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사의 표명날 곧바로 수용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작심 비판
정치권, 사의 표명에 엇갈린 반응 보여

사의를 표명한 최재형 감사원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강서희 기자】 야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사의를 수용하면서도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50분경 최 원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감사원장 의원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의 면직안 재가는 이날 오전 유영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구두로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 전 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며 유감을 드러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최 원장은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의는 대선 출마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정치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의 최 원장 면직안 재가로 감사원은 신임 감사원장이 임명될 때까지 첫 여성 감사위원인 강민아 위원이 원장 직무를 대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 원장의 사의를 두고 정치권은 뚜렷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후 경북 구미시청에서 경북도와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지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사원장은 어떠한 국가조직보다 정치적 독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인데 현직 감사원장이 임기 중에 사표를 내고 대통령 선거에, 그것도 야당 후보로 나가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감사원법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최 원장은 김오수 현 검찰총장을 청와대에서 감사위원으로 위촉했을 때 정치적 편향을 이유로 청와대 추천을 두 번이나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월성 1호기 감사나 이런 모든 행위 자체가 다 소신에 따른 감사원장의 행위로 보여지기보다 정치적 행위로 해석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 원장에 대해선 항상 좋은 평가를 하고 있고, 충분히 저희와 공존하실 수 있는 분”이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장이 숙고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한 만큼 시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받아들여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현명한 선택을 촉구한다”며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을 직접 임명했던 문재인 정부도 사정기관 수장들의 대선 출마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감사원이 진영대결과 정쟁화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두 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된 것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책임있는 자성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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