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김치프리미엄 악용·자금 세탁 적극 방지
금융당국, 은행권 불법 해외송금 부문 검사 실시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 전광판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비트코인 처분 소식에 급락했던 가상화폐 시세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 전광판ⓒ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국내 5대 은행들이 암호화폐(가상자산) 관련 환치기(불법 외환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외국인의 해외송금 한도 제한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18일 외국인 등 비거주자의 비대면 채널을 통한 30일간 누적 해외송금액이 1만달러를 초과할 경우 비대면 송금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비대면 채널은 KB개인인터넷뱅킹, KB스타뱅킹, 리브 등이 포함되며 시행예정일은 오는 21일이다.

KB국민은행은 비대면 해외송금에 대한 연간 및 하루 1만달러 상한만 제한해 왔다. 동일인 수취인 한도도 3개월 기준 누적 송금액 5만달러로 운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기에 한 달 제한을 신설한 것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송금 사유 및 목적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비대면 채널의 특성을 감안해 자금세탁이 의심되거나, 편법·위법 소지가 있는 송금거래를 방지하고자 월간 해외송금 한도 제한을 추가로 시행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에 앞서 국내 주요 은행인 신한·하나·우리·농협 등은 이미 비대면 해외 송금 월 한도 제도를 강화해 나가고 있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28일부터 비대면 채널인 인터넷뱅킹, 쏠(SOL), 쏠 글로벌을 이용, 월간 누적 송금액이 1만 달러 초과 시 이에 대한 증빙서류 확인 절차를 시행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및 비거주자 해외 송금 거래 시 외국환거래규정 위반 및 자금 세탁, 유사 수신, 다단계 사기, 보이스피싱 편취 자금의 해외 반출 등에 따른 고객 피해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19일부터 비대면으로 중국에 송금할 수 있는 ‘은력퀵송금 다이렉트 해외송금’에 월 1만 달러 한도를 신설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해외송금 플랫폼 ‘하나이지(EZ)’의 송금 한도를 월 1만 달러로 낮췄으며, 농협은행도 지난 11일 외국인 및 비거주자의 비대면 해외송금 거래 시 한도를 월 1만 달러로 제한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거래소의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 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의 악용을 차단하고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은행권에서는 일부 외국인, 비거주자들이 김치 프리미엄을 악용, 해외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구입한 후 국내에 비싸게 팔아 차액을 남기는 행위가 급증하고 이 과정에서 자금세탁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은행권의 우려대로 최근 가상화폐 거래로 의심되는 해외송금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거주자와 비거주자가 지난 4월 1일부터 13일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통해 중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9759만7000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월평균 송금액 929만3000달러의 10배, 지난 3월 송금액 1350만4000달러의 7배다.

은행권의 이 같은 조치가 지난 3월부터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정된 특금법에서는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를 통제해야 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외환 담당 부서장급과 비대면 회의를 통해 은행권에 현행 자금세탁방지 관련 제도 내에서 내부 통제 강화를 지속적으로 주문해 왔다.

금융감독원은 내주부터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의 송금과 관련한 실태 조사를 진행하며 불법 외국환거래 여부를 살핀다는 방침이다. 가상화폐를 포함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사례를 포함해 은행의 검증 책임 등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다.

다만 정부나 금융당국 등이 뚜렷한 기준을 세우지 않은 채 은행에게만 과도한 책임을 지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가상화폐와 관련된 불법 거래를 잡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라며 “기존에는 분할송금이나 차명송금 등으로 불법 거래를 들여다봤다면 암호화폐의 경우 이와 관련된 불법 거래의 증빙 기준이 뚜렷하지 않고 절차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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