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회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의 대선주자 심리분석

이재명, ‘국민 일체감’ 심리 충분
윤석열은 사익추구형···권력 목적
홍준표, ‘보수’ 선택해 인생 꼬여
내년 대선, ‘개혁 대 반개혁’ 싸움

사회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 ©투데이신문
사회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내가 왕이 될 상인가.”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한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이정재 분)이 당대 최고의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을 만났을 때 건넨 유명한 대사다. 관상은 얼굴의 상(相)을 보고 길흉화복과 운명을 읽는 점술의 일종이다.

미남 미녀가 발에 차일 정도인 세계 최고 수준의 성형기술과, 윤리·제도 문제만 해결된다면 당장이라도 안면 이식 수술이 가능할 정도의 의료기술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지금 주술(呪術) 논란으로 시끄럽다.

최근 국민의힘 대선 경선 TV토론에서 손바닥에 적힌 왕(王) 자가 카메라에 포착되며 주술 논란의 중심에 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무속 대통령’이란 프레임 후과(後果)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5년 주기로 반복되는 이 논란은 21세기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대선 계절이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대권을 잡을 수만 있다면 풍수지리까지 동원하며 ‘명당’을 찾아 조상 묘도 옮긴다.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이런 풍경은 사실 흔한 일이다. 야권의 한 대선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정치권 인사는 “대선을 앞두고 어느 후보가 사주 한 번 안 봤겠냐”며 “공개되지 않을 뿐”이라 밝힌다.

서양에서도 ‘두개골의 크기와 형태 같은 상을 보고 성격과 심리적 특성 등을 읽을 수 있다’는 골상학(骨相學, Phrenology)이 18세기에 등장했을 정도로 ‘관상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중의 흥미를 끄는 관심 소재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유소년기의 가정환경과 성장 배경은 물론, 사용 언어와 말투를 비롯한 행동 패턴 등으로 대선 후보들의 심리를 분석한 기사와 서적 등이 인기를 끌며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심리분석이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리를 사회심리학 기법으로 분석하며 ‘국정농단’ 사태를 예측한 한 심리분석 전문가의 인터뷰 이후다.

사회심리학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느낌, 행동이 상호 간에 어떻게 영향받는지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를 비롯한 수십 권의 심리분석 관련 서적을 출간하며 국정농단 사태를 전망한 심리연구소 ‘함께’의 김태형 소장은 지금의 한국사회 분위기를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의 말(馬)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이라 진단한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19일 김 소장을 만나 내년 대선에 나선 유력주자들의 심리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은 누구인지 등에 관해 들어봤다.

사회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 ©투데이신문
사회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 ©투데이신문

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 심리학과 임상심리학을 전공한 김 소장은 지난 7월 성공회대 최영묵 교수와 장동훈 전 MBC기자 등을 비롯한 각계 ‘전문가’ 15명과 함께 이재명 경기지사를 깊이 있게 분석한 도서 ‘2021·2022 이재명론’의 공저자로도 참여했다.

먼저, 사회심리학 관점에서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대선 후보는 누구인지를 물었다. 김 소장은 망설임 없이 ‘이재명’이라고 답했다.

◇ “이재명,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후보”

-왜, 이재명인가요?

”2017년에 이재명 후보를 분석한 책을 낸 적이 있는데, 이 후보는 기본적인 심리가 형성되는 청년기 이전까지 노동자였어요. 가족들 역시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도 노동자이면서 서민계층에 속해 있고요. 이는 그가 일반 국민과도 일체감을 유지할 수 있는 심리적 기초가 형성돼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 후보들보다 상대적으로 가장 낫고 절대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인물이라는 거죠. 과거 이력을 봐도 그는 대권을 염두에 두고 인기 영합 정치를 한 사람이 아니에요. 이 후보가 ‘권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하는 말은 거짓이 아니거든요. 적폐청산에도 철저했고, 대표 공약인 전국민 기본소득은 시대정신과도 맞아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지금의 시대정신을 대변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 이렇게 보는 거죠.”

-기본소득은 여전히 논란이 있잖아요.

“기본소득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큰 분야인데,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이걸 추진하는 걸 보고 놀랍기도 하면서 선견지명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한편으론 ‘자살골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크게 번지면서 여러 나라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이어졌고, 그 바람에 실현 가능성도 커졌어요. 지금 이 후보의 기본소득 정책이 원래보다 약간 후퇴한 측면이 있긴 한데, 당선되면 원래대로 추진할 거라 생각해요. 이 후보의 정책 브랜드가 ‘개혁’과 ‘기본시리즈’이기도 하잖아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5일 OBS경인TV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방송토론회에 앞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5일 OBS경인TV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방송토론회에 앞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 소장은 개인적으로도 ‘기본소득론’자라 밝힌다. 그는 기본소득에서 파생되는 효과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지사의 전국민 기본소득이 경제·복지 차원의 정책이라면 김 소장은 인권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그는 사회개혁의 출발점도 기본소득에서 시작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김 소장은 이 후보가 성남시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실행하기 전부터 인권정책 차원의 기본소득을 주장해왔다고 말한다. 당시만 해도 기본소득 얘길 꺼내면 ‘사회주의자’ 소릴 들었던 때였다.

-대선 후보들을 구분할 수 있는 심리학적 표현이 있나요?

“그럼요. 크게 ‘공익추구형’과 ‘사익추구형’으로 나눌 수 있어요. 용어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은 당연히 공익추구형입니다. 사익추구형은 어떤 경우에서도 권력을 잡아선 안 되죠. 우리가 정치인을 볼 때 다른 여러 가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이걸 봐야 해요.”

-역대 대통령 중에도 공익추구형이 있나요?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요. 노 대통령은 사실 대권 도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당시 이인제 의원이 대통령을 하겠다 하니까 ‘그러면 나도 가만있을 수 없다’며 나선 경우입니다. 아마 노 대통령은 이 의원을 ‘기회주의자’로 본 거 같아요. 그래서 ‘기회주의자가 권력을 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이걸 막으려고 출마한 거라 봅니다. 즉, 개인 사욕을 위해 나선 게 아니라 대의를 위해 도전한 거란 얘기죠. 이재명 후보도 그런 점에서 비슷한 케이스고요.”

-공익추구형을 구체적 예로 설명해주시면 좋겠네요.

“예를 들어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당선되기 전에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시립병원 만들려다 시의회 벽에 막혀 실패했었잖아요. 그 바람에 경찰 수배까지 당했고요. 그때 좌절했던 이 후보가 힘(권한)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끝내 완공시켰잖아요. 그야말로 ‘공익을 추구하겠다’는 심리가 작동하지 않으면 이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대통령이 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죠. 경기도지사를 해보니까 도지사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는 걸 느낀 거고, 대통령 권한이 있어야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를 펼 수 있겠다 판단한 거죠.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그런. 이건 공익적 목적을 기본적으로 깔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정치인들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이런 유형의 정치인들이 많아야 국가미래도 밝은데, 불행히도 지금은 별로 없어요.”

◇ “윤석열은 권력 쫓는 사익추구형”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어떤 유형인가요.

“사익추구형이죠. 윤 후보는 뭔가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려는 게 아니라 권력을 잡기 위해 대선에 나선 경우라 할 수 있어요. 사익추구형의 목적은 단순하거든요. 그냥 권력을 잡겠다는 겁니다. 공익형은 문제 해결을 위한 차원에서 권력을 필요로하는 건데, 사익형은 반대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뭔가를 하는 사람인 거죠. 윤 후보는 대권을 쟁취하기 위해 뭔가를 한 사람이에요.”

-윤 후보는 ‘갑자기 뜬’ 경우잖아요? 그런데 왜 사익추구형인가요?

“심리학적으로 볼 때 공익추구형 인간이 되려면 사적 욕망을 공적 욕망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해요. 누구나 공익추구형 인간이 되는 게 아니거든요. ‘공익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생각할 순 있어요. 하지만 내면은 사익을 추구하는 거죠. 삶에서 공적 욕망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심리분석에 따르면 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이런 과정이 있었어요.”

-윤 후보는 없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윤 후보의 심리를 분석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사적 욕망과 ‘보스’가 되고 싶은 강한 권력욕이 있었어요. 또 칭찬이나 인정받으려는 욕망이 컸었는데, 이런 걸 공적 욕망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이 없었어요. 이런 정치인들은 본인이 아무리 ‘공익을 위해 정치한다’고 해도 사욕의 지배를 받게 돼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8일 부산MBC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리허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8일 부산MBC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리허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승화 과정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본인들이 직접 말을 해요. 노 대통령의 경우, ‘부림사건’을 접하고 충격받았던 것과 이후 자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자주 얘기했잖아요. 이 후보도 대학 가서 ‘광주사태’를 알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경험을 했다고 많이 표현했었거든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사건에 대해서. 이런 게 승화 과정이에요. 윤 후보는 그런 게 없는 거죠.”

-윤 후보가 아직 얘길 안 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지금이라도 얘길 해야죠. 대권을 잡겠다는 사람이면 당연히. 그게 없는 상태에서 보면 윤 후보는 그냥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살면서 사회생활 시작과 함께 권력욕을 추구했고, ‘거물’이 되면서 주위에서 부추기니 ‘대통령도 한 번 해봐야겠다’ 그런 마음인 거죠. 윤 후보가 뭘 꼭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대선에 나온 게 아니잖아요. 절박감이라든가, 대통령이 돼서 저걸 꼭 하려고 한다거나 하는 간절함 그런 게 없잖아요. 일반 사람들은 공·사익추구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건 그렇게 결정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 사람의 삶 속에서 승화에 성공했느냐 못했느냐가 좌우하기 때문에. 윤 후보는 권력욕이나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공적 욕망으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죠. 사적 욕망이 너무 강렬하고 결핍이 컸기 때문에..”

부림사건(釜林事件)은 전두환·노태우의 신군부 정권 초기인 1981년 9월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하며 기소한 사건이다. 부림사건의 ‘부림’은 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신군부세력이 학생운동단체 중 반국가단체를 처벌한 학림사건(學林事件)에서 따왔다. 학림 대신 부산의 학림을 의미하는 ‘부림’ 명칭을 붙인 것이다.

-어릴 적 경험한 ‘가난’도 승화과정에 영향을 주나요?

“중요한 건 ‘부모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양육과정을 통해 성장했느냐’ 하는 거죠. 또 성장 과정에서 만난 주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이런 여러 가지가 전반적인 영향을 주는 거죠. 물론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봐야합니다. 체벌도 부모가 본인을 사랑한다는 확신만 있으면 문제가 안 돼요.”

-‘도리도리’, ‘쩍벌남’ 같은 윤 후보의 행동 패턴은 어떤 심리를 의미하나요?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젓는 행위는 불안 심리를 나타내는 겁니다. 내적 불안이 신체로 표현되는 거죠. 어느 신체 부위를 통해 표현될지는 자신도 몰라요. 이런 증상은 어려운 질문을 받거나 당황했을 때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다리를 떨지 눈동자를 굴릴지 알 수 없지만 불안심리가 표출되는 것은 분명해요. 가끔 국민을 상대로 호통치는 듯한 기자회견을 할 때 보면 ‘도리도리’가 눈에 더 띄는데, 불안이 심하다는 게 드러나는 겁니다. 손바닥 ‘왕’자도 마찬가지거든요.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표시죠. 다리를 쩍 벌리는 것은 아마도 보스기질에서 나오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돼요.”

◇ “홍준표, 자신에 대한 혐오·분노 가득”

-역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의 심리는 어떤가요?

“홍 후보는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빠질 겁니다. 저는 홍 후보를 ‘정신적으로 폭주상태’라고까지 표현한 적이 있어요.”

-원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게 무슨 얘긴가요?

“홍 후보는 정치를 하고싶어 한 사람이 아니에요. 고비 때마다 ‘먹고 살기 위한 삶’을 산 사람일 뿐이죠. 홍 후보를 심리 분석한 자료가 있는데, 이분은 검사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던 사람이에요. 사법고시 합격 후엔 변호사를 하고 싶어 했는데, 돈이 없어서 검사를 했어요. 이건 본인이 직접 한 말이에요.”

-스스로 ‘독고다이’라 했는데, 검사되기 싫은 마음도 이것과 연관 있나요?

“그건 ‘소외감’ 때문인 것 같아요. 홍 후보는 유소년기에 지나칠 만큼 편애를 받고 컸을 정도로 부모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또 나름대로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고요. 어릴 적 어머니가 사채업자에게 머리채 잡히는 충격적인 모습을 직접 보기도 해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대감도 있어요. 당연히 세상에 대한 적개심, 분노 같은 것도 있고요. 정의감과 복수심 같은 게 결합 돼 검사가 됐을 때 느낀 열등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독고다이가 된 거죠.”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8일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PK당원간담회에 참석, 당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8일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PK당원간담회에 참석, 당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 들어와서는 잘 풀린 거 아닌가요?

“‘모래시계 검사’ 이미지 때문에 당시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는데, 홍 후보는 ‘3당 합당’으로 대통령이 된 김영삼의 보수(신한국당)쪽으로 갔어요. 안전한 선택을 한 거죠. 사실 홍 후보는 본인의 정체성을 생각하면 진보진영으로 갔어야 했어요. 하지만 ‘개인적 욕망’을 택하면서 인생이 꼬인 거죠. 만약 당시에 진보쪽으로 갔더라면 공익적 승화의 기회를 접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요. 보수진영 가서 DJ(김대중 대통령) 저격수로 활약했는데, 사실 엄청 힘들어했어요. 자신에게 맞지 않았던 거죠. 홍 후보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도 살아남기 위해서였어요. 이것도 본인이 직접 한 얘깁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 돌아보니 후회된다고도 했고요. 그런 거 보면 홍 후보는 권력욕이 강한 사람은 아니에요.”

‘3당 합당’은 노태우 정권 때인 1990년 1월 22일 당시 집권 여당인 민주정의당과 제2야당인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제3야당인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보수대연합을 선언하며 합당해 ‘민주자유당’을 출범시킨 사건을 말한다. 개헌저지선을 훌쩍 넘긴 ‘괴물 여당’의 탄생을 비판하는 입장에서 ‘3당 야합’이라 칭하기도 한다.

-그럼 홍 후보의 ‘막말’도 일종의 자기방어인 건가요?

“그런 셈이죠. 왜냐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게 아니니까 화가 나서 그러는 거라 볼 수 있죠. 사적 욕망이 공적 욕망으로 승화돼야 분노가 풀리는데, 자신의 정체성과 반대의 길을 걷기 때문에 자기혐오가 대단히 심한 겁니다. 홍 후보가 자서전 ‘나 돌아갈래’에서 박하사탕 얘길 했는데, 박하사탕 영화는 주인공이 자살하면서 끝나잖아요. 영화처럼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거죠. 이건 아마도 정치권 영입 제안 당시의 ‘선택의 기로’ 시점으로 돌아가거나 더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을 드러낸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 보는 건가요?

“그렇게 생각해요. 무의식적으로. 원하지 않는 길을 걸어 온 것에 대한 자기혐오와 분노가 해소되지 않는 거죠. 말도 점점 거칠어지고 얼굴도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고 봐요. 홍 후보는 정치를 그만두면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에요.”

사회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 ©투데이신문
사회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 ©투데이신문

◇청년들의 ‘50억’ 침묵 이유는 ‘넘사벽’ 때문

-‘조국 사태’ 때 분노했던 청년들이 ‘곽상도 아들 50억’에 침묵하는 심리는 뭔가요?

“핵심은 불평등 때문인 거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했는데, 청년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이 무너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똑같이 열심히 했는데, ‘특혜’가 끼어들었다 싶으니까 터진 거죠. 그것도 집권 여당 쪽에서. 반면, ‘곽상도 아들 50억’은 시스템 문제로 보는 겁니다. 이건 아예 건드릴 수조차 없는 그런. 예를 들어 화천대유에 똑같이 들어가 경쟁했는데, 곽상도 아들한테만 50억을 줬다면 분노했을 겁니다. 하지만 ‘아빠찬스’조차 없어 꿈조차 못 꾸니 ‘이건 구조적인 문제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치인 거죠. 근본적인 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분노하지 않는 게 아니라 포기하는 거예요. ‘그건 건드릴 수 없다’ 이렇게 보기 때문에 말이죠.”

-선뜻 납득이 안 되네요.

“청년들이 분노는 안고 있지만 벽이 너무 높아 포기한다는 얘깁니다. 무력감이나 고립감 때문에요. 단지 표출하지 않을 뿐인 거죠. 분노는 계속 쌓이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현재 청년들의 집단 심리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에요.”

-이번 대선은 중도 표심이 결정할 것 같다고 보는데, 중도층의 심리는 어떻게 보시나요.

“정치에 실망한 무관심층이 과거보다 많아졌어요. 정치혐오 현상이 커진 거죠. 우리나라는 정치불신 현상이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중도층의 심리는 ‘삶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뭔 상관이냐’는 생각을 해요. 이들은 정치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에 투표 안 할 가능성도 큽니다. 중도층을 투표장에 나오게 하려면 강력한 개혁동력이 필요해요. 지금은 개혁을 내세운 세력이 정권을 잡았는데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하니까 아예 관심을 안 갖는 거죠.”

-중도층을 움직이려면 정치권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 사람은 뭔가 바꿀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을 느끼게 해줘야죠. 그런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면 중도도 그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거죠. 안 그래도 부동산 폭등 같은 문제 때문에 현 정부와 집권 여당에 불만이 많은데,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응징’하고 싶은 마음만 더 커지겠죠. 정권교체론이 높은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잖아요. ‘이쪽저쪽 별 차이 없네’하는 심리가 고착화 되면 서울 부산 재보궐 결과가 재현될 수도 있어요.”

-‘촛불민심’이 현 정부에 등을 돌린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요?

“지난 총선 때 180석 몰아준 건 사실 엄청난 사건이에요. 국민들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여소야대 핑계를 대면서 개혁을 미적거리니까 ‘그래? 그럼 화끈하게 밀어줄 테니 어디 한 번 해봐’라는 심리가 작동했던 겁니다. 그런데 제대로 못하잖아요. 시간만 끌면서.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이런 거에 피로감을 느끼니 실망할 수밖에 없죠. 검찰·언론 개혁도 중요하지만, 민생 관련 개혁도 임기 초반에 추진했어야 했어요. 지금 서민 삶이 심각하잖아요. 특히 코로나 등으로 더. 청년실업 문제나 주거 등의 생존불안, 양극화와 불평등해소 문제를 풀기 위해 초반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뭔가 좋아졌다, 바뀐 것 같다’는 걸 체감할 수 있도록 했었어야죠.”

-결국 돌아선 민심을 다시 세우는 문제도 대선 후보 몫이란 얘기네요.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촛불 시민들의 불신과 불만을 일정 정도 해소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음 정부까지 기다리면 안 됩니다. 부동산 문제도 당장 180석 힘으로 풀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해요. 과감하게. 민생 관련 개혁도 서두르고. 이렇게 주요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모습들을 보여줘야 어느 정도 반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심리는 ‘착한아이 증후군’

-문재인 대통령이 ‘추·윤 갈등’ 때 ‘방관’만 했다는 주장도 있고, “예전 같았으면 가차 없이 날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문 대통령의 심리는 어떤가요?

“2017년에 문 대통령의 심리분석을 했었어요. 문 대통령은 권력의지가 없어요. 지지자들에게 이끌려 나온 사람이죠. 2012년에도 그랬고요. 이분은 기질적으로 그래요. 대권 의지도, 정치를 하고싶어 하는 사람도 아니고. 삶의 이력을 보면, 대통령이 돼도 ‘욕먹는 한이 있더라도 이 건 꼭 해야겠다’는 의지가 약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겁니다. 문 대통령은 심리적으로 ‘착한아이 콤플렉스(증후군)’가 있는 사람이에요. 이건 진짜 착하다는 게 아니라 욕먹는 걸 두려워하고 사랑을 잃을까 무서워하기 때문에 행동을 조심하는 그런 거요. 이런 건 어렸을 때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거예요. 착한 사람도 두 부류가 있어요. 진짜 착한 사람과 착한 행동을 하려는 착한아이 콤플렉스 이렇게요. 문 대통령은 후자인 경우죠. 진짜 착한 사람은 ‘피아’구분이 확실하고 욕먹는 걸 무서워하지 않아요. 진짜 착하기 때문에, 책에도 썼지만 문 대통령 스타일은 가시밭길을 헤치고 나가는 유형은 아니에요. 착한아이 콤플렉스 유형의 전형적인 특징이죠.”

착한아이 콤플렉스(good boy syndrome)는 가토 다이조(加藤諦三)의 자녀교육서 ‘착한 아이의 비극’에서 제안한 신조어다. 타인으로부터 착한아이라는 반응을 듣기 위해 내면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는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심리적 콤플렉스를 뜻한다.

-어떻게 보면 ‘끌려나온’ 문 대통령 심리도 많이 불편하겠네요.

“촛불민심이 아니었다면 문 대통령은 당선되기 어려웠을 겁니다. 탄핵 환경이 아니었다면 아마 대선 경쟁에서 졌을 거예요. 심리분석 차원에서 볼 때 지금 문 대통령은 빨리 퇴임해서 쉬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안전하게 임기 끝내고 쉬고 싶은 것에 관심이 많을 것이란 얘기죠.”

-그래도 남북문제 만큼은 나름대로 성과를 냈잖아요.

“정상회담을 세 번 하면서 상당한 합의가 도출됐는데도 큰 진전이 없잖아요 지금. DJ나 노 대통령 같았으면 아마 미국이 반대한다고 해도 더 세게 돌파해나갔을 거예요. 하지만 문 대통령은 미국이 반대하니까 바로 스톱 했잖아요.”

-내년 대선의 어젠더(agenda), 즉 시대정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개혁 대 반개혁 구도를 선명하게 세팅해서 치열하게 다퉈야 합니다. 민주당과 이 후보는 대선장을 가열찬 전쟁터로 만들어 가야 해요. 그래야 이재명의 ‘진가’가 발휘될 수 있어요. 민주당 내에 이 후보에 대한 비토 정서가 상당한데, 이 후보는 이걸 뚫고 나가야 해요. 그리고 중도표 얻겠다고 어설프게 중원으로 가면 후회하게 될 겁니다. ‘대권 전쟁’은 핵심코어 층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 중원까지 자석처럼 빨아들이는 그런 게임이에요. 그래야 국민 선택을 받을 수 있어요. 이 의제가 내년 대선 판도를 좌우하는 시대정신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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