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은 연일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의 게시물 속 일거수 일투족은 모두 화제의 중심에 있는 만큼, 그가 공유한 작은 일상까지도 화려하게 언론을 장식하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올린 게시물 역시 화제를 모았다. 바로 ‘구단주’ 시리즈 포스터다. 이미지 속 주류에는 정 부회장의 얼굴로 추정되는 그림과 함께 ‘구단주(GUDANJU)’라는 브랜드가 새겨졌다. 이는 정 부회장이 야구단 SSG랜더스의 구단주를 맡고 있는 만큼 그의 이미지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제품이 진짜 출시되느냐, 사 먹고 싶다는 등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며 그의 게시물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는 SNS를 활용한 소통경영의 순기능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 구단주 포스터는 다른 의미로도 눈길을 끌었다. 와인과 맥주 등 여러 가지 술 중 구단주 맥주 옆에는 같은 음의 한자가 표기됐는데, 여기에 제대로 된 한자가 아닌 엉뚱한 오타가 들어간 것이다. 

해당 맥주 패키지 디자인에는 구단의 주인이라는 문맥 특성상 ‘主(주인 주)’자가 들어가거나 브랜드에 동음이의어를 활용한다면 ‘酒(술 주)’자가 들어가야 하지만, 어쩐 일인지 ‘酉(닭 유)’자가 표기됐다.

결국 한자로만 보면 ‘구단주’라는 맥주 이름은 구단의 닭(?)인 ‘구단유’가 돼버린 꼴이 됐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개인 SNS를 통해 “구단주 맥주를 구단유 맥주로 표기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 부회장이나 담당 디자이너가 한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그룹 측은 가상의 콘셉트인 구단주 브랜드는 신세계푸드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만든 시안이며, 오타는 단순 실수라는 입장을 전했다.

최근 유통가 포스터는 남성 혐오 등 디자이너의 의도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으로 불매까지 이어지는 등 홍역을 앓고 있다. 물론 이 경우와는 사안이 다를 뿐더러, 구단주 맥주는 시판 제품이 아닌 가상 제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주인’이나 ‘술’이라는 글자 대신 동물의 일종인 ‘닭’이라는 뜻의 한자가 표기된 구단주 맥주 패키지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 대중의 관심을 끌거나 오해를 살 가능성이 존재한다. 결국 이 때문에 사소한 오타에도 ‘뭔가 다른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된다면 억측일까.

구단주 맥주의 작다면 작은 오타가 유난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정 부회장을 둘러싼 잇따른 구설 탓도 있을 것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4월 음성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키움히어로즈를 다 발라버리고 싶다’고 하거나 최근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달린 성인 광고에 ‘난 아니다 XX아’라는 답변을 남기는 등 비속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5일과 26일에는 인스타그램에 물고기와 가재 등 식자재 사진을 올리면서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글을 써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방명록 글을 조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해당 게시물은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지며 일부 누리꾼들은 불매 운동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마트 주주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정 부회장에게 “불매운동을 조장하는 이 같은 행위는 오너 리스크다, SNS를 멈춰달라”는 항의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혹자는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행보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찔한 ‘폭탄’에 비유하곤 한다. 때때로 즉흥적인 감정 표현으로 인해 보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한다는 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는 정 부회장의 SNS 활동에서 정작 중요한 것들이 결여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대중과의 소통 창구로 작용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게시물을 최소한의 점검 없이 업로드하고, 관심을 끄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다. 

물론 이번 오류는 ‘술 주’자에서 삼수변이 빠진 단순 오타 해프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빈축을 살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구단주 맥주 게시물이 정식 제품 소개는 아니었다 한들, 정 부회장의 얼굴과 지위를 달고 있는 제품에서 오타가 발견된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CEO의 영향력이 강하면 강한 만큼 그의 한 마디에 불매 운동이 촉발되고, 사안에 따라 주주가치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시대다. 실제로 그룹 경영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직접 투자에 나선 주주들에게서 나오는 반응이기도 하다. 

소비자와 친근하게 교류하는 정 부회장의 마케팅은 아무나 시도할 수 없는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다소 즉흥적인 의견 표출 등 신중함이 부족해 생기는 불필요한 오해가 빈번했던 만큼, 이제는 그 수위나 방향에 있어 소통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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