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MZ세대
돈보다 가치소비...놓칠 수 없는 소비층
ESG 경영 전환 비용 아깝다? ‘돈’ 된다
글로벌 큰손 블랙독이 쏘아올린 ESG
변해야 산다...세계 흐름 맞추는 국내 기업

선진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종 환경 규제를 추진하면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의 약자) 경영이 전세계적 화두가 됐다. 이젠 이윤을 위해서라면 등한시되던 환경, 노동, 불공정 관행 등에 대해 소비자들이 눈감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눈 부릅뜨고 지켜볼 뿐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큰손은 아예 ESG 기준을 만들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ESG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기업도 전략적으로 리스크와 기회를 관리하는 ESG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ESG 전문가들을 통해 최근 기업가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각되고 있는 ESG 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를 돕고 국내 상황 및 국내 기업이 ESG 경영에 어떻게 대비해야할지 대응전략 등을 탐구했다. 또 국내 대기업‧중소기업으로서의 ESG 경영에 대한 방향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부의 역할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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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최근 ‘돈’과 ‘혼쭐내다’라는 합성어 ‘돈쭐’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착한 기업이나 선행을 베푼 업체 제품을 사줘 돈으로 혼내주자는 ‘팔아주기 운동’이다.

지난해 치킨이 너무 먹고 싶지만 수중에 5000원 밖에 없던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내준 사연이 알려지면서 집단 돈쭐 대상이 된 홍대 ‘철인 7호’ 치킨집이 대표적 사례다. 매출을 올려주는 것 외에도 선물이나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반면 아마존을 표방,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는 쿠팡은 지난달 17일 이천에서 쿠팡덕평물류센터 대형화재로 안전‧노동‧환경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쿠팡 탈퇴‧불매운동까지 이어졌었다.

공교롭게 화재 직후 쿠팡 창업주 김범석 의장이 해외 확장을 이유로 사임하면서 내년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논란은 가속화 됐다. 특히나 뉴욕 상장법인인 ‘쿠팡Inc’의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기 때문에 기업인의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또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방치해 직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면서 화재를 계기로 소셜미디어(SNS)상에서는 쿠팡 탈퇴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었다.

‘돈보다 가치’ MZ세대에 맞추는 기업들

공정과 평등, 환경, 안전, 성차별, 동물 학대 등 다양한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SNS를 통해 이슈를 빠르게 알리는데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 세대·2030세대). 이들은 공통의 가치관과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면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온라인‧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거나 연대활동도 쉽게 조직하기 때문에 착한 기업을 찾아내 돈쭐을 내거나 기업이 윤리적이지 못하거나, 법을 지키지 않는 등의 사실이 알려지면 SNS를 통해서 불매운동에 나서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성비 보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표현하기 위해 과감한 지출을 하는 MZ세대의 트렌드에 맞춰 기업들도 이들의 가치나 철학을 담은 제품을 생산한다.

성장관리 앱 그로우의 MZ세대 가치소비 인식 조사.ⓒ그로우
성장관리 앱 그로우의 MZ세대 가치소비 인식 조사.ⓒ그로우

실제로 29일 성장관리 앱 그로우에 따르면 MZ세대 10명 중 8명은 ‘가치소비자’다. 그로우가 MZ세대 9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치소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가치소비자인가’를 묻는 질문에 79%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또한 ‘가치소비’에 대한 관심(5점 척도)은 평균 3.8점으로 나타났다. 4점(41.8%), 3점(25.9%), 5점(23.7%), 2점(6.5%), 1점(2.2%) 순이다.

기업의 ESG 활동 중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환경’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ESG 활동과 관련된 질문에서는 ‘제품·브랜드 선택 시 ESG 영향을 받는다(5점 척도)’가 평균 3.5점을 기록했다. 4점(36.2%), 3점(29.7%), 5점(16.8%), 2점(12.9%), 1점(4.3%) 순이었다.

MZ세대의 가치 중시 경향이 친환경‧사회적 책임‧투명한 이사회 운영을 우선하는 ESG 경영과 맞아떨어지면서 ESG 경영이 대두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업들이 ESG 경영 확산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이유다.

ESG 주요 주제ⓒ금융투자협회

ESG 무엇일까

ESG란 대체 무엇일까.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앞 글자를 딴 용어다.

기업이 단순히 이윤 추구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닌 고객, 노동자, 지역 사회 등의 이해관계자와 환경, 감염병 등 인류 공통의 문제까지 고려해 경영활동을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E)’은 기후변화, 자원고갈, 폐기물, 오염, 산림벌채 등 환경에 부정적 영향들을 제거해 지속 가능한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고 ‘사회(S)’는 인권 및 노동조건, 고용관계, 안전보건, 소비자 보호, ‘지배구조(G)’는 뇌물과 부패가 없는 건전하고 투명한 이사회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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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기업이 돈 버는 시대

과거 기업들이 돈 잘 벌고 고용을 많이 할수록, 또는 연탄을 나르거나 김장을 담가 소외계층에게 나눠주는 식의 사회 공헌을 하면 사회적 책임을 다 했다는 인식을 하게 됐지만 최근에는 폭염과 한파, 가뭄과 홍수 등 각종 이상 기후 뿐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인해 기업이 환경 문제에 책임을 갖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이 정치‧사회에서 화두로 자리 잡자 노동자의 안전, 조직에 자리 잡고 있는 갑질 문화가 논란이 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투명성, 도덕성이 강조되고 있다.

결국 기업에 사회적 비용, 규제만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구체적 지표로 환산해 이를 통해 기업의 신용도, 금융투자, 기관 투자, 세금감면 등으로 활용되면서 환경‧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이 돈 잘 버는 시대가 되고 있다.

전세계 ESG투자 국가/지역별 비중ⓒ2018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Review, GSI

선택 아닌 필수된 ESG 경영, 왜?

이미 유럽은 ESG 공시를 의무화했고 친환경 기조를 표방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상장기업들의 ESG 정보공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인 ESG 경영 법제화 움직임과 함께 지난해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최고 경영자(CEO)인 래리 핑크가 주요 글로벌 기업 CEO들에게 연례 서신을 통해 투자 결정 시 ESG 요소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하면서 ESG 경영 열풍의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블랙록은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의 주요 주주다.

기업이 시설 신설, 사업 초 연구개발(R&D),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은행 및 글로벌투자전문기업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아야 하는데 이제부터 ESG 지표를 고려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ESG를 평가 요소로 도입한 자산은 45조 달러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ESG 관련 글로벌 운용자산규모(AUM)는 2030년에는 ESG 비중이 95%로 확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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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만 하는 길...국내서 확산되는 ESG 경영

우리 정부도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14일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ESG 정보를 반드시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일단 올해부터 2025년까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자율 공시를 활성화하도록 하고, 2025년부터 2030년까지는 2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에, 2030년부터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지속경영가능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한다. ESG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발맞춰 한국 기업들도 ESG 도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고 정부도 정책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일 기준 전국경제인연합회 ‘30대 그룹 ESG 위원회 구성・운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 관련 공시를 통해 30대 그룹 중 이사회 내 16개 그룹(▲삼성▲현대자동차▲에스케이▲엘지▲포스코▲롯데▲한화▲현대중공업▲지에스▲신세계▲케이티▲씨제이▲카카오▲한국투자금융▲네이버▲한진)의 51개 기업이 ESG위원회가 설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ESG위원회의 의무와 역할을 명시한 기업은 51개사 중 39개사였다. 공통적으로 명시한 권한은 ‘ESG 전략계획 수립’과 ‘주주권익 제고 및 보호’였다. 차별화된 사항을 규정한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한화‧포스코는 환경을 강조했으며, 현대중공업‧카카오는 회사 내부의 ESG 역량 강화를 규정했다. 에스케이 그룹의 경우 위원회가 ESG 경영 뿐만 아니라 그룹 전반의 주요 경영전략 사항도 검토할 수 있다고 명시해 ESG 위원회 역할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의 변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과연 ESG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ESG 경영에 적응하는 기업은 큰 기회로 만들 수도, 적응하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기업의 선택이지만 10년 후의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해야할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산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은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되는 산업군이기 때문에 당장 2023년부터 도입되는 탄소국경세 등으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탄소중립이 생존의 문제가 되면서 ESG 경영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ESG 경영이 현실에 와닿는다고 한 제조업 업체 관계자는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일종의 장벽처럼 느껴지지만 ESG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기업 운영에 있어 앞으로 정말 중요한 항목이기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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