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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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어느 집단에나 늘 소수는 존재하듯, 소수자 안에서도 소수는 존재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대비 5.1%를 차지하는 263만3000여명의 장애인은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사회적 소수자 집단이다. 이들 내에서도 더 작은 집단이 존재하는데 그들은 ‘소수장애인’이라고 불린다. 소수장애인의 대표격인 ‘내부기관장애인’은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구 6%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이들이 사회로부터 받는 차별은 곱절이다. 장애인 복지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소수장애인은 그마저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수장애인의 의료기관 이용률이 가장 높지만, 이같은 특성을 고려한 의료정책이 부재한 탓에 본임부담금은 비소수장애인에 비해 2~5배 가량 많은 편이다. 고용률은 30%에도 못미치며, 월평균 임금도 최저임금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렇다보니 국가 지원에 대한 소수장애인들의 만족도는 크지 않다.

게다가 무관심은 덤이다.

지난해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각 정당에서는 앞다퉈 장애 관련 공약들을 쏟아냈다. 활동지원제도 개선,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연금 확대와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 등 그간 장애계에서 절실하게 요구해왔던 공약들로 장애인 유권자들의 표심 사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소수장애인 지원체계에 관한 공약은 ‘전무후무’ 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수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홀대는 복지사각지대에 내몰린 그들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정책의 진일보를 가로막고 있다.

‘소수’가 ‘소수’가 된 이유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신체적 혹은 정신적 장애로 인해 오랫동안 일상이나 사회생활에서 큰 제약을 받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1988년 의학적 심사를 토대로 장애를 1~6급으로 분류하는 이른바 ‘장애등급제’가 처음 도입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장애유형은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지적장애 등 5종에 불과했다.

2000년 뇌병변, 자폐, 정신장애, 신장장애, 심장장애 등 5종이 추가됐으며 2003년 호흡기장애, 간장애, 안면장애, 장루·요루장애, 뇌전증까지 포함하며 현재까지 총 15종이 장애유형으로 인정되고 있다.

장애는 크게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로 분류되는데, 그중에서도 신체적 장애에는 주요 외부 신체기능 장애와 내부기관 장애로 나뉜다. 현재 내부기관장애로 인정되는 장애유형은 신장장애, 심장장애, 간장애, 호흡기장애, 장루·요루장애, 뇌전증 등 6종이다.

2020년 기준 전국 장애인 등록 현황은 263만3026명이다. 이들 중 내부기관장애인은 △신장장애 9만7530명 △심장장애 5233명 △호흡기장애 1만1544명 △간장애 1만3808명 △장루·요루장애 1만5427명 △뇌전증 7093명 등으로 총 15만635명이다. 이는 전체 장애인등록자의 5.7% 수준에 불과하다.

언어장애와 안면장애는 외부신체기능장애로 분류되지만 각각 2만2391명, 2677명으로 내부기관장애 못지않게 소수에 불과하다. 전체 외부 신체기능 장애인 248만2391명 중 1%에 그쳤다.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양희택 교수는 소수장애인에 대해 3가지로 정의했다.

양 교수는 “현재로서는 소수장애인에 대한 통일된 정의가 없는 상황”이라며 “(과거 소수장애인에 대한 정의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 15가지 장애 유형 중에서도 1%에 못 미치는 경우, 사회에서 크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 이전까지는 전혀 장애인으로 인지되지 않았던 경우 등을 소수장애인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었다”고 설명했다.

소수장애인은 가뜩이나 수도 적은데 장애등록 마저 안 된 사례도 많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데 우선 장애등록을 원하지만 현재 장애 판정 기준에 미달해 등록을 할 수 없는 경우가 그렇다.

예컨데 앞서 1편에서 소개된 안면장애인이자 뇌전증 환자인 심보준씨는 뇌전증 장애를 인정받지 못해 관련 치료비 지원을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뇌전증 장애 판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뇌전증협회 김덕수 사무처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뇌전증은 발작 횟수에 따라 뇌전증 장애를 판정받게 된다. 월 6번 이상의 대발작이 있어야만 가능한 수준”이라며 “협회에서 추산하는 전국 뇌전증 환자 수는 37만명, 보건복지부에서는 2018년 기준 29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장애인으로 등록된 수는 7000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장애를 외부로 노출하는 게 꺼려지는 경우다. 장애 등록을 위해서는 진단을 받고 국가에 신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심장이나 간 등은 겉모습으로 드러나는 장애가 아니다보니 외부에 장애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부담돼 장애 등록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주류장애와는 달리 인구 수가 현저하게 적은 소수장애인에 대한 사회나 국가의 관심이 적은 실정이다.

실제 소수장애인들은 장애 등록 후 국가 지원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떨어졌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등록 후 국지원 충분도에 관한 질의에 대해 소수장애인은 40.9%만 ‘지원을 많이 받는다’, ‘약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장애 유형에 따라 △심장장애 41.6% △호흡기장애 40.3% △간장애 39.5% △장루·요루장애 30.1% △뇌전증 29.2% △언어장애 52.8% △안면장애 50.6%다.

양 교수는 “앞서 말했다시피 소수장애인의 비중이 적기 때문에 그들이 요구하는 것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또 지원 가능한 자원이나 재원이 적기 때문에 (소수인) 그들에게까지 닿지 못하기도 했다. 아울러 전면에 드러나 있지 않으니 소수장애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어떤 방법으로 도와야 할지 몰라 지원이 부족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장애 편견·차별로 인한 낮은 고용률

동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애 유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의 욕구가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국가 및 사회 요구사항에 대해 소수장애인들은 소득보장 46.8%, 의료보장 28.0%, 고용보장 6.8% 순으로 가장 많이 꼽았다.

소득은 고용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깊다. 잘 알려졌다 시피 장애인의 직업활동은 쉽지 않은 편이다. 특히 소수장애인의 경우 장애 유형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장애인들 중에서도 고용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소수장애의 고용률은 37.1%, 소수장애는 29.6%로 소수장애가 비소수장애에 비해 고용률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 유형별로는 △간장애 49.9% △언어장애 43.6% △안면장애 73.2%로, 이들은 장애인 평균 고용률보다 높은 편에 속했다. 반면 나머지는 △심장장애 19.3% △호흡기장애 11.7% △장루·요루장애 21.3% △뇌전증 15.4%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2018년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에서 주최한 ‘소수장애인 인권토론회’에서 소개된 뇌전증장애인 A씨는 “뇌전증장애인은 모두 쓰려져 발작을 한다는 편견으로 취업이 어렵다. 그래서 장애를 숨기고 취업을 했지만 대발작이 일어난 이후 회사에서는 다른 정당한 이유를 찾아 해고했다”고 밝혔다.

한국호흡기장애인협회 송형규 사무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호흡기장애는 흡연으로 인한 폐손실 사례가 많은데 50대 이상 남성에게 유병률이 높아 구직활동이 어렵다. 또 장시간 실내에서 일 할 때 장소유지 장치 등이 비치돼 있는 작업장이 필요해 구직활동이 쉽지 않다”며 “취업에 불이익이 있을 것을 염려해 알리지 않고 힘들게 일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취업률이 낮은 만큼 월평균 임금도 적었다. 장애 유형별 월평균 임금은 △심장장애 64만7000원 △호흡기장애 100만7000원 △장루·요루장애 187만7000원 △뇌전증 90만1000원으로 장루·요루장애를 제외한 모든 유형은 당시 최저월급 약 135만원을 넘기지 못했다.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도 △간장애 277만8000원을 제외하곤 △언어장애 154만7000원 △안면장애는 120만4000원으로 최저월급을 조금 넘거나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업에서 차별을 느끼는 비중은 안면장애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소수장애 취업 차별 인식률 평균은 12.5%인 반면 안면장애는 56.8%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취업에 있어 차별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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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의료비로 속앓이 ‘끙끙’

소수장애인들이 원하는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의료비다. 연말정산 의료비 공제는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의료비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0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간한 ‘장애인의 의료이용 및 의료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내부기관장애의 의료이용률이 98.2%로 가장 높았고 외부신체기능장애 83.2%, 정신적장애 66.0%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입내원 일수도 내부기관장애가 긴편에 속한다. 외부신체기능장애인의 1인당 연평균 입내원 일수는 52.1일, 정신적장애는 66.8일로 조사됐다. 반면 내부기관장애인은 104.1일로 2배 가까이 달했다.

장애 유형에 따라서는 △신장장애 137.8일 △심장장애 49.1일 △호흡기장애 55.7일 △간장애 43.8일 △장루·요루장애 52.4일 △뇌전증 50.9일 △언어장애 50.2일 △안면장애 28.9일로 조사됐다.

입내원 1회당 치료비도 내부기관장애가 가장 많았다. 정신적장애는 5만3486원, 외부신체기능장애인은 6만9763원이지만 내부기관장애인은 이들 3배에 가까운 18만9016원으로 파악됐다.

장애 유형에 따라서는 △신장장애 19만1049원 △심장장애 15만5015원 △호흡기장애 10만5178원 △간장애 43만7158원 △장루·요루장애 12만1015원 △뇌전증 6만3475원 △언어장애 7만5055원 △안면장애 6만2140원이다.

진료비 본인부담비율은 외부신체기능장애가 19.9%로 가장 높았고 내부기관장애 9.5%, 정신적장애 8.9%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치료비용 자체가 내부기관장애가 더 크다보니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내부기관장애가 가장 많았다.

1인당 연평균 본인부담금이 외부신체기능장애는 91만5622원, 정신적장애가 37만2820원인 반면 내부기관장애는 197만2614원으로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 가까이 많은 편이다.

장애 유형별로는 △신장장애 241만2239원 △심장장애 120만3836원 △호흡기장애 129만7906원 △간장애 193만4685원 △장루·요루장애 101만9577원 △뇌전증 59만6862원 △언어장애 78만8320원 △안면장애 41만1393원이다.

내부기관장애인들도 질병과 소득에 따라 의료비 감면·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상대적으로 의료비 지출이 높은 이유는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급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이재민·국가유공자·노숙인·북한이탈주민 등 타법적용자, 행려환자 등 ‘1종 수급권자’와 1종 수급권자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2종 수급권자’로 분류돼 지원된다.

장애인의료비는 2종 수급권자와 차상위본인부담경감 대상자(만성질환 및 18세 미만)인 등록장애인의 의료기관 진료비 중 의료비 본인부담금 전액 또는 일부 지원 됩니다. 다만, 이는 급여항목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비급여항목은 본인이 100%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15개 장애유형 가운데 안면장애인들의 의료비 지출이 상당한 편인데, 그 이유는 안면장애인의 상당수가 화상환자이기 때문이다. 화상과 관련해 피부 재건 등 수술은 전부 비급여에 해당된다. 때문에 의료비용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다. 장애 당사자들의 요구로 일부 항목이 의료보험이 적용되긴 했으나, 최근 나오는 치료들에 대해 해당하는 게 아니다 보니 여전히 장애 당사자들의 부담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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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장애인 목소리 청취 우선

이미 우리 사회 소수장애인에 대한 문제, 그들의 욕구 표면으로 드러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응답하는 일 뿐이다.

양희택 교수는 “소수장애인의 목소리가 작기 때문에 정부 지원도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 혼자보다는 2명, 2명 보다는 3명, 3명 보다는 10명이 모였을 때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할 수 있다”며 “현재는 주류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정책을 결정할 때 소수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변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개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양 교수는 “인식개선은 역사적 흐름을 가지고 있다.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와 활동하자 비장애인들이 못마땅하게 바라봤지만 이제는 어마어마한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나. 힘들고 어렵다고 멈추지 말고 길게 보고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수장애인 당사자도 부정적 시선, 왜곡된 시선, 편견 등을 강인하게 뚫고 나와야 한다”며 “지역사회는 비장애인의 인식개선과 더불어 소수장애인 당사자를 위해서도 지역사회 활동의 필요성을 고찰시키는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감고 귀 닫는 사회에게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두 눈 크게 뜨고 우리 주변의 소수장애인들이 직면해있는 인권사각지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두 귀를 활짝 열고 소수장애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지원이나 정책 등은 무엇이 있을지 들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하나하나 모여 소수장애인들이 마주한 인권, 정책적 장벽을 무너뜨리고 진정한 배리어프리(barrier free)가 실현되길 바라본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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