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지상 푸드칼럼니스트 겸 ‘위너셰프’ 대표
음식점 호황,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일 뿐
날로 늘어나는 경쟁업체 사이서 날아 남기 쉽지 않아
오히려 줄어드는 폐업률? …뾰족한 수 없어 버티는 것
화두에 오른 ‘음식점 총량제’…시장경제에 적합지 않아
예비창업자 스스로 자신의 능력치 판단할 기회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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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상 푸드칼럼니스트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이제는 어떤 음식을 해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드물다. 집만 나서면 점포 하나 걸러 하나 꼴로 음식점이 즐비해있고,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손가락 터치 한번이면 가능한 배달 주문으로 음식점에서 갓 나온듯한 음식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식은 이제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돈만 있으면 입맛 따라, 취향 따라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업주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창업에 뛰어들 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 음식점이다 보니, 대한민국은 지금 ‘외식업 포화상태’에 직면했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음식점은 결코 소비자에게도 이롭지만은 않다. 전문성 없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음식점 개업이 가능하다 보니 맛뿐만 아니라 위생, 서비스 등에서 부족함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기도 한다.

빨간불이 켜진 대한민국 외식업계를 살릴 방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전국의 음식점 수를 정부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음식점 총량제’가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외식창업을 인큐베이팅 해주는 ‘위너셰프’의 대표이자 푸드칼럼니스트인 유지상(60)씨는 단순히 음식점 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을 꿈꾸는 당사자들이 실제 장사에 뛰어들기에 앞서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진단해 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본보는 지난 5일 유 대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위너셰프를 찾아 한국 외식업계 동향과 더불어 외식창업 미래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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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업체 10곳 중 1곳 ‘음식점’

국내 외식업체 수는 그야말로 흘러넘친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016년 발간한 ‘식품산업 주요 지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음식점 및 주점업 사업체 수는 65만개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 78명당 음식점이 1곳꼴로 있는 셈이다.

지난해 2월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의 음식점’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7~2017년 10년 동안 서울 소재 음식점은 8.1% 증가했다. 2017년 말 기준 서울의 음식점 수는 8만732개로, 서울시 전체 사업체의 10곳 중 1곳은 ‘음식점’으로 파악됐다.

특히 서울에서만 매년 1만2000~1만6000개의 음식점이 개업하고 있는데, 2017년 기준 전체 음식점의 17.8%는 창업 1년 미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 대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창업을 고려할 때 가장 접근성이 쉬운 것이 음식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음식점이 제일 만만한 거죠. 직당을 다니시는 분들도 ‘일 그만두고 식당이나 할까’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또 음식 솜씨가 뛰어난 가족에게 ‘음식점이나 하라’는 등의 말도 많이 하고요. 사실 90% 가까이가 1년 안에 폐업하지만 1%는 깜짝 놀랄 정도로 일확천금을 벌어들이기도 해 기대를 안고 시작하죠.”

하지만 유 대표는 ‘음식점 운영해서 떼돈 벌었다’는 말은 모두 옛이야기라고 했다.

“예전에는 음식점 하나로 성공하는 일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굉장히 어려워요. 대박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죠. 과거에는 현금 장사를 많이 했잖아요. 매출을 누락해서 세금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방식으로 많이 이득을 봤죠. 하지만 이제는 매출의 95%가 카드이니까 세금 계산 시에 매출 대부분이 잡힌다고 보면 됩니다. 또 과거에는 노동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보니 임금을 적게 준다거나, 시간외 수당을 챙겨주지 않는 등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아니잖아요. 과거에 비해 사업자가 가지고 갈 수 있는 수익이 굉장히 적어졌습니다.”

음식점 수가 날로 증가하며 살아남기 힘들어진 환경이 돼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폐업률은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폐업률이 높다고는 하는데 90년대와 비교해 보면 많이 줄어들었어요, 지난해 기준으로는 80%대였을 거예요. 첫 번째 이유는 동일 사업자가 여러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거죠. 배달 시장을 살펴보면 외식업계 상황은 굉장히 나빠졌다는데 오픈하는 곳은 많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1개의 사업자가 2개, 3개의 점포를 등록하는 거죠. 예를 들어 A 중국집, B 중국집, C 중국집이 있는데 시켜놓고 보면 결국 다 같은 곳이라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음식점 수는 많은 듯 보이지만 폐업을 했을 때는 1개의 사업체만 사라지는 구조다 보니 폐업률은 오히려 줄어드는 거죠. 두 번째로 폐업이 쉽지 않아 버텨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예요. 문을 닫으려면 투자한 돈을 회수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거죠. 만일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시점이라면 임대보증금을 빼기 쉽지 않죠. 그럼에도 문을 닫는 경우는 정말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고 볼 수 있어요.”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레스토랑 ‘위너셰프’ 강의 현장 <사진 제공 = 유지상 푸드칼럼니스트>

‘포화’ 지경에 이른 외식업, 대책은?

국내 외식업계 포화 문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2018년 국정감사에 외식업계 대표로서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한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는 골목상권을 살릴 대책에 대해 ‘시장에 비해 포화된 상태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시장원리를 따라 어쩔 수 없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는 도태돼야 한다’고 따끔한 충고를 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경영이 어려워진 자영업자가 급증했고, 포화 지경에 이른 국내 외식업계 문제는 이른바 ‘음식점 총량제’와 함께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언급해 화두에 오른 음식점 총량제는 말 그대로 전국의 음식점 수를 제한한다는 취지다. 만약 음식점 총량제가 현실화된다면 음식점을 개업하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국가가 개인이 영업할 권리를 제한할뿐더러, 시장경제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잇따랐다.

유 대표도 이 같은 여론에 동의했다. 그는 지금의 시장경제에 어울리지 않는 제재 방식이 아닌 육성해 나가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식점 총량제는 자유경제 등을 고려했을 때 근본적으로 어울리지 않아요. 당장 단 500곳만 영업이 가능하다고 하면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은 거래를 할 수밖에 없어요. 프리미엄을 더 주고 가게 영업권을 사야 하는 것이죠. 너도나도 외식사업에 뛰어드는 현상에 대한 대책은 중간에 거름망을 설치해 주는 거예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시장 유입을 강제로 막는 것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 시키는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실제 유 대표는 자신이 운영 중인 ‘위너셰프’를 통해 음식점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답을 찾아가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음식점을 개업하려는 이유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직접 식당을 운영해 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줌으로써 예비창업자 스스로 자신의 능력치를 판단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이야말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한국의 외식업계에 숨을 불어 넣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게 유 대표의 생각이다.

“실제 창업에 앞서 직접 장사를 해보는 거예요. 하다 보면 생각보다 안 맞을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고, 자기가 생각했던 아이템이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돼요. 그렇게 망하더라도 투자금 손실은 없는 거죠. 종잣돈이 그대로 살아 있잖아요. 이런 시스템을 정부에서 만들어 주길 바라는 거죠. 아니면 기업의 도움을 받아 사회환원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도 좋고요. 스스로 검증한 뒤에 실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기존 음식점들에 대해서는 교육과 체험 기회 제공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연성 있게 교육과 체험 기회를 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음식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패턴이 바뀌었죠. 과거에는 점심, 저녁 매출 비중이 3대7이었다면 이제는 4대6으로 점심 장사 비중이 커졌어요. 이런 시장 변화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겠죠. 음식점들을 기존 상태로 방치한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망하는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살아남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당장에 포기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외식업계. 이들을 위기 속에서 구해낼 돌파구에 대한 정부의 진지한 고민과 빠른 결단이 급선무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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