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하림 ‘The미식 장인라면’, 농심 ‘새우깡 블랙’, DGF리테일 ‘구름’ ⓒ각 사 제공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최근 식품업계 전반에서 기존 인스턴트 이미지를 탈피해 제품을 고급화하는 전략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같은 노력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인가구 증가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가정간편식(HMR)과 스낵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의 개념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는 등 다양화, 고급화 전략이 눈에 띄게 느는 추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하림은 20시간 우려낸 국물로 만든 ‘The미식 장인 라면’을 출시하며 라면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림은 저평가돼온 가공식품을 장인 셰프의 요리수준으로 끌어올려 가정에서도 미식의 세계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이번 제품개발을 계획했다. 아울러 자연소재와 신선함으로 삶을 맛있게 한다는 식품사업 목적을 바탕으로, 가장 상징적인 제품인 라면을 선출시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출시한 신제품은 사골과 각종 양념채소로 소고기, 닭고기 등 신선한 육류 재료와 버섯, 양파, 마늘 등을 20시간 끓인 진짜 국물을 우려낸 라면 요리다. 스프의 형태도 기존 분말이 아닌 농축한 액상을 채택했는데, 분말스프를 만들기 위해 육수를 건조하게 되면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훼손된다는 이유다.

또한 나트륨 양도 기존 라면(1650mg~1880mg)보다 훨씬 적은 1430mg으로 줄였다. 이를 통해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에 권할 수 있도록, 라면이 MSG와 정제염에서 기인하는 과도한 나트륨 함량으로 건강에 해롭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함이다.

면의 경우 직접 만든 육수로 반죽해 풍미와 맛을 그대로 살렸고, 면 종류는 제트노즐 공법 건조로 바람에 면을 말려 쫄깃하고 잘 불지 않는 건면이다. 제트노즐 공법이란 짧은 시간에 평균 130℃의 강한 열풍으로 균일하게 건조한 후 저온으로 서서히 말려 면발 안에 수많은 미세 공기층을 형성시킨 방식을 말한다.

하림 관계자는 “앞으로 The미식 장인라면 뿐만 아니라 순차적으로 출시 중인 가정간편식(HMR) 제품으로 고객들이 집에서도 편리하게 미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에서 출시 50주년을 맞아 새로이 선보인 ‘새우깡 블랙’도 눈길을 끈다. 세계 3대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히는 트러플을 함유했다는 점 때문이다.

귀한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히는 트러플은 인공적으로 재배가 되지 않고 채취 또한 쉽지 않다. 특유의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어 요리를 색다르고 고급스럽게 즐기기 원하는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다.

이에 농심은 트러플 중에서도 고급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산 블랙트러플을 접목해 새우깡 블랙을 만들어냈다. 새우의 고소함과 블랙트러플 특유의 향이 고급스러운 조화를 이뤄냈다고 한다.

새우깡의 인기 비결 중 하나가 생새우를 사용해 차별화된 고소한 맛이었던 만큼 이번 새우깡 블랙 또한 새우 함량을 기존 대비 2배로 늘려 고소함을 한층 살렸다. 포장 디자인도 새우깡 블랙이라는 제품명에 걸맞게 검은색과 금색을 활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특히 최근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재생 플라스틱 원료(R-PET)를 사용함으로써 친환경 경영에도 동참했다.

농심 관계자는 “이번 50주년을 기념해 내놓는 새우깡 블랙이 소비자들에게 새우깡의 새로운 매력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CU에서도 푹신한 식감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구름’ 시리즈를 선보였다. 떠먹는 컵 아이스크림인 구름우유와 구름초코시나몬 아이스크림 2종을 내놨으며 이달 말에는 쿠키앤크림맛도 추가 출시한다.

CU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아이스크림 매출을 분석한 결과 컵, 파인트형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7%가 올라 같은 기간 일반 아이스크림의 매출신장률 8.8%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했다. 특히 지난달 국민지원금 지급 이후 평소보다 소비자들이 고가의 상품을 찾으면서 이러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판단했다.

BGF리테일 스낵식품팀 이용구 MD는 “앞으로도 CU는 고객 수요를 분석해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가성비 높은 자체 차별화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각 기업들이 내놓고 있는 고급화 전략은 인스턴트 식문화나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 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흔하지 않은 식재료를 활용한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건강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26)씨는 “기업들의 이런 고급화 전략으로 인해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급 식재료를 일상에서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런 것 또한 어떤 측면에서는 소비자가 건강을 위한 식재료를 직접 찾아 나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서모(25)씨도 “SNS나 편의점에서 쉽게 접하면서 궁금증이 들어 종종 사먹는다”며 “항상 같은 것만 먹다 보니 이런 프리미엄 제품은 하나의 이벤트 같다”고 말했다.

다만 “프리미엄 제품의 값에 비해 맛이 그렇게까지 뛰어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서울 영등포구 거주 천모(26)씨나 “한 번 궁금해서 사먹기는 하겠지만 아무래도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그 이후로 잘 손이 가지 않는다”는 인천 연수구 거주 박모(28)씨의 의견 등 다소 부정적인 반응도 존재했다.

실제로 하림 장인라면의 출시 가격은 편의점 기준 2200원이다. 라면이 서민음식으로 대변되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대가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블랙새우깡 또한 대형마트 기준 가격이 1500원으로, 기존 새우깡 가격보다 50% 정도 비싸다.

업계와 전문가는 소비자들의 식품 선택에 있어 건강 또한 하나의 고려사항이 된 점을 주목했다. 이로 인해 인스턴트 제품에 대한 다른 시각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스낵·라면 등 인스턴트 제품의 소비가 늘면서, 기업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것에는 수요도 수요지만 소비자들의 건강을 우려하는 마음 또한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렇기에 같은 브랜드 내에서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기존제품과는 차별화된 고급화 전략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에게 건강이 어떤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런 고급화 전략은 기존 인스턴트 제품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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