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철, 홍성수, 김민정, 이은주, 최호근, 이희수, 한건수, 박승찬, 전진성 지음│392쪽│152*225mm│1만8000원│마로니에북스

ⓒ마로니에북스

보통 우리는 ‘혐오’를 인간의 본성의 관점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을 많이들 합니다. 인간성이 아주 안 좋은 일부의 사람들이 하는 행위 정도로 이해를 하는 거죠. 이런 본성에 근거한 접근도 일정 부분 설명력이 있지만, 저는 우리의 생존이나 행복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여겨진 부분들이 잘못 작동이 되어 생긴 파편이 혐오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펴려고 합니다. 이런 관점으로 혐오를 접근해보면 혐오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장 ‘혐오의 기원: 생존과 공감의 파편’에서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마녀사냥이나 홀로코스트 같은 비극적인 사건은 인간의 잔혹성에 대한 충격과 슬픔을 준다. 하지만 이런 어두운 이면은 안타깝게도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도 다른 양상으로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현재 팬데믹의 장기화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격화된 인종차별과 증오범죄, 학교와 일터 등 근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 소식, 때로는 생명을 꺾는 잔인한 흉기가 되는 인터넷상의 독설과 악성 댓글 등에서도 ‘혐오’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인류의 곁을 떠나지 않는 혐오가 만든 비극의 역사와 아직도 우리 현실 속에서 교묘히 스며든 그 흔적들을 추적한 신간 <헤이트(Hate):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가 출간됐다.

이 책의 출발은 티앤씨재단이 주최한 APoV(Another Point of View) 컨퍼런스 ‘Bias, by us(우리에 의한 편견)’에서부터였다. 

혐오라는 단일 주제에 초점을 맞춰 심리학, 법학, 미디어학, 역사학, 철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 최고 학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비롯해 십자군, 마녀사냥, 홀로코스트 등의 역사적 사례를 들며 혐오의 씨앗에서 자라난 비극에 대해 강연과 토론을 펼쳤다.

당시 강연 시청을 위해 많은 이들이 설문과 사전 신청에 응했으며 유튜브 업로드 후에는 사흘 만에 조회수 1만회를 돌파했다.

영상을 접한 이들의 요청에 응답해, 아홉 교수진의 강연과 토론, 토크 콘서트의 감동을 온전히 담아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의 1부에서는 ‘공감’이란 말로 유사한 집단만을 옹호하며 타인을 향해 편향된 시선을 던지는 모순된 현실을 지적했다. 어느 한쪽을 향해 과잉되게 치우친 공감은 다른 한쪽을 향한 극렬한 혐오와 폭력을 나타낼 수 있다며, 긍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됐던 공감이란 말을 새로운 관점으로 분석했다.

또한 혐오인지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배척을 일삼거나 문제 해결보다는 분노를 쏟아낼 희생양을 찾는 행태, 나아가 온라인상에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혐오표현 현상을 분석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등 현대의 혐오 이슈에 대해 다뤘다.

이어 2부에서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비극을 들여다봤다. 특히 5장 홀로코스트 사례를 통해 잘못된 방향으로 치닫는 혐오를 멈추지 못한 경우에 일어난 크나큰 비극을 보여줌으로써 경각심을 전해주는 한편, 7장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르완다에서의 갈등과 화해의 사례에서는 집단정체성에 대한 올바른 추구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마지막 3부는 컨퍼런스 당시 이어졌던 토론 세션을 비롯해 시청자들이 직접 올린 질문과 강연자의 답변으로 채워진 토크 콘서트 1, 2부의 생생한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아 전달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각 장을 거치며 혐오의 실체에 점차 다가선 독자들은 이것이 머나먼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의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며 “각 분야의 저명한 인사들이 입을 모아 이 책의 의미에 힘을 싣는 이유도 다름 아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뿌리 깊은 혐오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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