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거래소, 올해 1분기 암호화폐 2030신규 가입자 160만명
금융위 은성수 위원장 “암호화폐 내재가치 없어…투자자보호 글쎄”
암호화폐 투자자 “우리는 애가 아니다…일희일비 하지 않을 것”

암호화폐가 도대체 뭐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들어선 2021년. AI(인공지능) 기반의 새로운 신기술들이 일상에 적용되는 역사의 첫 줄에서 우리는 ‘암호화폐’라는 가상의 자산과 대면하고 있다.

이미 암호화폐는 지난 2017년 글로벌 시장을 휩쓴 바 있으나 그 때나 지금이나 이 존재에 대해 ‘무엇인지 알아도,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 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기는 뜨겁고, 몸집은 커져가고 있어 흥미를 끄는 건 사실이다.

2017년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열풍이 불었다. 다만 ‘얼마를 벌었다 더라’로 시작해 ‘얼마를 잃었다 더라’로 끝난 채 용두사미로 기록이 됐을 뿐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은 멈추지 않고 달린 보상으로 화려하게 귀환했고,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했다. 심지어 과거보다 더 큰 인기와 존재감을 뽐내며 우리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다.

왜 암호화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은 험난한 장기전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면밀하게 그 이유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는 미래가 우리에게 보내는 시그널이자 새로운 시대의 문, 어쩌면 그 반대의 경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암호화폐를 둘러싼 갈등과 가능성에 대해 그려 보고자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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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나는 아르바이트 소녀,/24시 편의점에서/열아홉 살 밤낮을 살지요/하루가 스물다섯 시간이면 좋겠지만/굳이 앞날을 계산할 필요는 없어요/이미 바코드로 찍혀 있는/바꿀 수 없는 앞날인 걸요/(중략)/가끔은 내가/아르바이트를 하러 이 세상에 온 것 같아요/엄마 아빠도 힘들게/엄마 아빠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 몰라요/아르바이트는/죽을 때까지만 하고 싶어요 -박후기 <아르바이트 소녀>

우리 주변에는 시 속의 아르바이트 소녀와 같은 2030세대들이 존재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돈으로 집 한 채 장만하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그러다 보니 오늘보다 더 부유한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삶과, 편안한 노후에 대한 희망은 포기할 수 없다. 가난한 청춘들의 ‘부’(富)에 대한 갈망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간절하며 전투적이기까지 한 이유다.

여기에는 ‘암호화폐’가 큰 도화선이 됐다. 변동성이 커 투자자 리스크도 상당한 단점도 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었다는 소식만으로도 젊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난 2017년 큰 열풍을 일으켰던 암호화폐는 대규모 폭락장을 겪으며 많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말부터 다시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2021년을 기점으로 화려하게 귀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일각에선 암호화폐 시장을 ‘투기’라 칭하지만, 어떤 이들은 ‘가능성’이라고 평가한다. 국내 금융업계도 암호화폐에 대한 평가가 여러 모양새로 갈리고 있어 향후 규제 및 제도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로선 이 암호화폐라는 가상 자산이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로 정착할 수 있을지, 한 낯 신기루에 불과한 존재로 나락할지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전 세계 금융 시장과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는 대한민국의 2030세대들이 암호화폐의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는지에 대해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암호화폐를 둘러싼 세대갈등과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2030세대, 암호화폐 가능성을 엿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일자리 전망 국민인식’을 조사,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응답자들 과반수인 53.2%는 올해 고용상황이 ‘매우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매우 개선될 것’이란 응답은 제로(0%)를 기록해 씁쓸함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20대 중 9.5%가 ‘암호화폐’를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꼽은 것이다. 이는 타 연령층인 30대(4.3%), 40대(9.4%), 50대(5.2%), 60대(3.2%)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치다.

실제 지난 21일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이 공개한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투자자 현황에서 2030세대들에게 불고 있는 암호화폐 열풍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권은희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암호화폐 계좌에 실명계좌를 연동한 이용자) 237만3435명 중 20대와 30대 비중은 각각 32.7%(81만6039명), 30.8%(76만8775명)로 파악됐다. 신규 투자자 10명 중 6명 이상이 2030세대로, 암호화폐 시장의 실질적인 엔진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40대와 50대는 각각 19.1%(47만5649명), 8.8%(21만9665명)로 그치며 세대 간 차이점을 보였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의 젊은 투자자들은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모이며 암호화폐 시장의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다.

<투데이신문>이 회원 수 70만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의 암호화폐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를 대상으로 하루 동안 유입된 2030세대의 회원 수를 확인한 결과, 일평균 1000여명(4월19일 기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4050세대는 같은 날 그 절반인 500여명선에 그치며 투자시장에 대한 관심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본보가 암호화폐 카페에서 만난 한 20대 투자자 회원은 “월급으로는 자산증식이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시작하게 됐다”라며 “같은 또래의 6명 정도의 지인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종이 지폐가 사라지고, 돈이 디지털화되면 암호화폐가 더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같은 암호화폐 카페 30대 투자자는 자산증식이라는 단순한 목적만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건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개발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투자를 시작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라며 “국내 금융당국이 실물 자산의 디지털화 등 전 세계적인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암호화폐 시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4050세대도 이들과 비슷한 이유를 밝혔다.

암호화폐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는 40대 투자자는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서 암호화폐에 투자하게 됐다”라며 “암호화폐 정보를 얻고 함께 공유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 50대 투자자의 경우 “주식만 해오다가 암호화폐에 관심이 생겨서 시작하게 됐는데, 투자 방법이나 차트 보는 법 등이 아직 서툴다”라며 “등락폭이 커서 겁이 나지만 버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 연령대를 불문하고 많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가능성과 정당성에 대해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투자 이유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가상 자산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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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인가, 투자인가…암호화폐, 과거와는 다르다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현재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국내 투자업계도 대형 투자자 유입 등으로 인한 시장 안정화 등 암호화폐의 긍정적인 신호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일찌감치 내고 있어 지난 2017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월 SK증권 한대훈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굴지의 테크기업과 금융기관의 수요 증가가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7년 열풍을 개인이 이끌었다면, 현재는 ‘기관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캐나다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고, 향후 실물형 ETF를 출시할 예정이며 페이팔(글로벌 간편결제업체)은 수탁 업체인 커브를 인수했다”라며 “애플과 넷플릭스의 시장 진출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향후 기관 투자자들의 시장 진출은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비트코인이 지난 2017년 급상승장에 이은 또 한 번의 급락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배경인 화폐가치 하락, 기관 투자자들의 시장 진출이 여전한 만큼 긍정적이다”라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의 분석대로 현재 테슬라, 뱅크오브뉴욕, 마스터카드, 비자카드, 블랙독,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 글로벌 금융기관, 자동차, IT 분야의 전세계 기업들은 비트코인에 투자하거나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된 보고서를 통해 15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공개하며 향후 전기차의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허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CNBC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테슬라는 24억8000만 달러(약 2조7600만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며 글로벌 기업 중 암호화폐 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뱅크오브뉴욕(BNY)은 대형 헤지펀드 스카이브리지캐피털과 손잡고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참여하는 한편 암호화폐 거래·입출금 서비스를 올해 안에 개시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밖에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도 가상 자산 결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비트코인 투자에 가세하며 비트코인 확대 신호탄을 쐈다.

미국 IT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지난해 8월부터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추가 매수를 이어가며 지난 2월 10억 달러 규모를 매수한 바 있다.

이밖에 게임회사 넥슨의 경우 지난 28일 비트코인 투자 행렬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넥슨코리아에 따르면 넥슨 일본법인은 총 1717개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매수 평균단가는 5만8226달러(약 6580만원)로, 이는 넥슨 전체 현금과 현금성 자산의 2% 미만에 해당한다.

국내서도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화를 꾸준히 전개해 나가고 있다. 전자결제대행(PG) 업체인 다날의 자회사 다날핀테크는 ‘페이코인’ 앱을 통해 전국 6만여개의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 대한블록체인조정협회가 시중은행 신용카드사에서 발행하는 실물 카드와 거래소 전자지갑에 있는 가상 자산을 연계 구동해 오프라인 생활에서 가상 자산을 사용하도록 하는 기술을 선보인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페이팔 및 자회사 벤모 등 간편결제서비스회사들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 및 결제 서비스 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등 향후 비트코인의 가치저장은 물론 지급결제 수단으로서의 위상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관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2017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며 그 가능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보고서도 추가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1월에 발표한 금융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 달러화 접근성이 크게 제약돼 있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자국 통화 가치에서 높은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는 중남미 아르헨티나 등의 중소기업들이 비트코인을 국제 교역 결제통화로 사용하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사 결과는 암호화폐가 실물 자산으로 전환되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2030세대들의 암호화폐 투자에 강한 신념을 단순히 ‘자산증식’을 위한 투기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암호화폐 관련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들 ⓒ네이버 화면 캡처
암호화폐 관련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들 ⓒ네이버 화면 캡처

‘은성수의 난’이 불러온 세대갈등…“우리가 ‘애’ 입니까”

암호화폐는 지폐나 동전과 다르게 실물이 없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공간에서 전자적인 형태로 존재하는데, 암호화폐의 대장주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화폐의 발행, 거래, 보안 등이 암호화 방식을 기반으로 해 암호화폐라고 불리기도 한다.

비트코인은 일본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에 의해 2009년 1월 세상에 처음 등장했으며 처음부터 ‘화폐’ 기능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했다. 개발자인 사토시는 ‘비트코인 백서’로 불리는 한 논문을 통해 비트코인을 ‘누구도 신뢰할 필요가 없는 완벽하게 분산화된 통화’라고 정의한 바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지난 2013년 처음 등장했으며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이다. 이 밖에 중소형 거래소들은 200~300여개로 추정되고 있다.

비트코인 외에도 현존하는 암호화폐는 약 8800개로 파악된다. 코인은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 비트코인 골드, 비트코인 캐시, 리플, 대시, 라이트코인, 모네로 등이 있는데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암호화폐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암호화폐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업계에서도 사실상 안정화 단계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당시 기관 투자자 거래량 비중은 2~3%대에 그쳤던 반면 현재는 16%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2월 말 기준 실명 인증 계좌 250만개 이상에 일일 거래액이 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되며 암호화폐 인기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당국은 암호화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금융위원회 은성수 위원장은 전날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가상 자산에 들어간 이들까지, 예컨대 그림을 사고파는 것까지 다 보호해야 될 대상이냐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라며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상화폐를 ‘투기성이 강하고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 자산’으로 규정하며 “가상 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등에관한법률)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을 받고 있는데 (신고 기한까지)만약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거래소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은 위원장의 발언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분노를 일으킴과 동시에 코인 가격의 폭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은 2018년에도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상기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 금지 법안 준비, 암호화폐 거래 사이트 폐쇄”등을 언급하면서 암호화폐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던 과거를 상기하며 ‘박성기의 난’에 이은 ‘은성수의 난’이라고 비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실제 은 위원장의 발언 이후 지난 24일 전날 오후 4시경 비트코인은 개당 5698만8000원에 거래되며 22일 종가 기준 약 13.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300만원 선이던 이더리움은 200만원, 최근 급등하며 인기를 끌었던 아로나와 토큰의 경우는 아예 반 토박이 나며 그야말로 ‘검은 금요일’을 기록했다. 물론 당시 미국의 ‘부자 증세’ 소식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시장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급락 폭만 본다면 국내가 2배 가까이 큰 셈이다.

심지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던 은 위원장의 발언은 이틀 후인 24일 실현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 실소유자의 불법 혐의가 알려졌고, 그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도 가중됐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실소유주가 코인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코인을 선 판매 후 실제로는 상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느낀 두려움은 분노로 뒤바뀌었고, 암호화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금융당국으로 그 화살이 쏟아졌다. 투자자들은 암호화폐에 대한 문제의 본질은 이러한 것들이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며 14만명(4월28일 기준)의 사람들에게 동의를 받았다.

자신이 30대 평범한 직장이라고 밝힌 국민청원 게시판의 게시자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 줘야 한다고 하셨죠?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되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금융당국이)가상화폐를 투기라며 그만둬야 한다고 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해줄 근거가 없다면서도 돈을 벌었으니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라며 “가상화폐 시장을 미술품과 비교한 은 위원장이 블록체인과 코인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 수준이 아직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4050세대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노동 소득을 투자해 쉽게 자산을 축적했지만 이제는 이것을 투기라며 2030에겐 기회조차 오지 못하도록 각종 규제들을 쏟아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암호화폐를 더 이상 투자나 투기로서 구분 짓는 것보다 향후 어떤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려대 경제학과 김진일 교수는 “향후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쓰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큰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화폐, 실물 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 등의 동의를 얻고 교환 매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치 프리미엄에 빠져있던 암호화폐 시세가 은 위원장의 발언으로 오히려 정상 궤도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금융당국, 투자자 보호는 지지부진·과세는 적극?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이 크게 논란이 된 후 5일 만인 지난 27일, 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가상 자산은 화폐나 금융자산이 아니다”라고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이어 예정대로 내년부터 가상 자산 소득에 대해 내년부터 과세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암호화폐나 가상화폐가 아닌 가상 자산이란 용어를 쓴다”라며 “가상 자산은 무형이지만 경제적 가치가 있으니 시장에서 거래가 되는 자산으로 화폐 개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 1월부터 기타소득으로 과세되는데, 가상 자산을 거래하면서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서는 조세 형평상 과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없다는 논지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정부가 암호화폐를 가치가 없는 투기성이 짙은 자산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암호화폐에 소득세 부과를 하려는 계획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투자자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부가 암호화폐를 무형의 가상 자산으로 정의했으니, 세금도 가상으로 내면 되는 것이냐”면서 모순된 논리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도 “그동안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마련에는 소극적인 채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흡수돼 돈을 벌 수 있도록 거래소를 무작위 하게 허용해 온 건 정부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B씨는 “그동안 시장을 방치해놓고 이제 와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며 돈을 걷어가려는데, 제도 마련부터 먼저 하라”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문제는 2017년 1차 열풍 이후 주요 쟁점으로 다뤄져왔다. 암호화폐가 고위험 자산으로 손실위험이 큰데다 제도권 밖에서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범죄 등 부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서는 지난 2015년 처음 암호화폐에 대한 가이드라인 없다는 점에 대해 문제 제기가 됐었다. 이후 정부 등 금융당국은 2016년 하반기 비트코인에 대한 제도 마련에 대한 첫 발표를 했지만 이후 별다른 규제 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비트코인 열풍이 불 때 블록체인 등 빅데이터 육성 2단계를 발표했을 뿐이다.

이에 금융업계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나 범죄 등 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현재 금융당국은 오히려 과도한 규제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논쟁에 휩싸인 상태다.

그러는 사이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 대다수는 자체 법인계좌로 투자자의 돈을 받아 원화 거래를 지원했고, 투자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정부와 금융당국의 방침대로 지난 2월 25일부터 암호화폐를 규율하는 ‘특금법’이 시행됐다. 국내 가상 자산 업계에도 변화가 예고된 것이다. 특금법이 시행되면 아무나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을 할 수 없고 거래 내역을 파악하기 어려운 다크코인 등의 취급은 전면 금지된다.

해당 법안에는 또한 현금을 입출금해 가상 자산을 사고파는 거래소는 은행과 연계한 입·출금 실명계좌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결국 금융당국의 조건에 맞춰 신고한 거래소만이 실질적으로 영업이 가능하게 된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는 현재 100여 곳으로 추정되는 가상 자산 거래소들 중 90% 이상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실명계좌 발급을 충족한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곳이다.

앞서 은성수 위원장이 경고한 대로 대부분의 거래소가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높고,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특금법이 가상화폐 사업자들의 자금 세탁·테러 자금 조달 행위를 막기 위한 내용인 만큼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세조작, 과도한 수수료 책정 등 불공정 행위로 인한 투자자 보호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지는 못했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200여개, 2월 기준으로 실명 인증 계좌만 250만개다. 이는 하루 거래량이 20조원 규모로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거래 규모를 웃도는 만큼 암호화폐의 실체를 임정하고, 금융자산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 오정근 회장은 “현재 암호화폐 거래량이 주식시장의 거래량을 넘어서고 있어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라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화를 위해 금융자산 선에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여전히 암호화폐 시장을 떠나지 않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2030세대들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장과 특금법 등 규제에 대해 비판을 하면서도, 한국 관료들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은 한정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본지가 만난 한 30대 투자자는 “우리는 ‘애’가 아니기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있고, 그만큼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더 이상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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