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 ⓒ투데이신문 조원식 기자
구술 증언록 <그날을 말하다> ⓒ투데이신문 조원식 기자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세월호참사 유가족들과 관련 단체들은 베일에 싸인 체 잊혀져 가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그간 부단히도 노력해왔다. 그들은 주저앉고 싶어도 주저앉지 못했다. 가슴속 깊은 곳에 맹세한 304명의 희생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직 진실을 밝히겠다는 심정만으로 그간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노력의 결과물, 세월호참사 구술 증언록 <그날을 말하다>가 7번째 봄을 맞아 세상에 공개됐다. 

세월호참사 구술 증언록 <그날을 말하다> 북 콘서트가 17일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안산시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4.16가족협의회, 4.16 기억저장소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는 1부 ‘안부를 묻다’와 2부 ‘스며들다’ 나눠  구술 기록 참여자들이 참석해 제작 과정 및 발간 소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그날을 말하다>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5년에 걸쳐 진행된 세월호참사 피해 구술증언 사업의 결과물이다. 참사 이후 7번째 맞는 봄, 7년 전 봄에서부터 우리는 얼마나 앞으로 나아갔는가를 묻는다.

피해자 가족 증언(88권), 민간잠수사(4권), 동거차도 주민(3권), 유가족활동단체(5권) 등의 증언을 총 100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동안 왜곡되고 알려지지 않았던 참사 발생 직후 팽목항과 진도, 바다에서의 초기 상황에 관한 중요한 증언과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의 시선이 가감 없이 기고돼 그 의미가 크다.

서울대학교 이현정 교수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조원식 기자

1부 ‘안부를 묻다’에서는 4.16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과 서울대학교 이현정 교수가 책을 펼쳐내는 여정동안 경험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풀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을 바다에서 데리고 오며 보고 느꼈던 아픈 기억들은 어떻게 보면 생각하기 싫은 기억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교훈 삼아서 우리가 뭘 해야 할 것인가 생각했다. 이번 구술 증언록에는 아프지만 그런 기억을 끄집어내고, 하나하나 자세히 구술하려고 노력했다. 책을 펴내는 동안 많이 아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사실에 기반을 둬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나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내용이 거짓으로 잘못 기록되거나 혹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빨리 보존을 해야 한다 생각했다. 구술증언을 수집하고 이것을 연구하는 행위는 일반시민들도 할 수 있고 연구자가 아닌 사람들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자가 참여함으로써 이 구슬증언록이 진실이고, 참여한 분들의 발언을 학문적이고 역사적인 권위를 부여하고자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간잠수사 김상우씨가 그간 겪어왔던 경험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조원식 기자

2부 ‘스며들다’에서는 4.16가족협의회 장동원 총괄팀장, 4.16기억저장소 윤영순 운영위원장, 민간잠수사 김상우씨, 2학년 6반 신호성 엄마 정부자씨, 원일중학교 신대광 교사, 민간활동가 김미숙씨가 각자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장 팀장은 “한번은 유가족들과 서울에 집회를 간 적이 있다. 가는 중에 제 딸(세월호참사 생존자)에게 전화가 오면 바로 전화를 끊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아이와 통화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2014년 4.16참사가 나고 나서 10월에 직장도 그만뒀다. 4.16참사는 견디지 못할 크나큰 충격이었고, 대한민국을 원망도 많이 했다. 지금 내가 버티고 살아가는 것은 아이들과의 약속이다. 다시는 어린아이들이 희생당하지 않는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세월호참사 당시 구조활동에 참여한 민간잠수사는 25명 정도 된다. 참사 이후 7년 동안 2명이 하늘나라로 갔다. 10명 정도는 여전히 잠수 일을 계속하지만 9명 정도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치료받고 잠수사 일은 못 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며 “그럼에도 구조활동에 참여한 내 선택이 틀렸다 생각하지 않는다. 가지 않았더라면 분명 더 큰 후회를 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북콘서트에 함께한 윤화성 안산시장은 세월호참사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은 안산시가 안전한 도시, 생명존중의 도시로 거듭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윤 시장은 “이 책은 향후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찾고 생명안전국가로 나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기록물이 될 것이다. 사랑하는 아이를 떠나보내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처절하게 싸워야만 했던 엄마, 아빠들의 생생한 구술증언과 기록활동을 통해 다시는 국민이 억울하게 희생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안산시를 안전한 도시 생명존중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끝내 고개를 떨군 시민 ⓒ투데이신문 조원식 기자

누군가의 어머니로서, 또 누군가의 아버지로서 한 땀씩 새겨진 활자에 이어 희생을 고발당한 잠수사들, 가려진 피해자인 동거차도의 주민들, 유가족 공동체가 만드는 세월호참사 이후 성장의 기록이 한데 모여 100권의 분량을 만들어냈다.

기록은 기억이자 힘이다. 세월호참사를 잊지 않고자, 그리고 기억하고자 모임 사람들이 묵묵히 그날의 아픈 기억들을 하나하나 기록한 <그날을 말하다>는 아직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밝히는 등불이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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