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상향안 40%…‘발등의 불’ 다탄소 배출업종
철강, 저탄소 기술 개발 ‘속도’…경쟁사와도 뭉쳐
포스코, 수소환원제철기술 주도…상용화엔 시일
현대제철, ‘대기오염물질 차단‘ 세계 최초 개발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 인식이 증대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의 여건을 고려하면 탄소중립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지만 우리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보다 더 강력한 글로벌 차원의 규제로 인해 산업계에서도 탄소중립은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탄소 배출 분야인 철강‧석유화학‧자동차 업계 등 제조업체와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유통‧관광 등의 산업 분야에서도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해 ‘ESG 경영’에 힘을 싣는 추세다.

단순히 친환경 사업 위주의 참여가 아닌 기술 개발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서는 산업들의 현황과 산업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추진하는 전략,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탄소중립기본법)이 지난 8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경제계에서 비상이 걸렸다. 해당 법안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에 규정된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약 2억4000만톤의 탄소를 감축해야 한다. 탄소 배출 업종 1위인 포스코의 한 해 탄소배출량이 약 8000만톤인데, 포스코 규모의 공장을 3년가량 멈춰 세워야 감축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8일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배출량 0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사실상 확정했다. 기존 목표치 26.3%보다 대폭 상향된 수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연평균 감축률은 4.17%로 영국과 미국의 2.81%, 유럽연합(EU)의 1.98%보다 높다.

기존 목표보다 50% 이상 상향된 안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제 약 8년 밖에 남지 않은 2030년까지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적용되기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달성하기 힘든 무리한 목표치”라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반발에도 정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6일 지역민영방송협회 특별대담에서 “언론에서는 정부가 산업의 미래나 실정을 모르고 이데올로기적으로 추진한다고 비판하는데 국제 합의를 따르지 않으면 탄소 제품은 팔수가 없다”며 “하기 싫다고 안 하면 굶어 죽는 것”이라고 상향안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김 총리가 언급 했듯 앞으로 탄소 국경세 도입 등 글로벌 차원의 규제가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고, 글로벌 금융계에서도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전략에 직접 관여해 본인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투자하지 않기로 하면서 탄소중립 정책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생존하기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최근 발간한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국경세가 2023년에 도입될 시 우리나라는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3국에 수출하는 철강‧석유‧전지‧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만 한 해 6100억원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환경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EU 지역으로 수출할 경우, 2030년에는 총 7100억원의 탄소 국경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탄소 다배출 업종인 철강·석유화학산업은 각각 2019년 기준 대EU 수출액의 12.3%, 5.1%를 지출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와중에 마이크로소프트‧맥도널드 최대 주주이자 애플‧구글‧아마존‧테슬라 등 세계적 기업을 투자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의 약자) 경영을 압박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더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블랙록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은 작년에 투자기업 CEO들에게 “매출액의 25% 이상을 석탄발전을 통해 얻는 기업에 대해선 채권과 주식을 매도하겠다”는 내용의 연례서한을 보냈다. 이어 올해는 “기업 비즈니스 모델을 탄소중립 경제와 어떻게 결부시킬지 계획을 공개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기업의 장기 전략에 어떻게 통합할지 이사회에서 논의한 결과를 밝혀 달라”고 ESG 경영을 촉구했다. 이로써 전세계적으로 ESG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 경영전략이 됐다.

국내 업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블랙록은 국내 3대 금융지주의 2대 주주이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LG화학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3대 주주다. 국내 기업을 좌지우지 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를 잃지 않기 위해선 탄소감축은 필수 과제다.

이에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은 굴뚝산업으로 꼽히는 철강업계다.

2018년 새해 첫날인 1월 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소장 김학동)가 제1용광로에서 올해 첫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뉴시스
2018년 새해 첫날인 1월 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소장 김학동)가 제1용광로에서 올해 첫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뉴시스

‘탄소중립 시대’ 위기의 철강…돌파 무기는 ‘친환경’

자동차, 건설, 조선, 전자 등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철강은 산업부문에서 온실가스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이다. 산업연구원의 ‘2050 장기저탄소전략과 철강산업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은 제조업 내에서 약 3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두 번째로 배출 비중이 높은 화학(21.6%)보다도 10% 이상 높은 수치며 그 외 시멘트(4.7%), 반도체(3.7%), 디스플레이(3.0%) 등에 비해서도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철강 생산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CO2)등을 배출한다. ‘고로’라고 불리는 큰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1500°C 이상의 고온에서 녹이면, 일산화탄소(CO)가 발생한다. 이때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CO2가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탄소배출량이 많아 ‘기후악당’ 꼬리표가 따라붙던 철강업계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자체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고로‧수소환원제철 공정 비교. ©포스코
고로‧수소환원제철 공정 비교 ©포스코

먼저 포스코는 지난해 수소환원제철공법 상용화를 통해 오는 2030년에는 20%, 2040년에는 50% 감축,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공법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고로 공정에서의 대표적인 감축 수단으로 전망된다.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환원 기술은 철광석으로부터 철을 생산할 때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한다. 화석연료인 석탄을 사용하지 않으니, CO2 발생도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기초단계에 있어 상용화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신 포스코는 단기적으로 탄소 발생 저감기술 개발, 저탄소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한편 사업장감축 및 사회적 감축 수단을 병행해 탄소 감축을 목표치만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포스코는 이사회, ESG위원회, 경영위원회 세 의사결정 기구에서 감축 목표와 실행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물론 탄소중립 전담 조직(탄소중립환경그룹)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제철소 온실가스 저감 및 환경개선에 올해부터 5년간 4900억원을 투자해 코크스 건식소화설비(CDQ) 설치 등 전방위적 환경개선을 실시할 계획이다.

CDQ는 제철 공정 중 석탄 원료로부터 코크스를 생산한 후 냉각하는 설비로 코크스 냉각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 증기 및 전력으로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한다. 이는 연간 약 5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감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용광로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사실상 원천 차단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실제 공정에 성공적으로 적용하기도 했다.

용광로 정기 보수 후 고열의 바람을 다시 불어넣는 재송풍 작업 시 가스청정밸브인 ‘1차 안전밸브’를 통해 용광로 내부에 남아있는 유해가스를 정화 후 배출하는 방식이다.

현대제철 당진 공장 모습
현대제철 당진 공장 모습 ©뉴시스

이밖에도 포스코와 함께 지난 9월 굴, 조개 등 패각을 가공해 만들어진 석회 분말을 철광석 소결 공정에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이를 통해 석회석 사용량을 감축하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두 기업은 ‘물류동맹’을 맺는 등 ESG 경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공정과 직접 연관이 없는 부분까지도 배출 저감에 협력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아 성사됐다.

양사는 이번 협약에 따라 제품 운송 선박과 전용 부두 등 연안해운 인프라를 공유하고, 광양과 평택‧당진항 구간에 연간 총 24만톤 물량의 복화운송을 추진한다.

복화운송이란 두 건 이상의 운송 건을 하나로 묶어 공동 운송하는 것으로, 공차나 공선 구간을 최소화한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운송 방법이다.

이로써 포스코 코일로로선이 월 2항차, 현대제철 전용선이 월 1~2항차 가량 운항횟수가 줄어 소나무 54만 그루를 새로 심는 효과와 맞먹는 연간 3000톤 가량의 탄소배출 감축이 예상되며, 물류비도 3~6%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원가 경쟁력 강화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원료부터 설비, 물류까지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앞으로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타 업종과도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영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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