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장사의 목적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라지만 도를 넘은 행태가 반복되면 그를 믿고 거래에 나설 사람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남을 속여 이익을 얻는 것은 순간에 불과할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시장에서 그를 믿어줄 사람은 타지의 뜨내기들 밖에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윤리경영은 꼭 도덕적 옳고 그름을 위해 지켜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시장 윤리에는 서로 지켜야할 최소한의 덕목이 포함돼 있고, 그 약속을 지키는 주체에게 공동집단 속에서 거래를 할 수 있는 신용이라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수년간 이동통신 업계를 지켜본 결과, 영업 일선에서는 눈먼 소비자들의 지갑을 갈취하는 수법들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그 타깃은 대부분 늙고 병들고 기댈 곳 없는 사람들, 그리고 적은 돈이라도 아끼며 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이다. 

특히 최근에는 KT 대리점 또는 판매점들의 도 넘은 영업행위가 유독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 4월에는 서울 광진구의 한 KT 대리점에서 50대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필요 없는 고가의 휴대폰과 요금제를 가입하도록 종용하고,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에 공유기와 셋톱박스를 개통해버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무료 커피 쿠폰에 주겠다며 대학생의 발걸음을 붙잡은 후에는 새 휴대폰 교체와 함께 1000만원 상당의 상조 상품을 끼워 판매한 대리점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부산지역 장애인 12명이 이동통신사들의 부당계약행위를 지적하며 집단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이통사 직원들의 강요 또는 부적절한 권유 등으로 불필요한 여러 개의 핸드폰을 개통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소송 대상이 된 부당계약 114건 중 80%에 이르는 92건이 KT 대리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해당 소송 과정을 함께했던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피소된 통신사들은 결국 계약문제를 해결하고 위로금을 주는 방식으로 합의를 진행했다.

이를 반영하듯 KT는 국내 통신사업자 중 소비자들의 유‧무선통신 분쟁조정 신청이 가장 많이 접수된 기업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통신사업자 통신분쟁조정 대응 현황’에 따르면 무선통신서비스 분쟁조정 신청의 경우 KT가 184건(38.4%)로 가장 많았으며 S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39건(29%), 119건(24.9%)으로 뒤를 이었다. 

유선통신서비스의 분쟁조정 신청 사례 역시 KT가 97건(39.1%)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어 LG유플러스 68건(27.4%), SK브로드밴드 52건(21%), 기타16건(6.5%), SKT 15건(6%) 순으로 조사됐다.

KT 내부에서는 지난 2020년 3월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일선 대리점 직원들에 대한 영업 압박이 거세지면서 실적 달성을 위한 비윤리적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구 대표가 취임하면서 주요 거점에 광역본부가 신설됐는데, 각 본부장들이 실질적인 지역 사장 역할을 맡으면서 서로 경쟁구도가 형성됐고 일 단위 실적 보고가 이뤄지는 등 대리점 쥐어짜기가 현실화 됐다는 것이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목표를 맞춰야 하니 고객에게 사정해서 연말로 해지를 미룬다거나, 3건 이상 해지가 이뤄지면 팀장도 아닌 본부장에게 직접 보고가 들어가기도 한다”라며 “해지지연은 가벼운 사례에 해당하고 아무것도 없는 건물에 법인 명의로 인터넷을 하루에 50개씩 가개통한다거나 가입자당 수익지표를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부가상품을 붙여서 판매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임 사장이 부임하면서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제품이 추가 되면 직원들이 써보라고 사실상 강매를 하기도 한다. KT가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다”라며 “광역본부의 관리가 촘촘해지면서 현장에서는 실적을 맞춰야 하니 황창규 사장 때는 그마나 자취를 감췄던 비윤리적인 허수경영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허수경영 사례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서도 수차례 암시됐다. 지난 5월 올레TV탭 출시 당시 블라인드앱에는 제품을 직원들에게 강매하고 대리점에 밀어 넣는 방식으로 매출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강제 매수한 대리점들은 또 다시 어떻게든 판매에 나서야 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피해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과도한 경쟁적 영업방식이 비윤리적 행위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결론이 가능한 상황이다. 매일매일 세차게 몰아치는 실적 압박 속에서 작은 윤리적 가치들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KT는 이에 대해 몇몇 대리점 및 판매점들의 일탈로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전체 회사 경영의 실패로 치환해서는 안 된다고 해명하지만, 내부의 문제에 눈 돌리고 매번 피해 발생 이후 땜질식 처방으로만 일관한다면 고객과 시민들의 마음속에는 회사를 향한 불신이 켜켜이 쌓여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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