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지난해 금융노조 한국기업데이터지부는 당시 송병선 대표의 채용비리 및 인사보복 의혹을 근거로 퇴진을 촉구했다. 채용비리 의혹은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지부는 기획재정부 출신인 송 대표의 낙하산 인사와 노조탄압을 주장하며 연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2018년 한국기업데이터 대표 자리를 맡고 3년의 임기를 채운 송 대표는 실제 연임에 대한 의지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낙마 했고, 기획재정부 출신 이호동 대표이사가 지난 4월 새롭게 부임했다. 이와 함께 한국기업데이터의 내부 분위기도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신임 대표 취임 한 달도 안 돼 직장내 괴롭힘 의혹을 받는 인물이 인사부장으로 임명됐다는 주장이 복수노조로부터 터져 나왔다. 한국기업데이터에는 기존부터 운영을 이어왔던 금융노조 산하 한국기업데이터지부가 있고, 지난해 7월 한국기업데이터노조가 새롭게 설립됐다.  

한국기업데이터노조는 “신임 대표 취임 2주 만에 폭행‧폭언 등으로 조사받는 직원을 인사부장에 앉혀 논란이 됐다. 대표이사가 직접 피해자들을 불러 사실 여부를 추궁하는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라며 “가해자가 인사부장이고 피해자들은 추가 피해를 걱정하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정치인 출신 감사는 사건을 별일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주의’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 하려 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고 실제 한국기업데이터는 합동감사팀의 조사 결과 특별감사를 진행할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데이터 관계자는 “감사 청구 이후 한달 동안 조사가 이뤄졌고 합동감사팀에서 특별감사를 진행할 정도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라며 “대신 사실관계가 확인된 일부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직장내 괴롭힘 의혹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기업데이터에서는 또 다시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기업데이터노조는 사실상 청와대에서 대표를 임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을 비판하며, 금융위원회 은성수 위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있는 기재부 출신 인물이 낙하산으로 내려왔다고 지적했다. 

기자는 지난 1년간 일련의 상황들을 지켜보며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과 경영진의 위법성 의혹, 그리고 부당한 인사 등 개별적인 사안에 초점을 맞춰 취재를 진행했다. 사내 정치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사정이며 그 기준에 따라 취재를 선별하면 실제로 억울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묻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로서는 한국기업데이터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각 주장들의 실체적 진실을 떠나 몇 가지 핵심을 추려보면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3년마다 친 정부 성향의 인물이 낙하산으로 내려오고, 다시 이에 따른 측근인사로 임원들이 물갈이 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두 노조 모두, 대상은 다르지만 회사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동일하게 지적했던 지점이다.  

한국기업데이터는 지난 2005년 신용사회 기반 구축을 통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국가 시책의 일환으로, 정책 금융기관과 국내은행이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이후 2012년 민영화가 결정되면서 공공기관의 지분을 줄이고 시중은행의 지분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이 이뤄졌다. 

2020년 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기업데이터의 지분은 신용보증기금이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보증기금, 기업‧산업‧국민‧신한‧우리‧농협‧하나은행이 각각 8.96%를 갖고 있다. 여전히 공공기관과 국책은행의 지분 보유율이 41.88%에 이른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데이터의 대표 선임 과정에서는 정부의 측근 및 낙하산 인사에 대한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대주주인 신용보증기금 소속 인물이 대표 자리에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매번 난무하고, 실제 기재부 출신 인사가 연달아 대표가 됐다.  

결국 한국기업데이터는 정치 및 관료인사를 배제하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모두가 납득할만한 대표 선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데이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조직의 물갈이는 대표와 임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책임자 급에 있는 직원들 역시 대표가 바뀌면 한직으로 밀려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 내부 갈등의 봉합을 위해서도 조직과 업무의 전문성을 위해서도 이 같은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정권의 지도부가 바뀔 때마다 논공행상이나 친분에 기댄 보은 성격의 대표 선임이 이뤄진다면, 혹은 그런 의혹의 빌미를 줄 수 있는 인물들이 자리를 차지한다면, 반대파의 낙하산 논란도 계속될 수밖에 없고 회사의 인사발령도 매번 정치적으로 변질 될 수밖에 없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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