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이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포괄적 성교육 입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다양성연구소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이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포괄적 성교육 입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다양성연구소>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시민사회단체가 국회에 포괄적 성교육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포괄적 성교육 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등 211개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포괄적 성교육 입법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포괄적 성교육이란 유네스코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되는 ▲관계 ▲가치, 권리, 문화, 섹슈얼리티 ▲젠더 이해 ▲폭력과 안전 ▲건강과 복지를 위한 기술 ▲인간의 신체와 발달 ▲섹슈얼리티와 성적 행동 ▲성과 재생산 건강 등 8가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한 성교육을 말한다.

이들 단체는 모든 사람들이 공교육과 지역사회 등을 통해 자신의 삶과 성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성교육을 제공받을 권리를 보장하도록 법 제정을 촉구했다.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이유정 사무국장은 “학교는 청소년 성교육이 이뤄지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며 “디지털 성범죄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성인지적 성교육에 대한 요청이 더없이 커진 지금, 성교육 표준안을 버리고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교육 표준안의 실책을 인정하고 전면 폐기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변명과 회피 대신 책임 있는 자세로 아동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정책을 추진하라”고 지적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 나영정 기획운영위원은 “포괄적 성교육이 실현되지 않을 때 권리침해와 부정의가 심각해진다”며 “다양한 소수자들이 처한 상황이나 사회적 장벽이 성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저해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것을 변화시킬 책임을 국가와 지자체, 교육기관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여성공감 나무 활동가는 “국회와 정부는 포괄적 성교육을 위해 치열하게 도전하며 대안을 만들어가는 현장을 통해 어떻게 포괄적 성교육의 원칙과 방향을 만들어야 할지 제대로 배워야 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 함께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요구하는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반드시 듣고 따라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손지은 부위원장은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이 성희롱, 성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성평등 교육과정 하나 없는 게 이 나라의 현실”이라며 “더 이상 학교 내 성차별과 젠더폭력에 침묵도 용납도 할 수 없다.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전환의 시작은 모두를 위한 성교육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교육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인 학교는 혐오와 무지의 공간이 아닌, 평등을 배우고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형식적이고 보호주의적인 성교육이 아닌, 수평적 관계 속에서 실질적 정보를 얻고 평등을 배울 수 있는 성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상훈 활동가는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성교육으로 인해 성평등과 성인지 감수성을 말아먹은 사회에서 포괄적 성교육을 비중 있게, 체계적으로 다뤄 성범죄와 불법촬영, n번방 사건은 물론 성소수자 혐오피해를 막고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드러내더라도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임신규 공동조직위원장은 “교육을 통해 성정체성, 성적지향 등에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우리는 학교에서 성평등, 젠더, 섹슈얼리티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방해했던 혐오세력은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혐오세력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때문에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의 포니 활동가는 “우리 사회는 이미 HIV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 사는 사회”라며 "감염인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또 사회로부터 평등을 느낄 권리가 있으며, HIV/AIDS를 포함한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이드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장은 “성소수자인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탐색과 이해, 이를 통해 타인을 존중하고 수용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정보권·교육권·건강권이 배제되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이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가 주도로 공교육을 통해 이뤄지는 포괄적 성교육은 곧 트랜스젠더에게도 평등한 사회와 인권 보장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은 “한국은 2011년과 2014년 두 차례 유엔 인권이사회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따른 폭력과 차별종식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냈다”면서 “한국은 포용적인 섹슈얼리티 교육을 촉구하는 가정폭력과 관련된 2015년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다양성과 포함의 가치’를 지지하는 자세를 보여준 한국은 모두를 포함하는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한 공동주최단체 및 발언자들은 시위를 마친 뒤 ‘포괄적 성교육 기본법 제정 촉구’ 제안서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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