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시장, 가상세계 확대…대체불가능토큰 주목
전문가 “메타버스 성장…‘가상자산’ 시스템 개발 필요해”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모의실험 돌입, 암호화폐 전망 분분
글로벌 금융사 ‘메타버스’ 개발 착수…국내는 ‘걸음마’ 단계

암호화폐가 도대체 뭐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선 2021년. AI(인공지능) 기반의 새로운 신기술들이 일상에 적용되는 역사의 첫 줄에서 우리는 ‘암호화폐’라는 가상의 자산과 대면하고 있다.

이미 암호화폐는 지난 2017년 글로벌 시장을 휩쓴 바 있으나 그 때나 지금이나 이 존재에 대해 ‘무엇인지 알아도,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 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기는 뜨겁고, 몸집은 커져가고 있어 흥미를 끄는 건 사실이다.

2017년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열풍이 불었다. 다만 ‘얼마를 벌었다 더라’로 시작해 ‘얼마를 잃었다 더라’로 끝난 채 용두사미로 기록이 됐을 뿐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은 멈추지 않고 달린 보상으로 화려하게 귀환했고,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했다. 심지어 과거보다 더 큰 인기와 존재감을 뽐내며 우리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다.

왜 암호화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은 험난한 장기전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면밀하게 그 이유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는 미래가 우리에게 보내는 시그널이자 새로운 시대의 문, 어쩌면 그 반대의 경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지난 암호화폐를 둘러싼 갈등과 가능성에 대해 그려 보고자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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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온통 디스플레이로 덮여 있는 정체 모를 공간에 한 남자가 살고 있다. 남자의 하루는 디스플레이에 등장하는 닭의 울음으로 시작해 디스플레이 안의 영상을 의무적으로 시청하며 마무리된다. 디스플레이 공간에서는 의식주를 비롯, 자신의 의사결정 모두 오직 ‘사이버 머니’로만 가능하다. 사이버 머니는 매일 자전거 사이클을 타야만 적립된다. 그가 페달을 많이 밟을수록 디스플레이 공간을 운영할 수 있는 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사업서비스(OTT)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리즈1 ‘핫 샷’의 내용 중 일부다. 주인공이 가상의 자산을 이용해 일상을 영위하는 점은 어느 부분에선 우리의 현재와 닮아있고, 어쩌면 가까운 미래를 엿보는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현실 세계를 뜻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의 합성어인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가 우리 일상에 파고들고 있어 주목된다. 메타버스는 SF영화에서나 봤던 일들을 현실화 시키며 그야말로 ‘다른 세상’, ‘세컨드 라이프‘를 가능케 한다. 물론 핫 샷의 세상처럼 메타버스 안에도 사이버 머니, 가상의 자산이 필요하다. 

동국대 블록체인 연구센터장인 박성진 교수는 이미 메타버스 세상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정부가 암호화폐를 하루빨리 인정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라면서 말이다.   

박 교수는 “메타버스 세상에는 필연적으로 가상의 돈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암호화폐”라며 “현재 글로벌 비지니스와 생태계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산업을 확대하고 가상화폐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를 투기라고 주장하는 세력들은 특히 가상의 자산에 대한 실체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인공지능(AI)도 실체가 없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암호화폐 시장, 그 자체가 실체다” 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암호화폐에 대한 실체 존재유무, 투기 논란을 떠나 시장 자체를 놓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코인 시그널] 마지막 편은 메타버스를 대면하기에 앞서, 다소 낯설 수 있는 가상 자산에 대해 살펴보고 ‘암호화폐의 가능성과 한계‘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메타버스의 현실화…진화한 암호화폐, NFT가 뜬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달 20일 발간한 ‘메타버스 비긴즈’ 보고서에서는 메타버스를 ‘초월, 그 이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 또는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진 3차원 가상세계라고 정의한다. 메타버스 안에는 아바타로 구현된 개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게임이나 문화생활을 즐기며 심지어 경제활동도 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용어는 1992년 미국 SF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Snow Crash)’라는 소설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소설 속 인간들은 아바타가 돼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메타버스에서 활동한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이지만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를 체험해본 적이 있다. 1998년에 데뷔한 사이버 가수 ‘아담’이 대표적인 예다. 아담은 당시 무려 20만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했고 광고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3개월만에 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2021년 현재 메타버스는 한층 더 고차원적인 가상세계로 발전했다.

전 세계적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대표적이다. 로블록스는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프로그래밍하고, 다른 사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길 수 있어 미국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세계 안에서는 유저들과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고, 여러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로벅스라는 가상의 화폐를 통해 아이템 구매가 가능하다.

미국의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55%가 로블록스에 가입했으며, 누적 플레이 타임이 306억 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간 활성 이용자는 1억5000만명에 달하며 하루에만 4000만명의 이용자가 로블록스 플랫폼에 접속하고 있다.

국내서도 메타버스 세계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의 경우 최근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하고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기반 가상 자산 플랫폼인 ‘코빗타운’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사용자는 코빗타운을 통해 자신의 아바타로 가상 자산 선물하기, 다른 사용자와 채팅하기 등 소셜 커뮤니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코빗은 회원 700명을 대상으로 해당 서비스를 시험한 뒤 정식적으로 해당서비스를 게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은 오는 2025년 기준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현재의 6배 이상인 2800억 달러, 우리 돈 314조5800억원으로 전망한 바 있어 메타버스 시장이 향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한편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현실화됨에 따라 암호화폐에 이어 대체불가능토큰(NFT, Non-Funglible Token)의 존재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NFT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하나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는 토큰을 의미한다. NFT는 토큰 1개 당 가치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유명인의 예술작품이나 게임 내 한정판 아이템, 가상공간의 아바타 등 희소성 있는 상품을 블록체인 상 토큰화할 때 활용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그동안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한 실체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것에 주목하며 NFT가 무형의 가상 자산을 현실화 시킬 중요한 마중물 역할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NFT는 위조·변조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영구 보존하고 소유권을 탈중앙화한 형태로 확인할 수 있어 가상세계에서 NFT가 보편화되면 현실 세계에서도 새로운 금융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증권 한대훈 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가 성장할수록 가상세계에서 여러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는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 세계의 룰이 필요하다”라며 “그 중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바로 NFT”라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지난 3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분 분량의 음성 게시물을 NFT로 팔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같은 달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NFT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사업과 더불어 NFT 발행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9일, 많은 이들의 추억과 흑역사를 안고 운영 중지됐던 싸이월드가 홈페이지 접속 재개로 부활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자체 가상 자산을 발행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싸이월드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홈페이지 등을 위해 결재하고 모았던 ‘도토리’라는 자산을 NFT로 바꾸고, NFT를 대형 게임사와 호환하는 등 생태계를 확장한 메타버스 버전의 싸이월드도 함께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달 게임빌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 자산 플랫폼에 대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목표로 국내 3대 가상 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원에 312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게임빌을 필두로 메타버스 시장의 게임회사 진출은 본격화 되고 있는 추세다.

뿐만 아니다. 블록체인 및 디지털 에셋 기업 ‘데프’도 메타버스와 NFT가 결합된 ‘가상세계 제이알 월드(JR WORLD)의 토지거래를 시작해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 가상의 플랫폼에는 총 21만2121개의 토지에 전 세계 유명도시 11곳, 21개의 이동 포털, 47개의 컨텐츠 빌더가 만들어지게 된다. 각 토지는 소유권이 NFT로 인증되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부동산 자산이다.

메타버스 시대 준비하는 글로벌 시장…암호화폐 제도권안으로

메타버스 시대가 이제 막 도래하며 새로운 형태의 가상 자산의 발행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은 이미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발판으로 암호화폐를 제도권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본격화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에 발표한 ‘크립토 이코노미 태동하는 생태계’ 보고서를 통해 2018년 암호화폐가 투기적 목적이 큰 하나의 자산군으로서 유명세를 탔다면 현재 비트코인은 탈 중앙화를 위한 하나의 시스템이자 생태계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발표한 의견서에서 향후 미국 은행들이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 망을 통해 정식 결제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은행들이 직접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들로 글로벌 시장 내에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상당수 기업들이 재무상태표(B/S)에서 Cash대신 비트코인을 편입하거나 중개업체들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암호화폐를 직접 투자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트코인이 생태계의 구심점이 되는 통화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투자증권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가상 자산 관련 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을 이뤄낼 것으로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비트코인은 생태계의 구심점이 되는 통화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는 은행이 이더리움(ETH)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려면 수수료를 내기 위해서라도 이더리움을 직접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미국 은행에서 앞으로 송금을 토큰으로 보내겠다고 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그 송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관련 시스템을 갖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가상 자산 시장 규모가 커지고 블록체인 기술이 각광을 받으면서 기존 금융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내다봤다. 큰 변화로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도입 △코인을 활용한 빅테크 생태계 확장 △가상 자산 투자를 위한 관련 서비스 발전을 꼽았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김상규 책임연구원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필연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향후 블록체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고 와 투자자 보호 및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국대 법학과 김범준 교수는 지난 3월 발표한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상 자산의 법제화 방안’ 논문에서 “해외 주요국에서는 가상 자산을 기능별로 분류하고 있다”라며 “증권 및 주식 등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 증권형 토큰의 경우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기존 규제에 포섭하고, 주로 화폐의 역할을 수행하는 유틸리티 토큰 및 거래용 토큰에는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의 경우 법적 근거 마련보다 후속조치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내는) 해킹, 개인정보유출, 투자사기 등 실제 이용자의 피해가 발생하자 가상 자산 공개(ICO) 전면금지, 거래실명제 도입,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제시 등과 같은 후속조치를 취한다”라며 “가상자산에 대한 선제적인 규제정비가 아닌 사후적 정책 대응으로 인해 실제 거래에서 이용자들은 적절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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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 자산 현주소…‘메타버스’·‘디지털 화폐’ 한 발짝 멀리

지난달 22일 금융위원회 은성수 위원장의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발언 이후 잠시 주춤했던 암호화폐 시장은 빠르게 회복세를 타며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로이터 등의 주요 외신들은 자산운용회사 코인쉐어의 자료를 분석하고 5월 첫째 주 암호화폐 자산으로 유입된 금액이 4억8900만 달러, 한화로 약 5506억원(5월 5일 기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2월 이후 최대 금액이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비트코인을 선택했으며, 비트코인으로 유입된 금액은 우리 돈으로 약 4973억원으로 파악됐다.

다만 정부가 가상 자산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디지털 화폐(CBDC)’ 도입을 위한 모의실험에 들어간다고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CBDC란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를 의미한다. 가격이 계속 변하는 비트코인과 달리 변동성 없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현금처럼 지급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디지털 통화 가운데 CBDC가 화폐 기능 측면에서 가장 탁월해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화폐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CBDC가 발행돼도 암호화폐 시장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수석 체탄 아이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인민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이 CBDC 발행에 속도를 내면서 이 CBDC가 비트코인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라면서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자산들은 각각 다른 용도가 있는 만큼 CBDC 시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은행의 CBDC 모의실험은 오는 6월부터 내년 1월까지 진행되며 CBDC 상용화가 아닌 가상 환경에서 CBDC의 제조부터 발행, 유통, 환수 과정을 거쳐 자체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CBDC발행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향후 암호화폐 및 가상 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중앙은행 CBDC 발행 및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국제기구 및 각국 규제당국의 규제·감독·감시 원칙 제정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의 조사 결과 65개국 중앙은행의 86%는 이미 CBDC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중 14%는 실제개발 및 시범 운영에 착수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과 달리 한국은행은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해 “급하지 않다”라는 입장이다. 이미 지급결제시스템이 상당히 선진화돼 있어 현시점에서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지급수단으로서 현금에 대한 선호도가 낮지 않고, 금융 포용 수준도 높으며, 지급 서비스 시장이 비교적 잘 발달돼 있다는 점에서 가까운 시일 내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2월 가상 경제 선도를 목표로 한 가상 융합경제 관련 ‘3대 전략’과 ‘12대 추진과제’를 발표하며 글로벌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발맞춰 국내 가상 융합경제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 5일 메타버스 산업 발전과 생태계 육성 방안을 논의할 ‘메타버스 작업반’ 활동 시작을 알렸다.

메타버스 작업반은 혁신성장전략회의(경제부총리 주재) 산하 ‘신산업 전략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5개 작업반 가운데 하나다.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20명의 부처 담당자와 전문가로 구성됐다.

다만 이 마저도 글로벌 경제 시장과의 속도전에서 한 발짝 늦은 모양새다. 이미 글로벌 선도 금융사는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 오프라인 업무와 온라인 연계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그룹 신석영 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메타버스의 부상과 금융업의 변화’ 보고서를 통해 “캐나다 TD은행은 VIP 고객이 지점에서 투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 AR 기기를 통해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시각화해 효과적인 오프라인 투자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 캐피털 원(Capital One)은 AR 기반의 자동차 대출 앱을 개발, 이용자가 앱으로 실물 자동차를 찍으면 해당 차량에 필요한 대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씨티은행은 트레이더 전용 AR 분석기를 개발해 오프라인 자료의 디지털화를 비롯 원격으로 팀원 간 의사소통에 활용하고 있으며, 홍콩 상하이은행(HSBC)은 싱가포르 등 주요 거점에 디지털 융복합 금융 점포인 디지털 허브(Digital Hub)를 설치해 메타버스 시대에 최적화된 디지털 점포를 운영 중이다”라며, 가상 화폐를 매개로 한 가상 경제와 오프라인 경제의 연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쇼핑, 공연, 교육 등 오프라인의 다양한 영역에서 메타버스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어 향후 메타버스 콘텐츠에 대한 구매·결제 같은 메타버스 금융 서비스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가치가 유형자산이나 국가 경제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거래를 알고리즘의 보안성에 기반해 금융자산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국내서도 암호화폐 시장의 확대의 본질적인 문제를 인정함과 동시에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동국대 블록체인 연구센터 박성준 교수는 “현재 가상화폐 시장이 사실상 방치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정부는) 이 암호화폐 시장을 어떻게 사회에 정착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오정근 원장 또한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특징은 암호화폐 관련 입법을 도입하지 않고 과세를 매기는 등 규제로 인해 급등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라면서 “경제가 디지털화되면 암호화폐 시장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라고 전망했다.

자본시장연구소 황세운 박사는 “암호화폐 시장이 대단히 어려운 영역”이라면서도 “주식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보고 암호화폐 시장으로 많이 유입됐고, 앞으로 많은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상화폐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 기능이 존재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가상 자산에 대한 시스템 개발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시장 수용성 부족과 거래 시스템의 확신성 부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한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동서대 경영학과 김홍배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가상 자산 비트코인은 화폐인가, 자산인가?’ 논문을 통해 “선진국의 발 빠른 가상 자산 입법, 과세 방침, 거버넌스 구축에 비해 우리나라는 투기적 거래와 자본유출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비트코인의 불확실성과 결합돼 지지부진한 상황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해외에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경제와 결합하고 발전하고 있다“라고 평가하며 “(해외에서는) 산업, 미디어, 그리고 정치가에 의해 많은 관심과 혁신적인 사례들이 나오고 있고 자산 포트폴리오에 가상화폐를 편입시키는 투자자에게는 전통자산과는 다른 매력과 관심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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