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보당 대선후보 김재연 상임대표
덜 일해도 행복한 노동중심국가 만들고파
주 4일제, 먼 미래라 생각하면 희망 없다
‘토지공개념’ 현실화하려는 의지 보여야
남북관계개선 ‘약속’ 실현에서부터 시작
국민이 마음 주고싶은 진보정치 약속해

26일 서울시 종로구 진보당사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인 김재연 상임대표 ⓒ투데이신문
26일 서울시 종로구 진보당사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인 김재연 상임대표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내년 3월로 예정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후보 선출을 위해 치열하게 경선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진보당 김재연(41) 상임대표는 단독 후보로 사실상 출마를 확정하고 민심잡이에 가장 먼저 시동을 걸었다.

‘노동자들의 정당’이라고 불리는 진보당을 대표하는 만큼 김 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에서도 “덜 일해도 행복할 수 있는 노동중심의 국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출마 선언 후 첫 행보로 전태일 열사 묘역을 참배하며 그 의지를 확고히 드러냈다.

김 대표는 이번 대선의 슬로건을 ‘일하는 사람들의 정치혁명’으로 설정하고 불평등 해소를 통한 주 4일제 실시, 노동조합이 상식인 나라, 노동중심의 10차 개헌을 비전으로 삼았다. 더불어 토지공개념 전면 실현과 1단계 연방통일공화국 진입을 약속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26일 김 대표를 만나기 위해 진보당사를 찾았다. 

한때 제19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돼 국회에 입성하며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졌지만 당 해산으로 임기도 다 마치지 못한 채 국회를 떠나야 했던 김 대표.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던 정치인으로서의 여정을 밑거름 삼은 그에게선 단단함이 느껴졌다. 

김 대표는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과 혐오에는 개혁을 끌고 가지 못한 대안의 정치세력, 진보정당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진보정치를 해온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그는 이번 대선을 통해 진보정치의 야성을 회복하고, 국민의 민심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5일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을 공식화 했다 ⓒ진보당
지난 5일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을 공식화 했다 ⓒ진보당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통령’

Q. 어떤 각오로 대선 출마를 결심했나.

5년 전 촛불항쟁 때 많은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목소리를 냈고, 이를 통해 한 국가의 대통령이 탄핵에까지 이르게 됐다. 그렇다면 이후에 들어설 정권에서는 많은 것들이 변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광장에서 수많은 사람이 외쳤던 개혁의 요구들은 시행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지난 4년 반의 시간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심지어는 ‘배반이다’라는 표현까지 쓰시는 분들도 있었다. 왜 그랬는가를 돌아본다면 평가할 지점이 굉장히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개혁의 실행을 앞장서서 끌고 가야 할 대안의 정치세력, 전 그것이 진보정당이 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보정당의 힘이 그만큼 충분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개혁을 만들어 낼 수 없는, 보수 정치가 변화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진보정치를 해온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에 많은 분들께서 야성을 가진 진보정치를 다신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아쉬워하셨다. 다시 그런 정치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오랜 시간 준비했고, 이번 대선을 시작으로 향후 한국사 정치 변화에 큰 물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진보당의 의지를 당 대표로서, 대선후보로서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Q. 역대 가장 젊은 대선후보다. 기성 정치인에게 없는 본인만의 강점은. 

흔히들 젊음은 ‘새로움’, ‘도전’과 같은 이미지로 이해한다. 정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민들께서 우리 정치가 굉장히 낡았고, 변화하지 않고, 어떤 인물을 뽑아놔도 소위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불신이 굉장히 크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 이미지를 바꾸려면 기존에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정치 문법에 얽매어있는 기성 정치세력이나 기성 인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최근 많은 국민들께서 젊은 정치인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모아주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만 40세로 헌법상 대선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젊은 후보로 출마하는 만큼 젊은 정치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진보정당다움, 도전정신, 미래를 열어내는 정치언어로 국민들께 다가가고자 한다.

Q. 출마 선언 후 첫 행보가 전태일 열사 묘역 참배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직 (다른 정당의) 경선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대선후보들이 있는 상황이다. 이들 중에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없다. 진보당은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나라 전체가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런 이야기를 수십년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년 전 전태일 열사가 사망해가던 시절의 열악한 노동현실이 여전하다. 모양새만 다를 뿐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열사가 꿈꿨던 세상을 진보정치의 모습으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찾아갔다. 그곳에는 전태일 열사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바라며 싸웠고, 희생된 분들의 묘역이 있다. 묘역들을 찬찬히 돌아보며 저의 생각과 다짐을 다시 한번 세우는 기회를 가졌다.

Q. 이번 대선 슬로건인 ‘일하는 사람들의 정치혁명’은 어떤 뜻을 담고 있나.

여기서 ‘일하는 사람’의 의미는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특수고용노동자처럼 노동자이지만 노동법을 통해 자신의 권익을 실현하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존재하고 있다. 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자영업자도 열심히 일하지만 임대료 등으로 자신의 노동만큼의 가치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일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불로소득 또는 막대한 자산으로 일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정치가 일하지 않고도 먹고사는데 지장 없는 소수의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흘러가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요구와 권리는 외면하는 현실이 잘 바뀌지 않고 있다. 단편적인 이유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치권력이 굉장히 적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300여명의 국회의원 대다수는 노동자가 아닌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만 보더라도 정치권력이 얼마나 편향돼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일하는 사람들의 정치혁명을 통해 일터에서 주인이기도 하지만 정치에서도 주인이 돼 주권자로서의 역할을 높이고, 그래야 나라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키워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강원 플랜트 지부 간담회에 참석한 김재연 상임대표 ⓒ진보당

‘노동·불평등해소·남북연합’ 담아낸 5대 비전 

Q. 불평등 해소를 통한 주 4일제 실시를 약속했다. 여기서 뜻하는 불평등 해소란 무엇인가.

주 4일제라고 하면 노동자분들 입장에서는 임금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혹은 자영업자분들께선 ‘내가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느낄 수 있다. 임금이 줄어들지 않고, 자영업자분들께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주 4일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을 때 해답은 제도가 어느 정도 안착될 때까지 정부가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그런 재원을 어디서 마련해야 하는가에 대해 진보당이 지금으로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방식은 극심한 자산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거다. 아마 많은 국민들께서 자산의 불평등이라고 하면 부동산을 떠올리실 거다. 누군가는 평생 집 한 채를 가지지 못하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100채 이상의 집을 소유하는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막대한 불로소득에 대해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공화국’이라는 오명은 정부 스스로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토지, 부동산은 공공의 재화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주목하고, 이것을 투기 수단으로 개인이 독점하고, 이를 통해 만들어내는 불로소득은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과감하게 규제해야 한다. 규제 방식은 당연히 세금이 될 것이다. 그렇게 거둬들인 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은 과로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많은 분들을 위해 일자리를 나누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의문과 반발도 있을 것 같은데.

진보당은 민주노동당 때부터 진보정치에 몸담아왔던 분들이 계시고, 지금도 민주노동당의 뜻을 계승하고 있는 정당이라고 말씀드린다. 저 역시도 그렇다. 20년 전 민주노동당이 무상의료·무상교육을 얘기했을 때도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거 아니냐’, ‘우리나라 경쟁력으로 어떻게 무상으로 복지를 퍼줄 수 있느냐’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다. 특히나 정치권에서의 반발이 컸다. 이후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특히 무상급식이 치열한 논쟁 속에 현실화되면서 정치권의 결단을 통해서 이런 변화가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고, 변화가 우리 일상에서 어떤 삶의 변화를 낳는지 많은 국민들께서 경험했다. 때문에 정치가 어떤 정책적 결단을 잘 내린다면 내 삶이 변할 수 있다는 경험치는 이미 국민들께서 모두 가지고 계신다. 그렇다면 무상의료·무상교육 같은 진보정당이 내놨던 참신하고 미래지향적인, 평범한 서민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정책들을 꾸준히 만들어 내고, 때론 그것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충돌을 일으킬 수 있을지라도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내는 것이 진보정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정치는 기존의 질서를 지키는 것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면, 진보정치는 그 질서를 뛰어넘어서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미래언어다. 주 4일제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기 때문에 이번 대선을 통해 많은 국민들과 주 4일제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풍부한 상상의 장을 만들고 싶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등을 통해 기존의 근무방식이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국민들께서 경험하고 있다. 또 해외 여러 정부에서도 이미 주 4일제를 실험하고 있고, 좋은 평가를 거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우리나라에서 주 4일제를 먼 미래라고 하는 것은 희망적이지 않다.

Q. ‘노조가 상식인 나라’를 약속했는데, 구상 중인 정책이나 방향성이 있다면.

현재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국민이 대략 200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다고 알고 있다. 매우 적은 수다. 노동조합을 가지려고 하면 법적인 제약이 매우 많다. 과거에는 노동자라고 하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많이 떠올렸지만, 지금은 아주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생겨나고 있다. 계약서상으로 사용자 내지는 사장님인데 실제로는 노동자와 다름없는 특수고용노동자 등에게도 노동조합이라는 무기가 주어져야 한다. 때문에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령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이 상식이 되게 하려면 국민들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 지금이야 대기업에 취업하면 노동조합을 통해 임금 인상도 이룰 수 있고 복지와 처우도 개선될 수 있다는 인식이 조금씩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보수 언론에서는 여전히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왜곡하거나 매도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때문에 노동조합을 포함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에 대해 학교에서부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부터 노동법을 교육하고, 시민이 갖춰야 할 여러 덕목 중 노동의 가치를 이해하며 함께 노동하는 삶을 행복하게 나눌 수 있는 사회들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노력을 고민 중이다.

Q. 노동 중심의 10차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노동 중심의 개헌’ 자체가 생소할 수 있다. 지금의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국민의 주권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진보당은 여기에 ‘노동중심의 자주평등공화국’을 넣어 강조하고 싶다. 현행 헌법은 제32·33조에서 노동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 모든 사람은 노동의 권리를 가진다는 취지의 고용안정, 적정임금,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 또 전 국민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국가의 의무와 관련해 해고제한의 의무, 직접고용, 무기고용 등도 포함해야 한다. 아울러 노동조합 결성·가입도 담아야 한다. 이런 것들이 헌법에 명시된다면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가 달라지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의 권리를 굉장히 고단한 싸움을 통해 조금씩 늘려갔다면 이제는 조금 더 일찍, 저금 더 마음 편하게 일터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26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무주택자 통곡의벽’ 기자회견을 가진 김재연 상임대표 ⓒ진보당
26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무주택자 통곡의벽’ 기자회견을 가진 김재연 상임대표 ⓒ진보당

Q. 여러 대선 후보들에게서 ‘토지공개념’이 거론되고 있다. 진보당만의 차별점이 있나.

다른 후보들께서 토지공개념과 관련된 내용을 상세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책적 차별성을 언급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다만 일단 토지공개념을 많은 분들께서 언급하고 있는 거 자체는 굉장히 환영한다. 이번 대선에서 토지공개념을 주장하시는 여러 후보들께 이것만큼은 원포인트로 개헌을 추진해보자고 제안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시길 기대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이 우리나라에 등장하고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30년 전이다. 여당 정치인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직자, 정치권의 부동산 투기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짚어봤다. 토지가 공공의 재화라는 대명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부정하지 못한다. 다만 토지공개념을 현실화 하려는 의지가 굉장히 부족했다. 현 정부의 청와대 공직자들이나 LH 고위직들, 일부 여·야당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드러났지만 솜방망이 처벌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말로만 토지의 공공성을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정책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어, 집값이 오르지 않을 거라 얘기해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줄인말)해 집을 사는 시간들이 지금까지 흘러왔다.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진보당은 저를 포함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들이 당내 선거를 치르고 있는 시기다. 후보 등록 이전에 부동산 관련 조사를 모두 마치고 결격사유 없는 분들만 후보 등록을 할 수 있게끔 검증 절차를 마쳤다. 저희 후보들부터 검증 후 투명하게 국민 앞에 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실행하는데 앞장서겠다.

Q. 남북관계에 연일 빨간불이 켜져있다. 1단계 연방통일국 진입 어떻게 실현할 계획인가.

1단계 연방통일국은 제가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다. 2000년 6.15 공동선언 때 당시 김대중·김정일 두 정상이 회담을 통해 포괄적으로나마 통일방안을 담았다. 당시에는 머지않아 남북연합시대가 올 것이라 많은 국민들께서 기대했다. 그런데 20년 넘게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걸까. 2018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남북 정상의 약속 이후 최근 3년의 시간만 봐도 답을 알 수 있다. 남북관계개선의 핵심은 약속한 것을 잘 지키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오랫동안 갈라졌고, 방목돼왔던 관계의 회복을 선차적으로 이뤄야 한다. 1단계 연방통일국 진입의 핵심은 일단 2000년, 2007년, 2018년에 있었던 남북의 정상들의 약속들을 실현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직 국회 비준조차 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

지난 5일 대선 출마 선언 후 마석 민족민주열사 묘역을 찾은 김재연 상임대표 ⓒ진보당

소외된 사람들의 ‘직접정치’

Q. 정치인으로서 걸어온 길이 고난의 연속 아니었나.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진보정치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고난과 시련이 따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고난과 시련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진보정치에 발을 디디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그 탄압이 거셌던 건 사실이다. 국회의원으로서 임기도 마치지 못한, 의정활동을 통해 국민들과의 약속을 보여주지 못한 굉장히 아픈 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변화를 약속한 것들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국회 바깥에서는 노동자, 농민, 청년 등 많은 국민들의 치열한 싸움은 계속돼왔다. 촛불광장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그런 국민들이 보여준 에너지와 변화에 대한 열망을 알고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눈앞에 있는 탄압과 어려움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 에너지와 열망이 존재하는 한 진보정치가 꿈꿨던 세상이 현실로 만들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진보정치는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2017년 10월에 촛불이 켜졌던 그 광장에서 다시 정당을 창당하고, 만 4년 가까이 정치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 사이에 당원 수가 8만명에 이르렀고, 과거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이 성장한 당의 조직적 체계와 당원들의 정체의식, 정치적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진보당은 이런 의지들을 더 크게 모아 향후 진보집권이라는 오랜 꿈을 실현하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이번 대선을 통해 다시 한번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26일 서울시 종로구 진보당사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인 김재연 상임대표 ⓒ투데이신문​
​26일 서울시 종로구 진보당사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인 김재연 상임대표 ⓒ투데이신문​

Q. 대선후보로서 지키고 싶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원칙이나 소신이 있다면.

많은 국민들께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시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굉장히 실망했고, 정치 자체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깊어졌다. 일일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뉴스만 틀면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도 채우지 못하는 정치인으로 도배돼 너무나 안타깝다. 심지어는 대선후보들까지도 그렇다. 진보정치인으로서 적어도 국민 앞에서 했던 약속들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씀드린다.

또 세상을 바꾸는 정치, 특히 대통령으로서 약속한 것들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서 진보정치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를 촛불광장에서 확인한 국민들의 열망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이번 선거에서 말씀드린 약속들을 지키는 것, 세상의 변화에 희망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의 뜻과 의지를 잘 조직해내는 것이 진보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6개월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시민의 목소리를 잘 담아내고 그분들이 정치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

Q. 이전의 성적표만 보면 어려운 레이스임이 분명하다. 어떻게 민심을 끌어낼 계획인가.

지난 4.7 재보궐선거로 확인된 민심은 종잡을 수 없는 모양새였다. 갈 곳을 잃은 민심이라고 해야 할까. 분명히 4~5년 전에 촛불의 민심은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변화를 열망했는데 이를 보여줄 수 있는 정치세력이 없어 보이고, 때문에 조금이라도 새로운 인물 혹은 방향성이 제시되면 주목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인 거 같다. 51년 전 전태일 열사의 외침을 현실로 만들고자 땀과 노력을 기울여 왔었던 많은 사람들의 의지를 담아 진보당의 대선후보로 출마했다. 이런 의지들이 여전히 살아 있고 이것을 집권으로까지 향하게 만들고자 꿈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진보당에 존재한다. 그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대신해준다는 걸 국민들께서 알게 된다면 마음을 주실 거라 생각한다. 때문에 노동자, 평범한 시민들을 가까이에서 뵐 수 있는 그런 낮은 자세의 선거운동을 해보고 싶다. 실제 당내 후보 선출을 진행했던 3주 동안 전국을 돌면서 당원들께 저의 출마에 대해 말씀드렸다. 주로 제가 갔던 곳들은 산업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선다고 해서 싸우고 있는, 태양광 패널 설치로 농사를 지을 수 없어서 떠나야 하는 농촌현장이나 탄광에서 일하시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었다. 정치가 내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대변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고마워하고 반가워하는 분들을 찾아다녔다. 앞으로 6개월도 그런 행보로 가득 찰 것 같다.

Q. 선거 승패 여부를 떠나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다시 마음을 주고 싶은 진보정치가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줄 수 있는 진보정치 야성을 많은 분들께서 그리워하고 계시다. 오래전 탄압으로 임기조차 채우지 못했던 정치인이 다시 살아 돌아와 그리웠던 진보정치 야성을 보여준다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반가워하고 정치에 대한 희망을 다시 가슴속에 품으실 수 있다면 그것이 제 도전의 성공이 시작되는 거 아닐까 기대해 본다.

Q. 끝으로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가 나의 이야기를 하는구나’, ‘나도 정치의 일원이구나’라는 걸 국민들께서 아셨으면 좋겠다. 지난 70여년 동안 뉴스에 나오는 정치에 나의 이야기도 없었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어려웠다. 진보정치가 해야 할 일은 정치를 국민들께 돌려드리는 일이다. 진보당은 노동자, 농민, 청년 등 정치에 소외된 사람들의 직접정치를 표방해 창당됐다. 정치는 국회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우리는 투표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고정관념들이 허물어지고 있다. 촛불혁명 이후 이 같은 변화들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간 변화를 실행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부재했다면, 이제는 진보당이 그 역할까지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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