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업비트’ 차례로 시스템 사고…투자자 “잦은 오류에도 조치 미흡”
암호화폐에 소극적인 금융당국, ‘주무부처 부재’ 속 투자자 보호 공백
거래소 ‘손해배상책임’ 규정 마련 필요…투자자 ‘입증책임’도 완화해야

지난 11일에 발생한 매매지연 사태에 따른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과 업비트의 공지사항 ⓒ각 사 홈페이지 화면 캡처
지난 11일에 발생한 매매지연 사태에 따른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과 업비트의 공지사항 ⓒ각 사 홈페이지 화면 캡처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과 업비트에서 매매 지연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에 대한 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 지난 11일 새벽 5시경 화면 오류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수 분 동안 급 등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5시 이전 빗썸 화명상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7200만원 안팎에 머물렀지만 해당 오류로 오전 5시 8분경 7797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오전 6시 8분까지 그래프가 뚝 끊기며 다시 7100만원대로 내려왔다.

빗썸 측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 홈페이지에 “현재 접속 및 주문량 폭증으로 인해 매매 주문 시 체결 지연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라고 공지한데 이어 5시 51분쯤 “사이트 내 메인 화면 시세, 변동률, 차트 표기 오류 현상이 발생해 현재 긴급 조치 중”이라고 알린 뒤 거래 정상화를 알렸다.

빗썸은 지난 5일과 7일에도 비슷한 내용의 공지를 함으로서 이달에만 3번째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거래 주문이 급증하면서 주문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체결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라며 “앞으로 고객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10시 경 또 다른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도 거래소 시세 화면의 숫자가 멈추는 등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업비트는 사고 발생 직후 ‘긴급 서버 점검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를 띄우고 “시세표기 중단 문제가 확인돼 긴급 서버 점검을 진행한다”라고 알린데 이어 한 시간 뒤 거래가 정상 재개 됐다고 전했다.

방치된 투자자들, 암호화폐 시장 향한 불안감 커져 

이번 암호화폐 거래소 매매지연 사태와 관련해 양 사는 약관 내 피해보상 정책에 따라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보상하고,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빗썸 관계자는 보상 문제 등과 관련해 “고객보호를 위해 약관 내 피해보상 등의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라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는 거래소의 일시적인 트래픽 폭증으로 발생한 사안이라 사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업비트는 지난 13일 서비스 오류와 관련해 투자자 손해 보상 정책에 따라 검토 및 보상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7년 론칭 이후 일시적으로 발생한 서비스 장애 및 거래량 과다로 발생한 매매 장애에 대한 보상 등 총 2397건에 대해 지금까지 31억원을 지급했던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선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불신과 함께 시장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투자 관련 온라인커뮤니티 카페의 한 투자자는 빗썸의 대책에 대해 “매매지연이 분기별로 반복되고 있음에도 대책 마련은커녕 손해를 본 투자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업비트의 보상대책과 관련해 또 다른 투자자는 “투자자들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보상과는 거리가 먼 현실성 없는 기준이다”라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밖에도 많은 투자자들은 “정부가 세금을 매기기 전 투자자 보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 것 아니냐”, “보상이나 투자자 보호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어 답답하다”라고 성토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암호화폐 거래소의 매매지연 사태와 관련해 거래소의 책임 있는 태도와 함께 투자자 보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려대 경영학과 이한상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하루 거래 대금이 코스피 거래 대금을 간단히 초과하는 1,2위의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잠깐 동안 장중 화면이 멈추고 거래가 먹통이 되냐”라며 “거래소들이 해명을 구체적으로 하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달 초(5월 7일 기준)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의 하루 거래대금은 44조97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날 코스닥 거래대금 8조3295억원, 코스피 거래대금 14조8144억원의 각각 5배,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번 매매지연 사태에 앞서 지난달 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시스템 장애로 매매에 문제가 생겨도 책임지지 않는다’라는 등의 불공정 약관이 있는지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불공정 약관의 개선으로 투자자 보호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정위가 암호화폐 열풍이 불던 지난 2017년에 거래소 15곳의 약관법 및 전자상거래법 등 위반 여부를 조사해 거래소 11곳의 약관이 개선된 바 있지만 시스템 문제와 관련한 투자자 보호는 여전히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국회입법조사처

주무부처 지정 필요…자본시장법 준하는 처벌 근거 마련해야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0일 ‘가상자산 관련 투기 억제 및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에 대한 공백이 결국 관련 부처들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은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 거래 안정화와 거래 활성화를 위한 법률이 미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특히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가상자산을 화폐, 통화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함에 따라 ‘규제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규제보호·대상 및 그 내용을 명확히 시장에 제시하기 위해 관계 부처 간 조율의 체계화를 위한 정부 컨트롤 타워 구축 또는 주무부처 지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물론 정치권과 금융권이 암호화폐 시장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첫 발의한데 이어 같은 당 김병욱 의원도 발의 준비에 나섰으며,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과 권은희 의원 등도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법안에는 가상자산의 정의규정을 포함해 가상자산 관련 인가, 거래 과정 및 이용자 보호 의무 등 전반적인 관리감독을 금융위원회에 맡긴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어떠한 방법으로 규제를 입법화하든 현행 법률과의 충돌이 없도록 유의해야 하며 무분별한 투기를 막고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입법목적이 충실이 담겨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거래소의 영업행위를 전반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가상자산산업발전법(가칭)’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단국대 법학과 김범준 교수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는 물론 이를 제도권 내로 포섭해 이용자 보호 및 거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지금까지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관련 범죄를 방지하는 등 후속조치에 초점을 맞춰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관련 법제의 공백으로 소외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암호화폐 거래소의 영업행위 준수사항을 금융소비자보호법상의 주요 내용을 바탕으로 마련해 기존 해킹이나 가상자산 도난 등에 투자자의 몫으로 미뤄졌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등 거래소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암호화폐 거래소 및 투자시장에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처벌 근거를 마련해 범죄와 사고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해야 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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