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여성 조합원 비율 80% 이상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마다 다른 학교비정규직 처우
여성에 강요되는 역할 때문에 비정규직 선택할 수밖에
코로나19로 가중되는 비정규직 차별…‘개선요구’ 투쟁
여성, ‘당당한 노동자’ 돼야 엄마 역할도 기쁘게 감당
경력단절 만드는 사회구조 문제…제도·정책 보장돼야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지난 2019년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2차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지난 2019년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2차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노동유연화 등 정부 정책으로 2010년을 전후해 비정규직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늘어난 비정규직에는 여성노동자의 비율이 높았다.

특히 공교육영역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높게 나타나 다른 공공부문보다 교육영역에서 여성노동자가 남성노동자보다 취약한 지위에서 일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공공영역 노동정책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증가하는 방향으로 이뤄졌으며, 공기관 중 학교영역에서 비정규직의 영역별 확대가 급속히 이뤄졌다. 현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국적으로 약 16만명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영양사, 조리실무사 등 급식 종사자들이며, 급식 종사자의 절대다수는 여성노동자들이다.

학교비정규직은 조례 등을 통해 ‘교육공무직(교육실무직)’이라는 명칭을 얻었지만, 지역별로 상이한 규정과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고용상태 등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지난 2020년 3월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코로나19 대책 비정규직 차별 문재인 정부 규탄 학교비정규직노동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지난 2020년 3월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코로나19 대책 비정규직 차별 문재인 정부 규탄 학교비정규직노동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10년 경력에도 급여는 제자리

지난 2011년 처음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로 일을 시작했던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박미향 위원장은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 10년 경력을 가진 사람과 한 달을 일한 자신의 월급이 5만원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2011년 3월 1일 처음 조리실무사 일을 시작했는데, 급여일이 매달 17일이었어요. 그런데 그달 17일에 한 달 치 월급을 모두 받았어요. ‘한 달을 다 일한 것도 아닌데 월급을 미리 줄 수 있나’ 하면서도 너무 좋았죠. 당시 급여가 4대 보험을 모두 제하고 89만원 정도였어요. 당시 제가 일했던 학교 급식실에는 조리사 1명, 조리실무사 7명이 있었어요. 다른 조리실무사들에게 ‘언니들은 얼마나 받아?’하고 물었는데, 다들 급여명세서를 감추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가장 오래 일했던 15년 경력의 조리사님에게 얼마나 받는지 물었는데 역시 감추더라고요. 그래서 명세서를 낚아채 봤더니 저하고 5만원 차이밖에 안 나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급여가 왜 이렇게 적은지 물었더니 학교비정규직은 연봉제라고 하더라고요.”

2004년 이전까지는 일당제였지만 급여체계가 연봉제로 전환돼 일을 하지 않는 방학 중에도 월급을 받았기 때문에 급여가 적었던 것이다.

“학교 안에는 10여개의 비정규직 직종이 있어요. 그 중에 상시근무직종이 있고, 방학 중에는 일을 하지 않는 방학 중 비근무자(이하 방중비근무자)가 있고요. 방중비근무자가 학교비정규직의 50% 이상을 차지해요. 그런데 많은 방중비근무자들이 연봉제로 바뀌고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나는 방학 중에도 월급을 받는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예요. 사실은 일한 만큼의 급여를 나눠서 일하지 않는 기간에 받는 것인데도 말이죠.”

현재는 교육감이 직접 학교비정규직을 채용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학교장의 권한이었기 때문에 학교비정규직은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지금은 외주가 없지만, 제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위탁업체가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노조를 만들면서 교육감이 직접 채용하는 것으로 바뀌었죠. 그래서 교섭도 예전에는 학교별로 하다가 이제는 교육청하고 교섭을 해서 체결된 내용이 시도 내 학교 전체에 적용돼요.”

하지만 교육감 직접채용을 바뀐 뒤에도 여전히 문제는 많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마다 급식실 배치기준표, 급여체계, 노동자 명칭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학비노조는 시도마다 다른 기준 등을 동일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일정부분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시도교육청 단위별로 교섭이 이뤄지다보니 배치기준표도 모두 다르고 처우도 다르고 하다못해 수당도 다 달라요. 그래서 2017년부터 집단교섭을 시작해서 시도별로 다른 것을 동일하게 맞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기본급 등 처우개선을 요구했는데, 처음으로 만들어진 게 근속수당이에요. 식대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차이가 있는데, 지난해에 집단교섭을 통해 정규직과 동일한 14만원으로 맞췄어요. 또 명절상여금이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요구하고 있어요.”

박 위원장은 학교비정규직에 여성이 많은 이유를 ‘여성에게 강요되는 역할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녀가 영유아기~학령기(초등학생)인 경우에는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더욱 어렵다.

“여성은 엄마, 아내의 역할을 하면서 온전히 자신으로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주양육자(보호자)로서 돌봄노동을 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남편의 수입만으로 생활에 한계가 있다면 수입을 책임지기도 해야 하죠. 그런데 돌봄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취업하기는 어려워요. 그러다보니 시간제,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죠.”

그는 결혼 후 육아를 하면서 ‘원래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을 찾아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결혼하고 나서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 원래 내 직업을 찾아가기는 힘들어요. 그런 데 있어서 학교에서 일한다는 것은 노동환경이 열악하다고 해도 메리트가 있어요. 그래서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10년, 20년 오래 경력을 쌓게 되는 거죠.”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박미향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박미향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력 쌓아 ‘환자’ 되는 조리실무사

박 위원장은 그렇게 오래 일한 조리실무사들이 모두 환자가 된다고 했다. 급식실 노동은 무거운 식자재를 옮기거나 식기를 옮기는 등 노동강도가 높고, 제대로 환기가 되지 않아 학교급식실 노동자들은 노동현장의 안전에 대해서도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 수원 권선중학교에서 근무하던 학비노조 조합원 A씨는 폐암말기 3기 판정을 받았다. 같은해 5월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던 조합원 B씨는 근무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 뇌출혈 판정을 받고 뇌경색 등으로 부분마비가 됐다. 이 밖에도 2016년부터 다른 근무자들 역시 근무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해당 학교 근무자들은 2016년부터 후드와 공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개선을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1년간 이를 방치하다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A시는 2018년 4월 폐암으로 사망했다.

학비노조는 2017년부터 경기도교육청에 전체 학교에 대한 공기질 조사와 대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으나 도교육청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사망에 대해 업무상 질병을 인정했다.

학비노조는 전문조사 심의결과에 따르면 A씨는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로 근무하면서 폐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온의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인 조리흄에 낮지 않은 수준으로 노출돼 폐암이 발병했고, 이로 인해 숨졌다고 밝혔다.

학비노조는 “전국의 급식실 환경은 권선중학교의 환경과 다를 바 없다”면서 “폐암을 비롯한 급식실 실무자들의 암 발생비율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역학조사와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전국 시도교육청이 급식실 산재예방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엔 폐암이 산재로 인정됐지만, 그 이전에는 근골계 질환, 화상 등 산재로 인정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학교는 산재 인정을 안 해주죠. 산재를 인정하는 순간 학교에 감사가 들어오니까. 노조는 산재 처리를 해야 한다고 요구를 하는 거죠. 그래야 이후에 보장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산업안전 문제가 해결해야 할 지점으로 나타나고 있는 거예요.”

급식실 노동자들은 안전위험에 노출된 동시에 저임금 구조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여성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악조건 속에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임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니 여성들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가장’으로서 가정의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 때문에 저임금인 학교 급식실에는 들어올 수가 없죠. 최근에는 남성노동자들도 조금씩 들어오는데, 휴게 공간 문제 등이 있어서 곤란한 상황이 있기도 해요.”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광주지부가 지난 2020년 7월 20일 광주 서구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코로나19에 다른 급식실 노동강도 악화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광주지부가 지난 2020년 7월 20일 광주 서구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코로나19에 다른 급식실 노동강도 악화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에 더 가혹해진 비정규직 차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차별을 받았다. 재난은 비정규직에게 더욱 가혹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가장 비참하게 차별받았던 사람들이 노동자들이었죠. 그런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특수하게 차별을 받았어요. 방중비근무자들은 방학이 연장되면서 일을 할 수 없게 됐어요. 방학이 연장되면 방중비근무자들은 휴업수당을 받을 수 없게 돼요. 그래서 노조가 출근투쟁을 했어요. 방학의 연장이 아니라 개학을 하고, 휴업수당을 달라고 요구한 거죠. 그렇게 겨우 휴업수당 70%를 받아냈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겨울 내내 쫄쫄 굶고 있다가 또 3월부터 5월까지 대책 없이 굶을 뻔했죠.”

이 밖에 상시근무직종은 코로나19 이후 업무 폭탄을 맞기도 했다. 돌봄전담사(방과후학교)들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대면수업을 하면서 많은 학생들을 담당해야 했다.

“정규직은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면서 재택근무를 했잖아요. 그런데 출근을 한 교무행정 비정규직은 민원 처리 등 화장실도 가지 못할 정도로 업무 폭탄을 맞았어요. 또 돌봄전담사들은 충원도 없이 두 학급 정도 되는 아이들을 맡으면서 업무량이 폭증했어요. 정규직 교사들이 못한 것들을 돌봄전담사들이 다 했죠. 그런데 정부는 돌봄교실을 학교가 아닌 지자체로 이관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돌봄전담사의 천차만별인 노동시간을 동일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누구는 8시간, 누구는 3시간이니 남은 업무는 집으로 싸들고 갈 수밖에 없어요.”

학비노조는 지난 11일 돌봄전담사 상시전일제 처우개선과 지자체 이관을 반대하며 천막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박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남편과 자신에게 다른 미래가 펼쳐진다는 것이 체감됐다고 했다.

“남편은 계속 앞으로 전진하는 것 같은데, 아이를 가지면서 물론 기쁨도 컸지만, 제 삶이 끝나는 것 같은 생각이 확연하게 들었어요. 애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오전 시간이라고 ‘날 위해서 뭔가 시작하자’는 결심을 했어요. 취업을 하기 위해서. 그런데 오전 시간은 왜 그렇게 빨리 가는지, 애들 하원 시간이 금방 돌아와요. 그러다가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더 없어지는 거예요. 그 때 여성회 활동 등을 하면서 ‘여성들이 출산 후 한 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도록 하는 사회구조가 문제다’라는 것 깨닫게 됐죠.”

그는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출산을 한 여성들이 경력 단절 이후 자신의 삶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제도와 정책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인 것들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게 되는 거예요. 사회구성원으로서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죠. 단순노동을 하거나 지역사회에서 활동을 하더라도 ‘마지못해’ 하는 게 아니라 보람이 느껴져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돈벌이를 위해 접근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박미향 위원장이 지난 5월 7일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박미향 위원장이 지난 5월 7일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비정규직도 당당한 노동자로 살 수 있어야

박 위원장은 여성이 엄마, 아내로서만 살아가는 게 아니라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성이 가사노동을 하든, 소득이 있는 노동을 하든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만 엄마로서의 역할도 기쁘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이제는 성별 구분 없이 모두가 비정규직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그는 비정규직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이 구조적으로 비정규직에 내몰리는데, 이제는 성별을 불문하고 다수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잖아요. 노동자 스스로 당당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가 있음을 깨닫고 당당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내는 게 노조의 몫이고, 노동자들의 몫이죠.”

여성들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투쟁하며 전진해왔지만 어느새 비정규직은 모든 사람들의 문제가 돼버렸다.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