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운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전태일 열사’는 부당한 노동현실 가운데서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이 도래하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습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육신을 화염 속에 내던지는 희생도 서슴지 않았죠.

그의 숭고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 열악한 노동현실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안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저임금과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며,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다 목숨을 잃곤 합니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노동존중사회에 대한 희망에 숨을 불어 넣어 줄 새로운 노동정책이 필요한 때, <투데이신문>은 ‘우리가 바라는 근로기준법’을 기획했습니다.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한 시민들께서 ‘내가 바라는 근로기준법’ 게시판에 손수 남긴 의견들을 토대로 실제 노동현장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이 원하고 바라는 노동정책을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한 시민들이 ‘내가 바라는 근로기준법’ 게시판에 남긴 글 ⓒ전태일기념관<br>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한 시민들이 ‘내가 바라는 근로기준법’ 게시판에 남긴 글 ⓒ전태일기념관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징병제인 우리나라는 남성의 군복무가 의무죠. 때문에 가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하는 곳이 바로 군대입니다. 국가를 수호하고 봉사하며 헌신하는 것이 군인에게 주어진 사명이니만큼 이들에게는 ‘월급’이 아닌 ‘봉급’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사실 군인의 봉급은 매우 적다고 알려졌습니다. 노예나 다름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죠. 

10년 전인 2011년만 하더라도 장병의 월 봉급은 △이병 7만8300원 △일병 8만4700원 △상병 9만3700원 △병장 10만3800원 수준이었습니다.

이렇다보니 사회에 ‘열정페이’가 있다면, 군대에는 ‘애국페이’가 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병사 봉급 단계적 인상을 약속했습니다.

덕분에 장병들의 월급은 차츰차츰 증가했고 올해 기준 월 △이병 45만9100원 △일병은 49만6900원 △상병은 54만9200원 △병장은 60만8500원까지 올랐습니다. 지난해 대비 12.5% 정도 인상된 금액입니다.

2022년에는 △이병 51만100원 △일병 55만2100원 △상병 61만300원 △병장 67만6100원 정도 예상됩니다.

물론 국가의 부름을 받고 가는 것이니 만큼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은 부대 안에서 충족됩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제공하는 노동력에 비하면 그동안 봉급 수준이 너무나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부족한 처우는 사실 봉급만이 아닙니다.

육군에는 사회로 치면 ‘시간 외 근무’ 개념의 일과가 있습니다.

남들은 다 잠에 들었을 오후 10시부터 기상시간인 다음날 아침 6시(동절기 6시 30분)까지 막사를 지키며 생활관 출입자를 감시하는 등 불침번 근무를 서야 합니다.

또 여름에는 더위와, 겨울에는 추위와 싸우며 근무지를 지키는 영외 경계근무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부대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개 적게는 주 2회, 많게는 주 5회가량 불침번과 영외 경계근무를 합니다. 각종 훈련 등 일과만으로도 많이 지칠텐데, 잠도 충분히 잘 수 없는 꼴입니다. 심지어는 수당조차 받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이런 탓에 불침번과 영외 경계근무는 육군 군복무의 체감 난이도와 피로를 크게 가중시키는 주범이라고 불립니다.

제초나 제설, 수해복구 등 각종 대민지원 작업 투입 1순위도 병사들입니다. 지난해에는 제초 작업 후 한타 바이러스 감염 증세를 보인 육군 병사가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문재인 정부의 군인권 공약 중 ‘장병 급여를 최저임금과 연계해 연차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이 제일 확실하게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공약”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경제상황에서 적절한 금액인지, 대통령 선거 공약 등에 의해 인상이 이뤄지는 것이 적절한지, 기존 국가 예산으로 지원한 물품 및 활동비 등을 병사 개인에게 부담시켜야 하는지 등 의무복무자의 사회권 차원에서 따져봐야 할 질문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아직 우리는 국민의 의견 수렴보다는 위정자들의 피상적 인식과 표를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매 대선마다 ‘나라님’이 시혜를 베푸는 형태로 장병의 기본권 보장 정책이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익복무기본법) 제4조 2항은 ‘국가는 군인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군 복무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복무여건을 개선해야 하며 군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국가가 어느 때보다 빛나는 청춘의 일부를 바쳐 나라를 지키는 국군장병들을 위해 2025년까지 병장의 월급을 96만3000원까지 인상하겠다는, 대민지원은 민간 업체를 활용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주길 기대합니다.

끝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복무 중이신 전국의 국군장병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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