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1호 ‘고스트헌터’ 윤시원
귀신을 찾는 사람 모두가 고스트헌터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하게 된 공포체험
심령 장비 사용해, 나만의 노하우 구축
조작 없는 체험기, 콘텐츠 핵심은 신뢰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촬영에도 도전

‘고스트헌터’ 윤시원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최근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사람들과 만나 밖에서 활동하는데 제약이 있다 보니, 안에서 나 홀로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찾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 방송은 쉽게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 가능하니 현 상황에 맞는 즐길 거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인터넷 방송의 영역은 점점 확장되며, 플랫폼의 다양화로 인해 시청자들의 유입속도는 가파르게 오르락내리락 한다. 그렇다 보니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콘텐츠 경쟁이 불붙고 있는 추세다.  

특히 공포 및 미스터리 소재로 한 콘텐츠는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문화 시장이 형성돼 왔다. 이제 공포 장르는 서적, TV, 영화뿐 아니라 인터넷 방송에서도 소비된다. 이런 문화적 흐름을 알려주듯이 국내 공포영화 중에서는 흉가체험을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인들을 소재로 사용해 선보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윤시원씨는 공포 및 미스터리 장르 콘텐츠에 집중해 7년 가량 방송을 진행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현재 아프리카TV 생방송을 중심으로 유튜브, 네이버TV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윤씨는 2019~2020년에 아프리카TV 이색현장BJ부문 대상을 2년 연속 수상한 이력이 있으며, 현재 유튜브 구독자 수는 50만 명을 돌파했다.(2021.08.18. 기준) 이런 그의 인기 비결은 재치 넘치는 입담과 더불어 다양한 공포방송 콘텐츠에 있다. 특히 그의 주력 공포콘텐츠는 흉가체험이라고 볼 수 있다.

윤씨는 직접 흉가에 찾아가 시청자들을 대신해 체험해준다. 하지만 그의 흉가체험은 단순히 흉가에 가서 상황설명을 해주는 걸로만 끝나지 않고 여러 심령장비를 사용해 실체를 보여주려 하는 등 전문성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원래 심령장비는 외국 흉가체험 영상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국내에서 윤씨가 거의 최초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의 행적들을 인정하며 대한민국 최초 ‘고스트헌터’라고 부른다.

<투데이신문>은 공포체험의 전문가로 주목받고 있는 윤씨를 만나 ‘고스트헌터’ 라는 이색적인 활동을 펼치면서 겪었던 경험과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스트헌터’ 윤시원 ⓒ윤시원 인스타그램

공포 미디어 이색 콘텐츠 대표하는 인터넷 방송인

Q. 대한민국 최초 ‘고스트헌터’로 불린다. 고스트헌터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개인적으로 나는 고스트헌터를 좁은 의미로 두고 싶지 않다. 고스트헌터가 꼭 귀신을 눈으로 보고, 연구하고, 장비를 전문적으로 갖춰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뭔가 특별해서 고스트헌터를 하는 게 아니다. 보물을 찾는 사람들을 트레저 헌터라고 부르는 것처럼 귀신을 찾는 사람 모두가 다 고스트헌터라고 생각한다.

Q. ‘고스트헌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처음에 단순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원래 공포라는 장르 자체가 사람들의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된다. 나 역시 20대 후반 때 다른 공포 채널이나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귀신은 정말로 있나, 저건 어떻게 했을까, 조작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마침 인터넷 방송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또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종교적인 이유로 인해 집안의 갈등이 있었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공포, 미스터리 장르 혹은 소재를 직접 체험해 영상을 남겨서 진행해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Q. 심령장비를 쓰게 된 계기가 있는지.

시청자분들이 추천해줬다. 당시에는 장비를 안 쓰겠다고 했는데도 시청자 분이 직접 장비를 사서 택배로 보내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한 개 두 개씩 선물을 받아서 접하게 된 게 계기가 됐다. 하지만 처음에는 사용법을 모르다 보니 써 봐도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장비를 계속 사용하면서 6개월, 1년 이렇게 시간이 지나니 차츰차츰 익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국내에서 심령장비를 직접 사용하고 익히다보니 나 스스로가 매뉴얼이 됐다.

Q. 심령장비를 이용해 실제로 귀신을 증명하고자 한 이유는.

지금까지 공포방송을 진행하면서 정말로 귀신을 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영안, 아니면 귀신을 실을 수 있는 영매 혹은 무당, 접신할 수 있는 사람 등. 하지만 나는 처음에 이 사람들이 다 쇼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귀신이 보이면 왜 당신만 보느냐, 왜 귀신이 있다고 증명을 안 하냐 등 이러한 이유로 믿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서 생각을 좀 바꾸게 됐다. 귀신을 볼 거면 우리가 증거를 찾으면 될 거고, 만약에 귀신을 찍었다면 시청자들과 같이 봐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게 귀신이 아니고 오류일지라도 차라리 안 보여주고 말로 하는 것보다는 장비를 대입해서 직접 보여드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좌)모션 감지 오르골 (우) 온도감지센서기, 고스트박스 외 심령장비들 ⓒ투데이신문

Q. 가지고 계신 심령장비를 몇 가지 소개 가능한지.

‘모션 감지 오르골’이라고 하는 심령장비가 있다. 여기 앞쪽을 보면 초음파 센서가 있다. 스위치를 켜고 거리를 세팅하면 초음파를 쏜다. 세팅한 거리 안에 뭔가 간섭을 하면 앞에 있는 흰색 LED에 불이 들어오면서 오르골이 울린다. 심령체가 지나가거나 어떤 움직임을 감지했을 때 자동으로 오르골이 돌아갈 수 있게끔 돼 있다. 보통, 이 오르골은 해외에선 닫힌 문 쪽을 향해 둔다. 문이 닫힌 상태인데도 뭔가가 지나가면 그것을 캐치해 알려주는 용도이다.

또한 ‘온도감지센서기’라는 것도 있다. 진동, 습도, 온도 등을 한꺼번에 기록을 해준다. 흉가에 갔을 때 이걸 딱 놔두면 몇 시간이 지나면 거기에 있었던 정보가 자체적으로 저장이 돼 나중에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고스트박스’라고 하는 것도 있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며 계속 돌리다 보면 심령체의 에너지를 감지한다. 그러면 이 고스트박스를 통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심령장비라고 해서 사람들이 생소하게 생각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장비가 심령장비가 될 수도 있다. 녹음기 역시 나는 아무거나 쓴다. 사람들이 별도로 심령녹음기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평범한 녹음기를 많이 사용한다. 카메라 제품 중에서도 파티샷이라고 해서 웃으면 사진이 자동으로 찍어주는 카메라가 있다. 이걸 아무도 없는 곳에 놓았을 때 갑자기 사진이 찍히면 귀신이 웃고 있는 거 아니냐는 소문이 돌아서 나도 한 번 해보려고 샀었다. 이렇듯 이런 생활형 아이템들도 다 심령장비가 될 수 있다.

Q. 왜 사람들이 공포물을 무서워하면서도 찾게 되는지.

유령, 귀신 이런 공포장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의 유형은 다양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나 외로움을 탈 때 공포를 찾는 사람도 있고, 연인들끼리도 공포물을 주로 많이 본다. 나는 공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한 계절이 되면 공포를 찾게 된다. 나 말고도 계절에 영향을 받아 여름, 어쩔 땐 겨울에도 공포를 많이 찾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 무서워서 안 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런 분들 외에 일단 의심부터 먼저 하는 분들이 은근히 많다. 그런 분들은 세상에 저런 게 어디 있어, 저건 분명 다 사람이 숨어서 하는 짓이다, 저 장비에는 리모컨이 있다, 이런 생각 혹은 심리가 더 작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분들은 자신이 생각한 트릭이 아니라는 게 몇 번 증명되면 그때부터 믿고 보기 시작한다.

Q. 방송에 대한 진위여부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지금까지 나온 공포 장르를 소재로 한 생방송은 조작이 많았다. 사람이 숨어서 일부러 그런 상황을 연출한, 그런 영상들이 많이 떠돌아다니다 보니 거기에 배신감을 느낀 사람들도 있을 거다. 그래서 당연히 윤시원도 다 연출이고, 조작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 보니 방송을 할 때 좀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 오픈한다. 다 오픈을 하고서 신뢰를 쌓아간다. 그렇다보니 팬 분들이 그런 부분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많이 좋아해주고 인정해준다. 그렇게 입소문을 타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

Q. 시청자들이 고스트헌터 윤시원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다면.

내 방송 컨셉 자체가 일반인이다. 방송으로도 매번 말하지만,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겁쟁이다. 그냥 동네에서 돌아다니는 사람, 대한민국 어디에나 있을 흔한 사람, 귀신이 보이지도 않는 일반 사람, 시청자들과 똑같은 사람이다.

나는 영상에서도 무서우면 무섭다고 표현한다. 귀신을 느끼거나 그런 것도 없다. 무당선생님이 ‘저기 귀신이 있어 차가운 공기가 느껴질 거다’, 라고 해서 한 번 손을 갖다 대서 안 차가우면 솔직하게 ‘안 차가운데요, 아무것도 안 느껴져요’, 라고 얘기한다. 만약에 갖다 대보고 정말로 차가우면 ‘어? 진짜 차갑네?’ 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시청자분들을 대신해서 체험해주고, 알려주는 사람이다. 시청자분들도 이런 부분을 많이 좋아해주시면서 나에 대해 신뢰해주시는 것 같다.

시청자들을 대신해 직접 뛰는 흉가체험 현장

Q. 흉가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얻는지.

초창기 때는 괴담을 찾아 정보를 유추하면서 잠도 잘 못 자고 찾아다녔다. 지금은 7년차가 되다보니 제보가 들어온다. 제보를 통해 많이 왔다 갔다 하게 됐다. 여기에 사람이 죽었어요, 어떤 귀신이 나와요, 하는 제보도 종종 들어오지만 대부분은 다 폐가였다. 사람이 살지 않은, 마치 여기에 무슨 일이 있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비어져 있는 곳이었다. ‘무서우니 윤시원이 와서 봐줘라’, 라는 케이스가 많다. 

윤시원 BJ가 7년동안 다닌 흉가 중 대한민국 최악의 장소 중 하나 ⓒ윤시원 유튜브 영상<br>
윤시원씨가 7년동안 다닌 흉가 중 대한민국 최악의 장소 중 하나 ⓒ윤시원 유튜브 영상

Q. 지금까지 갔던 곳 중 제일 무서웠던 곳은 어디였는지.

의외로 진짜 무서운 곳은 외관으로 봤을 때 으스스한 곳이나 전파가 안 터지는 산 속이라고 생각하지만, 평범한데도 기운이 안 좋은 곳이 많다. 아무래도 이런 체험들을 많이 하다 보니 여기 정말로 위험한 곳이구나, 이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아직도 생각이 나는 데가 대표적으로 두 곳이 있다.

첫 번째는 문경의 야산 채석장이다. 문경 십자가 자살사건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그곳을 취재하겠다고 혼자서 올라간 적이 있다. 그때 밤 8시 밖에 안 됐는데도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 광기가 장난 아니게 느껴졌다. 이 기운은 진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정신이 계속 몽롱해졌다. 촬영을 좀 하다가 그냥 내려오게 됐는데 아직도 계속 생각이 나는 곳이다.

두 번째로는 일반 폐횟집이었다. 나는 사람 죽은 곳도 가보고 곤지암 정신병원에도 혼자 다녀온 적이 있지만 별로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 폐횟집은 촬영하려고 들어가자마자 싸늘하다고 느꼈다. 닭살이 계속 돋으면서 ‘와아, 이게 뭐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이어서 실시간 채팅으로 시청자들과 이 폐횟집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시청자들이 유추를 하면서 찾아보니 살인사건 난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 노부부가 죽었다고 한다. 그 옆 마을 동네 청년에게 살해당했다고. 근데 또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니 죽은 노부부가 그 청년을 장애가 있다고 몇 년 동안 핍박했고 그 청년이 앙심을 품어 죽인 거라고 한다. 일단 촬영을 하긴 했었는데도 하면서도 계속 시청자들에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이건 기운이 장난 아니다’, 라는 표현을 많이 했다.

Q. 실제로 흉가나 이런 곳에 갔다 온 후에 특이사항이 있었는지.

있다.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흉가들 몇 가지가 있는데, 그런 흉가들을 다 가봤지만 사실상 몸이 안 좋아지거나 귀신이 보이거나 그런 건 없었다. 하지만, 그냥 평범한 폐가인데 갔다 오고 나서 짧게는 3-4일, 길게는 2주일 동안 정말 몸이 끊어질 정도로 아팠고 잠도 안 오고 생활리듬이 망가지면서 안 좋은 일들이 계속 일어난 적이 있었다. 우리는 따로 흉가와 폐가를 구분해놓는데, 이렇게 몸이 안 좋아지는 곳은 흉가라고 체크 해놓고 다시 한 번 더 가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돌아다닌다 해도 영적으로 강해지거나 뭐가 보이는 건 아니다. 나도 초반에 정말 궁금했다. 귀신이 보인다고? 저기에 있다고? 그런데 그런 건 없다. 그냥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뭔가 어떤 곳에서 묘한 느낌이 들거나 이상하게 눈이 가는 곳이 있지 않은가. 딱 그 정도 선이다. 빨간색이 보이고 귀신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이고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느낌으로 숙달이 되다보니 자신 있게 귀신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얘기하는 것뿐이었고, 그런 느낌이 든 곳에 장비를 갖다 대서 보니 뭔가 포착하기도 했었을 뿐이다. 당연히 포착하는데 실패한 경험도 많다. 그런 영적인 분야는 아직까지도 나에게 있어서도 미스터리다. 

Q. 그 밖의 일화가 더 있는지.

재미있었던 일화가 하나 있다. 방송 초창기 때 흉가에 다녀오고 나서 어깨가 아팠다. 카메라를 들 수조차 없을 정도로 너무 아파서 잠도 잘 못 잤다. 무당들이 어깨에 귀신이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팔이 뒤로 꺾였다니 묶였다니 등 겁을 엄청 줬다. 그렇게 귀신이 있다는 어깨는 그냥 어깨주사 맞고 나았다. 과학의 힘으로 이겨냈다. 어깨 주사를 맞으니 그 다음날 바로 카메라 들고 다닐 수 있었다. 물론 무당 분들이 걱정해주신 건 고맙다.

일반 사람들도 충분히 귀신을 만날 수 있고, 어깨가 아플 수 있다. 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해 마음이 약해지지만, 그렇게 생각할 거 없다. 피로회복제 먹고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고스트헌터’ 윤시원 ⓒ투데이신문

오랜 공포 방송 활동 중 든 귀신에 대한 개인적 고찰

Q. 실제로 귀신(또는 영적인 존재)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귀신이 들렸다는 등 심령 현상을 경험했다는 사례자나 제보자를 많이 만났다. 처음에는 이들의 경험이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착각일 수 있다고 의심했다. 사실 귀신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긴 힘들다. 귀신이라는 존재가 사람의 약한 마음에 스며드는 일종의 비과학적 현상이라고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은 귀신이라는 존재 때문에 실제로 굉장히 많이 힘들어 하고 있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서 나를 찾아온 건데 객관성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이들은 밀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귀신을 정말 믿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면 나는 무당이 굿을 하면 다 사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좋은 곳에 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고, 그런 마음까지 부정하거나 무너뜨릴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좀 아이러니하고 추상적이지만 이제 귀신의 존재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Q. 방송활동을 하면서 귀신(또는 영적인 존재)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귀신은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정말 한도 끝도 없다. 빈틈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 무당들한테도 귀신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 사람이 죽어서 혼이 나오면 그게 바로 귀신이라고 주장하는 무당도 있었고, 다른 차원의 존재라고 주장하는 무당도 있었다. 귀신이란 존재가 무당 사이에서도 통일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 혼자 생각했던 게 1차적으로 접근해보자는 거였다. 먼저 ‘귀신은 중력의 영향을 받을까?’ 였다. 우리는 흔히 귀신은 떠다닌다고 생각한다. 정말 디테일하게 들어가서 만약 귀신이 떠있는 이유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귀신은 우리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 굉장히 빠른 자전과 공전을 같이 진행을 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게 아니라고 하면 귀신은 지구가 아닌 우주에 떠돌아다녀야 된다. 거기서부터 이치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생각한 결과, 우리는 귀신이나 유령을 ‘심령체’ 혹은 ‘심령에너지’라고 정의 내렸다. 

괴담 같은 경우는 흔히 착각에서 비롯해 시작된다. 대부분 귀신을 만났다고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빈틈이 많다. 뒤에서 사람이 분명히 없는데 어깨를 쳐서 돌아봤더니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한 번 물어본다. ‘혹시 옆은 보셨나요?’ 라고. 그러면 옆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착각과 더불어 그 사람이 무섭다고 느낀 감정들이 합쳐져서 괴담이 되었다고 본다. 만약 착각이 아니라 진짜로 귀신이나 사람의 형체 같은 걸 봤다고 하면 그건 앞서 말한 심령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Q. 그러면 귀신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자연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초창기 때 창귀(호랑이한테 잡혀 먹힌 혼령이 귀신이 된 것)가 궁금해 스님을 찾아가 물어본 적이 있다. 호랑이는 우리나라에서 다 전멸했는데, 아직도 우리나라에 창귀가 있냐고. 그때 스님이 말씀하길, 저 풀잎에 고여 있는 이슬에도 몇 억 겹에 영혼이 뭉쳐 있는 거라는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다. 처음에는 솔직하게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는데, 지금은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사람이 처음 죽고 원한이 있을 때 사람의 형상으로 돌아다닐 수 있지만 점점 에너지가 고갈되면 자신의 형태를 잊는다. 누군가를 죽일 거라는 강한 감정을 가진 사념체가 떠돌다가 점점 자신의 형태를 잊고 동그란 원형으로 변하고 그렇게 곧 소멸하게 된다. 이런 과정 자체가 자연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귀신, 유령 이런 것들이 자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스님의 말 역시 그런 얘기였다고 생각한다.

 고스트헌터 윤시원 ⓒ투데이신문
‘고스트헌터’ 윤시원 ⓒ투데이신문

방송활동의 영역을 넓혀 해외활동도 적극적으로 검토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작년 2월 달은 코로나19가 이렇게 심해지지 않았을 때였다. 그래서 일본 쪽으로 답사를 갔다. 일본 프로젝트로, 6개월 정도 촬영하고자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1년째 발이 묶여 있다. 백신을 맞고 나서 조금 힘들더라고 다시 나가볼까, 하는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건 아니고, 좀 더 지켜보고 나서 움직여야 될 것 같다.

또한 일본 뿐 아니라 동남아 쪽도 생각해두고 있다. 이번에 개봉한 <랑종>은 태국 무당에 관련된 공포영화인데, 나도 고스트 헌터로 활동하는 태국의 무당 분들이랑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태국은 귀신을 정말로 믿는 나라다. 마을에서 조그마한 일이 벌어져도 귀신이 와서 그런 거라고 마을 전체가 뒤집어진다. 그래서 공포 쪽으로 봤을 때 태국은 굉장히 좋은 소재가 많다. 우리도 <랑종>을 광고로 몇 번 봤는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소재를 갖고 만들었다고 본다. 당연히 영화다 보니 연출과 각색이 많이 들어갔지만 신내림도 그렇고 공포를 잘 잡아내지 않았나 싶다. 나 역시 한 번 공포영화나 이런 종류의 영상을 찍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앞서 말한 나라 말고도 홍콩, 영국, 미국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으며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찍어 보고 싶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팬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유튜브에서 내 영상을 보고 흥미를 느껴 아프리카TV에서 진행하는 생방송도 보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구독자가 많아지면서 팬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혹시 내가 사고를 치지 않을까, 거만해지지 않을까, 초심을 잃지 않았을까, 하고. 하지만 나는 내가 잘나서 올라간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지도가 있다고 해서 연예인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공포라는 콘텐츠 자체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다. 콘텐츠를 인위적으로 무섭게 하고 싶지 않고 유쾌하게 풀고 싶다. 공포라는 장르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우리들이 웃을 땐 웃고, 미스터리한 건 같이 궁금해 하고 같이 무서워하고 싶다. 사실성을 중시하다보니 귀신이 뚜렷하게 보이거나 귀신이 물건을 던지거나 그런 자극적인 요소들이 많이 없다. 그러다보니 더 강한 걸 원하시는 시청자들도 있다. 뭔가를 가지고 와라, 뭔가를 해서 찍어 와라, 라고 말한다. 물론 나도 시청자 여러분께 죄송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들께 사실성 있는 영상을 보여드리고 싶다. 지루할 수는 있지만 재미있게 만들어보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사람들이 방송은 방송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심령이란 게 정답이 없다. 이 미스터리를 그냥 미스터리로 남겨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좀 있다. 나처럼 모든 걸 다 알기 시작하면 재미가 없어진다. 미스터리는 미스터리일 때가 아름답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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