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의 원인 저마다 달라…사회적 인식 개선 우선
더욱 취약한 여성 노숙인, 관련 지원 시설 많아져야
정보 취약계층 노숙인 겨냥한 직접적인 지원책 필요
사회 안전망의 불평등…더욱 많은 젊은 노숙인 초래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뭉쳤다. ‘갈매기도 집이 있다’ 시리즈와 현재 젊은 홈리스들이 처한 현실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현 정책과 우리 사회가 홈리스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빈곤은 점차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당한 홈리스들에겐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오랫동안 이어진 노숙인 복지정책에도 불구하고 노숙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거리에 하나, 둘 늘어나는 젊은 노숙인들과 그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투데이신문>은 홈리스 관련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현 문제점들과 해결을 위한 의견을 들어봤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결책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지하철 역사 내, 와이파이에 의지한 채 휴대폰을 바라보는 젊은 노숙인이 앉아있다.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지하철 역사 내, 와이파이에 의지한 채 휴대폰을 바라보는 젊은 노숙인이 앉아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속에서 이른바 ‘코로나19 노숙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노숙인의 증가는 1990년대 후반 IMF와 2000년대 초반 신용불량 급증 사태 등 전반적 경제 상황과 관련이 깊었다. 최근 노숙인 증가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임시·일용직 노동자가 실직하거나 소득감소가 이어짐에 따른 여파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019년 보건복지부 통계 기준 전국 노숙인 등은 1만6516명에 달했으며, 특히 서울은 975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숙인이 존재했다. 

복지부는 노숙인 복지와 자립 지원을 위해 5년마다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와 종합계획 수립·시행을 하고 있다. 이어 거리, 일시보호시설, 자활시설, 재활·요양시설, 쪽방 거주자만 지자체에서 취합한 현황을 담아 ‘노숙인 등의 복지사업안내’를 매년 발간한다. 

하지만 복지부의 통계의 경우 비숙박용 다중이용업소를 잠자리로 활용하는 노숙인을 집계하지 않아 실제 노숙인의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행법상 노숙인 등을 18세 이상인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어 실제 노숙을 하고 있는 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아 허점이 있다. 

이에 본보는 홈리스 관련 전문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 국회 입법조사처 허민숙 조사관 , 프레이포유 손은식 목사,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원을 만나 앞으로 국내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양한 원인의 젊은 노숙, 사회적 안전망은 허술

멈출 줄 모르는 코로나19 재확산에 국내 경제까지 얼어붙으면서 가진 것 없는 노숙인들은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노숙인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코로나19 방역이라는 이유로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가뭄에 콩나듯 생기던 일자리 마저 자취를 감췄다. 그 결과, 거리 곳곳에 하나 둘 젊은 노숙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노숙인들의 등장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봤다. 그러나 젊은 노숙인들이 젊다는 이유로 국가적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특히 가뜩이나 허술한 사회적 안전망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허술해졌다며 입을 모았다.

“영화 <소공녀>는 모두가 앞만 보고 경쟁과 업적, 그리고 보상을 욕망하며 달려 나갈 때 주인공 미소는 담배 하나 물고 위스키를 마시면서 반대 방향으로 유유히 걸어가는 장면으로 영화 끝을 맺는다. 현재 젊은 노숙인들이 증가하는 것도 주거에 모든 것을 거는 기성세대와대는 다른 청년세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현상일 듯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기 몸 하나 의지할 공간을 마련할 수 없을 만큼 청년에게 힘들어진 주택시장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1990년대까지 ‘선 가정 후 사회보장’이 국가적 표어이기도 했다. 아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을 할 때에는 문제가 덜 심각할 수 있다. 문제는 자존감 때문에 혹은 기준을 조금 넘는 소득으로 인해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에 머물 경우 국가로부터 아무런 도움이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서울여대 정재훈 사회복지학과 교수(이하 정)

“청소년 혹은 청년 노숙인의 증가는 가정해체와 관련 있다고 본다. 무관심한 부모에 의해 방치된 청소년들이나 집에서 쫓겨난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은 전혀 촘촘하지 않다.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이미지는 ‘불량 청소년’ 혹은 ‘비행 청소년’ 등처럼 부정적이다. 이런 이미지 탓에 그들이 가정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관심이 적고, 비난하는 시선이 더 크다. 집이 안전하고 편안하며, 보호자로부터 사랑받는다면 가출할 청소년은 적을 것이다. 가출 청소년의 상당수가 폭력 피해자이며, 최근에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도 있다. 거리가 안전하지 않음에도 집보다는 낫다고 느낀 청소년들이 가출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갈 곳이 없으므로, 폭력이 난무하는 가정에서 일상을 버텨야 하는 청소년들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 허민숙 조사관 (이하 허)

“각자 다양한 원인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보육원을 나와서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있고, 편부모나 조부모와 함께 지내다 제대로 돌봄이 이뤄지지 않아 노숙하는 경우도 있다. 어려서부터 가족의 해체로 거리를 전전하는 사례도 존재했다. 요즘에는 불안한 경기로 운영하는 사업체나 다니던 직장이 망하거나 없어졌는데, 차마 집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던 성인들이 거리 생활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 거 같다. 이런 현상을 미뤄 봤을 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가정이 불우한 젊은 세대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전혀 촘촘하지 않다는 것이다” 프레이포유 손은식  목사 (이하 손)

“가난과 빈곤을 젊음이 버티지 못하는 사회가 됐다. 사회 불평등 격차는 심각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손 놓고 있다.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튼튼하게 만들지 않음으로써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는 존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 특히 여성의 일자리는 대단히 취약하며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쫓겨나는 존재가 된다. 학생의 위치도 가능하지 않은 사회적 불평등을 몸소 겪는 존재들이 늘고 있다. 노동의 가치보다 금융자산에 몰두하는 사회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의 준말)로 그 경로에 탑승했다가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거, 의료, 관계망, 먹거리, 교육, 일자리 등 하나의 요소로만 삶을 지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시민에게는 통합적인 지원이 닿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빈곤은 해결하기 어렵다고 해서 손을 놓을 수 있는 사회문제가 아니다. 사회위험은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그 피해도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빈곤은 우리 모두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원 (이하 권)

노숙인의 팔에 볼펜으로 쓰여진 숫자 45.
취재 도중 만난 노숙인의 팔에 볼펜으로 쓰여진 숫자 45. 무료급식 대기표가 따로 없자 팔에 볼펜으로 대기순번을 작성했다.ⓒ투데이신문

한 끼 먹고자 매춘에 연루 되기도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노숙인은 한 끼를 해결할 돈을 벌기 위해 매춘에도 연루됐다. 좀도둑이라는 사회적 낙인과 온전치 않은 정신탓에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기에 선택한 방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여성 노숙인을 위한 주거지원이 가장 우선으로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에 성매매 자활 지원센터가 있다. 자활 지원센터의 아웃리치(대외활동) 기능 확대를 통해 이들 여성을 보호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 센터 인력 및 예산을 청년 여성 노숙인 중심으로 별도 편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거 지원이다. 당장 그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 이후 상담, 치료 등 서비스 지원이 함께해야 한다. 이 모든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지원이다.” -

“여성 노숙인이 매춘에 연루되는 이유는 생계 때문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더 취약하고 빠져나오기도 어렵다. 결과를 두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존엄을 버려야 하는 과정을 더 세세하게 인지하고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성 전용 노숙인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도권 중심의 노숙인 시설 설치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 여성 노숙인은 폭력 피해로 노숙인이 될 우려가 크고, 노숙인이 됐을 때 또다시 성폭력 등 폭력 피해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여성 전용 노숙인 시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자립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야 한다. 여성 전용이 여성에 대한 우대가 아니다. 일반시설이 남성 전용처럼 이용되기 때문에 여성 노숙인이 입소를 꺼리고, 입소 이후에도 오래 머물지 못한다. 시설뿐 아니라,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여러 시스템을 연계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 노숙인들의 자립과 자활을 돕는 복지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

“여성 노숙인의 쉼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에 위 같은 경우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간 노숙인들을 도우며 지켜본 결과, 여성 노숙인의 쉼터가 쉼을 주는 공간보다는 정신 장애가 있는 여성을 정신병원으로 보내기 전 거쳐 가는 곳의 역할밖에 못 하는 것 같다. 그러니 여성 노숙인이 쉼터에 가질 않는 것이다. 여성 노숙인을 전담하는 상담가가 전문적으로 거리에 나가서 여성 노숙인과의 만남을 가져야 한다. 여성 노숙인이 센터나 쉼터에 직접 찾아가지 않는 경우가 존재하기에 전문 상담가가 직접 찾아가서 만나야 한다. 전문 상담사들이 먼저 거리로 나가 여성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방안들을 직접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경로가 차단되고 지원이 단선적이기에 다른 경로를 찾는 경우가 결국 이렇게 유입되기도 한다. 사회진입 초기의 기초자산을 형성해 주려는 사회적 결단이 필요하다. 출발선을 중간중간에라도 맞춰줘야 한다. 우리 사회는 너무나 격차가 벌어져 있다. 사회안전망 구축이 다방면으로 구축돼야 한다. 또한 여성이 가족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수많은 맥락(안전하지 못한 상황)을 살펴 지원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취약한 사회안전망에 노출될수록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정도가 심해진다. 노숙의 경우 여성 취약성이 더 쉽게 드러난다. 또한 지원체계에서 여성의 경우 그 수가 남성보다 적어 예산에서도 지원순위가 밀린다. 여성 노숙인의 경우 정신질환이 있는 빈도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기본 의식주와 더불어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 사람이 제대로 쉬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권 

서울역 광장에서 20대 후반 젊은 노숙인이 역광장 와이파이에 의지한 채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서울역 광장에서 20대 후반 젊은 노숙인이 역광장 와이파이에 의지한 채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고졸·취업 보육원 퇴소 자격요건…1960년대 법, 변화 필요해

실제 본보가 만난 4명 중 3명은 고졸·취업으로 인해 보육원에서 나오게 된 경우였다. 이들은 사회에 나갈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사회로 나왔다고 전했다. 

아동복지법 제 16조에 따르면 보호조치 중인 보호대상아동의 연령이 18세에 달했거나, 보호 목적이 달성됐다고 인정된다면 보호 중인 아동의 보호조치를 종료하거나 해당 시설에서 퇴소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가의 보호는 대상 청소년의 연령이 만 18세에 달하면 종료된다.

민법상 성년이 아닌 만 19세 미성년자인 이들은 결국 사기, 실직, 부적응 등의 이유로 모아둔 돈을 모두 써버리고 난 뒤 거리로 나오게 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젊은 노숙인들을 찾아내 시스템 안으로 데려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숙사 형태라도 최소한의 주거 공간을 확보해 주고, 자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청소년쉼터가 이미 전국 곳곳에 확대되고 있기에 청소년쉼터 확대 및 기능 활성화가 시급하다. 아울러 지역별, 노숙인 개인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인력이나 예산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사회적 관심사가 적다. 섣불리 노숙인 복지 확대를 할 경우, ‘복지과잉’이라는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병행하면서 복지 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 대상 지원이 확대됐다. 적절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살던 보육원에서 지속적으로 부모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례관리 인력이나 비용을 지원하는 인력을 청년이 퇴소한 보육원에 배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졸 이후 퇴소시키는 정책은 1960년도에 만들어진 것이다. 고졸 학력으로 취업하고 생계를 꾸려갈 수 있었던 시대였다. 제도가 도입된 시절 이후로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청년들이 사회에서 자립하고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국가가 삶의 조건을 모두 바꿔줄 수는 없다. 하지만 자립을 힘껏 도울 수는 있다. 청소년들이 첫발을 잘 디딜 수 있도록 정책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가능하다. 또한, 한 번의 실패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도울 필요도 있다. 고단한 삶과 노동으로 건강을 잃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할 일이 많다. 관심만 있다면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일이다. 지속적인 관심과 국가의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 부모가 있는 청소년들만큼 지원해 주는 것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좀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재정적인 지원에만 초점을 두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가정이 아닌 시설에서 성장한 경우, 또래 청소년들이 부모님과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너무도 많은 일을 교육을 통해 학습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더 많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혼자서 모든 일을 결정해야 하고 책임져야 하는 삶이 얼마나 버거울지를 살피고, 함께 고민해 주고 결정해 주는 시스템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이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로 나갈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노숙하게 된 젊은 노숙인이 누구의 자녀, 한 가정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하질 못하는 것 같다. 선진국만 하더라도 젊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우리나라만큼 나쁘진 않다. 국가가 먼저 노숙하는 이들이 처음 거리로 나올 때 어떤 힘든 상황과 혼자서 이겨낼 수 없는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고 나서 그런 분들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사회에서 노숙인에 대한 홍보나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손 

“사회적 자원이 부족한 시민에게 사회적 자원을 연결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부족한 시민에게 그 안전망을 제공하는 역할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러나 그 빈곤의 삶을 제대로 들어보는 행정이나 정치인이 어디에 있는가. 매번 쪽방촌에서 사진을 찍어 남기는, 타인의 불행을 지켜만 보는 세상에 신물이 난다. 왜 이렇게 빈곤으로 넘어가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갈림길에서 정부는 무엇을 놓쳤을까에 대해 현장에서 배워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젊은 청년들이 기본적인 자신의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으면 대체 왜 소액대출이 필요하며, 위험도가 높은 일에 뛰어들겠는가. 인간의 기본권을 정부가 충분히 형성해 주지 못해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는 당사자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다. 이들을 위한 제도라고 만들어두지만, 이들의 의견을 묻고 확인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빈곤에 대해 무조건 국가가 해주기만을 바라며 게으른 사람이라고 낙인찍어 개인의 잘못으로 규정하고, 정책과 예산을 만드는 정치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태어난 운이 모든 것을 규정하는 사회가 얼마나 정치와 행정의 무능을 보여주는 것인지를 생각하지 못한다.” -권 

노숙인의 발
오랜시간 노숙을 이어온 서울역 노숙인의 발 ⓒ투데이신문

젊은 노숙인 막을 방안은 지속적인 ‘관심’

가정불화로 15살부터 노숙을 시작해 현재 초졸 상태인 노숙인을 만났다. 그는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못했으며 여전히 거리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전문가들은 빈곤과 청년 노숙인에 대한 인식변화를 우선 과제로 삼았다. 기댈 곳이 없어 거리로 나서게 된 청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국가로서 마련해야 할 최소한의 안전망의 부재를 지적했다.

“운용의 묘일 것이다. 규정 자체보다는 청년 노숙인을 많이 받을 때 해당 센터가 지자체 등의 감사에서 받을 수 있는 지적에 대한 불안이 따른다. 지자체 차원에서 청년 노숙인 관련 인식변화가 있어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의 경우 왜 젊음에도 불구하고 노숙인이 되는지에 대한 관심을 우선 가져야 한다. 빈곤이 개인적 결함이 아닌 사회구조에서 파생하는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관심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지속해서 이어져야 하는데,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강한 분위기에서 어려울 듯하다. 노숙인 대상이 아닌, 비노숙인 대상 인문학 강좌를 ‘노숙’을 주제로 여는 등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 

“기댈 곳이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다. 부모, 형제, 친척이 있는 경우라면 넘어졌다가 일어서기도 비교적 수월하고, 새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가친척 없이 망망대해 혼자인 삶은 실패의 결과도 더 가혹할 수밖에 없다. 물질적이든 심리적이든 의지할 곳도, 상의할 곳도, 도움을 받을 곳도 적거나 없다. 가출청소년에 대한 자립 지원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현재도 청소년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자립 지원이 목적이기보다는 일시 및 중장기 보호를 통한 원가정 복귀를 정책의 목표로 하고 있다. 원가정으로 복귀해 가족들과 화해하고 무사히 독립하면 좋지만, 현실은 아니다. 가출청소년의 많은 경우가 가정으로 복귀할 수 없는 형편에 놓여 있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의 피해자인 것도 연관이 있다. 가출 초기, 정밀한 상황 파악을 통해 원가정 복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빠르게 자립 지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언젠가는 돌아가서 부모가 책임질 것이라는 안일한 사고로는 가출청소년이 쉼터를 전전하다 결국 노숙 생활로 되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범죄의 피해자가 될 우려도 매우 높다.” - 

“정부나 사회에서 가정불화를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노숙을 시작한 미성년자가 거리에서 나와서 눈에 띈다면 그들을 돌보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설은 만들면 된다. 현재 대한민국에 미성년 노숙인을 다루는 전문기관은 없다. 현재 노숙인에 대한 복지는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 매년 서울시의 노숙인 예산 500억원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0년간 5000억원을 투입했는데 서울시내 노숙인 문제는 하나 나아진 게 없고 더 심각해지고 있다. 노숙인분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 자활할 방법, 다양한 정보를 직접적으로 제공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젊은 노숙인에게 직접 도움을 줄 만한 지원 제도 자체가 없다. 그간 만난 젊은 노숙인은 대부분 빚(채무)이 있고, 다양한 법률적인 문제가 있다. 젊은 노숙인이 찾아가서 채무와 관련된 법률적인 문제, 민형사상의 문제 등을 상담할 수 있는 전문적인 담당자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사상의 문제 등을 상담할 수 있는 전문적인 담당자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손 

“삶의 기초가 차별적이지 않게,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어 개개인이 자기 삶을 구성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기본적인 안전, 주거, 교육, 건강, 정보, 일자리 등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반을 사회가 제공해야 한다. 누구나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운이 좋아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해 줄 가족이 누구나 있는 것은 아니다. 운에 맡기는 것이 얼마나 야만적인가.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위해 우리가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주민센터부터 관련 정보를 자세하게 제공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한 지원체계에서 당사자에게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전달할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의 행정체계는 선한 담당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문의받은 행정담당자 개인의 여유에 따라 취약계층은 정보를 습득하기도 하고 자신의 업무 분야가 아니라고 기준에서 미달한다는 답변만 받는 경우도 많다. 홈리스 당사자 수기를 읽어보면 행정기관의 무심함으로 인해 정보를 얻지 못하고 홈리스의 삶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고, 심지어 동주민센터에서조차 기초적인 지원정보를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최소한 당사자 지원정보는 접근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 

어느 위치에 섬으로써 사물이 눈으로 보이지 않게 되는 각도를 우리는 사각지대라 부른다. 이는 관심이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구역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해서 영영 발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방배동 모자 비극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도 한 사회복지사의 자그마한 관심이었다.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방법은 수백억 원대의 복지 예산과 수천 명에 달하는 관리 인력이 아니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모자를 세상 밖으로 알린 것은 그들이 뱉어대는 자그마한 외침을 귀담아듣는 자그마한 관심이 전부였다. 이렇듯 지금 그들에게 정녕 필요한 것은 사회의 따스한 시선과 진심 어린 관심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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