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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일제 강점기에 강제징병으로 일본군에 복무해 전범으로 처벌받은 한국인들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배상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헌법소원을 냈으나 각하됐다.

헌법재판소는 31일 한국인 전범 생존자 모임 동진회 회원과 유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정부가 한국인 전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각하) 대 4(위헌)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각하는 청수·소송이 부적법하거나 심리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결정된다.

동진회 고(故) 이학래 회장 등 조선인 148명은 지난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뒤 열린 전범재판에서 일본에 의해 징병돼 연합국 포로 관리 등을 담당했다는 이유로 B·C급 전범으로 분류돼 처벌받았다. 이 회장 등은 복역하다가 출소했지만 ‘전범’, ‘대일협력자’라는 낙인 때문에 한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이 회장은 한국인 전범 피해자들과 함께 동진회를 결성해 지난 1991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했으나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보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하지만 이후 2005년 한일청구권 협정 과정이 담긴 한일수교회담 문서가 공개되면서 협정 당시 일본 정부가 ‘조선인 전범은 별개 문제이니 별도 연구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이 회장과 유족들은 지난 2014년 한국 정부에 피해보상 등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한국인 전범 문제는 일본 정부가 아닌 국제전범재판소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부에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제전범재판소 판결과는 별개로 한국인 전범이 일본의 강제동원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일본이 1950년대 중반 한국인 B·C급 전범 피해자들에게 위로금 등을 지원했다는 점, 한국 정부가 2006년 B·C급 전범을 강제동원 피해자로 인정한 뒤 일본에 문제해결을 위한 입법을 촉구한 점, 외교 실무자간 회의도 진행된 점 등을 들어 정부가 작위의무를 불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석태·이은애·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한국인 전범 문제에 대해 피해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소멸됐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일본은 여전히 한국 정부가 해결한 일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일 양국 간 분쟁이 발생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또 한국 정부가 한국인 전범을 두고 일본 정부와 협상을 했으나 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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