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국철거민협의회 이호승 대표·홍동희 법학박사
사용‧준공검사, 사용승인 및 토지강제수용권한 LH에 집중
군사정권이 만든 시세차익을 위한 개발 방식 이어온 집단
정치인, 공무원과 유착관계 형성해 개발정보 및 이익 공유
“LH 해체 없이 조직 개편만으로는 부동산 투기 근절 어려워”
개발은 주민 복리증진 위한 것, 헌법 지키며 권리 보장해야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올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제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 7000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의혹을 발표했다. 

이후 LH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부동산 투기 욕망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LH가 토목세력과 결탁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해온 원흉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인들이 지역구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개발 공약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LH와 깊은 유착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정치인과 공무원, 공기업으로 유대관계가 형성되면서 개발정보 역시 공유됐고 국토 개발이 LH를 중심으로한 유착세력의 이익을 위해 유린됐다는 날선 지적도 함께 나왔다. 

특히 전국철거민협의회 이호승 대표는 LH가 과거 군사정권 시절 사유재산을 강탈하며 권력의 배를 불렸던 개발방식의 폐해를 답습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그는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제기되기 전부터 LH 해체를 주장해왔다. 

또 홍동희 법학박사는 LH의 설립 자체에 위법적 성격이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사용검사, 준공검사, 사용승인 권한은 물론 토지수용권한에 이르기까지 상위법에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채, 국가가 아닌 기관인 LH에 이를 위임한 출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홍 박사 역시 수년 전부터 LH 해체 운동에 몸 담아 왔다. 

<투데이신문>은 LH 해체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장하는 이 대표와 홍 박사를 만나, LH가 추진하는 개발의 문제점과 한국사회에 미친 부작용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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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희 법학박사(왼)와 전철협 이호승 대표 ⓒ투데이신문

무소불위의 권한 집중된 LH

Q. 두 분이 LH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 또는 계기가 궁금하다. 

이호승(이하 이): 분당에 살다가 1989년 1기 신도시가 추진되면서 LH의 전신인 토지공사의 존재를 알게됐다. 그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총칼 없이 주민들을 강제 이주 시키는 조직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당시 680여만평의 땅을 6개월도 안 돼서 토지공사가 강제수용을 했다. 토지주들은 보상가에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곳으로 가서 지낼 수 있었지만 전체 세대의 70%를 차지하는 세입자들은 갈 데가 없었다. 정부는 서민주거안정을 말하면서 신도시 건설을 추진했는데 앞뒤가 맞지 않았다. 당시 주민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이러한 실체들을 알게 됐다. 

홍동희(이하 홍): 저는 2013년 경 판교에서 LH직원이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월세로 거주했다. 당시 2년 계약이 끝나고 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LH직원이 부하직원을 대동해 나타나 집을 샅샅이 조사했다. 하자 조사를 한 거다. 그 집은 이미 7~8년 된 집이었는데 하자조사를 해서 제게 책임을 전가 하더라. 저도 공공기관 공직자로서 그런 행태를 두고 볼 수 없었고, 도대체 LH직원이 어떤 사고방식으로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LH는 법적 근거부터 구조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집단이었고 이후 LH해체 운동을 시작했다. 

Q. 먼저 홍 박사님은 LH가 가진 주요 권한들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사용검사, 준공검사, 사용승인 권한이 LH에 모두 위임돼 있다. 그게 사실은 LH가 국민을 궁지로 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도시계획 재개발 관련 법령은 5~6가지 이상 된다. 그런데 토지 주택 건설건축은 지역단위로 일어나기 때문에 준공권한은 지자체장에게 위임했다. 이 위임된 권한을 다른 곳에 또 위임할 때는 위임의 근거 법률에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상위 5개 법에 대한 검토 없이 LH법 하나에 전문 한 줄을 집어넣으면서 준공검사 승인을 LH가 행사한다고 제정했다. 입법적으로 황당한 일이다.

또 하나 심각한 권한은 토지강제 수용권한이다. 토지와 주택에 대한 대물강제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대인강제가 불법적으로 자행된다. 거주하는 사람을 끄집어내야 하는 행위가 수반되는데 이건 철저히 불법이다. 이밖에 대물강제는 행정대집행법이 규율한다. 행정대집행법에서는 국가나 지자체만이 물건에 대해서 강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대집행법 속에는 단 한 줄도 LH에 대물강제권한을 준다는 내용이 없다. 마찬가지로 LH공사법에다가 대물강제 권한을 LH가 행사한다고 날치기로 집어넣은 것이다. 

Q. 토지강제수용 권한은 국가가 국민에게 위임받은 폭력이니, 정부가 아닌 공기업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의미인가.

홍: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사안은 국가나 지자체가 직접 행사해야 한다. 국가나 지자체가 아닌 자에게 행정권한을 줄 때는 단순사실인 행적작용, 기술적인 행정작용 등만 주도록 돼 있는데 한국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권한을 제3의 기관에 위임했다. LH는 국가가 아니다. 국가라는 것은 공무원 조직을 말하는 것이다. 공무원 업무의 일부를 그냥 줘 버린 것이고 당연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 

Q. LH의 권한이 다시 출자 법인에 위탁되며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홍: LH가 경주, 동탄, 화성, 판교, 충주 등 전국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추진 회사를 만들었다. 대략 추산해도 50여개가 넘는다. 여기에는 LH의 지분이 절반정도 들어가고 나머지에는 자본금을 가진 민간 기업이 참여한다. 또 이 과정에서 별도의 자산관리 회사를 만들기도 한다. PF에서 자산관리를 겸해도 되는데 굳이 별도의 회사를 또 만든다.  

LH가 출자를 한 PF가 사업에 응모하면 다 통과된다. 또 이 PF회사들이나 자산관리회사들은 LH직원들이 재취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철저히 악용된다. LH의 임원들이 출자 지분이 있는 곳에 낙하산으로 내려가고 임원이 아니더라도 직원급의 재취업이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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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협 이호승 대표 ⓒ투데이신문

군사정권 개발 방식 폐해 답습

Q. LH에는 왜 과도한 권한이 집중 된 것인가

이: 전두환 정권에서 1980년 12월 31일 택지개발촉진법(이하 택촉법)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강제철거집행법이라든지, 토지수용법, 용도변경권, 준공검사까지 사후 시행처가 맡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사후 시행처가 나중에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쳐진 LH가 된다. 이 같은 권한이 집중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민의 가치와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군인들이 위원장을 맡고 어용학자들을 내세워 법을 제정했다. 

결국 지금까지 이어지는 개발 관행은 군사문화의 잔재라고 볼 수 있다. 군인은 총과 칼로 땅을 점령하는 집단이고 토지공사는 총칼 없이 남의 땅, 개인 땅을 강제로 수용했다. 지금도 LH는 마음먹으면 토지와 주택을 강제로 수용할 수 있고 저평가된 보상을 해줄 수 있고, 협의가 안 되면 철거할 수 있다. 

Q. 군사정권이 무리하게 권한을 집중 시키면서 토지 개발에 나섰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박정희 정권 때부터 정부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 부동산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게 강남개발이었다. 부동산 투기의 역사는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졌고 군사정권에서 토지주택, 주택공사를 만들어 고착화 시켰다. 당시 부동산 투기를 정부가 나서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기업에 특혜를 주면서 이익을 배분했다. 전두환 정권 때는 기업이 나서는 걸 막고 개인이 투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국토를 난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여론이 좋지 않자 노태우 정권은 공공이익을 내세우면서 직접 대대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Q. 결국 군사정권 개발 방식 자체가 시세차익을 위한 것이었고, 현재 부동산 투기의 원인이 됐다는 것인가. 

이: 그렇다. 군사정권으로 인해 개발의 본질이 왜곡됐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라면 개발지역에 사는 모든 분들이 재산권 침해를 받지 않고 삶의 질이 떨어져서도 안 된다. 하지만 사업 시행처와 시공사의 이익만을 위해 개발이 추진됐고 그 정신을 LH가 유지하고 있다. 땅값 집값을 올리면서 차익을 보는 개발방식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가령 논과 밭을 활용해 택지개발을 할 때, 100만평이라고 하면 주거지는 3~7% 밖에 안 된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토지 보상은 이뤄지지 않는다. 개발지역의 가치를 LH 또는 조합이 사실상 독점한다. 이후 논과 밭으로 싼 값에 매입한 땅을 택지로 용도 변경하면 차익이 보통 10배 가량 발생한다. 이런 식으로 LH가 특정 지역을 개발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떼돈을 번다. 여기에 일반 건설사들이 또 이윤을 남긴다. 이것이 부동산 폭등의 원인이다. 이 같은 개발 방식의 폐해가 LH에서 민간기업으로 또 재개발‧재건축 조합으로 이어지고 있다. 

Q. 전근대적인 법조항들이 오늘날에도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홍: 국회의원들이 LH에 뒷배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회기반 시설을 비롯한 모든 개발 사업은 지역단위로 추진된다. 지역구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지역단위의 공약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LH의 협력을 얻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대게 공약이라는 것이 토지주택건설이나 사회기반시설 유치 등인데 LH와 국회의원은 결국 한 몸이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 뿐만이 아니다. LH를 중심으로 지방의원 공무원, LH의 출자기업의 관계자들과 그 가족들의 수를 추산하면, 이해관계에 엮일 가능성이 있는 집단의 수가 9만명을 넘어선다. 

이: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권력을 잡는데,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의 입장차가 예외 없이 발생한다. 야당일 때는 두 당 모두 택촉법을 없애는 한편, 적자기업인 LH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비판하지만, 여당이 되면 입장을 번복한다. 집권 후에는 택촉법을 유지하려 하고 LH 역시 공익사업을 위해 보전금을 주면서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권력을 가진 집권세력일 때 LH의 정보와 수익을 곶감 빼먹듯이 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이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홍동희 법학박사

홍동희 법학박사 ⓒ투데이신문

LH가 없어도 국토·택지 개발은 가능하다

Q. 정부가 이달 초 내놓은 LH 개혁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홍: 조직의 구성원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실효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LH의 현재 직원이 1만명 정도 되는데 20% 인력 감축 방안이라는 것은 자연적인 감소분에 불과하다. LH 사태로 인해 고위 임직원들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수준에 머문 개혁안이다. 사업 축소 역시 의미가 없다. LH의 사업 기능에는 10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몇개를 제거한다고 해도 지금 하고 있는 조성 기능을 그대로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준법감시기구 설치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공직자 부조리가 많아지고 국민들의 여론이 안 좋아지면서 공무원들이 선제적으로 내놓은 것이 준법감시나 옴부즈맨 같은 제도지만 구성원을 친공공부문의 사람들로 채워버리면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LH 역시 감시인 지정 재량권을 LH가 갖고 있으므로 의미가 없는 방책이다. 

Q. 결국 LH의 해체가 유일한 방안이라는 판단인가.

이: 군사정권의 나쁜 개발 관행이 LH를 통해 이어져 오고 있다. 정부가 개발을 하면 좋아할 집단이 딱 두군데라고 한다. 하나는 정치인, 하나는 LH직원이다. 이들이 사유재산과 개인의 가치를 송두리째 빼앗고 돈잔치를 하고 있다. 그것이 곪아 터진 것이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이다. 저는 이번 사건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고 있다. LH는 해체 해야만 정리가 될 수 있다. 곳곳이 곪아서 조직의 수술만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LH가 만들어 놓은 것들이 전부 바뀌어야 한다. 그 구조가 바뀌면 국민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희망을 주는 시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돈벌어서 내집 마련할 수 있고, 좀 더 넓은 곳에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 LH의 해체는 그 시작이다. 해체가 안되면 부동산 투기는 더욱 증폭될 것이다. 

홍: 지방에는 LH와 기능이 동일한 서울, 경기, 광주도시공사들이 존재하고 있다. 국가가 지역단위 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공기업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 지역단위 사업의 주체는 지자체인데 돈이 되고 수익이 남는 건 LH가 자본력과 인력동원력으로 전방위적 로비를 해서 몽땅 가로챈다. 거기에는 지방의원과 공무원들이 LH와 한몸이 돼 개발정보를 향유할 수 있다는 사적이익도 개입된다. 

지자체장이 지역주민을 위해서 뭔가를 하려고 해도 국가공기업인 LH를 제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의원의 뒷배를 갖고 있는 LH를 누가 제어하나. 결국 주민의 복리는 안중에 없는 개발이 LH 일변도로 전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LH가 없어져야만 지자체 단위에서 주민을 위한 개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국가가 갖고 있는 지역단위 개발을 위한 공기업은 없어져야 한다. 

Q. LH 해체에 따른 지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실제 경상도에서 들고 일어난 것으로 안다. 진주시 같은 경우는 한해에 300억원 정도 세수가 발생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300억원 수준의 세수 때문에 해체를 반대한다는 것은 소탐대실 하는 것이다. LH 해체는 우리 후손들에게 부동산 투기로 이뤄진 나라를 물려줘선 안된다는 것과 공정과 정의를 실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저는 참 안타깝다고 본다. LH의 구조적 부폐는 해체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조직을 유지하면서 개선하거나 개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전철협이 부동산 적폐 청산과 LH 해체를 주장하며 지난 14일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기자회견에 돌입했다. ⓒ전국철거민협의회

전철협이 부동산 적폐 청산과 LH 해체를 주장하며 지난 14일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기자회견에 돌입했다. ⓒ전국철거민협의회

Q. LH 해체 이후의 개발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 

홍: LH가 없어지면 지자체 단위에서 재개발 정책의 고유한 방식대로 또 헌법에서 보장하는 지역 거주의 안정과 환경권, 그리고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주민을 위한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일부 시범도시에서는 리모델링 운동도 일어나고 있는데 재개발의 콘셉트가 재생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사익추구를 위해 개발을 진행했던 LH가 없어진 이후 가능하다. 재생이라는 개념을 각 지자체에서 주민들의 복리를 위해 적용하게 되면 개발이익은 종전의 1/5 , 1/10 수준 밖에 안 돼,  부동산 투기로 인한 가격상승을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  

이: 재개발, 재건축 조합의 운영을 프랑스나 영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개발이 결정되면 공동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을 주주식으로 참여시키고 전문가 그룹과 행정기관도 함께해 공동으로 개발을 진행한다. 이 과정을 거쳐 아파트를 짓든 무엇을 짓든 건설한 후에 그 가치를 골고루 나눠주고 남는 이윤으로 사회간접자본 시설이나 다른 공익사업을 추진하면 된다. 

Q. 그 외에 해외 도시 및 택지 개발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 

이: 일본 같은 경우는 개발을 할 때 비조합원의 권익도 상당히 존중된다. 일반 주민들의 의견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인가를 내주더라도 추진이 안 된다. 가령 지금 10평 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보상금으로는 다른 곳에서 5평 밖에 살 수 없다고 호소하면 그 의견도 존중해 사업추진이 지연되는 방식이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철거민 문제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미국 같은 경우는 원주민인 인디언을 내쫒았던 기억이 원죄처럼 남아 있어 더욱 철저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시행처가 특정 지역을 개발하겠다고 할 때 개발 보상금은 물론 해당 주민이 다른 곳에 이주한 이후 적어도 6개월 정도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을 지원한다. 원래 살아왔던 곳에서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정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생존권 차원에서의 보장을 해주고 있다. 

Q. 거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개발을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홍:  재개발을 추진하는 목적은 지역주민의 경제사회문화적 복리 증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건설이나 건축된 시설의 입주비용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토지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강제로 이주하게 되는 상황이다. 개발은 토지 소유자와 비소유자 모두 개발 이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그들 모두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거주권은 안정적으로 한 곳에 머물 자유다. 여기에는 토지소유 여부가 관계없다. 공공복리를 해치는 개발도 할 수 없어야 한다. 재개발 사업추진 계획과 내용이 헌법에서 보장된 이런 권리를 보장할 수 없을 때 또는 재개발 사업의 결과물이 비소유자들을 궁지로 몰고 주거환경을 해칠 때, 이는 철저하게 헌법 위반이 된다. 

나아가 주택 정책은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다. 주택이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과 인간답게 살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기제다. 또 모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일부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재산권은 권리이지만 자유가 될 수는 없다. 주택 가격을 폭등시킨 투기 세력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해야 주거권을 위한 공공복리를 높일 수 있다. 지구상 어떤 나라도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경제질서는 없다. 

이: LH가 해체되면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투기는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LH가 잉태한 것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개발 관행 자체이기 때문이다. 공공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사유재산을 강탈할 수 있고 저평가된 보상을 해줄 수 있고 합의가 안 되면 강제로 내쫒을 수 있다. 이건 현재 경기주택도시공사(GH), 서울주택도시공사(SH)나 재개발, 재건축 조합이 그대로 갖고 있다 문제들이다. 이 같은 법조항은 LH 설치법과는 별개로 다른 재개발, 재건축 법에도 적용돼 있다. LH 해체가 필요한 이유가 부동산 폭등과 투기 근절에 있다면 이 같은 독소조항들도 개선돼야 한다. 정치인들도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우리 시대에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 시키지 못한다면 우리가 말하는 주거권은 모두 정치적 수사(修辭)에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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