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플랫폼종사자법’ 정면 비판
배달노동자 플랫폼 이슈 알고리즘 문제 지적
웹툰 업계 수수료 착취 구조 문제도 도마 위
노동법 의거한 플랫폼종사자보호법 마련돼야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플랫폼노동 당사자 및 시민사회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플랫폼노동 당사자 및 시민사회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급변하는 디지털 산업으로 인해 급속도로 늘어난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플랫폼 4법’에 대한 입법을 올해 마무리 짓기로 했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추정한 플랫폼 종사자 규모는 179만명이다. 또한 플랫폼 노동 분야는 오프라인 기준 배달 및 운송 비중이 67.8%에 달했다. 아울러 청소·수리·돌봄 노동 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이뤄지는 플랫폼 노동을 미뤄봤을 때, ‘플랫폼 4법’ 법안 발의가 다소 늦게 시작됐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플랫폼 4법은 지난 3월 국회에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플랫폼종사자보호법)을 비롯해 직업안정법·고용정책기본법·근로자복지기본법 개정안 등이다. 특히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은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정의부터 플랫폼 기업과 종사자의 계약, 기업의 책임, 분쟁 해결 등을 규율해 사실상 플랫폼 노동의 기초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정작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종사자법이 이름에 걸맞지 않게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난 5일 플랫폼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과 권리보장을 위한 ‘플랫폼 당사자 및 시민사회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정치권이 연내 처리하겠다며 서두르고 있는 ‘플랫폼종사자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배달 종사자가 각종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배달노동자가 각종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뉴시스

배달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 ‘알고리즘’

이번 기자회견에서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배달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알고리즘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과거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대형 플랫폼들은 알고리즘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들이 고용한 매니저들을 통해 지휘 감독했는데, 이를 알고리즘으로 대체했다”며 “이를 통해 어떤 배차를 가라는 요구를 수락하지 않으면 등급에 따라 차별을 두겠다, 알고리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면 해고하겠다는 등의 구체적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플랫폼이 사용하는 알고리즘에 대한 정보접근권과 협상권을 부여하고, 배달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하며, 배달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플랫폼종사자법에는 이런 핵심 내용이 빠져 있다"며 "플랫폼종사자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통해 배달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업계도 마찬가지로 알고리즘에 따른 불이익은 고스란히 소비자와 택시 노동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택시지부 김종현 조합원은 “카카오는 택시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마음대로 호출료를 정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택시를 직영, 가맹, 카카오프로, 일반 가입 등으로 구분해 호출료 수입이 좋은 택시부터 배차해주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대리운전업계 역시 카카오의 차등 배차 시스템을 지적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김주환 위원장은 “프리미엄, 프로서비스, 일반 등으로 차등을 둬 배차하면서 대리운전 기사들을 통제하고 있다”며 “콜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대리운전 기사 입장에선 콜 배차 알고리즘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공개와 협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가 오는 7일 열리는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등 국감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돼 배달앱 수수료 문제, 골목상권 침해, 배달기사(라이더) 등의 갈등에 대해 질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뉴시스

웹툰 업계 수수료 착취 구조도 도마 위로 올라

웹툰 업계에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알고리즘에 대한 의문과 동시에 수수료 착취 구조도 문제가 됐다.

웹툰작가노동조합 김병철 부위원장은 “웹툰은 노출 수에 따라 작가 수입이 10배에서 100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는 현실적으로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의 손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잘 보이지 않으면 수입이 없을 수밖에 없지만, 카카오가 2중, 3중의 수수료 징수 구조를 만들어 단계마다 돈을 편취한다”며 “하루 12시간에 달하는 높은 강도의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생계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는 작품 수익의 약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특히 카카오는 수익 발생 전에 일정 금액의 인세를 먼저 주는 ‘선인세’ 조건으로 수수료율을 45%까지 높이기도 한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웹툰 작가 약 50%가 불공정 계약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들이 꼽은 불공정 사례는 △2차 저작권·해외 판권 등 제작사에 유리한 일방적 계약(18%) △계약 체결 전 수정 요청 거부(12.4%) △매출 또는 정산내역 미제공(12%)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5일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소 개런티 웹툰 작가들의 경우 수익이 마이너스가 나면 개런티를 갚을 때까지 계약 해지도 안해주고 다른 플랫폼 이동도 못 하게 한다”며 “선투자라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이 행위는 불공정 거래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페이지가 이 방식을 왜 선호했겠나, 수익이 많이 나기 때문이지 않나”며 “똑같은 방식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자회사를 통해 수수료를 받는다. 그 수익을 받고 그냥 카카오가 다 독식하는 구조”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장단점이 있지만 수익쉐어 방식이 더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추후 개선이 필요하다는 배 의원의 발언에 “그렇게 하겠다. 명심하겠다”라고 답하며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플랫폼노동 당사자 및 시민사회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플랫폼노동 당사자 및 시민사회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알맹이 빠진 ‘플랫폼종사자보호법’ 노동자 권리 보장해야

앞서 플랫폼종사자보호법에 대한 노동자의 반발에 더해 플랫폼 기업 역시 플랫폼종사자보호법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기업의 경우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노동법을 전면 적용해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려는 방향은 근로관계의 입증 책임을 플랫폼 운영 업체가 부담해야 하므로 반발이 만만치 않다.

또한 플랫폼 종사자 중 일부는 산재보험 적용을 받거나 고용 보험 확대 적용을 받고 있는데, 현행법상 적용 범위를 달리 적용하게 돼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로 본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플랫폼 종사자 역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계약을 법제화할 때 기존 플랫폼 종사자의 자율적인 업무는 지속되기 어렵다. 즉, 기존 노동법을 적용한다면 배달라이더의 수익 감소 문제가 발생해 배달 건수만큼 돈을 버는 수익 구조가 망가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민주노총 이정훈 정책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이유로 별도법을 만드려 들지만, 플랫폼을 활용했다는 이유로 노동자가 아니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 고용 형태, 기술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직업군이다. 따라서 기존의 노동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내놔야 하는데 이런 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플랫폼 수수료 체계, 근로시간 등에 대한 플랫폼 종사자의 특수성은 이에 맞는 노동법을 적용하는 세부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현재 플랫폼종사자보호법에는 충분하고 실질적인 보호 방안이 없다. 따라서 노동법에 의거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방안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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