버넌스 포럼과 ‘미투선거 시국회의’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포럼과 ‘미투선거 시국회의’에서는 이런 문제의식과 함께 거대 정당 외에 다른 후보, 정말 시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출마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이번 선거는 ‘미투선거’이고, 민주주의와 권력과 법치주의 문제에 대한 선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하나도 언급되지 않는다. 참정권에는 선거권만 있는 게 아니라 선거권도 있지 않나. 그래서 선택지가 없다면 우리가 새로운 선택지가 되자는 생각으로 함께 출마를 결정했다.

Q. 주요 공약을 설명한다면.

영국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의 ‘도넛 경제학’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 정책을 연결하고 종합시키는데 방향을 뒀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큰 두 축은 기후위기와 불평등 해소다. 여기에 다양성과 사회정의, 공간, 문화예술, 주거, 교육, 돌봄의 섹션을 두고 유기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각 분야마다 내용들이 있는데, 성평등 정책 같은 경우에는 시민인권현장을 바로 채택하는 것과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고 더 이상 이런 일들이 없도록 내부 교육과 함께 성평등 조례 등을 제정하는 것이다. 또 성평등 계약제 신설이 있다. 이는 서울시가 민간 공모사업 등에 지원을 하는 경우 옴부즈맨 계약서를 써서 부정부패가 없도록 서약을 하는 ‘옴부즈맨 계약제’와 유사하다. 민간이든 공공기관이든 서울시의 예산을 쓰고자 할 때 성폭력 예방 및 대응책 마련, 성소수자 차별 해소, 성평등 실현 등을 위한 이행과제를 담은 성평등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생활동반자 조례’를 제정해 서울시 차원에서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을 보장하고자 한다. 또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버스 전면도입도 시행할 것이다. 동물권 관련해서는 식용견 농장 현장조사와 처벌, 펫샵 광고 규제, 공공급식에서의 채식 선택권 보장이 있다. 기후위기와 관련해서는 차량 이동을 줄이기 위한 차고지 등록제 실시와 공영주차장 확대, 공공 시내버스 정기 할인권 지급 등이 있다. 주거 분야로는 1인 가구 청년, 성소수자 가족 등이 신혼부부와 똑같이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임대주택 제도를 바꿀 것이다. 개발과 관련해서는 지금 서울시 종합계획에 잡혀있는 민자도로 건설이나 지하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서 정말 필요한 곳은 민자가 아니라 공공의 예산이 투입되는 방식으로 바꾸고, 불필요한 지하화 사업은 막을 것이다. 또 앞으로 신축되는 건물에는 ‘에너지 플러스 하우스’ 개념을 적용해 단열 혹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토건 예산 총량제’를 도입해 서울시가 한 해 시행할 수 있는 토건사업의 총량을 정하고 이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한 해 150억원의 예산이 지출되는 서울시향의 운영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감사하고 제대로 운영해 문화예술 공공성을 높일 것이다. 또 서울시의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공공이 운영하는 문화예술 공간을 확충할 것이다.

Q. 최근 정부의 잇딴 부동산 정책 실패, LH 직원의 투기 등으로 사회가 들끓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 정책 공약을 설명한다면.

불법 투기 같은 경우 LH 직원들의 투기 문제가 당연히 SH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체조사에서는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자체조사가 아니라 서울시의 감사위원회 혹은 독립된 기구를 만들어서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본다. 주거안정을 위한 공약으로 공공매입형 임대주택이 있다. 민간에서 공사하는 것은 민간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막을 수 없지만, 용적률을 풀거나하는 개발방식으로는 서민 주거안정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부동산 자산의 균형은 자산의 균형과 자산가치의 균형을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강북에 1억짜리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강남에 10억짜리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차이는 자산의 차이라고 보기 어렵다. 주거목적으로 살면서 느끼는 효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자산의 가치를 억지로 상승시켜 맞추는 것이나 은행대출 규제를 완화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로 주택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해법일 수 없다. ‘집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기본권이다’라는 명제를 기본으로 한다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개발이익환수법)’의 실효성을 높여 개발로 만들어지는 자산가치 증가분을 다시 공유부(共有富)로 환수해야 한다. 또 소유하지 않아도 부담가능한 주거지를 공공에서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서울시 주택 전체 총량을 올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임대주택 재고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 현재 영구임대주택을 제외한 서울시 임대주택은 총 18만4859채인데 이는 전체 주택 수 295만채의 6.3%에 불과하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공적주택을 2025년까지 20%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5개 자치구의 비율도 맞추려고 한다. 경매법원 등이나 매매로 나온 주택들을 적극 매입해 단기적으로는 자치구당 10%, 10년 내에는 자치구별 주택 중 15% 이상의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주거권의 측면에서 보면 서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 인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택지가 없다. 결국 서울에 모든 것을 집중시키는 문제로 귀결이 된다. 지금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었다고 하지만,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삶의 형태가 바뀌었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뉴타운 붐이 일면서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땅을 파헤쳤다. 뉴타운 붐 이후 서울시민들이 집을 한 채씩 갖게 됐는가. 오히려 자가주거율은 떨어졌다. 그래서 민간에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은 막을 수 없지만,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공공주택 확보에 나서야 한다. 또 탈시설 장애인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임대주택을 만들어야 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오히려 서울에서 살지 않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경우 만 19~34세 미취업 청년에게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주해 일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수당의 형태가 아닌 기본소득으로 지급을 해야 한다. 서울에 인구가 몰려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팀서울 신지예 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팀서울 신지예 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인물론 부각은 ‘정당정치 실패’ 드러내는 것

Q.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와 관련해 4차 재난지원금이 선별지급 될 계획이다. 반면 경기도의 경우 전 도민을 상대로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두에게 지급돼야 한다. 정부와 논의돼야 하는 것이지만, 보편지급하고 고소득자들에게 선별적으로 세금을 걷는 방식이 돼야 한다. 재난지원금을 받는 것도 소득으로 책정된다. 재난지원금으로 고소득을 얻게 된 사람들이 있다면 세제혜택을 없애서 더 많이 부담하도록 해 사실상 재난지원금을 다시 토해내도록 하는 거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를 선별하고 신청하게 하는 순간 오히려 더 고립되거나 신청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생긴다. 특히 프리랜서 같은 경우에는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는 시기가 너무 짧아 신청을 못했다는 분들이 많았다.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카드를 많이 받는 업종이냐, 아니면 현금을 많이 받는 업종이냐에 따라서 불공평이 생겼다. 그래서 우선적으로는 프리랜서, 자영업자, 무소득자에게 일괄 지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을 만나는데 제약이 있다. 어떤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는지.

밀폐된 장소에서 시민들을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거리 유세를 하는 게 거의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민을 직접 만나고 얼굴을 보는 거리 유세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세 차량이 굉장히 비싸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또 마스크를 쓰면 시민께 얼굴을 보여드리기가 힘드니 투명 마스크를 쓰고 인사를 드리려고 한다.

Q. 이번 보궐선거 역시 정책보다는 인물론에 빠져있다. 이 같은 선거 흐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직을 관두고 나서 무시무시한 대권후보로 올라섰는데, ‘촛불항쟁’으로 민주당이 집권하고 이 사태가 벌어졌다. 저는 유권자분들이 잘 몰라서 유명하고 단호해 보이는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정당에 몸담고 있는 정치인들의 문제가 크다고 본다. 국민의힘은 탄핵된 대통령을 배출했었던 정당임에도 아직까지 사과는커녕 친박세력과 단절하지 못하고 있어 과거의 정당으로 남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같은 경우에는 촛불항쟁 이후에 촛불 시민들이 요구한 100대 과제를 문재인 정권의 주요 공약으로 이어받았다. 저는 그 중에 이행된 과제가 무엇이 있는지 묻고 싶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결국 누더기가 됐고, 세월호 유가족분들은 아직도 길거리에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폭력방지법도 개정하겠다고 했지만 개정하지 않았고, 노동법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민주당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구나’라는 좌절감을 느낀 시민들이 ‘새 인물이 차라리 낫겠지’하는 심정을 가진 것 같다. 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은 의회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민주주의공화국이다. 의회는 정당으로 구성되고, 정당은 좋은 정책과 후보자를 양성해서 내보내는 문지기의 역할도 한다. 당 내부에서 민주주의적 공공성을 담보하지 않은 후보자가 걸러지지 않고 있다. 그러니 정책은 사라지고 인물만 남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인물론이 대두되는 것은 유권자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 반성해야 하는 문제다.

<사진출처 = ‘무소속 신지예 서울시장후보 선거운동본부: 팀서울’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출처 = ‘무소속 신지예 서울시장후보 선거운동본부: 팀서울’ 페이스북 페이지>

정치 적임자는 청년…대표주자로 설 수 있어야

Q.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 당시에도 ‘페미니스트 후보’임을 내세워 출마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젠더 의제를 내세워 출마하게 됐다. 지난 선거와 비교해 젠더 의제 관련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보는가.

정치권이 젠더이슈에 대해서 무감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최대한 언급하지 않고 덮고 싶을 뿐이다. 때문에 여당 인사들이 표를 모으기 위해 피해자 공격에 앞장선다고 생각한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보다 젠더 이슈가 부상한 건 맞다. 당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으로 출마해 공격을 받거나 혹은 화제가 되니까 시민들께서 이를 정치적 언어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 이번에 인상 깊게 봤었던 것은 성폭력 사건 혹은 젠더 이슈가 여론조사 항목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젠더 이슈와 관련해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측면에서는 매우 흥미롭고 관심도 높아진 것 같다. 다만 정치인들은 덮고 싶은 것이고. 시민들은 그걸 알고 싶거나 부각하고 싶은 것이다. 어쨌든 뜨거운 감자라고는 생각한다.

Q. 2016년 녹색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해 이번 보궐선거까지 총 네 차례 출마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정치활동을 이어가는 이유, 동력을 말한다면.

첫 정당은 민주노동당이었다. 그때 당시 저는 중학생이었고, 학교에서 두발자유운동을 학교에서 했다. 아주 단순하게 청소년인권에 관심이 많아 활동을 했다. 그때 사회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은 이어져 있는 것이고, 두발자유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했다. 당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데, 노무현 정부는 두발 ‘자유’가 아니라 ‘자율’을 권고했다. 각 학교에서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이 모여서 각 학교의 두발 규칙을 정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학생회는 학생을 대변하지 않고, 학부모와 교사의 입김은 너무 강했다.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때 정치를 처음 접했다. 이후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지역에서 청년단체를 만들어 서울 마포구 망원동 쪽방촌에서 어르신들과 같이 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당시는 망원동의 전월세나 땅값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하지만 재개발이 되면서 어르신들이 모두 쫓겨나게 됐다. 그래서 다시 정치에 기대를 걸게 됐다. 그렇게 2012년 녹색당에 가입해 2015년 녹색당 대의원이 됐다. 2016년에는 총선에 비례대표로 출마하고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이후 계속 녹색당에서 활동하면서 기대를 걸었던 건, 지금 당장 보이는 성공이 아닐지라도 정치 변화를 위해 조금씩 나아가는 정치적 공동체라는 점이었다. 안타까웠던 건, 당의 시스템은 평등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정보와 권력이 집중됐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논의가 있을 때 제가 공동운영위원장이었는데, 당시 위성정당 논의에 대해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 저 말고 다른 공동운영위원장만 외부 활동들을 하면서 위성정당 참가 논의를 하고 있었다. 위성정당은 사실 편법적이고 탈법적인 것이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정치에 희망이 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정치로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더 안 좋은 내일을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내일이 조금 더 나아질 거라고 믿으면서 다시 정치에 희망을 걸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지금의 청년세대가 기성세대가 됐을 때, 정치인 신지예가 기대하는 한국 정치의 지형은 어떤 모습인가.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은 나라를 보면, 총리도 30대, 각 정당의 대표들도 30대다. 왜냐하면 정치는 굉장히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협상을 하고, 협력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똑똑한 것만으로는 할 수 없고, 굉장히 높은 소통 능력과 참을성을 요구받는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힘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기성세대가 됐을 때, 저는 없고 그 자리에 청년들이 대표주자로 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치인이 오랫동안 정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권력자로 남지 않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회의원 3선 제한 같은 것이 도입되면 좋겠고, 국회의원 특권이 사라지면 좋겠다.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귀찮은 일이 돼야 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해줘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마치 국회의원이 무엇이라도 되는 것처럼, 특권이 있는 사람인 것처럼 여겨진다. 국회의원이 그냥 ‘입법 노동자’로서 남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Q.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완주의지는 확고한가.

당연히 완주할 것이다. 득표율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의 정치 지형에 신물 난 시민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의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상황에서 그 외에 다른 정치를 꿈꾸는 시민들이 많지 않을까. 그분들을 모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다음은 무소속 팀서울 신지예 후보의 지지호소 발언 전문

안녕하세요. 서울시민 여러분 저는 이번 4월 7일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무소속 신지예입니다.

여러분 다들 어떻게 지내시나요. 지금 서울은 긴 폭력의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쫓겨납니다. 월세를 살다, 전세를 살다 더 높아진 금액을 감당할 수 없어 쫓겨납니다. 퀴어이신 분들은 서울시청 광장 한복판에서 축제를 열지 못하고 주변부로 쫓겨날 신세로 전락합니다. 부모님을 돌볼 수 없어, 아픈 파트너, 가족들을 돌볼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이들도 결국 서울에서 밀려납니다.

지금 서울은 ‘모두의 자리’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누군가의 자리’만 있습니다. 서울을 이렇게 만든 이들이 누구일까요. 저는 우리와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서울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습니다. 특별한 학교, 다른 나라에서 자녀를 교육합니다. 우리와 같은 음식을 먹지 않고 우리와 같은 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우리와 같은 시간에 일하지 않고 기업에서 번 돈의 수익금으로 잘 먹고 잘 삽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이들이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사회,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일까요. 우리 모두를 위한 자리가 있는 서울일까요.

저는 서울이 모두의 자리가 있는 서울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난해서 아프지 않고, 폭력 때문에 죽지 않고, 차별 때문에 병들지 않는 서울. 10년, 20년, 30년, 그런 서울을 위해서 수십 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서울의 변화는 가능합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꿈을 꾸면 변화는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습니다. 지금까지 정치가 대변하지 않았던 이들, 소속 없는 이들, 서울이라는 집에서 쫓겨난 이들, 그들을 대변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분들과 함께 팀서울로 서울시장을 협력하여 운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여 운영하고 또 모든 예산이 시민을 향해 쓰이도록 만들겠습니다. 변화의 서울에 그리고 더 나아진 내일에 여러분 함께 해주세요.

이 변화를 위해선 정치적 용기가 절실합니다. 그때 그 사람들이 판치는 선거판에서, 새로운 선택에 투표해주세요. 당신이 용기를 낼 때 새로운 서울은 가능합니다. 변화는 가능합니다. 저와 함께 같은 꿈을 꿔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4월 7일에는 무소속 신지예 후보에 투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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