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불법 파견 리스크 제고 가장 큰 목적” 주장
고용 자동승계 됐었는데...갑자기 입사 절차 나와
신체검사 논란…산재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 어디로
현대제철 “입사 가능” vs. 노조 “고용 보장 확약해라”
충남도-현대제철-노조 간담회서 합의 실마리 찾을까

현대제철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홈페이지 캡처.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로부터 ‘하청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심한 사업장’이라는 지적과 함께 비정규직 차별시정을 권고를 받았던 현대제철이 2년 6개월 만에 자회사를 설립해 사내하청 근로자 7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철강업계 최초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노조 측은 직접 고용해야 하는 법적 부담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자회사 고용’ 방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혀 사측과 노조 측이 갈등을 벌이고 있다.

특히 노조 측이 더욱 극렬히 자회사 고용을 반대하는 데에는 현대제철 자회사 내 입사 기준도 한 몫 한다. 노조 측에서는 기존에 별다른 입사 기준 없이 자동적으로 고용승계를 받았던 산업재해 후유증, 건강상 결격사유가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회사 입사 기준을 통해 채용절차를 밟을 경우 배제될 수 있다는 고용불안 우려가 나오면서다.

정규직 전환 쟁취하자는 팻말을 들고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비정규직지회 제공

‘자회사 통한 정규직 전환’ 노조 측 왜 반대할까

현대제철은 지난 7일 협력사 대표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고 지분 100% 출자 자회사 현대 ITC(InnovationTechCompany)를 설립해 1차 협력사 직원을 대상으로 채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회사 입사 지원 시 앞으로 공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재소동의서 및 소송취하서를 작성해야 한다.

노조 측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자회사 정규직 임금은 현대제철 정규직의 80% 수준이며 근로조건도 기존 사내 협력업체의 근로조건을 상회할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에는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맡았지만 정규직의 60%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몇 년 전에 인권위 권고가 있었고 정부의 요청도 있어 자사가 많은 고민을 했었다”며 “자회사 설립 후 정규직화 하겠다는 방안을 올해 초부터 준비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업에서는 자사가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조에서는 반대하시기도 하는데 기업 쪽에서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말도 전해진다”며 “최선의 안을 내놨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는 거부의사를 밝혔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직접고용요구소송)에서 법원이 1·2심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만 앞두고 있다. 당진공장 노동자도 2016년 불법파견을 인정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1심이 진행 중이다.

순천공장의 경우 1‧2심 판결을 봤을 때 대법원에서 현대제철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임에 따라 직접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럴 경우 당진공장 재판 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노조 측은 현대제철의 자회사 설립이 ‘불법파견 소송 패소에 따른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자회사를 통해 비정규직을 고용하겠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김영진 총무·교육부장은 지난 20일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진에는 3200여명, 순천에는 약 500여명의 인원들이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대제철이 패소될 경우 그 인원들에 대해 직접 고용은 물론이고 임금 차액분 청구 소송에 대한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며 “그러면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회사 전환을 통해서 불법파견 소송, 소 제기, 소 취하서, 부재소동의서를 받아 가면서 불법 파견 리스크를 제거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고용노동부에서도 당진, 순천을 합쳐서 현대제철에 12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 했는데 그 내용 관련해서 이번 년도에 10개 업체가 추가로 근로 감독이 예정돼 있다”며 “배상 인원은 2000명 정도 넘게 해당 되는데 그 인원에 대해서 불법파견 내용이 나오면 과태료가 수백억 원이 또 나오기 때문에 (자회사 설립은) 종합적으로 불법파견 리스크 제거가 목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일 당진과 순천공장에 각각 73억3000만원, 46억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고용부가 지난 2월 10일 수시근로감독 결과 현대제철 협력업체 직원들의 불법파견 정황이 확인돼 시정지시를 내렸지만 현대제철 측이 정부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했다.

현대제철 로고ⓒ현대제철 홈페이지

산재 후유증‧건강상 결격사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어디로?

무엇보다 노조 측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자회사에 노동자들을 새로 채용하게 될 경우 건강상 이상 있거나 자회사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다. 

김 부장은 “현대제철 공장 자체가 지금까지 너무 위험하게 운영 되면서 십 수 년째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 소음성 난청 등 많은 건강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대기업에서는 색맹, 혈압, 청력을 검사하는데 현대제철 자회사 내부적인 입사 기준에도 서류, 면접, 신체검사에 대한 부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건강상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의 입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정적으로 이야기 하지 못하지만 대기업에 입사 기준을 토대로 한다고 하는데 이 기준에 충족되지 못한다면 자회사 전환에 제외돼 계속 비정규직으로 남는 것”이라며 “조합에서는 사측이 자회사 통한 정규직 전환도 편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도 보장이 안 되니깐 극렬하게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측은 법적인 건강검진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현대제철 측은 “신체검사를 하는 이유는 지병이 있는지, 긴급 치료 받을 질병이 있는지 파악하려는 것”이라며 “근무 중 입은 상해나 난청은 입사하는 데 관계가 없고 현재 위치에서 근무 가능시 채용에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직영 직원 대비 완화된 건강검진 상반기 건강검진으로 대체 가능 현재 직무 조정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 계획이라는 점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기존에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승계가 원칙이었던 만큼 자회사 입사 지원 서류, 인적성 검사, 면접, 신체검사 등 새로운 형태의 입사 절차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노조 측은 “실제 업무 중 산재를 받아 몸이 불편한 노동자들은 업무 강도가 약한 곳에 배치 받아 작업하는데 자회사에서 이런 분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확약을 하지 않는 부분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측, “정규직 대비 임금 80%? 와닿지 않아”

노조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자회사 정규직 임금을 현대제철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지급한다고 제시했다고 하지만 현대제철 측은 구체적 안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현대제철 측은 “급여 수준이나 복지 수준은 떨어지지 않는다”라며 “자회사를 설립해 출범 시켜야 하니깐 경력자 분들이 많이 지원해 근무하게 하는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60%에서 80%로 임금인상, 복지의 차별을 없애는 내용이 주가 돼서 자회사 전환이 이뤄진다는 언론보도 있는데 실제로 사측이 기준으로 정한 9년차 교대조 노동자가 받고 있는 금액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정규직 대비 80% 내용인지, 평균에서 미달하는 추가 근로 시간이라든지 이런 내용이 적용되면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합의금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실제로 확인해 보니 소를 제기하지 않은 인원들은 500만원,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은 750만원으로 얘기하면서 불법파견 취하를 강요하는 상황”이라며 “취하가 전제 돼야 자회사 입사가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13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앞에서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자회사 꼼수를 자행하는 현대제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비정규직지회 제공<br>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지난 13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앞에서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자회사 꼼수를 자행하는 현대제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비정규직지회 제공

현대제철-노조 합의 가능할까?

노조 측은 현대제철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 아닌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 13일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과 14일 현대제철 당진공장 본관 앞에서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연달아 직접고용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 측은 지난 14일 충청남도 양승조 도지사와 면담을 진행, 현대제철 자회사 설립 문제를 논의하고 직접고용 협조를 요구했다.

이에 양 도지사는 오는 22일 노조, 현대제철, 충남도청이 참여하는 ‘3자 간담회’를 제안했다고 한다.

노조 측은 “실제 파업을 토대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3자 간담회에서 어떻게 대화가 진행될지에 따라 파업을 조절할 생각”이라며 “충남도의회에서도 비정규 정규직화를 위한 결의안도 채택해줬고 그것을 토대로 도에서도 노력해주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측은 “잘 되면 새로운 모델이 돼서 다른 기업들도 자회사 설립을 통해 기존 협력사 직원들의 임금, 복지 부분들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정규직 분들 누구나 다 만족하지 못할 수 있지만 회사가 힘든 상황에서도 전향적 판단을 한 것이고 아직까지 정부가 대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 시도를 하는 부분이니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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