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요 IT 기업, 데이터센터 건립에 사활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 막대한 전력 소모
전기량 증가·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문제 있어
환경오염·지구 온난화에 미칠 악영향 우려돼
친환경 데이터센터 천명으로 ‘탄소중립’ 목표
“재생에너지 전력 구입 등 방법 강구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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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국‧내외 주요 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건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데이터를 저장 및 보관, 매개할 수 있는 물리적 시설이다. 이곳에는 통신장비와 스토리지, 시설의 열기를 낮추는 냉각장치 등의 장비가 집약돼 있다. 

데이터의 활용이 중요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올수록 데이터센터의 필요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데이터 스토리지를 활용한 클라우드 산업을 선점할 경우 관련 임대 사업의 가치를 함께 높일 수 있어 기업의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도 기대 받고 있다. 

하지만 24시간 가동돼야 하는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시설이기도 하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사용 전기량이 증가해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천명하며 일제히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GB(기가바이트)의 1000배 용량인 TB(테라바이트) 시대가 도래하고 비대면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데이터 이용량 증가 앞에, 얼마나 유효한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네이버클라우드
건립 예정인 네이버 세종시 데이터센터 조감도. ⓒ네이버클라우드

국내 데이터센터 매년 5.9% 증가, 2024년 180곳 예상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의 산업동향보고서 ‘KOREA DATA CENTER MARKET 2021-2024’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의 수는 지난 2000년 53개에서 매년 5.9%씩 증가해 지난해 기준 156개까지 늘어났다. 이중 민간에서 구축해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는 88개이며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설립한 곳은 68개다. 

2024년까지 추가로 구축 예정인 민간 데이터센터는 24개로 집계됐다. 조사 및 기획 단계에서 검토 중인 곳도 19개에 이른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는 데이터센터 산업의 확장 요인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대를 꼽았다.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되면서 ICT 산업의 성장이 데이터센터 수요 증대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IBM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자사의 데이터를 보관하는 한편, 클라우드 저장공간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테이터센터 확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강원도 춘천시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데 이어 오는 2022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세종시 집현동 4-2 생활권 도시첨단산업단지 일대에 총 면적 29만3697㎡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각 세종’이라고 불리는 이 데이터센터는 ‘각 춘천’보다 6배 이상 큰 규모로 지어지며 10만대 이상의 서버가 구축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경쟁 IT기업들과 달리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지 않았는데, 일부 트래픽이 몰리는 시점에 네트워크 장애가 잇따르면서 구조적 한계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안산시와 협력해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혁신파크 내에 총 4000억원을 투입해 데이터센터 및 산학협력 시설을 짓기로 했다. 

SK브로드밴드도 자사의 네 번째 데이터센터를 서울 가산동 지식산업센터 내에 건립하고 있다. 이 데이터센터는 서울권에서는 최대 넓이인 연면적 6만9000㎡의 규모로 지어지며 10만대 이상 서버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롯데정보통신, 삼성SDS, SK컨소시움 등도 데이터센터를 이미 운영하거나 새로운 건립을 논의 중이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량에 따른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4시간 가동, 세계 전력 사용량의 1% 소모

하지만 데이터센터는 데이터 보관과 매개를 위해 엄청난 양의 전기를 필요로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로 인해 데이터센터는 종종 환경단체들로부터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앞 다퉈 데이터센터의 친환경 운영을 강조한다는 것은 그 만큼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절반가량은 시설의 장비를 냉각하는데 사용된다. 데이터센터의 장비는 운영 특성상 24시간 가동돼야 하는데 이에 따라 장비의 적정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전 세계 곳곳에 건립된 데이터센터들은 매년 약 200TWh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세계 전력 사용량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일부 국가의 총 전력사용량보다 많다는 설명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데이터센터 지속 가능성 표준화 이슈 현황’ 조사에서도는 데이터센터가 ICT 부문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20%를 차지하며 단일 시설로는 최대 규모의 전기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국내에서도 서울시는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건물로 KT 목동 인터넷 데이터 센터를 지목했다. 이곳은 1년 동안 20만5100MWh의 전력을 사용했는데 이는 5만7000여 가구의 전력 사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밖에도 국내의 경우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유치가 논의되고 있다. 또 이미 수도권 지역에 다수의 데이터센터 건립이 이뤄져 일각에서는 향후 전기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차세대 이동통신 도입, 데이터 사용량 급증 예상

이 같은 지적이 수년간 이어지자 국내외 IT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운영과 함께 냉각시설 개선, 에너지효율 증대, 재생에너지 사용 등의 방법을 마련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정책을 내놨지만 향후 데이터사용량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대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G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매일 26GB 가량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지난 2017년 스마트폰 이용자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5~6GB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 추세다. 

더욱이 5G 시대를 넘어 6G의 상용화가 이뤄지면 데이터사용량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6G 상용화 시점은 일반적으로 2030년으로 알려졌지만 이르면 2028년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동통신 기술은 10년마다 차세대 기술 전환이 이뤄지고 있어 IT 기기들이 활용하는 데이터양 역시 같은 주기로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와 관련 프랑스의 환경단체 ‘더 시프트 프로젝트’는 우리가 매일 스마트기기를 통해 시청하는 유튜브의 영상, 넷플릭스의 영화, 업무를 위해 주고받는 이메일 등이 환경오염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사용량의 80%는 영상 시청에 할애되고 있으며 온라인 영상 30분을 재생할 때마다 1.6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결국 사람과 기업 모두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정보를 보관해야 할 필요성은 늘어나고 환경오염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안양시 호계동 주민들이 효성 데이터센터의 건립 위치가 주거지역과 지나치게 가깝다며 부지 안쪽에 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안양시의회 및 국민청원 캡쳐

전자파 우려 등 지역사회 ‘혐오시설’ 시선도 과제 

이밖에도 데이터센터를 짓는 기업들이 풀어내야할 과제는 더 남아 있다. 데이터센터가 고압송전로를 기반으로 하고 냉각탑 등을 운영하고 있어 지역사회에서는 전자파와 주거환경 대기오염에 따른 주민들의 건강 악화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 2017년 경기도 용인시 공세동 일대에 5400억원을 투입해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결국 계획을 수정, 세종시로 건립 부지를 옮긴 사례도 있다. 

당시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부지가 아파트단지 및 초등학교와 밀접해 있다는 점, 냉각시설을 위한 24시간 전력공급 시 전자파 노출 위험에 대한 영향을 알 수 없다는 점, 냉각탑에서 발생하는 물질이 대기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에 나섰다. 

최근에는 효성그룹이 싱가포르 기업 ST텔레미디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일대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지자체의 허가도 받기 전에 인근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안양시의회에 민원을 제기한 것은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리며 ▲365일 가동되는 데이터센터의 전자파 ▲냉각탑에서 방출되는 대량의 대기오염물질 ▲주차타워 건설에 따른 소음 및 진동 피해 ▲조망권과 일조권 침해 우려 등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주민들은 데이터센터의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아파트와 멀리 떨어진 부지 안쪽으로 허가가 나야 한단는 주장을 내놨다. 

지역 주민들이 결성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지역 주민들은 이미 인근 물류센터의 소움으로 인해 20년 가량 시달려 왔다. 그 와중에 느닷없이 데이터센터가 들어온다고 알게됐다”라며 “데이터센터와 아파트의 거리가 45m 정도 되는데 건립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증기, 중금속, 전자파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아파트 안에는 어린이집이 2개나 있고 대부분 노년층이 거주하고 있어 건강에 대한 걱정이 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외에도 데이터센터의 층고가 6m 정도 되는데 일반 아파트로 보면 18층 이상의 높이가 된다. 바람을 타고 주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라며 “효성 공장부지 안쪽에 지어 일정정도 거리가 떨어지면 우리가 반대할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 기싸움 하고 주민들이 항의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 마음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안양시의회 이채명 의원 역시 지난 19일 본회의장에서 아파트 단지 인근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허가해 주는 것은 시정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효성 데이터센터의 착공 예정지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우려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안재현 국장은 “데이터센터 자체가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사업장이기 때문에 탄소배출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도 높지 않다”라며 “자체적으로 전력 소모 감축을 위한 개선 계획을 갖춰야 탄소중립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아직은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입하는 등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정지연 사무국장은 데이터센터 건립과 관련한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김해시에서도 NHN 데이터센터 설립에 계속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전자파 검증에 대한 국내 기준이 해외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이다”라며 “주민들과 함께 같이 검증할 수 있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 맞는 것 같고 저희 단체에서는 전기 선로를 주택가나 관공서는 최대한 피해서 진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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