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과거 세월호 방명록 문구와 유사
불매 vs 찬양…정치 이슈에 갈리는 대중 반응
신세계그룹 “상용 표현…확대 해석 말아달라”

좌측부터 지난 25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게시물, 지난 2017년 4월 16일 대선 후보 시절 경기도 안산 단원구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방명록을 남기는 문재인 대통령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추모 문구와 유사한 음식 감상평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로 인해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개인 인스타그램에 가재 등 음식 사진을 업로드하며 ‘미안하다, 고맙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 사이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관련 발언을 따라 했다며 정 부회장이 정치 성향을 드러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이 과거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팽목항을 찾아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천만 촛불이 됐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작성한 방명록과 문구가 유사하다는 의견이다. 당시 사고로 아이들이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이어 28일 올라온 게시물로 인해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정 부회장은 소고기 사진을 올리며 “너희들이 우리 입맛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언급했다. 해당 문구는 2016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세월호 분향소에서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썼던 것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잇따른 논란에 대중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보배드림’ 등에서는 이마트와 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사 제품을 불매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앞으로 이마트·신세계 백화점만 이용하겠다, 정용진 부회장님 너무너무 멋지다”며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안이 커지자 정 부회장은 ‘미안하다, 고맙다’ 라는 표현을 ‘진짜 맛나게 먹었다, 고맙다’로 일부 수정했다. 아울러 30일 올린 음식 사진에는 ‘thank_you, jang_eo’라고 기재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65만명에 육박하는 정 부회장의 SNS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비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판매 제품을 완판시키는 등 긍정적 마케팅 효과도 있었지만 사소한 말 한마디로 인한 구설수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프로야구팀 SSG랜더스의 구단주인 그는 지난달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를 통해 야구팬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키움히어로즈 구단을 향한 욕설과 함께 “발라버리고 싶다”는 발언으로 이슈가 됐다. 당시 해당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극명히 갈린 바 있다.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야구판이 더 재미있어졌다는 반응과 예의가 없어 보인다는 반응이 공존했다.

최근에는 SNS에 샥스핀(상어지느러미찜) 요리를 알렸다가 동물학대 재료를 사용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 25일 정 부회장은 새로 개장한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의 중식당 ‘더그레이트홍연’에서 판매하는 샥스핀 음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샥스핀은 잔인한 어획 방식 탓에 일부 국가에선 유통·판매를 금지하고 있고 하얏트 등 주요 글로벌 호텔들에서도 샥스핀 요리는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앞선 논란과 달리 이번 ‘미안하다, 고맙다’ 발언의 경우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신세계그룹은 해당 사안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억측’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입장을 내놨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미안하다, 고맙다’는 최근 SNS 음식 관련 글에서 자주 등장하는 등 통상적인 표현으로 본다”며 “이를 어떤 의도를 갖고 사용했다거나 정치적 프레임에 맞춰 확대 해석하는 일부 의견들은 억측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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