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장애인, 무리한 활동 어려워 활동에 한계
신장 장애인, 정기적인 투석에 사회생활 불편
장애는 걸림돌 아냐…차별 없이 함께 일해야
“장애인 숨지 않고 당당히 나서는 사회 되길”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라고 평가된다. ‘나’만큼이나 ‘우리’가 중요한 사회 분위기 속에 집단에 들지 못하는 소수의 삶은 바늘 가는 데 실 따라가듯, 차별과 배제가 당연하게 뒤따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수집단 안에도 또 다른 소수는 존재한다. ‘소수장애인’도 그중 한 집단이다. 대표적인 소수장애인인 신장장애, 심장장애, 간장애, 호흡기장애, 장루·요루장애, 뇌전증 등 내부기관장애인과 더불어 언어장애, 안면장애 등 소수장애인은 전체 장애 인구의 1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장애대중에 속하지 못하는 이들은 각종 복지정책으로부터 역차별을 당할 뿐만 아니라 장애를 장애로 봐주지 않는 또 다른 편견과 무관심 속에 살아간다.

본보는 장애 대중과는 또 다른 소수장애인의 일상적 어려움을 시작으로 사회적 편견, 정책 차별 등을 조명해 보는 [소외된 이들, 소수장애인]을 기획했다. 소수장애인들의 삶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우리 사회의 ‘차별 속 차별’의 실상을 들여다보자. 

간·신장 장애인인 장애인식개선강사 이만덕씨가 지난 6월 24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카페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간·신장 장애인인 장애인식개선강사 이만덕씨가 지난 6월 24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카페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정해진 시간에 학교에 가거나 출근을 하고, 며칠씩 여행을 다녀오고, 동료들과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은 비장애인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간·신장 장애가 있는 내부장애인에게는 꿈꾸기 어려운 일이다. 정기적으로 투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을 가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고, 음식을 철저히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회식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신의 장애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는데도 한계가 있고,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사회생활에서도 불편을 겪게 된다.

때문에 간·신장장애인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과 함께 비장애인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애인식개선강사 이만덕씨(간·신장장애인)가 지난 6월 24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간·신장 장애인인 장애인식개선강사 이만덕씨가 지난 6월 24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간·신장 모두 이식받아

지난 2009년 간암 판정을 받은 장애인식개선강사 이만덕씨는 이듬해 간과 신장을 동시에 이식받으면서 간 장애와 신장 장애를 모두 갖게 됐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은 간 이식을 받은 사람을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경증)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간경변증, 간세포암종 등 만성 간질환을 가진 사람 중 잔여 간기능이 만성 간질환 평가척도(Shild-Pugh score) 평가상 C등급인 사람 또는 B등급 이상이면서 난치성 복수(腹水)가 있거나 간성뇌증 등 합병증이 있는 사람은 장애의 정도가 심한(중증) 장애인으로 규정한다.

또 신장을 이식받은 사람을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만성신부전증으로 3개월 이상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받고 있는 사람으로 구분하고 있다.

간과 신장을 모두 이식받은 이만덕씨는 경증 장애인으로 분류된다. 간 장애와 신장장애를 함께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두 사례 모두  경증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002년 B형 간염 보균자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2004년에 병원에서 5~6년 후에는 간 이식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신장이 나빠져서 검사를 해봤더니 간암이 발견됐어요. 2010년에 신장을 이식받으려고 했더니 간과 신장을 같이 이식받아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해 7월 12일 간과 신장을 동시에 이식받게 됐어요. 간과 신장은 조카들에게 이식받았어요.” - 장애인식개선강사 이만덕씨(간·신장 장애인) 

간 장애를 갖게 된 뒤 그는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했다. 금주는 물론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 저염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식사 약속을 정하는 것도 불편이 따른다. 또 회나 날고기를 먹지 못하고 간에 안 좋다고 하는 음식은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면역억제제, 간기능 보호제, 아스피린 등 식후에 먹어야 하는 알이 네 알, 아침 저녁으로 먹는 약이 두알로 하루 총 16알의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

또 쉽게 간 장애의 특성상 쉽게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피곤하면 간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간 장애인은 무리하지 않아야 해요. 비장애인도 간이 안 좋으면 피로해지잖아요. 간 장애인은 특히 그래요.” - 장애인식개선강사 이만덕씨(간·신장 장애인)

그는 신장을 이식받기 전 2년간 복막투석을 했다. 하루에 네 번씩 스스로 투석을 하면서 자유로운 일상을 보내기 어려웠다고 한다.

“투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혈액투석이고 다른 하나는 복막투석이에요. 혈액투석은 이틀에 한 번, 한 주에 3번씩 병원에 가서 투석을 하는 거예요. 복막투석은 하루 네 번 스스로 하는 거예요. 저는 복막투석을 했죠.” - 장애인식개선강사 이만덕씨(간·신장 장애인)

혈액투석은 이틀에 한 번 병원을 가야 하기 때문에 활동에 제한이 크다. 반면 복막투석은 투석할 장소와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면 투석액을 스스로 가지고 다니면서 활동을 할 수 있다. 다만 복막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신장장애인은 항상 불안을 달고 살아요. 이식을 받았다고 해서 영구적이라고 장담할 수 없어요. 잘 관리하면 20년이라고 하더라고요. 이식을 할 때 자신의 신장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붙이는 게 아니라 본인의 신장은 그대로 두고 그 밑에 이식하거든요. 신장 두 개를 이식받으면 네 개를 달고 사는 거예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곤란해지는 거죠. 만약에 이식을 못하게 되면 또다시 투석을 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항상 음식을 절제하고 항상 조심해야 해요. 얼마나 스트레스겠어요.” - 장애인식개선강사 이만덕씨(간·신장 장애인)

세우리협동조합 이한수 본부장(간 장애인)이 지난 7월 6일 서울시 금천구 세우리협동조합에서 조합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신장 장애인인 세우리협동조합 이한수 본부장이 지난 7월 6일 서울시 금천구 세우리협동조합에서 조합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틀에 한 번 투석…동료 배려로 함께 일해

또 다른 신장장애인 이한수씨는 지난 2015년 신장장애를 갖게 됐다. 심장에 이상이 생겨 스텐트를 삽입한 뒤 신장투석을 하게 된 것이다.

“2015년에 심장에 스텐트 두 개를 삽입했어요. 당시 의사가 스텐트를 심으면 신장 투석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저는 ‘당장 심장이 문제인데 그게 큰 문제냐’라고 생각해 당연히 스텐트 시술을 받았죠. 그 해부터 합병증으로 신장장애가 생겨 혈액투석을 시작했어요. 이틀에 한 번씩 매주 화·목·토요일에 병원에 가서 투석을 하고 있어요.” - 세우리협동조합 신장 장애인 이한수 본부장

혈액투석을 하게 되면 4~5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한쪽 팔에 바늘 두 개를 꽂아 투석을 하는데, 한 쪽에서는 피가 빠져나가 기계를 통해 피를 걸러주고, 다른 한 쪽으로 걸러낸 피가 들어간다. 한 주에 세 차례 투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도 상당히 크다고 한다.

그는 세우리협동조합에서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동료들은 이한수씨가 신장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외부에서는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장애인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 사회는 장애인이 숨게 만드는 사회잖아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굳이 알리지는 않아요.” - 세우리협동조합 신장 장애인 이한수 본부장

이만덕씨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장애인을 동등한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 발생 원인을 보면 선천적인 것은 11.9%밖에 안 돼요. 나머지 88.1%는 후천적인 장애예요. 이전에는 장애인을 볼 때 ‘불쌍하다’, ‘안 됐다’, ‘왜 저렇게 태어날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내가 막상 장애인이 되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나도 언젠가는 장애인이 될 수 있다‘라고 공감하는 시각으로 바뀐 거예요.

장애인식개선 강의를 할 때 ‘장애가 없는 사람은 비장애인이라고 하는데, 그 앞에 ‘예’자를 붙이면 예비장애인이 된다’고 말해요. 사건사고로 많은 지체장애인이 생기고, 질병을 통해 내부장애인이 생겨요. 때문에 장애인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장애인을 바라볼 때 불쌍하고 가엾게 볼 게 아니라, 그냥 사람으로 바라봐야 해요.” - 장애인식개선강사 이만덕씨(간·신장 장애인)

젊은 시절 실업야구선수로 활동을 했을 정도로 건강만큼은 자신했던 이한수씨는 장애를 갖게 된 뒤로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한다.

“저도 장애를 갖기 전에는 장애인에 대해서 ‘왜 저렇게 살 수밖에 없는가’하고 불쌍하게 생각했어요. 장애인은 취업도 어렵고 생활이 힘든 경우가 많아요. 장애인도 똑같은 인간인데, 사회가 너무 외면하고 있어요. 장애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인식은 물론 제도도 많이 개선될 필요가 있어요.” - 세우리협동조합 신장 장애인 이한수 본부장

신장 장애인인 세우리협동조합 이한수 본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7월 6일 서울 금천구 세우리협동조합에서 동료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신장 장애인인 세우리협동조합 이한수 본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7월 6일 서울 금천구 세우리협동조합에서 동료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장애가 아닌 시선이 걸림돌

두 사람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비장애인에 비해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는 이유로 간 장애인 채용을 꺼리기도 해요. 하지만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정부에서 나오는 장애수당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요. 그래서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해요. 정부에서도 의무 또는 강제적으로 고용제도를 만들어서 장애인을 채용하도록 하고 있죠.” - 장애인식개선강사 이만덕씨(간·신장 장애인)

이한수씨의 동료들은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도 말했다.

“처음 일할 때는 장애인이라는 걸 몰랐어요. 내부장애인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걱정이 많이 됐지만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일하는데 방해가 된 적은 없었어요. (이한수씨는)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조합의 성장에 큰 공을 세웠어요.” - 세우리협동조합 권송자 팀장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은 동료들이 채워주고, 그런 팀워크가 사업 전체에 좋은 영향을 줘요. 그렇게 함께 하는 시간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게 되더라고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함께 일할 시간이 기대됩니다.” - 세우리협동조합 조창호 팀장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지우면 서로가 배려하면서 상생할 수 있어요. 우리 조합의 사훈이 ‘평등·배려·성장’이에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할 수 있어요, 오히려 더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거죠.” - 세우리협동조합 정효일 팀장

이한수씨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서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장애 여부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애인이라고 해도 비장애인보다 능률이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서로 배려하고 도와야 하는 점은 있죠. 동료들이 스스로 우러나서 배려하고 도와주는 게 느껴져서 상생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조합은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곳이에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에요. ‘장애인이라서 못 한다’가 아니라 오히려 함께 하면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어요.” - 세우리협동조합 신장 장애인 이한수 본부장

이만덕씨는 장애를 ‘극복’했다는 말에 대해서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말은 장애를 ‘이겨내지’ 못하면 의지가 부족한 사람으로 보게 되고, 장애를 장애인만의 문제로 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장애를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과 장애를 이겨낸다는 것은 달라요. 비장애인과 같은, 또는 더 뛰어난 성과를 이룬 사람들을 칭송하는 말로 장애를 ‘이겨냈다’거나 ‘극복했다’고 하는데, 장애는 극복되는 것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장애’라고 하는 거죠. 장애인을 칭찬하거나 칭송한답시고 ‘장애 극복 서사’를 만드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을 틀 안에 가두는 거예요.” - 장애인식개선강사 이만덕씨(간·신장 장애인)

장애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은 아직도 장애에 맞춰져 있다. 장애라는 틀에 갇혀 사람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부장애인은 지체장애인에 비해 알려지지 않아 더욱 자신의 장애를 숨기고 살아가게 된다. 장애인을 동등한 사람으로 대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인식은 물론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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