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열풍, 대선판에 던진 정치적 메시지는
신자유주의 폐해 적나라하게 묘사해 큰 공감 얻어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 비정한 사회 담아내
신자유주의 종언, ‘결과 공정성’ vs ‘과정 공정성’
부당거래 판치는 대선판, 오징어게임 현실판 되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오징어게임에서 나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영희 인형을 만들어 길거리에 전시하기도 하고, 달고나에 푹 빠져서 국자를 태워먹었다는 증언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로 유행을 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유행에 빠져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으면서 오징어게임이 우리 대선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극한 서바이벌 게임이다. 달고나 뽑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 등 7080세대 레트로 감성놀이에 ‘서바이벌’을 접목시킨 내용이다.

일본 영화 ‘배틀 로열’, ‘신이 말하는대로’를 연상시킨다면서 표절 논란도 일었지만 포맷만 비슷할 뿐 오징어게임만의 매력으로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징어게임을 즐기는 전 세계인들이 늘어나면서 오징어게임을 체험하는 카페가 프랑스에 생겨나는 등 그야말로 오징어게임 신드롬이 거세다.

오징어게임은 목숨값 각 1억원 씩 총 456억원의 상금을 걸고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초대된 사람들이 생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 고립된 장소에서 인생 반전을 위해 목숨을 건 이야기다.

사실 오징어게임은 어디서 한번 정도 본 듯한 스토리 전개와 과거 익숙하게 즐겼던 우리의 게임 문화가 합쳐진 것이다. 다만 그것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만들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서바이벌 게임 방식

사람의 목숨 하나가 1억원으로 책정돼 있고, 456명이라는 사람이 모여 서바이벌을 하면 할수록 상대의 목숨은 사라지고, 그에 따른 돈이 적립된다.

아무도 죽지 않는다면 456명은 개인당 1억씩 가져갈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것은 애초부터 설계되지 못하는 시스템이다.

게임 설계자들은 게임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질을 하고, 그렇게 게임에서 실패한 사람들은 가차 없이 목숨을 잃는다.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는 기훈(이정재분)이 의문의 남자(공유 분)를 만나 가면을 쓴 자들이 설계한 서바이벌 게임에 초대되고 거기서 동네 후배인 상훈(박해수 분)을 만나 거액 상금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정치사에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서울 도심 고층 ⓒ뉴시스
서울 도심 고층 ⓒ뉴시스

압축성장의 폐해

우리는 1960년대 국가 주도의 사회주의식 계획 경제를 모델로 삼아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압축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초고도성장의 거품이 1990년대 들어오면서 한풀 꺾였고,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이후 신자유주의가 넘실대기 시작했다.

효율성과 합리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과거만 해도 지역 공동체, 사회 공동체가 형성되면서 지역적 유대관계, 인적 네트워크의 끈끈함을 강조했지만 신자유주의가 몰아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개인의 능력이 우선시 되는 사회가 되고, 개인의 능력이 없으면 이 사회에서 무조건 탈락되는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적자생존과 양육강식 속에서 자본가와 기득권 집단이 살아남고, 그 시스템에 참가한 수많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게임을 해야 했고, 그 게임에서 실패하면 가차 없이 죽임을 당하는 그런 오징어게임의 ‘말’과 같은 존재가 됐다.

1997년 신자유주의가 들어오면서 개인의 실패와 성공은 개인의 문제이지 사회 구조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 명동 거리 ⓒ뉴시스
서울 명동 거리 ⓒ뉴시스

신자유주의 종언

오징어게임에 참가한 수많은 참가자들이 해당 게임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고 항의하고 그 게임의 룰을 변경할 생각을 하는 대신 게임 설계자에 순응을 하면서 게임에 참가한다. 오로지 456억원이라는 상금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속 효율성과 개인의 능력만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우리 사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오징어게임의 메시지다.

작품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해고와 파업, 이어지는 소송과 복직투쟁, 해고자 및 가족들의 극단적 선택을 뉴스로 접하고 있었다”며 “중산층이던 평범한 노동자조차도 해고와 자영업의 실패로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질 수 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의 꽃을 피운 것은 맞지만 그로 인해 소외된 계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부의 양극화,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이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즉, 전세계적으로 이런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대한 부작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오징어게임이 전개되면 될수록 상금은 적립된다. 그로 인해 게임 참가자 역시 처음 참가했을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상금에 대한 욕심이 점차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게임의 몰입도는 더욱 높아진다.

우리 사회 역시 그러하다. 경제가 더욱 성장될수록, 나 자신이 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갈수록 욕심은 더욱 커지면서 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하는 그런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을 묘사한 것이 바로 오징어게임이다. 그리고 오징어게임은 내년 대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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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 시사하는 바는

우리 정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불공정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울림이 되면서 ‘과정의 불공정’을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또한 곽상도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50억원 퇴직금을 통해 ‘결과의 불공정’에 대해서도 깨닫게 됐다.

오징어게임에서 게임의 참가자들은 오징어게임의 말이 된다. 이는 현실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실세계라는 오징어게임에 참가한 우리들에게 중요한 것은 ‘과정의 공정성’이냐 ‘결과의 공정성’이냐를 두고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내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진영의 후보들이라고 해도 현재의 신자유주의 시스템은 문제가 많은 시스템이라는 것을 인식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과정의 공정성 vs 결과의 공정성

그렇다면 현재의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을 취하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그것은 ‘과정의 공정성’에 방점을 찍느냐, ‘결과의 공정성’에 방점을 찍느냐로 나뉠 수밖에 없다.

고도성장을 경험한 4050대의 경우에는 ‘결과의 공정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2030세대는 ‘과정의 공정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2030세대와 4050세대가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가 달라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실제로 오징어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2030세대와 4050세대가 다르다.

그것은 살아온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2030세대는 어른들을 이해 못하고 4050세대는 요즘 아이들을 이해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것은 내년 대선 투표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필경 후보들은 저마다 각자의 공약을 내걸 것이고, 그것은 ‘결과의 공정성’에 방점을 두느냐, ‘과정의 공정성’에 방점을 두느냐가 달라진다.

이는 앞으로 있을 5년이라는 오징어게임의 시스템이 결정되는 중요한 사건이다. 어차피 유권자 모두는 오징어게임의 참가자일 수밖에 없지만 어떤 게임 시스템을 만드느냐는 유권자 스스로 해나가는 것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내년 대선에서는 ‘결과의 공정성’과 ‘과정의 공정성’이 맞부딪히는 선거가 된다. 따라서 후보들이 어떤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이는 오징어게임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시선이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오징어게임에 참가한 참가자들의 모습 역시 다양하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정년이 앞당겨져 거리에 내몰린 중장년층,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새터민, 시한부 노인, 전과자 여성, 불법 체류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캐릭터를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거리로 내몰려 대리 운전기사를 하면서 이혼까지 한 무능하고 지질한 가장 역을 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도 있다.

수많은 군상들이 오징어게임이라는 말판에 ‘말(馬)’이 되어 456억원이라는 상금을 향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이 신자유주의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다양한 군상에게 그들에 맞는 공정을 찾아주는 것이 내년 대선의 역할이기도 하다.

현대사회는 다원화 사회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이다. 이런 이유로 내년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어떤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구현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오징어게임이 그런 시대정신을 일단 대권주자들과 유권자들에게 던져 놓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부당거래가 판치는 신자유주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내년 대선에서는 부당거래가 판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려야 한다.

문제는 그 경종을 ‘결과의 공정성’을 내세워 울릴 것인지 아니면 ‘과정의 공정성’을 내세워 우릴 것인지 대선 주자들을 비롯해서 유권자들 스스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년 대선만큼 세대 간의 정치적 지향점이 차이가 드러난 대선도 없다. 때문에 엄청난 세대갈등이 표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세대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대선 주자들의 몫이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시대정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것 역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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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대선판은 잘 짜여진 오징어게임

또 다른 정치권의 시각은 대선판 자체가 잘 짜인 오징어게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대선주자들은 그 오징어게임의 ‘말’이 되는 것이다.

각 후보들은 대선 경선에서 경쟁을 하는데 예비경선을 거치고 본경선을 거친다. 그럴 때마다 탈락자가 발생하고, 탈락자는 끝없는 나락으로 빠진다. 그렇게 해서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그때 본선이 펼쳐진다.

1등이 아니면 탈락자가 되는 대선 시스템에서 각 대선 후보들은 각자 말이 돼서 철저하게 경쟁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상대 후보와의 경쟁에서 여러 가지 수단이 나오며 때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런 것이 나온다.

오징어게임은 부당거래가 판치는 ‘공정한 사회’를 역설적으로 묘사를 했는데 대선 선거운동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공정한 선거’를 외치고 있지만 그 속은 ‘부당거래가 판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등이 되면 모든 것을 갖는 그런 판이 바로 대선판이다. 오징어게임 속 주인공이 456억원을 차지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라는 상금을 차지한 사람이 되는 것이 바로 대선이라는 오징어게임이다. 2022판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을 두고 피 튀기는 전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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