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韓무역 효자노릇…전생애주기 ‘탄소 배출’
쏟아지는 각종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자동차 산업
전기차 춘추전국시대 ‘활짝’…내연기관차 사라지나
탄소중립 연료 이퓨얼, 내연기관차 시장 희망될까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 인식이 증대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의 여건을 고려하면 탄소중립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지만 우리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보다 더 강력한 글로벌 차원의 규제로 인해 산업계에서도 탄소중립은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탄소 배출 분야인 철강‧석유화학‧자동차 업계 등 제조업체와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유통‧관광 등의 산업 분야에서도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해 ‘ESG 경영’에 힘을 싣는 추세다.

단순히 친환경 사업 위주의 참여가 아닌 기술 개발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서는 산업들의 현황과 산업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추진하는 전략,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자동차 공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우리나라는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으로 자동차 산업은 오랜 세월 우리나라 수출 효자 품목으로 한국경제를 뒷받침 해왔다.

최근 우리나라 무역액이 299일 만에 1조 달러(1167조5000억원)를 넘어서는데도 자동차 산업이 톡톡한 효자 노릇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6일 우리나라 무역액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 수출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에도 불구하고 1년 전보다 31.5% 증가한 364억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에도 우리 수출이 새 기록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자동차 같은 수출 효자 품목이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으로 인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산업은 생산, 사용,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 수송(운행)부문과 산업(생산)부문에서 배출량은 총 1억140만톤이다. 이는 우리나라 배출량의 14.3%를 차지(2017년 기준)하는 비중이다.

자동차 산업은 여타 제조업과는 달리 생산보다 이용과정에서의 배출이 절대적으로 많은 만큼 주요국은 이와 관련된 다양한 선언과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자동차 생산 및 소비국으로서 영향력이 큰 미국은 지난 8월 5일 바이든 대통령이 2030년 판매되는 자동차의 50%를 친환경차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또한 미국은 2025년까지 탄소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는 지난 7월 14일 EU 기후변화정책 종합패키지(Fit-for-55)를 발표했다. Fit-for-55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한 입법안으로 이를 위해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2035년부터 판매되는 승용차에 대해서는 100% 탄소를 감축하도록 법 개정 제안했다. 사실상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를 금지한 것이다. 이사회 및 유럽의회의 비준을 앞두고 있지만 그간 유럽 각국에서 펼쳐온 친환경 정책의 기조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수송 부문에서 친환경차 보급 등을 통해 2018년 9810만톤에서 2030년 6100만톤으로 줄이겠다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안을 제시했다.

미국 뿐 아니라 EU 등 전세계 각국이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줄이는 탄소 중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가 상향되면서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자동차 배출기준에 대응하는 친환경차 중심의 산업구조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정부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가솔린 엔진 개선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방출이 없는 순수 친환경차여야만 하기에 자동차 업계의 탈탄소 대응은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번째 전기차 GV60 국내 계약이 시작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카페캠프통에 전시되어 있는 GV60 모습.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번째 전기차 GV60 국내 계약이 시작된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카페캠프통에 전시돼 있는 GV60 모습. ©뉴시스

전기차 ‘올인’하는 완성차 업계…내연기관차 ‘종말’할까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 업계 중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GM(제너럴모터스), 벤츠, 스웨덴 볼보 등이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계획을 밝혔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수소·배터리 전기차로 출시하고, 2030년부터는 8개의 수소·배터리 전기차 모델만을 생산·판매할 계획이다. 2030년 친환경차 40만대 판매가 목표다.

무엇보다 눈여겨 볼 것은 현대차가 2035년부터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만 판매하고, 2040년에는 미국과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순차적으로 모든 판매 차량의 전동화를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완전한 전기차로의 전환 시기를 정해놓지 않았지만, 전기차 생산을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제너럴모터스(GM)은 2035년 이후 휘발유와 디젤 엔진차의 생산‧판매를 전세계적으로 중단, 전기차 전환의 본격적 추진을 선언했다.

GM은 2025년까지 전세계에서 3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배터리 가격을 60%까지 낮추며 자율운행 기술 등을 개발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에 270억 달러(한화 약 30조2000억원)를 투입할 방침이다.

캐딜락은 GM보다 5년 앞선 2030년까지 전체 생산 모델을 완전히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벤츠도 2030년부터 전 차종을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목표다. 이에 배터리 전기차 부문에만 400억 유로(54조2200억원)를 투자한다. 벤츠는 1회 충전으로 100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순수 전기차를 개발 중이며, 내년 공개할 예정이다.

볼보 역시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글로벌 판매의 50%는 전기차, 50%는 하이브리드차로 구성하겠단 목표다.

볼보자동차 헨릭 그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의 미래는 없다”며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나아가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아우디는 2033년 내연기관 모델 생산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기로 결정했고, 마지막 내연기관 신규 모델은 4년 안에 선보일 예정이며, 2026년부터는 순수 전기차 모델만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중국 시장은 예외로 내연기관이 장착된 차량에 대한 수요는 2033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BMW, 포드는 전기차로의 완전한 전환 시기는 정하지 않았지만 전기차 생산을 확대할 방침이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판매할 계획이다. 2029년까지 전기차 75종을 출시하고, 2035년까지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한다.

BMW는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 1000만대 공급할 계획이며, 포드는 2030년부터 유럽에서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포드는 오는 202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총 290억 달러(약 32조 6163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GM이 전기차 업체로 변신하겠다는 선언 직후 포드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포드는 전기차에 올인하고 누구에게도 그 영역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며 “배터리 역량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전기차를 미래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겠다”고 했다.

혼다는 2040년까지 전기차와 연료전지차(수소와 공기중의 산소 결합으로 전기를 자체생산하는 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자동차)만 판매한다고 했다. 2030년까지 전기차와 연료전지차 비중을 20%로 올리고, 나머지 80%는 하이브리드차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이어질 경우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전기차 2억3000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모빌리티에서는 친환경이 화두가 될 것을 미리 예측하고 일찍이 준비해온 기업들은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인식의 전환 속에서 기술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 공급 확대의 현실적 한계 역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전기차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충전과 관련된 인프라, 사용이 끝난 배터리 폐기, 화재 문제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아직도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자동차연구원

내연기관차 시장 희망될 ‘탄소중립 연료’ 이퓨얼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산업으로 전환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고용문제도 자동차 업계와 정부의 큰 숙제거리로 남게 됐다. 실제로 BNK금융그룹 소속 BNK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 내놓은 ‘동남권 자동차 산업 동향과 발전과제’ 연구보고서는 전기차가 내연차를 완전히 대체할 경우 엔진 및 엔진용 부품은 100%, 동력전달장치 부품은 40% 감소하면서 직접적으로 지역 자동차 산업중 약 2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에 부품업계 등은 내연기관차 엔진 핵심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연료인 ‘이퓨얼(e-fuel)’ 연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퓨얼은 전기분해로 얻어진 수소에 이산화탄소, 질소 등을 합성해 생산된 신종 연료다. 이산화탄소와 질소는 대기 중 포집해 쓰고 태양광이나 풍력‧수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제조하기 때문에 온실효과 저감 효과가 크다. 무엇보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사용 가능해 독일, 일본 등 내연기관차 경쟁우위를 지닌 국가에서는 이퓨얼을 탄소중립의 수단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제조비가 높아 경제성이 떨어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급격한 내연기관차 산업생태계 붕괴를 방지하면서 친환경차로의 전환에 필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효과가 있다.

산업연구원 김경유 시스템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이퓨얼이 도입되면 내연기관이 유지되면서 기존 산업이 받는 충격이 덜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퓨얼이 굉장히 비싸다고 하는데 그간 수요가 없고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에 경제성이 문제 됐지만 자동차 말고도 조선‧항공 등 전기화가 되기 어려운 수송 부문에서 수요가 확대되면 경제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력문제와 관련해서는 김 선임연구위원은 “탄소중립이 급격하게 오면서 기존 산업들이 받는 충격들이 강하게 오니까 업체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며 “기존에 있던 인력들도 문제지만 부품업체들 심지어 완성차업체조차도 적합한 인력을 찾기 어렵고 정부에서도 대개 생산직보다 연구개발직에만 인력양성을 하기 때문에 인력유치에 있어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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