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할당제 폐지가 무색한 상황 전개
반페미니즘 운동 통해 지지 얻어낸 이준석
2030대 남성 기반으로 세대교체 돌풍 이끌어
여성이 장악한 국민의힘, 반페미니즘은 과연
젠더 갈등, 내년 대선 최대 이슈로 급부상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는 ‘여성할당제’ 폐지를 주장해왔다.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반페미니즘을 선언한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30대 트럼프’라는 말을 할 정도다. 그런 이 대표이기 때문에 당 대표가 되면 반페미니즘 정책을 구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풍당당’이다. 최고위원에 3명의 여성이 진입했고, 이 대표의 인사에도 여풍이 불고 있다. 다만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여성할당제 폐지’와 맞물려 또 다른 젠더 갈등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4.7 재보선 이후 20대 남성을 정치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이대남’이라고 불렀고, 왜 ‘이대남’ 현상이 발생했는지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20대 남성들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이대남 현상의 선봉장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가 나섰다. 이 대표는 각종 언론 등을 통해 왜 이대남 현상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페미니즘이 얼마나 위험한 사상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 대표에 도전했다.

반페미니즘이 불러온 세대교체 현상

물론 이 대표는 그 이전에도 각종 언론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왔다. 하지만 최근 이렇게 집중조명을 받은 것은 ‘반페미니즘’을 선언하고 나서이다.

핵심 공약으로 ‘여성할당제’ 폐지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2030대 남성들이 이 대표를 적극 지지하기 시작했다. 이는 세대교체 열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온 ‘남존여비’ 사상을 깨부수기 위해 ‘페미니즘’이 나왔지만 그것이 2030대 남성들에게는 족쇄가 되고 피해를 발생하게 되면서 2030대 남성들은 ‘반페미니즘’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일간베스트’ 등 여성혐오로 극단적인 표출이 이뤄지기도 하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지만 ‘반페미니즘’은 2030대 남성들을 관통하면서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이 쌓여갔다.

특히 여성 정책을 입안하는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기성세대를 갈아치우는 이른바 세대교체 열풍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이준석 현상으로 대변되고 있다. 2030대 남성들이 반페미니즘으로 인한 기성세대를 교체하는 세대교체 열망이 끓어올랐고, 평소 정치권에 불만이 있었던 다른 계층의 유권자들도 덩달아 정치권 세대교체 열망에 부응하면서 이준석 현상은 더욱 커지게 됐으며, 결국 36세 당 대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제 당 대표가 됐기 때문에 이 대표로서도 ‘여성할당제 폐지’ 공약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여성할당제 폐지 무색하게 만들어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를 살펴보면 여성할당제 폐지 공약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5명의 최고위원 중에 3명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조수진, 배현진 그리고 정미경 등이 최고위원이 됐고, 남성은 김재원, 김용태 등이다.

수석 대변인에는 초선의 황보승희 의원이 내정됐다. 지명직 최고위원도 여성 전문가로 영입하겠다고 이 대표가 이미 공언했다.

정책위의장이나 여의도연구원장 후보로는 윤희숙 의원이 거론되고 있으며 토론 배틀 형식으로 선발될 대변인 두 자리에도 ‘여성’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여성할당제 폐지를 주장했지만 실제로 여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젠더 갈등을 통해 2030대 남성의 지지를 받았던 이 대표의 파격 행보에 2030대 남성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물론 ‘뽑고 나니 여성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별’ 아닌 ‘능력’ 위주였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2030대 남성들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갈지에 대한 평가는 다르다.

반페미니즘을 내세워서 당선되더니 하루 사이에 돌변했다는 식의 평가도 있을 수 있고,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을 수 있다.

결국 이 대표는 여성할당제 폐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성할당제 폐지를 내세워서 2030대 남성의 지지를 받고, 그것을 발판으로 당 대표까지 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여풍당당, 할당제 폐지 가능할까

다만 앞서 언급한대로 국민의힘은 이미 여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그 어떤 정당도 이처럼 여성이 전면에 대거 배치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할당제 폐지 정책을 구사하기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성할당제 폐지를 내세우려고 한다면 여성 최고위원들이나 여성 정책위의장에 막힐 것으로 예측된다.

2030남성들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싶어도 양성평등 원칙을 내세우는 여성 당직자들 앞에서 이 대표는 아무런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반페미니즘을 내세워 지금의 당 대표가 됐지만 그 반페미니즘을 당분간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2030대 남성들은 이 대표에게 내년 대선 기간 동안 그동안 지지했던 것에 대한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을 이 대표가 대권 주자들의 공약 속에 어떤 식으로 녹여낼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갈등을 조장해서 당 대표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선 기간 동안 젠더 갈등은 이 대표에게는 또 다른 숙제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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