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매입비용만 390억원, 연구 장비는 60억원에 그쳐
반올림 “공단 건물 구입 계획, 합리적 집행이라 판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문제를 제기해온 단체 반올림. ⓒ뉴시스<br>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문제를 제기해온 단체 반올림.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삼성전자가 백혈병 피해자 단체(반올림)와 협의해 기탁한 기금의 대부분을 피해자 복지나 산업재해 예방 등의 연구비용이 아닌 건물매입으로 사용하기로 하면서 적절성 논란이 예상 된다. 

1일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이 공단 측으로부터 받은 ‘삼성전자가 출연한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활용계획’을 보면 공단은 500억원 중 390억원을 건물매입‧제세 공과금‧전문기관 컨설팅에 사용하고, 51억원을 건물 리모델링‧인테리어 공사에 반영할 계획이다.

공단은 해당 건물을 화학물질 중독·직업성 암 발생 등 전자산업 안전보건문제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실태 모니터링, 산업재해 원인조사 및 사전 예방적 연구를 하는 미래전문기술원 청사로 사용하기로 했다.

해당 건물은 경기도 군포시 소재한 빌딩이다. 박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공단은 건물 32곳을 검토해 5개 후보를 선정해 지난 3월 내부직원 의견 수렴 후 3곳으로 압축했다. 또 지난 4월 본선정위원회 검토 결과 군포 소재 건물을 1순위로 선정해 매입 협상을 추진했고 지난 6월 건물검토위원회 검토 결과 최종 적합 판정을 내렸다.

공단 측에 따르면 미래전문기술원 청사 설치 대상 지역은 전자산업 분포현황(수도권 61.2%), 주요 기업(삼성, LG, SK하이닉스 등) 소재지 및 관련 협력업체 분포현황, 상대적으로 평당 가격이 낮은 점 등을 건물선정위원회에서 고려해 접근성이 뛰어난 수도권(경기 남부지역)으로 최종 선정했다.

문제는 건물 매입비용으로 기금의 80%가 해당하는 390억원을 사용하는 반면 연구 장비 및 각종 부대시설 구입비용은 6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건물 매입, 시설 등 인프라 구축은 장기지속적으로 전자산업 하청노동자의 산재 예방을 위한 구축 일환”이라며 “연구 및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돈은 별도로 예산을 받아서 충당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부금 법에 따라서 적법하게 절차가 진행 중이고 건물 매입,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는 임의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기부한 삼성전자나 반올림과 내용을 계속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피해자 단체인 반올림측도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피해자 단체인 반올림측도 “기금을 당장의 인력과 사업비로 사용하는 것은 기부 취지에 맞지 않다 판단했고 장기적으로 실험, 기타 연구 등을 할 수 있는 건물을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단측으로부터 들었다”며 “삼성과 합의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에 비춰서 합리적 집행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07년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후 11년 만인 2018년 11월 공식 사과와 함께 개별 보상금을 지급하고, 별도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종사자들에 대한 안전보건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보건안전기금 500억원을 공공기관에 출연하기로 했다.

이후 같은해 말 산업재해 예방과 각종 안전 시설을 관리 감독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이 기탁 기관으로 결정됐고, 삼성전자는 2019년 500억원을 공단에 기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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