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손’도 가능한 마법의 헤어 케어, 에어랩
돈 있어도 못 산다?…구매는 ‘하늘의 별 따기’
공홈 ‘품절’에 재입고 알림도 ‘깜깜무소식’
예약 무색한 결제순 판매에 황당한 소비자
품귀현상에 중고·차이슨 인기…사기 피해도

다이슨 에어랩 제품ⓒ다이슨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 40대 여성 A씨는 요즘 한창 인기인 헤어케어 제품인 ‘에어랩’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내 다이슨 매장에 방문했다. 즉시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도 잠시, 해당 제품은 전국 품절 상태라는 설명을 들었다. 안내에 따라 예약 대기를 걸고 무려 23번째 번호표를 받아 돌아온 A씨는 수일이 지난 후 황당한 문자를 받았다. 에어랩이 입고되긴 했지만 물량이 부족해 대기 순이 아닌 결제 순서대로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였다. A씨는 애초에 선착순 결제 시스템이라면 예약 순번 대기가 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돈 있어도 못 사는 애증의 물건”, “오픈런(open run·개점 시간을 기다려 달려가 구매하는 행위) 해야 하는 미용기기”

다이슨의 헤어 케어 제품 ‘에어랩’ 얘기다. 기기를 갖다 대기만 하면 저절로 돌돌 감기는 신기한 기능과 머리 손상이 덜하다는 드라마틱한 장점을 가진 만큼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 물량이 소비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현상을 빚으며 원성을 사고 있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른다는 경제 논리에 비춰 봐도 시장에서의 재화의 가치는 대부분 수요와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비록 에어랩의 공식 홈페이지(이하 공홈) 상의 가격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무형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소비자는 한층 고달파졌다. 

먼저 연이은 품절 사태로 인해 돈을 손에 쥐고서도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줄서기를 해야 한다. 또 길면 몇 주씩 기다려야 하는 공홈보다 차라리 중고 거래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사기 위험성에 노출되는 등 에어랩을 쟁취하기까지의 수고로움은 필연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앞선 A씨 사례처럼 매장에서 차례대로 순번을 받아 대기하더라도 선착순 방문 결제 순으로 제품 구매가 이뤄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다 보니 일각에서는 다이슨의 소홀한 재고 관리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중고거래 사이트에 게재된 에어랩 사기 주의글, 네이버 쇼핑 차이슨 검색 페이지 ⓒ사이트 캡처
왼쪽부터 중고거래 사이트에 게재된 에어랩 사기 주의글, 네이버 쇼핑 차이슨 검색 페이지 ⓒ사이트 캡처

헤어 케어 계의 ‘에르메스·샤넬’?…건강 중시하는 흐름 타고 인기

현재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헤어 케어 브랜드는 ‘다이슨’으로 봐도 무방한 추세다. 다나와가 조사한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월까지의 판매량 기준 헤어 케어 제품 브랜드별 판매 점유율을 살펴보면 고데기 판매량의 절반이 넘는 64%가 다이슨 제품이다. 같은 기간 내 유닉스(9%)와 비달사순(5%), 예스뷰티(4%), 그리에이트(3%) 등 다른 제품들도 있지만 압도적인 격차를 보인다.

현재 공홈에서는 볼륨 앤 쉐이프 제품이 53만9000원, 스타일러 컴플리트 롱 제품의 경우 61만9000원으로 표기돼 있다.

타 브랜드 5~6만원 대 헤어 케어 제품들도 즐비한 가운데 그 10배 가격에 육박하는 에어랩이 이토록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어랩의 인기현상이 갑자기 뚝딱 생긴 것은 아니다. 청소기 명가로 이름을 떨치던 다이슨이 2016년 50만원대 헤어드라이어 ‘슈퍼소닉’을 출시했을 당시만 해도 시장 반응은 좋지 않았다. 

평균 5만원 안팎의 드라이어 가격에 비해 무려 10배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제품보다 훨씬 성능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슈퍼소닉의 대박이 이어졌고, 결국 유닉스 등 기존 국내 업체들도 30만원이 넘는 고가 헤어드라이어를 출시하는 등 시장 재편이 이뤄졌다. 

이를 감안하면 2년이 흐른 2018년, 슈퍼소닉의 드라이어 기능에 더해 저절로 머리가 감기며 스타일링 되는 기능까지 갖춰 등장한 에어랩의 인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에어랩은 바람의 기류를 제어하는 ‘코안다 효과(물체 표면 가까이에서 형성된 기류가 압력의 차이로 인해 물체의 표면에 붙는 듯한 형태로 흐르는 현상)’를 통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에어랩은 어떤 화려한 마케팅보다도 ‘써 본 사람’의 후기와 입소문에 기반한 경우가 많다. 일단 써 보고 나서는 사용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의 품질이라는 후문이다. 실제로 커뮤니티에서는 여자친구 선물이나 결혼 선물에 대한 문의 글에 에어랩 추천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에어랩에 따라 붙는 ‘헤어 케어 제품계’의 에르메스니 샤넬이니 하는 수식어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삼대장’은 명품 중에서도 명품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는 에어랩의 인기에 대해 건강을 중시하는 흐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내놨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최지혜 연구위원은 “프리미엄 케어 제품의 인기를 소비자 행동 관점에서 보면, 건강 관리를 중시하는 추세를 한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트렌드 코리아 2022’ 속 10대 트렌드 제시어 중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건강 관리가 즐거워진다는 의미)가 있는데, 이는 건강 시장에 젊은 세대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치료약이 중요했다면 요즘은 예방의학의 패러다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소위 MZ세대들의 헤어 케어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며 “에어랩 특징 중 하나는 헤어 손상이 적다는 점이기에, 비록 고가라도 내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는 소비자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고가의 에어랩 제품을 위해 기자가 따로 구매한 전용 거치대와 네이버 쇼핑 거치대 검색 결과 ⓒ투데이신문, 사이트 캡처 
왼쪽부터 고가의 에어랩 전용 거치대와 네이버 쇼핑 거치대 검색 결과 ⓒ투데이신문, 사이트 캡처 

에어랩 짝퉁·중고거래 사기도…본사 재고 관리 미흡은 ‘아쉬운 대목’

현재 유튜브에서도 ‘똥손(재능이 없는 이들을 이르는 표현)도 가능한 마법 스타일링’ 등 에어랩 콘텐츠가 다수 확인되는 등 에어랩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또 에어랩 자체가 고가의 제품인 만큼 바꿔 끼울 수 있는 툴(도구)이 여러 개 있다 보니 이를 정리할 전용 거치대 시장도 발달하게 됐다. 네이버 쇼핑에서 다이슨 거치대라는 키워드로 검색할 경우 무려 6800여개의 제품들이 나열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에어랩 품귀현상은 중국산 다이슨의 줄임말인 ‘차이슨’, 즉 짝퉁 제품의 인기까지도 견인한다. 다이슨과 흡사한 모양을 한 해당 기기 또한 네이버 쇼핑에서 1000여건이 검색됐다. 차이슨 이름을 달고 판매되는 제품들은 10만원에 못 미치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이 같은 품귀현상으로 인해 제품 구매가 어렵다 보니 사기 거래에 휩싸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선 정가(53만9000원~61만9000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의 에어랩 제품을 종종 찾아볼 수 있었지만, 동시에 사기 거래에 주의하라는 글 또한 다수 발견됐다.

인기를 끌고 있는 에어랩이 ‘샤넬’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품질도 있겠지만 아무 때나 구매할 수 없는 제품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샤넬은 오픈런을 하거나 수수료를 붙여야 겨우 구할 수 있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돈이 있다고 즉각 구매할 수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소비자들의 자조 섞인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이에 다이슨 측의 재고 관리가 소홀한 것은 아닌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홈 내 입고 알림이나 매장에서 구매 대기를 걸어놓을 경우 하루 이틀 만에 물량이 풀리는 경우도 있지만 최장 3주 만에 회신이 왔다는 경우도 존재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순번 대기표를 발급하고도 물량이 생길 경우 단체문자로 선착순 결제를 안내하면서 뒤늦게 매장을 찾은 고객이 헛걸음을 하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운 좋게 매장에서 결제에 성공하더라도 어차피 제품을 택배로 받기에 고객 불편이 심화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근 2주 만에 겨우 에어랩 구매에 성공했다는 30대 여성 C씨는 “예약 대기를 해 놓은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모 백화점 다이슨 매장에서 물량이 풀렸다는 문자를 받은 후 방문했지만, 매진됐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제품력에는 너무 만족하지만 구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데다 매장에 들러 결제만 하고 어차피 택배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불만족스러웠다. 본사 측에서도 방문해서 구매하는 고객들에 대해서는 재고 관리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 단체는 다이슨이 고가 정책을 펼치면서도 소비자에 대한 배려는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소비자모임 이수현 실장은 “다이슨이 고가 정책을 펼치며 소비 유인을 하는 한편, 재고 관리 등 소비자를 배려하는 부분에선 다소 미흡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본다”며 “이는 소비자들이 품질 자체를 제대로 확인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데 있어선 저해되는 요인이라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본보는 다이슨 측에 수차례 질의 메일을 보냈으나 회신을 하지 않았다. 다만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상담원은 “백화점 등 오프라인 판매처에서는 물건을 임의대로 판매해 재고 관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어보인다. 컴플레인을 제기하는 고객들이 종종 있다”며 “홈페이지 입고 알림이 뜨면 바로 결제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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