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을 넘어서 “금융산업 위험 대처, 석탄사업 중단이 유일한 해결책”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 ⓒ뉴시스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 ⓒ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 4곳이 신규 석탄발전 사업과 관련된 보험 제공을 전면 중단하는 ‘탈석탄 보험’을 표명했다.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주요 손보사 11개사에 ‘탈석탄 보험’에 대한 입장에 대한 서한을 보낸 결과 4개사만이 신규 석탄발전소 보험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석탄을 넘어서가 서한을 보낸 11개 손보사 중 DB손보를 포함한 한화손보, 하나손보, 현대해상 등 4개 손보사는 석탄발전소 건설뿐만 아니라 운영에 대한 보험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답변했다. 특히 DB손보는 기존에 제공한 석탄 보험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보험업계에서 신규 석탄발전 건설과 운영을 모두 포함하는 전면적인 보험 중단 선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 삼성화재와 NH손보는 ‘건설보험’에 한해서만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며 KB손보, 메리츠화재, MG손보, 롯데손보, 흥국화재는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발간한 ‘한국 석탄금융 백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금융기관이 제공한 전체 석탄금융의 3분의 1가량이 보험의 형태로 제공됐다. 이에 석탄을 넘어서 측은 석탄발전사업에 직접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뿐만 아니라 건설보험과 재산보험을 제공하는 것도 ‘석탄금융’에 해당한다고 지적해 왔다.

기후솔루션 팽원 연구원은 “추가적인 신규석탄 건설이 예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보험 중단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라며 “현시점에서 석탄보험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4개 손보사가 이탈하면서 앞으로도 석탄 보험을 제공하겠다는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더욱 큰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도 보험회사들의 석탄사업 보험인수 중단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보험개발포럼’에서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보험회사들이 석탄사업에 대한 보험인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변한 바 있다.

재보험업계에서는 석탄 관련 보험 인수를 제한하거나 보장범위를 축소한 재보험사의 비율이 2016년 3.8%에서 2020년 48.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스위스리는 지난 2018년에 이미 석탄발전 비중이 30% 이상인 회사에 대한 보험 인수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는 기후변화를 재무적 리스크로 인식하고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석탄을 넘어서는 보험사 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탈석탄 경영을 촉구해왔다.

앞서 지난 2월 주요 30개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같은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삼척블루파워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비율이 88.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내에서 건설되는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17일 건설 비용 충당을 위해 사채발행 수요 조사를 진행했지만 아무도 매수 의사를 표시하지 않음에 따라 전량 ‘미매각’되기도 했다. 주요 신용평가 3사 역시 최근 민자 석탄화력발전 회사 3개의 신용평가 전망을 모두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6일 NH투자증권이 반년 째 공사 중단 상태인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을 단독으로 주관하면서 공사 재개를 우려하는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의 대주주인 농협금융 지주가 지난 2월 ‘ESG 전환 2025’ 비전을 선포하며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지 4개월만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삼척블루파워 회사채는 당사 포함 총 6개 증권회사가 인수에 참여한 건으로, 이미 2018년에 제출한 회사채 인수 확약을 이행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이번 건 이외에는 NH농협금융그룹 차원에서 진행중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비전 및 탈석탄금융을 준수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석탄을 넘어서와 강원도 삼척 주민들은 NH투자증권이 탈석탄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회사채 발행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할 계획이다. 

석탄을 넘어서 이진선 캠페이너는 “투자시장과 보험을 포함한 모든 금융시장에서 신규 석탄사업에 대한 기피가 뚜렷하다”라고 지적하며, “기후변화 위험과 금융산업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신규 석탄사업 중단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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