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인터뷰] 진보당 송명숙 공동대표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알릴 각오로 출마
‘강남처럼’ 더는 안 돼…불평등의 출발점 강남 해체해야
시민의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 정치’ 약속할 것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정권교체’를 위한 선거로 이뤄지고 있다. 언론은 거대 양당 후보들의 발언을 연일 보도하고 있지만, 편 가르기에 매몰된 비방만 있을 뿐 정작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이야기되지 않는다.

거대 양당의 후보들은 연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만, 소수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의 이야기는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 소수자들을 위한 목소리는 이들에게서 나온다.

이에 본보는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을 살피고 투표할 수 있도록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소수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을 만나 그들의 공약과 출마 포부, 정책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보당 송명숙 서울시장 후보 ⓒ투데이신문
진보당 송명숙 서울시장 후보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재래시장을 방문해 어묵, 호떡, 떡볶이를 먹으며 서민 코스프레를 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민의 표를 얻고자 이미지 정치에 빠질 때 직접 어묵과 떡볶이를 팔러 나선 서울시장 후보가 있다. 그는 바로 진보당 송명숙 후보다.

다른 정치인들처럼 노점상을 찾아 어묵·떡볶이를 먹는 것 대신 직접 장사를 하며 서민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기 위해 노력하는 송 후보. 그는 “삶의 현장에 계신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게 좋은 시장의 모습”이라며 탁상공론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 정치를 얘기한다.

2016년 당시 민중연합당의 부대변인이자 초대 정책위원장으로서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에 뛰어든 송 후보는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젊은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특히 불평등의 최전선에 있는,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택배 노동자, 건설 노동자, 요양보호사, 청년 노동자, 알바 노동자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존중받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거듭 다짐한다.

송 후보는 대한민국의 중심인 서울, 그 서울의 중심인 강남이 불평등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언젠가부터 모든 지역 발전의 기준이 돼버린 강남을 해체해 평등한 서울을 이룩하고자 한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 선거본부 사무실에서 송 후보를 만나 이번 선거에 임하는 포부와 ‘평등 서울’을 위한 청사진을 들어봤다.

진보당 송명숙 서울시장 후보 ⓒ투데이신문
진보당 송명숙 서울시장 후보 ⓒ투데이신문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 정치의 ‘힘’ 

Q. 오는 4월 7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어떤 각오로 출마를 결심했나.

진보당 활동을 해오며 구의역 고(故) 김군,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님을 비롯해 지난해 수많은 택배 노동자분들까지 과로사로 돌아가신 것을 목도했다. 한국에는 많은 정당이 있지만 이런 상황을 절박하게 이야기 하는 정당은 없다. 그래서 진보당이, 제가 출마하지 않으면 이러한 절박한 문제들이 주목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출마를 결심하고 ‘죽어야만 하는 노동자가 있다. 세상이 주목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겠다’며 시민들을 찾아다녔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완수했다고 하는데 실제 현장에 나가보니 무기계약직 전환이 안 돼 해고 상황에 놓인 노동자, 구(舊) 노량진수산시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앞뒤 없는 길 위에서 6년째 투쟁 중인 상인들이 계셨다. 사지에 몰린 이들의 절박한 이야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각오로 출마하게 됐다.

Q. 이번 선거에서 후보님만이 가진 강점이 있다면.

최근 벌어진 LH 임직원 땅투기 사건으로 시민의 분노가 대단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당사 앞에 투기하는 사람들이 절대 공직자를 맡지 못하게 하겠다는 민주당의 현수막이 걸려있는데, 민주당이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라 믿는 시민은 별로 없는 거 같다. 그래서 진보당이 LH 서울본부 앞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또 서울본부 항의방문을 해 본부장과 항의면담을 진행했다. 해당 영상을 SNS에 올렸는데 조회 수가 40만 가까이 올랐다. 이처럼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 정치가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Q. 현재 서울시가 당면해 있는 문제는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서울시 뿐만 아니라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 불평등 문제다. 진보와 보수, 여야를 막론하고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말한다. 저는 그 말들이 ‘지구가 둥글다’는 말처럼 굉장히 무미건조하게 들린다. 불평등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면 어떻게 해결할지 방향이나 대안을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제 이번 선거의 슬로건은 ‘강남 해체, 평등 서울’이다. 강남은 한국 사회 불평등의 출발점이다. 70년대에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상징이었고, 지금은 스카이캐슬로 대표되는 교육 불평등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강남을 욕망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강남 인접지역의 정치인들은 ‘우리 구가 강남 4구처럼 돼야 한다’고 말하고, 그 생각을 사람들에게 퍼뜨린다. 비강남 지역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강남보다 어떻게’, ‘강남보다 더’라고 얘기한다. 강남이 비교의 기준이 돼버렸다. 저는 강남처럼 사는 것, 강남처럼 되는 것이 잘 살고, 좋은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그곳이 좋은 곳이고, 잘 사는 것이라고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 강남이 기준이 된 질서를 해체하고 다른 기준과 방향을 세워야 한다. 불평등 문제 해결을 사람들과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Q. 주요 선거공약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부동산 특권해체를 공약의 큰 영역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또 차별 없는 서울을 지향한다.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영향으로 노동자들 중에서도 비정규직과 특수고용노동자, 영세사업자 등의 타격이 컸다. 이들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돌봄에 관한 의제가 많이 나왔는데 부모를 모시고 아이를 보육하는 것도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는 집에서 갑작스럽게 전화가 왔을 때 월차나 연차를 사용하면 되지만, 비정규직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돌봄의 영역도 점점 차이가 난다고 느꼈다. 어느 직장을 다니든, 무슨 일을 하든 돌봄에서도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차별 없는 서울을 얘기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와 관련해 테헤란로 이차선 정책을 얘기하고 있다.

Q. 공약을 설계하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

우선 지금까지의 정책 전개나 기준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부동산 정책의 경우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25번이나 대책을 내놨지만 결국 잡지 못했다. 지금처럼 1가구 1주택 소유를 전제로 한다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는 하나의 부동산 정책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더 나아가 집을 소유하는 것이 목표가 돼버리면 사람들은 계속해서 부동산에 몰릴 수밖에 없다. 과거 경제성장 시기에는 1가구 1주택 소유가 성장의 동력도 되고, 균형을 맞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구조에서는 이러한 정책 정도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어떤 정책을 내놨을 때, 이것을 받아들이는 시민들이 내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피부로 와닿는지 알고 직접 참여해 논쟁해야 한다. 예를 들면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이루겠다고 하자. 사실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많은 시민들의 삶이 양식이 굉장히 바뀌는 건데 ‘2050년 탄소제로’라고 하면 굉장히 동떨어진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저희가 ‘테헤란로 2차선’라고 하면 시민들이 ‘편도인가요, 왕복인가요’, ‘어떻게 가능한가요’ 등의 질문이 나온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게 하고 함께 바꾸자는 것이 중요하다.

LH 사건 관련자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진보당 송명숙 후보 ⓒ진보당
LH 사건 관련자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진보당 송명숙 후보 ⓒ진보당

집, 누구나 사용가능한 권리 돼야

Q. 부동산 특권해체를 제1공약으로 설정했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LH 사건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떻게 봤나.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강경한 발언을 하시는 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사과에, 뿌리깊은 부패인지 규명해 발본색원 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LH 사건의 비리자들을 패가망신 시키겠다고 했다. 사실 이게 더 화가 났다. 대통령과 총리가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정부 합동조사단 결과, 투기 의심이 20건에 그쳤다. 조사 대상이 LH 직원 1만명, 국토교통부 공무원 4500명이다. 1만4500명 중 20건이라니. 문 정부가 LH 사건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겠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상황 가운데 공급대책은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거다. 사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집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집은 자본주의 시장에 나온 여느 상품처럼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가격이 떨어지는 성격이 아니다. LH 사건을 규명하겠다는 정부의 말과 다르게 의지가 확인되지 않고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계속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이 사건의 근본을 보지 않고 있는 거다.

Q. 부동산 특권해체를 가장 우선순위로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인가.

LH 사건을 겨냥해서,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 만든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특권해체와 관련해 집 사용권 제시를 고민했었다. 심각하다고 여겨지는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고민해 왔다. 우리나라의 자산 불평등은 심각하다. 자산의 성격을 보니 통계마다 차이는 있으나 적게는 71%, 많게는 79%가 부동산·주택 자산이다. 이러한 쏠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집이 더 이상 자산으로서의 기능이 아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진 사람만 계속 갖는 구조가 아닌,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바꿀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

Q. ‘집 사용권’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어떤 효과를 예상하나.

집 사용권이라는 말이 생소할 수 있는데 국가가, 공공이 책임지고 영구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보급하자는 걸로 이해하면 되겠다. 무주택자 청년들이 자신이 필요한 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하면, 신청 가구 인원에 따라 적정 기준에 맞는 집을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거다. 이 사용권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 불가능하고, 자기가 소유할 수도 없으며, 팔수도 없어야 한다.

집 사용권 도입을 제안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해야 맞지만 재원마련 등을 설계하다 보니 어렵겠더라. 그래서 일단은 앞서 말한 것처럼 집 사용권은 불평등 해소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자산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2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자 한다. 비슷한 정책으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30년 이상 장기임대형 기본주택’과 비슷한데, 진보당이 공공임대주택이라는 말이 아닌 집 사용권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우선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상당히 왜곡돼 있다. LH 거지라고 하는 ‘엘거’, 휴먼시아 거지라고 하는 ‘휴거’ 등 마치 저소득층만 살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또 공공임대주택은 사회적 수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당연히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보자는 측면에서 생소하지만 이름을 만들어 봤다.

노점상 당원을 찾은 진보당 송명숙 후보 ⓒ진보당
노점상 당원을 찾은 진보당 송명숙 후보 ⓒ진보당

취약한 노동영역 안전망을 ‘탄탄히’

Q. 현재 서울시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노동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지난해 코로나19를 겪으며 해고 문제가 심각했다. 코로나19 때문이라기 보다 해고의 위험에 계신 분들, 이미 해고되신 분들을 보면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 그간에도 노동에서 굉장히 취약하다는 영역으로 분류되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해고를 막는 게 가장 시급하다.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고용유지지원금을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또 지방세 세제혜택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중소기업을 특별히 우대한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 사업장의 97% 이상이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다. 다수의 사업장부터 고용유지지원, 세제 혜택을 주면서 노동자의 해고를 막자는, 노동자가 안전망 안에 들어올 수 있게 하자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Q.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하며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노동계의 불만은 여전하지 않나. 후보님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겠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는 쉬운 방법이 있지 않나(웃음).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하는 거다. 제가 서울시장 후보 활동을 하며 방문한 김포공항, 구에서 운영하는 생활스포츠센터, 방송국 등 굉장히 많은 공공기관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굳이 자회사를 만들 필요가 없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정규직 전환을 잘했다고 평가되는 편인데도, 노동자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이전에 일했던 기간은 가산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정규직이 되고나서는 고용안정 말고는 좋아진 게 없다더라. 더 마음이 아팠던 것은 그렇게라도 돼서 다행이라고 말씀하시는 거다. 저는 직접고용이 가장 쉽고, 단순하고,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책적으로 더 고려할 사항은 아니다.

Q. 앞으로 서울시가 나아가야 할 노동 정책의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더 취약한 노동영역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제가 진보당에서 정책연구원으로 일하며 이정희 전 대표와 전 국민 고용보험을 설계했다. 일을 하고 있지만 고용보험 대상이나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다. 고용보험은 대략 25년 전에 만들어졌다. IMF 위기 이전에 설계됐고, 이후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모두가 잘 알 듯 더 이상 이런 말이 통용되지 않는다. 과거의 노동구조를 전제로 만들어진 고용보험이기 때문에 지금의 노동자들이 고용보험의 안전망으로 들어가기가 어렵다.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등이 그 예다. 여기서 제가 깊게 고민했던 것이 청년 일자리에서도 청년 취업준비생을 위한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취약한 영역의 안전망을 탄탄히 해야 한다.

또 지난해 코로나19로 돌봄의 중요성이 커지며,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공공이 책임지는 서비스가 좋으려면 처우가 보장돼야 한다. 우리의 주장이 아닌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내용이다. 하지만 지금 돌봄노동의 현실은 저숙련, 여성의 역할, 저임금이다. 이제 돌봄노동자도 노동권을 보장받고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대부부의 돌봄노동의 상태는 이동형, 호출형, 민간 위탁기관 형태다. 최저임금과 적정 노동시간도 보장되지 않는 돌봄노동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한다.

‘테헤란로를 이차선으로’ 피켓을 들고 자전거 행진 중인 진보당 송명숙 후보 ⓒ진보당
‘테헤란로를 이차선으로’ 피켓을 들고 자전거 행진 중인 진보당 송명숙 후보 ⓒ진보당

차별화된 공약으로 이끌 ‘평등 서울’

Q. 전대 서울시장의 위력 성폭력 사건으로 성평등 공약에도 이목이 쏠린다. 후보님이 생각하는 ‘성평등 서울’을 만들기 위한 방안은.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우선 서울시의 성폭력·성희롱 매뉴얼 재정비다. 서울시가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가장 성폭력·성희롱 매뉴얼이 잘 돼있다고 알려졌었다. 그런데 시장의 위력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서울시청의 직원이 피해를 당했을 때 독립적인 외부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피해를 신고해주는 기관의 책임자는 정무부시장과 외부 전문가였다. 독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시장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지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누구든 매뉴얼에 따라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이번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과 관련된 방안이다.

두 번째로 다양한 성희롱·성폭력 사례 탐구와 시내 사업장의 성희롱·성폭력 교육 의무화다. 성평등이나 페미니즘을 얘기할 때 잘 알려진 사건이 중심이 된다. 여성의 전화에 지난 3년간 성희롱·성폭력 피해 접수가 굉장히 많은 추이로 증가했다. 피해 사례를 보니 비정규직, 1년 미만의 신입사원,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가 많았다. 알려진 사건이 잘 처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무수한 성폭력 사건을 뜯어봐야 한다. 또 30인 미만 사업장의 성희롱·성폭력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서울시는 2020년 9월부터 3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성 조직문화 컨설팅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서울시내 사업장 97%가 30인 미만 사업장이다 보니 감당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일단 사업장 내에서 성희롱·성폭력 교육을 의무화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기업에게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가 퇴사해야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성희롱·성폭력 사건으로 퇴사한 피해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현재 고용보험 기준으로는 자신의 피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180일 이상 고용보험금을 납부했을 때만 수혜가 가능하다. 이 기준들을 삭제해 성희롱·성폭력으로 인한 퇴사로 경제적 타격을 입지 않고 피해회복이 가능하도록 하고자 한다.

이 밖에도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우선 성재생산권리센터를 만들고자 한다. 임신중지뿐만 아니라 임신계획까지 상담과 의료지원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매칭해주는 센터를 구마다 설치하는 것을 계획 중이다. 또 조례 제정을 통한 생활동반자 제도 시행을 그리고 있다. 이 정책을 준비하면서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일본에서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 생활동반자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더라. 파트너 증명서를 발급하고, 아웃팅 피해로부터 보호하고자 성별을 표시하지 않고 주택과 의료복지 등 혜택을 누리도록 하고 싶다.

Q. ‘미국 앞에 당당한 서울’, ‘노점상도 살 수 있는 서울’ 다른 후보들과 가장 차별화된 공약이다. 두 공약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진보당 당원이 전국에 7만명이다. 이들의 중에는 빈민당 당원도 포함돼 있다. 빈민당원은 주로 노점상을 운영하시는 분들이다. 우리 당원의 문제를 얘기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4차 재난지원금 집행을 논의하면서 노점상을 포함하느냐, 안 하느냐를 두고 이슈가 됐다. 이처럼 정치 이슈가 있을 때, 특히 선거가 있을 때 후보들이 노점상을 찾아 어묵을 많이들 드시는데 정작 행정권력을 잡으면 그들을 굉장히 폭력적으로 탄압한다. 구청에서 용역을 고용해 재산을 다 때려 부순다. 그런 폭력을 근절하고 노점상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자는 데서 이 같은 공약을 냈다.

진보당에서는 남북문제와 한미관계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얘기해 왔다. 미국과 관련한 문제를 서울에서 어떻게 다뤄볼까 고민하던 중 용산 미군기지 문제가 떠올랐다. 매우 심각한데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반환 결정은 20년 전에 났지만 지금까지 반환된 부지는 2% 정도다. 또 반환을 위해서는 환경오염평가가 필요한데 발암물질이 기준치의 1000배 가까이 확인됐다. 최근 캠프킴 부지가 반환됐는데, 공공택지 개발 용도로 예정돼 있다. 3000가구를 개발할 계획인데 해당 부지의 위해도가 100명 중 2명이다. 3000명이 입주하면 60명이다. 보통 공공택지로 개발한다고 하면 그 수치가 100만 분의 1이 나와야 허가가 떨어진다. 더불어 국제법상 오염정화비용은 사용자 측이 부담해야 하지만 서울시에서 세금으로 5억원가량 썼다. 이런 문제를 알리고자 ‘미국 앞에 당당한 서울’ 공약을 설계하게 됐다. 

Q. ‘탈시설장애인당’과의 정책협약도 눈길을 끈다.

장애인 후보들로 구성된 탈시설장애인당에서 출마하신 11번 조상지 후보를 만나 장애인 시설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다. 화장실에 갈까 봐 물과 밥을 조금 준다더라. 또 작은방에 8명씩 가두거나, 약을 먹여 잠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시설 관리자는 장애인이 빨리 죽기만을 바라고, 실제로도 시설 장애인의 평균 수명이 높지 않다고 한다.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탈시설을 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정말 머리로만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탈시설장애인당에서 제안한 정책은 수용하기로 하고, 추가로 의견을 드리기도 했다. 탈시설 이후에는 지역에서 비장애인과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하는데 저부터도 장애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모르겠더라.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공동체를 이루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비장애인 대상으로 필요한 거 같다고 제안했다. 좋다고들 하시더라(웃음).

진보당 송명숙 서울시장 후보 ⓒ투데이신문
진보당 송명숙 서울시장 후보 ⓒ투데이신문

시민의 삶 이야기에 감동받는 ‘좋은 시장’

Q. 청년 정치의 진입장벽이 여전한 가운데, 기성 정치인들과의 경쟁이 부담스럽진 않나.

경쟁이 부담스럽진 않다. 정치 환경이 어렵다고는 생각한다. 모 언론에서 ‘소수정당이라 방송토론도 못 나가고, 언론 노출도 잘 안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에 ‘1·2년 된 문제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말씀하시냐’고 답했다. 후보 활동을 하면서 시민분들께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다 똑같다’다. LH 사건으로 더 그렇게 느끼시는 듯하다. 다른 후보들이 여러 가지 선택지를 제안하고 있는데 그것을 언론에서 많이 다뤄주길 바란다. 제가 아니면, 진보당이 아니면 이런 선거를 통해 다뤄지지 않는 이야기가 많다. 기성 정치인이 하지 않는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이번 선거에서 눈여겨보는 후보가 있다면.

특정 후보는 없다. 특별히 한 후보를 꼽기보다는 여러 선택지가 있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시민들께서 많이 살펴주셨으면 좋겠다.

Q. 일각에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인물론에 빠져있다는 평가도 있는데.

선거제도가 정당에 투표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인물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다만 누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인물을 통해 정확히 전달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어떤 후보가 누굴 대변하는지 정확하게 얘기될 수 있다면 인물을 통해 정책도 표현될 수 있다. 인물을 통해 정책의 방향성과 지향성을 표현해야 하는데, 지금의 기득권은 똑같은 사람만 대변함으로써 정치 불신을 조장하고 혐오를 주장해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

Q. 승기를 잡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선거다. 어떻게 민심을 끌어낼 계획인가.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시민들 마음에 와닿는 방법이라는 걸 확인했다. 진보당의 무기는 당원이다. 전국에 7만명, 서울에만 1만명의 당원이 있다. 출마 준비를 하면서 우리 당원들이 없는 곳이 없다는 걸 알고 놀랐다. 마트, 택배, 요양보호시설, 건설현장 등 노동자 당원뿐만 아니라 각 지역별 노점상 당원, 대학생 당원, 청년 당원까지 서울 어디에나 우리 당원들이 있다. 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 단순히 표를 조직하는 것을 떠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정치의제화 하는 게 우리의 힘이다. 결국 이것이 표를 얻는 힘으로 이어질 것이다.

Q. 선거 승패 여부를 떠나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당선이라고 말하진 않겠다(웃음). 3%를 달성하고 싶다.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우선 득표율 3% 달성이다. 투표율에 따라 다르겠지만 15만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간 역대 서울시장 선거 중에 진보 정당이 3%를 넘긴 것은 고 노회찬 전 의원뿐이다. 3%가 마의 벽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깨보자는 마음이다. 또 진보당과 제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지지후보가 됐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합원 수가 20만명이다. 민주노총의 지지를 기반으로 노동자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함께 만들어 보길 기대하고 있다.

Q. 후보가 꿈꾸는 평등 서울, 그리고 서울시장은 어떤 모습인가.

일관되게 말하고 있지만 이전과 달라야 한다. 그동안에는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화려한 도시가 서울시 발전의 척도였다. 하지만 저는 이제 불이 좀 꺼졌으면 좋겠다. 언젠가 세탁물 배송 서비스 광고를 본 적 있는데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자기 전에 세탁물을 올려다 두면 가져다 드린다. 당신의 3시간을 찾아드린다. 그 시간동안 산책을, 운동을, 독서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또 어느 날인가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서 우연히 그 업체의 구인광고를 보게 됐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세탁할 사람을 찾고 있더라. 먼저 본 광고와 너무 달랐다. 세탁 서비스로 누군가는 3시간의 시간적 여유를 얻는 반면 누구는 밤새 빨래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필수노동은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필수노동이 아닌 일은 하는 노동자들은 밤에 편히 자고, 낮에는 일터에서 건강히 일할 수 있는 발전된 서울시가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삶의 현장에 계신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게 좋은 시장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선거 기간만 되면 정치인들이 하도 어묵을 먹어서, 얼마 전 저는 분식 노점상을 운영하는 당원을 도와 함께 판매를 해봤다. 그 당원께서는 25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해온 분이다. 일이 재밌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씀해 감동을 받았다. 이처럼 시민의 삶의 이야기에 감동받을 수 있는 게 좋은 정치인이자 좋은 시장의 모습이 아닐까.

다음은 진보당 송명숙 후보 지지호소 발언 전문.

안녕하세요,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 송명숙입니다.

저는 이번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강남 해체, 평등 서울’이라는 슬로건으로 출마를 하게 됐습니다.

모두가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지구가 둥글다’는 말처럼 무미건조하게 들립니다.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하면 제대로 된 방향과 근본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강남은 불평등을 상징하는 곳입니다. 70년대부터 부동산 불로소득의 상징이었고, 스카이캐슬로 대표되는 교육 불평등의 모델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강남을 욕망하고 있습니다. 강남 인접 지역의 정치인들은 우리도 강남 4구처럼 만들겠다고 말하면서 강남처럼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비강남 지역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남보다 더,’ ‘강남보다 어떻게’라고 이야기하면서 마치 강남이 비교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 강남처럼 사는 것, 강남처럼 되는 것이 잘 사는 것,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준, 새로운 규칙을 제시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이번 선거에서 열심히 뛰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세상이 주목하지 않았던 정말 많은 서울 시민들이 계십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죽어야만 보였던 택배 노동자분들, 그 외에도 건설 노동자, 요양보호사, 청년 노동자, 알바 노동자 굉장히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이상 묻히지 않도록 평범한 사람들이 존엄 있게, 존중받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 이번 선거 열심히 뛰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지지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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