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운동 유죄 선고 규탄 기자회견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운동 유죄 선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운동 유죄 선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 2015년 4월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행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두 활동가와 세월호 시국선언에 동참해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에 대해 최근 대법원이 유죄를 선고한데 대해 시민단체가 규탄하고 나섰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등 74개 단체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운동 유죄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폭력에는 눈감고 시민에게 책임을 전가한 대법원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3월 25일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장이었던 김혜진, 박래군 두 활동가의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등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했다.

또 지난 2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1형사부는 세월호참사 당시 시국선언에 참여한 강원지역 교사 6명의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판결했다.

이에 4·16연대 등은 사법부의 판단을 규탄하고 나섰다.

김혜진 활동가는 당사자 발언을 통해 “법원은 ‘당신들의 추모는 추모가 아닌 시위를 위한 사전집회였다’고 하지만, 우리의 추모는 세월호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고 우리의 애도는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라며 “순수한 추모는 존재할 수 없으며, 추모와 집회·시위는 결코 구분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이 인용한 고법 판결문에는 ‘집회와 시위는 법을 지키고 평화롭게 해야 한다’고 적혀 있지만, 그러려면 적어도 법과 질서가 공평하게 행사될 것이며 평화적으로 해도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으리라는 사회적 믿음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6중 차별을 미리 쳐서 우리의 목소리를 가두고 유가족을 향해 최루액 물대포를 쏜 경찰이 평화시위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사법적폐를 청산하지 못한 법원이 준법을 운운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월호집회는 반성하고 속죄해야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최루액 물대포를 맞으며 청와대로 향해야 했던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정부가 속죄하고 반성해야 한다”면서 “이번 판결의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다. 준법과 평화의 이름 아래 말할 권리를 빼앗기는 이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래군 활동가 역시 “세월호참사에 대해 당시 박근혜 정권이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전혀 모른 채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중형을 선고한 무책임한 판결”이라며 “당시 추모행동을 청와대와 경찰이 어떻게 막아왔는지, 시민들의 자유를 어떻게 가로막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몰지각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이 죄가 될 수 없고, 또 그 추모를 위해 문화제를 연 것이 죄가 될 수 없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 이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월호참사대응TF 서채완 변호사는 “1주기 문화제, 추모제의 주최자를 처벌하겠다는 대법원의 결론은 결국 세월호참사를 추모, 기억, 애도하기 위한 시민들의 행동을 범죄화하는 것”이라며 “이는 참사 피해자에 대한 존중을 저버린 것으로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법원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차벽설치, 최류액과 물대포 사용 등 위헌적인 행위로서 1주기 문화제, 추모제를 탄압한 공권력에 대한 평가는 판결에 고려되지 않았다”며 “부당한 공권력에 저항할 수밖에 없었던 시민들의 행동을 단순히 범죄로 취급하는 판결은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단원고 희생자 2학년 8반 지상준 학생의 어머니 강지은씨는 “참사의 피해자 권리를 위해 활동하신 분들에게 이런 중형을 선고한단 말인가”라며 “약자의 편에 서서 소리를 내고 손을 내미는 사람에게 이런 제약을 할 수 없도록 똑똑히 꾸짖어 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4·16연대 등은 “사법부의 논리는 ‘평화를 깨는 것은 옳지 않고, 시끄러워서도 안된다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계속 강조했던 ‘가만히 있으라’는 요구를 사법부는 법을 빌미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간 침묵했던 대법원이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데 왜 무고한 시민들이 또 다시 희생돼야 하는 것인가”라며 “이들이 아니었다면 도대체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한 발 내딛을 수 있었겠는가. 역사를 거스르는 작금의 상황에 분노한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행사에서 발생한 경찰폭력에 대한 사과와 함께 김혜진, 박래군 활동가와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의 권리 원상회복 등을 정부와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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