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희 지음|푸른사상 시선 149|128×205×7mm|120쪽|1만원

바닷속 물고기처럼/꽃밭의 꿀벌처럼/자유를 꿈꾸는 곳으로/야옹 야옹 날아가거라/무덤에서 삼색 나비꽃이 훨훨 피어오르겠구나_시 ‘로드킬’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한영희 시인의 첫 번째 시집 <풀이라서 다행이다>가 출간됐다. <풀이라서 다행이다>는 출판사 푸른사상이 지난 2010년부터 진행해온 합동시집 시리즈 ‘푸른사상 시선’의 149번째 작품으로 선보이게 됐다.

이번에 출간된 <풀이라서 다행이다>에서는 삶의 언저리에서 낮고 작은 곳에 있는 것들이 내뱉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시인은 각각의 온도와 깊이를 발견할 수 있다. 광주의 5월을 살아온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품으며 생의 근원과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작품들이 담겨있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 총 52편의 시가 수록됐다.

시인 한영희는 지난 2014년 농촌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 지난 2018년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현재 광주전남작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다.

임재정 시인은 한영희 시인 작품에 대해 “시상과 문장 사이에 뒤틀림이 없다”며 “이는 언어가 현상을 끄덕이거나 삼투되는 동안의 기다림을 시인이 한 발 물러나 견디고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가 보여주는 직선적이고 도전적인 삶의 자세와 배치되지만, 반면에 그를 아는 이들이 <풀이라서 다행이다>를 읽으며 느낄 깊이와 새로움을 상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문학평론가인 맹문재 안양대 교수는 “한영희 시인의 시들은 생의 근원과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만연보(萬緣譜)”라며 “새끼들 입에 밥 넣어주던 가난한 아버지, 야간 근무를 하러 가는 아내를 배웅하는 다리 불편한 남편, 아내가 보고 싶어 안달하는 요양원의 할아버지, 손톱이 까맣게 빛나는 구두 수선집의 주인…… 허기를 먹는 고양이들, 자동차에 치여 납작해진 두꺼비, 수의를 입고 있는 연탄재, 바람이 들 때 깨어나는 허수아비. 총을 든 군인들에 의해 얼어버린 오월의 빛을 다독여 지켜낸 광주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은묵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한 해설에서 “<풀이라서 다행이다>에서 보여준 시편들은 삶의 언저리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사물들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시인은 그들을 통해 각각의 깊이를 발견한다”며 “때론 잔잔하게 때론 굴곡진 보폭에서 찾아낸 울림은 결코 쉽게 만난 것이 아니다. 시인이 사물의 목소리를 몸으로 녹이는 동안 그들의 목소리는 새로운 체온을 얻는다. 이런 온도가 바로 울림을 일으키는 힘”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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