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전산장애 반복…오픈뱅킹 전산량 급증 요인
“핀테크 활성화…다양한 전산사고 대비한 대책 필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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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국내 시중 은행들이 비대면 시장을 확대하면서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관련된 전산장애는 지속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고객 피해 방지를 위한 은행권 자체 노력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 강화 및 소비자 구제를 위한 책임 기준 마련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28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이 운영하는 인터넷·모바일뱅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산장애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보 확인 결과 올 1월부터 현재까지(5월 28기준) 인터넷·모바일뱅킹 서비스 관련 등 전산장애가 발생한 국내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IBK기업은행)의 사고는 총 6건에 이른다.

올해 발생한 주요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경우 공식집계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총 2건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다. 바로 지난달 모바일 앱인 KB스타뱅킹과 인터넷뱅킹에서 접속이 지연된데 이어 이달 21일에도 KB스타뱅킹에도 2시간가량 접속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해 고객의 원성을 샀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 후 점검 과정에서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1월 15일에 많은 양의 트래픽을 순간적으로 일으켜 서버를 마비시키는 디도스 공격으로 1시간 30분가량 장애가 발생됐다. 같은 달 25일에는 소상공인 대출 신청접수를 하던 모바일뱅킹 앱 ‘솔(SOL)’의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1월 25일에 발생한 접속지연만을 전산장애로 공식 인정했다.

우리은행은 1월 2일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인 ‘우리WON뱅킹’과 인터넷뱅킹이 회선 문제를 일으키며 약 2시간가량 접속이 지연됐다.

기업은행에서도 지난 2월 15일 인터넷 뱅킹과 앱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자정 전후 정기 점검 이후 온라인 서비스에서 먹통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먹통 현상은 같은 날 오전 6시까지 지속되다가 해결됐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전산장애로 인한 것이 아닌, 점검시간이 늦어진 것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은행권, ‘아직 고객 재산 피해 없어’…소비자 불만은 커져

“툭하면 접속 불가! 기술력이 부족한가”, “급하게 송금해야 하는데 계속 먹통이다”

“오류로 한 시간째 기다리는 중…책임지지 않을 거면 시스템 개선이라도 해라

“사고나면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는 물론, IT전문가 확보 및 서비스 구축에 대한 부담 등 금융권의 낡은 보신주에 의한 결과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앱 리뷰 등에는 반복되는 시스템 장애와 관련해 이같은 불만글이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 기술에 대한 불신과 은행의 안일한 대처 등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업계에서는 잇따른 전산장애 요인을 ‘일시적으로 늘어난 접속량’으로 지목하고 있다. 다만 전산장애 발생 시 빠른 복구는 물론 고객의 재산피해도 발생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내세우며 요인보다 결과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접속량이 증가할 때 인터넷·모바일뱅킹이 다운되는 현상이 생기고 있는데 전산장애로 인한 고객의 재산 손실은 없었으며 고객의 금융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은행마다 이중삼중으로 준비돼 있다”라며 “향후 서버 확충을 증설하는 등 조금씩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관계자 역시 “비대면 금융에 맞춰 은행업계가 서버 확충을 계속 하고 있다”라며 “완벽하게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예측할 수 없는 장애가 생길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은행권이 전산장애로 요인으로 지목한 ‘일시적인 접속량 증가’ 가능성이 높은 날은 지난 1월 25일뿐이었다. 이날 신한은행은 소상공인 대상 대출 신청으로 접속량이 증가하면서 접속지연 등 전산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나머지 은행에서 발생한 전산장애의 요인은 디도스 공격, 정기점검 후 접속지연 등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은행권이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두고 있는 만큼 전산장애가 생길 때마다 ‘빠른 복구’를 내세우며 미봉책으로만 끝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국 국장은 “은행권의 전산장애는 접속량 증가 등 어떠한 경우든지 발생되지 않도록 시스템 정비를 해야 되는 문제”라며 “인터넷·모바일 뱅킹 수요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은행도 점포와 채용을 줄이는 대신 서버증설 등에 조금이라도 더 투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산장애 요인 점점 다양해져…관련 제도 보완 요구 솔솔

이와 함께 은행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업계의 전산장애에 대한 제재를 전자금융거래법(제39조)에 근거해 적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8년 우리은행이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전산오류가 발생했고 같은 해 디도스 공격에 대한 대처도 미흡했다고 판단해 기관경고를 내린 후 각각 5000만원,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이후 은행의 전산장애 관련한 추가 징계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어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한 규제를 소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특히 전산장애 사전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관리 감독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금융위가 공개한 ‘제13차 금융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처분 등 의결안에 대해 한 위원은 “‘일단, 알아서 금융회사에서 열심히 해라, 그런데 문제가 나면 나중에 제재 하겠다’라는 식의 시스템으로 결과책임을 묻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 보안사고 같은 경우에는 사건이 대형사고로 벌어지기 때문에 사전감독과 예방이 중요하다”라며 “감독기준 규정을 보다 구체화 시켜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금융회사와 피해자 간 입증책임에 관한 문제 등 제도개선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의 전산장애는 그 요인과 피해 유형이 다양하다”라며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로부터 전산 장애 요인과 피해상황 등에 대한 정기점검을 실시하고 조치를 취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자금융감독규정 상 금융사의 전산 시스템 성능관리 및 비상대책 등 기준이 포함돼 있으며 매년 인터넷·모바일 뱅킹과 관련한 예산 및 인력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은행권의 전산장애는 선제적 예방과 제도개선 문제 외에도 소비자 피해 구제 대책 마련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도 전산장애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를 위한 보상책을 마련해 뒀지만 이마저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전산장애로 인해 가장 많은 소비 피해 분쟁이 발생했던 증권사들은 금융 투자상품 매매 과정에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과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의 전산장애가 발생하면 고객이 금전적 피해를 입은 경우 전화 기록 또는 전산 로그기록이 있는 주문 건에 한해 보상을 실시한다. 다만 증권사 별로 보상절차가 다르고 그 기준도 복잡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만큼 보상받을 가능성이 낮아 민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은행의 경우 고객이 직접 매매를 하는 증권사의 MTS, HTS와 다른 시스템이기 때문에 전산장애가 발생하더라도 고객이 금전적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가 드물어 소비자 구제 기준 마련에 대한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모바일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하는 만큼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전산장애와 관련한 책임 소재는 분명히 해야한다는 주장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고려대 법무대학원 강영기 겸임교수는 “금융이 핀테크와 결합해 활성화 될 경우 지금보다 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대비해 은행에서는 자구책 마련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 구제 및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산장애로 인한 고객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고객 입장에서는 지연되는 시간 동안 금전적으로 상정할 수 없는 피해를 본 것이나 다름없다”며 “은행업계는 자율 규제 수준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전산장애로 인해 실추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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