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비대면 거래 확대 영향…IT인재 채용 집중
“금융 허리 사라진다…은행, 사회적 책임 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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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정작 채용문은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업계에서는 디지털금융으로 전환 등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결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반면 일각에선 은행권이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에 신입이 없다“ 점점 줄어드는 채용규모

11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국민·신한·하나·우리·씨티·농협은행 등에서 받은 채용 실적·계획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이들 은행들이 채용한 신입 직원은 한 명도 없었고 경력직만 일부 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4명) △씨티은행(4명) △국민은행(9명) △하나은행(16명)에서 경력직 총 33명만이 은행문을 열었다.

올해 채용 계획도 불투명하다. NH농협은행만 유일하게 신입 채용 인원을 340명으로 계획하고 있고, 나머지 은행사들은 향후 채용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거나 미정이다. 은행권에서 채용을 했거나 뽑힐 예정인 예상 인원인 373명으로, 지난해 채용된 1376명 대비 25%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은행별 신·경력 채용은 △우리은행(신입 192명, 경력 16명) △한국씨티은행(신입 2명, 경력 39명) △하나은행(신입 70명, 경력 182명) △NH농협은행(신입 437명, 경력 0명) △신한은행(신입 100명, 경력 69명) △국민은행(신입 188명, 경력 81명)으로 진행됐으며 신입 989명, 경력 387명으로 총 1376명이다.

결국 각 은행들이 추가 채용 계획을 결정짓지 못한다면 올해 채용 규모는 지난해 대비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의 채용 규모는 최근 몇 년간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은행권에서 채용된 전체 인원은 지난 2017년 2447명에서 △2018년 3530명 △2019년 2625명 △2020년 1376명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 업계에서는 채용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한편으론 방역 강화 조치로 인해 집단 채용 절차를 운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채용 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A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경제가 좋지 않아서 은행뿐만 아니라 기업들 대부분이 채용인원을 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은행권이 경제적 타격을 입고 채용 축소를 감행했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한 6886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의 5894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지난해 4분기보다 188.7%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656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며 하나은행 또한 1분기 연결 당기순이익이 575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76%가 증가했다. 농협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한 4097억원을 기록했다.

ⓒ윤창현 의원실
ⓒ윤창현 의원실

몸집 줄이는 은행, 디지털 인력 대체 집중

은행업계에서는 은행권의 채용 감소는 비대면 거래 확대로 인한 오프라인 점포 축소와 디지털 금융으로의 체질 전환을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은행권은 코로나19 확대 이전 시절부터 수년째 점포 축소 등을 추진하며 몸집을 줄여왔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국내은행 점포 운영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 점포 수는 전년보다 304개가 줄어든 총 6405개였다. 이는 2017년(312개↓) 이후 가장 많은 점포가 감소한 것이다.

올해도 은행들은 점포 폐쇄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월 20개의 점포를 중단한데 이어 오는 7월 28개점을 폐쇄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또한 지난달까지 영업점 6곳을 줄인데 이어 오는 8월에 13개 영업점을 추가로 폐쇄한다. 하나은행은 다음 달 16개의 지점 및 출장소를 폐쇄할 예정이며, 우리은행은 오는 7월 19개 영업점이 문을 닫을 예정으로 앞서 폐쇄된 지점을 포함해 총 22개 지점이 사라진다.

점포 축소는 곧 기존 직원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각 사 공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만7896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2017년(6만457명)보다 2561명이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 직원은 1293명으로 제일 크게 감소했으며 이어 국민은행 625명, 우리은행 475명, 신한은행 168명이 줄었다.

다만 은행권은 채용 대상을 디지털 인력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채용 방식 또한 공채 대신 필요할 때 바로 인력을 수급할 수 있는 수시채용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4월부터 디지털 정보통신기술(ICT) 수시채용을 진행을 진행 중이며 우리은행은 최근 공채 대신 채용 피해자 구제방안 일환으로 빅데이터사업부, 디지털 제휴·신사업 등 전문가 20명을 채용했다. 또 ‘온(On)택트 해커톤 대회’를 실시, 우수 개발팀을 은행 전문직으로의 채용을 추진 중이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영업활동이 비대면 업무로 전환되면서 단순 업무를 보는 직원들을 뽑는 비중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반면 AI(인공지능)나 디지털 관련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직원들의 채용은 꾸준히 늘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책임 필요

다만 채용 환경에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절대적 채용 규모가 줄면서 은행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은행권이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하면서 인원이 줄고 있는 것을 이해한다”라면서도 “다만 인력 채용에 대한 계획마저 세우지 않고 있다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청년실업이 높은 만큼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은행권의 고용지표도 경영 평가에 반영하는 등 개선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 또한 “비대면 거래 확대로 인해 인력 유치가 어려울 것”이라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은행권이 채용계획마저 세워두고 있지 않는다면 앞으로 5년 안에 금융권의 인원은 확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이는 우리나라 금융권의 허리가 끊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은행권이 상·하반기에 나눠서 채용하되 청년실업 해소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청년 할당제 등 은행권이 의무적으로 고용활동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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