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교재비 등 제외 하면 절반에도 못 미쳐
“제외 규모도 공개해 정확한 환급금 알려야”
업계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 고지 위해 노력”

ⓒ온라인 강의 사이트 및 블로그 캡쳐화면
ⓒ온라인 강의 홈페이지 및 공식 블로그 캡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학원들의 ‘수강료 0원’, ‘100% 환급’ 등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허위 및 과장 광고 우려에도 수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 

환급 조건 등을 약관에 명시하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업계 내외의 판단이지만, 소비자들은 0원 광고에 속아 환급금을 받지 못하거나 축소 지급 받는 피해에 노출된 상황이다. 

28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학원가를 중심으로 ‘수강료 0원’, ‘100% 환급’ 등의 문구를 내건 광고 활동이 수년째 잇따르고 있다. 

대형학원으로 분류되는 A학원은 기술직·행정직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합격하면 수강료를 100% 환급해 준다며 취업준비생들을 유인하고 있다. 다른 학원들도 경찰간부시험이나 공인중개사, 행정사 또는 정해진 기업 리스트에 취업 성공하면 수강료를 돌려준다는 식의 광고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수강료 0원’, ‘100% 환급’ 등의 광고는 실제로 고객이 지급한 모든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수강료 환급금은 일종의 경품으로 분류돼 취득자가 22%의 제세공과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학원들은 태블릿을 비롯한 사은품과 교재비용을 환급금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되돌려 받게 되는 수강료는 ‘0원’이라는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기대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모 인터넷 학원의 환급 조건 명시 화면. 이 학원은 동일한 프로모션을 소개한 공식 블로그 광고에서는 환급 유의 사항을 기재하지 않았다. ⓒ 인터넷 학원 홈페이지 캡쳐
모 인터넷 학원의 환급 조건 명시 화면. 이 학원은 동일한 프로모션을 소개한 공식 블로그 광고에서는 환급 유의 사항을 기재하지 않았다. ⓒ 인터넷 학원 홈페이지 캡쳐

한 온라인학원을 통해 행정사 인터넷강의를 들은 경험이 있다고 밝힌 B씨는 시험 합격 후 실제로 환급받은 금액은 총 수강료의 30% 수준에 불과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지난 2020년 59만원의 수강료가 책정된 수업의 강의를 수강했고, 이후 시험에 합격해 환급을 요청했지만 입금된 돈은 19만원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제세공과금 약 13만원을 뺀다면 B씨가 받을 것으로 기대됐던 수강료는 46만원이었지만 학원은 교재비로 27만원을 제하면서 실제로는 총 수강료의 32% 수준인 19만원만 환급이 이뤄졌다. 

만약 여기에 학원이 수강신청과 함께 지급했던 태블릿 등 사은품의 가격도 제외한다면 소비자가 지급받는 환급금의 비율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B씨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시험을 합격하기 전까지 교재비 금액을 전혀 알 수 없었고, 환급을 받고 나서야 교재비가 얼마였는지 알 수 있었다”라며 “또 행정사 책은 그렇게 비싸지 않다. 보통 교재비의 경우 1권에 1~2만원 수준인데 여러 권인 것을 감안해도 그 정도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재 내용은 둘째치더라도 수강료 환불과정에서 교재비를 얼마나 제외한다는 걸 크게 고지해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시험에 최종 합격한 후 공제 규모를 알려주는 건 부당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B씨의 사례 외에도 학원들의 수강 광고 메인 페이지를 보면 바로 눈에 띄는 광고 첫 이미지에 교재비와 제세공과금을 제외한다고 명시하지 않은 곳도 상당했다. 대부분 화면 하단으로 스크롤을 내리거나 페이지를 클릭해 들어가야 작은 글씨의 관련 문구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더욱이 B씨의 증언처럼 교재비나 사은품 등의 가격이 명시된 경우는 거의 없어, 실제로 학원이 내세운 기준에 맞췄을 때 얼마나 환급받을 수 있는지는 계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심지어는 약속 받은 학원비의 환급 자체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이달 초에는 한 학원에서 공인중개사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 수백여명이 시험 합격 후에도 약속과 다르게 수강료를 되돌려 받지 못했다며 문제제기에 나섰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말에는 기존에 명시하지 않았던 ‘학습일기’ 작성 여부를 문제 삼아 약속한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 곳도 있었으며 특정대학 합격 시 수강료를 100~300% 환급해준다고 홍보했던 한 학원도 이를 지키지 않아 소송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기만적인 판매방식으로 보인다”라며 “계약당시에 교재비는 얼마고 수강료는 얼마고 환급에 대한 비용은 얼마라는 것들이 사전에 충분히 고지가 돼서 소비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

이 같은 비판은 지난 2017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한국소비자원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개선을 권고했지만 여전히 유사한 광고가 횡행하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접수된 ‘조건부 수강료 환급형 인강 상품’ 관련 피해구제 신청 72건을 분석한 결과 ‘중도포기 후 위약금 관련’ 민원이 2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출석 등 과업 불인정(23건)’, ‘환급조건 임의 변경(13건)’, ‘기타(7건)’, ‘환급지연·거절(5건)’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중도포기 후 위약금 사안 및 기타를 제외하면 41건의 민원이 모두 환급에 대한 조건이나 지급 지연과 관련한 문제들이었으며 한국소비자원은 이에 따라 매우 까다롭거나 충족이 어렵고, 과업을 완수해도 환급받기가 어려울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사례 중에는 지난 2015년 수능 관련 인터넷사이트에서 ‘in서울 합격시 무조건 전액환불’이라는 광고를 보고 인강을 신청한 한 학생이, 서울 내 사립대학 합격 후 환급을 요청했음에도 사업자가 고의적으로 작게 표시한 문구를 핑계로 거부한 경우도 소개됐다. 

당시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환급조건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일반 상품 안내와 구분해 고지하고 인지 여부에 대한 동의절차를 받도록 권고했다”라며 “‘0원 환급반’, ‘100% 환급’ 등의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사업자가 제시하는 환급조건 및 출석체크 인정기준 상의 이행사항 등 계약내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보를 고지하지 않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고 또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상품 페이지에 노출을 하고, 가입할 때도 안내하고 있다”라며 “환급은 당연히 전원에게 이뤄지고 환급결과 역시 홈페이지에 공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밖에 최근에는 제세공과금을 회사에서 부담하고 교재비도 제외하지 않는 등 완전히 전액을 환급하는 상품도 판매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