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혐오 문제제기가 된 GS25의 행사 포스터. 왼쪽부터 원본 포스터, 1차 수정포스터. 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남성혐오 문제제기가 된 GS25의 행사 포스터. 왼쪽부터 원본 포스터, 1차 수정포스터. <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최근 GS25의 홍보 포스터에 대해 ‘남성혐오’라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GS25의 ‘남성혐오’ 문제제기는 지난 1일 GS25가 자사 전용 모바일 앱에 게시한 캠핑 행사상품 구매 이벤트 홍보 포스터를 게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해당 포스터에는 ‘캠핑가자!’라는 문구와 함께 소시지를 집으려는 손모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손 모양의 그림이 문제가 됐습니다. 바로 지금은 사라진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상징과 닮았다는 것입니다.

또 해당 포스터에 쓰인 문구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감성캠핑 필수 아이템)’의 끝 글자가 메갈리아를 뜻하는 ‘megal(메갈)’을 거꾸로 쓴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이 같은 논란에 GS25는 포스터를 수정 게재했으나 첫 포스터에는 없던 달과 별 그림이 추가됐습니다. 이에 해당 그림이 서울대 페미니즘 동아리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의 마크와 비슷하다며 또다시 논란이 일었습니다.

논란이 일자 GS25는 지난 2일 “디자인 일부 도안이 고객님들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을 수렴해 디자인을 수정해 게시했다”면서 “앞으로 이벤트 이미지 제작과 문구에 오해가 없도록 더욱 세심한 검토와 주의를 기울여 준비하겠다”고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 역시 “논란 자체가 황당한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대응을 삼가고자 했으나 학내 커뮤니티에서 도를 지나치는 비난과 혐오적인 발언이 오가는 가운데, 사건과 무관한 학회원분들의 신상이 노출된다든지, 학회원분들께 비난이 가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현재 운영위 내부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의 해당 홍보물을 제작한 사람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전혀 없음을 확인했고, 달의 로고를 제작했던 분들도 이 일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해당 사건은 저희 단체와는 관련이 없는 해프닝에 불과하다”면서 “하지만 사건과 관련해 끊임없이 저희 모임이 언급되는 가운데, 학회원분들의 안전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며, 한편으로는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해명을 해야만 하는 지금의 상황이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메갈리아는 지난 2015년 생겨나 2017년 사라진 여성 커뮤니티입니다. 메갈리아는 ‘김치녀’ 등 당시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여성혐오적 단어들을 전복해 남성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미러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메갈리아의 로고는 흔히 ‘작음’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손모양입니다. 이는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조롱하는 의미로, 남성 커뮤니티 혹은 남성 단체 대화방 등에서 여성의 얼굴과 가슴 크기, 심지어 성기의 모양까지 평가 대상이 되며 조롱거리가 되는 것을 미러링한 것이죠.

GS25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후 세븐일레븐, CU 등 다른 편의점에도 번졌습니다. CU의 크림떡 홍보 포스터에서 떡을 집고 있는 손모양과 세븐일레븐이 미니츄러스 제품을 소개한 SNS 포스팅에서 과자를 집고 있는 손모양이 메갈리아의 로고와 닮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경찰 홍보물에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경찰의 퍼스널 모빌리티(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개정법령 홍보 카드뉴스에 메갈리아 로고와 같은 손모양이 사용됐다며 남성비하 홍보물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입니다.

이에 경찰청은 “해당 카드뉴스는 민간 홍보업체에 의뢰해 제작한 것”이라며 “해당 손모양은 카드뉴스 페이지를 넘기는 부분 등을 강조하기 위해 삽입된 것으로, 특정 단체와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 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 <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같은 문제제기는 홍보업계뿐만 아니라 웹툰계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인기 웹툰 ‘바른연애길잡이’는 작중 캐릭터가 ‘그러니까 조금만’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메갈리아의 상징과 유사한 손모양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작가가 메갈리안이다’라며 원색적인 비난 댓글과 별점 테러를 당했습니다.

또 ‘매우’, ‘무수히’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오조오억(五兆五億)’이나 음식을 급하게 먹는 소리를 나타내는 ‘허버허버’ 등 온라인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말들이 남성혐오 어휘라며 비난을 하기도 합니다. 여성 이용자가 많은 이른바 ‘여초’ 커뮤니티에서 해당 어휘를 많이 사용하며, 남성을 비난하는 글에서 사용된다는 이유입니다.

꾸준히 네이버 화요일 웹툰 1~2위를 차지하며 평균 별점 9.49점(4일 현재)을 기록한 ‘바른연애길잡이’는 평점을 고의적으로 낮게 매기는 ‘별점 테러’를 당해 3월 29일 연재분 별점 7.62, 4월 5일 연재분 별점 6.61, 4월 12일 연재분 뱔점 6.11을 기록했으며, 4월 19일 연재분은 별점 5.87을 기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바른연애길잡이’의 남수 작가는 “작품 속에서 성별 혐오가 나타난다는 의혹 중 어떤 것도 제작 시 의도한 의미와 합치하는 것이 없다”면서 “개별 성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혐오와 편견을 떨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문맥과 관계없이 다른 의미가 떠오를 수 있음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며 “작품을 즐기고 계시던 독자분들께 굉장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메갈리아가 과연 남성혐오 커뮤니티인가 하는 이야기는 차치하고,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메갈리아 로고와 같은 손모양을 사용하는 이들은 모두 메갈리안이 되고,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한국, 남자>의 저자 최태섭 문화평론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들의 행위에 대해 ‘트롤링(남을 화나게 해 관심을 끄는 행위)’라고 진단했습니다.

“그 중에는 정말 진지하게 믿고서 ‘숨은 메갈 찾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다수는 분풀이나 장난을 하는 것에 가깝죠. 그들의 목적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을 과시하는 거예요. 사실 이런 트롤링으로 뭔가가 과시되지는 않잖아요. 사람들을 화나게 하고 비웃음을 살 뿐인데, 문제는 그 자체를 자신들의 성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죠.”

최 평론가는 이들의 트롤링을 언론이 다루는 것이나 기업, 공공기관에서 이들의 부당한 문제제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이 같은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습니다.

“트롤링의 목적은 영향력과 효능감을 얻는 것인데, 이를 언론이 다뤄주는 것 자체가 그 사람들이 트롤링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에요. 언론도 언론이지만, 기업이나 경찰청에서 홍보물을 계속해서 수정하고 있잖아요. 사기업이야 그렇다 쳐도, 경찰청 같은 공공기관이 기업 CS(고객만족 서비스)센터처럼 반응한 거예요. 잘못된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쳐낼 수 있어야 하는데, 민원이 발생한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아 과잉대응을 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이런 식의 대응이 쌓이면 ‘이런 행위가 통한다’는 잘못된 사인을 주게 돼요. 사회가 이런 사인을 계속해서 보내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인터넷 게시판에서 낄낄대고 말 일이 언론을 통해 ‘논란’이 돼요. 논란이라는 말을 쓰는 순간 그 사안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프레이밍 되는 거죠. 트롤링이 정말로 심해진다면 언론이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악명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들의 명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종류의 대응을 하는 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대응을 한다면 범법행위에 대해서만 명확히 처벌하는 정도의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하는데, 자꾸 이슈를 키우는 방식으로 가니까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거죠.”

이들의 트롤링이 정말 합당한 문제제기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 대다수일 테죠.

말도 안 되는 문제제기가 사회적 현상이 되고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큰 방해요소가 됩니다. 한국 사회는 이미 ‘일베’와 같은 유사 사례를 겪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같은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반복되는 트롤링에 원동력을 주는, 잘못된 메시지가 아니라 부당한 문제제기가 이뤄지지 않도록 한국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최태섭 평론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언론이 이 사안을 다루는 것은 문제해결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기자도 그의 말에 공감했습니다. 기자의 이번 보도는 현상을 다루고 전문가의 의견을 전하는 기사입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를 다루고 보도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최 평론가의 지적은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그럼에도 기자는 이번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언론의 역할에 대한 그의 진단을 가감 없이 전하고 앞으로의 보도에 더욱 주의를 기하겠다는 생각에서입니다. 기자는 앞으로 젠더 이슈를 다루면서 그저 피상적인 현상보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접근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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