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삶의 질 바꿀 법률, 청년기본법
청년, 객체 아닌 ‘권리 주체’로 우뚝
일자리 중심서 벗어나 포괄적 복지로
정부, 청년 당사자 요구 반영 힘쓸 것

청년을 부르는 또 다른 말 청춘(靑春). 푸를 청(靑), 봄 춘(春)자를 써 ‘만물이 푸른 봄철’을 뜻하는 청춘은 이제 더 이상 쪽빛이 아닌 잿빛이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계층화로 한국 청년의 미래는 더욱 더 어둡기만 하다. 청년만을 위한 유일무이한 법, ‘청년기본법’이 지난 2020년 8월 5일부터 시행됐지만 아직 청년들은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청년기본법의 탄생 배경부터 내용, 지난 1년여 동안 청년기본법에 의거한 정책들의 추진 및 해결사항을 살펴보고 향후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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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강지혜 기자】 청년기본법은 무엇보다 청년 당사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이뤄진 결과다. 그간 청년들은 ‘1만명 서명운동’, ‘국회 토론회’, ‘정부 간담회’ 등을 통해 청년들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법률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특히 청년들이 삶의 각 영역 전반에 걸쳐 각종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이 요구됐다. 이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청년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관한 기본사항을 규정하고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은 청년기본법이 제정, 시행됐다.

국내 최초 청년 종합법률 탄생

특정 연령대인 ‘청년’이 입법을 통해 정책대상이 된 것은 17년 전 2004년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이 유일했다. 일자리 문제 해결에만 국한된 해당 법은 2008년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가졌다.  이후 2009년 ‘청년고용촉진특별법’으로 명칭이 변경됐으며, 2023년까지 효력을 갖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청년문제를 취업 등 제한적인 접근보다 삶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움직임은 계속 됐다.

2014년 3월 19대 국회에서 청년발전기본법안 발의를 시작으로 이후 2015년까지 3건이 발의됐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리고 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에서 청년기본법이 발의됐다. 2019년까지 총 10건의 유사 법안이 발의된 후 최종적으로 2020년 2월 4일 제정됐으며, 그 해 8월 5일 시행됐다. 1463개(2020년 기준) 법률 가운데 청년에 관한 최초의 종합법률이 탄생한 것이다. 청년기본법에 의거해 지난해 12월에는 ‘제1차 청년 정책기본계획’이, 이어 올 3월 30일에는 ‘2021년 청년정책 시행계획’이 수립, 발표됐다.

지방자치단체는 ‘청년기본조례’를 제정, 각종 청년 정책을 통해 청년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2015년 1월 서울특별시를 시작으로 2018년 2월 인천광역시까지 17개 광역자치단체 모두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마친 상태다. 

출처=국무조정실<br>
출처=국무조정실

청년 삶의 질 향상에 방점

청년기본법은 청년의 권리 및 책임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에 대한 책무를 정하고 청년정책의 수립·조정 및 청년지원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청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으며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장기적·종합적 청년정책을 추진할 때에는 △청년 개개인의 자질향상과 능동적 삶의 실현 △청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참여 촉진 △ 교육, 고용, 직업훈련 등에서 청년의 평등한 기회 제공 △ 청년이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환경 마련 등을 고려하고 있다.

청년의 연령범위는 19세 이상 34세 이하다. 타 법령 및 조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를 수 있다.

국무총리는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하며,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시‧도지사는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시‧도지사는 시행계획 추진실적을 매년 국무총리에게 제출해야 하며, 국무총리는 제출받은 추진실적을 종합해 분석‧평가해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정부는 청년의 고용‧주거‧교육‧문화‧여가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공표해야 하며 보고서는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청년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또 관련법에 따라 청년정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청년정책조정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를 두고, 국무조정실에 사무국 설치하고 있다. 위원장은 국무총리, 부위원장 2명, 위원은 관계부처 장관 및 협의체가 추천하는 지자체장, 청년을 대표하는 사람 등 40인 이내로 구성해야 한다. 시‧도지사는 지역의 청년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지방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청년 위원을 위촉해야 한다. 관계 중앙행정기관 및 시‧도지사는 청년정책책임관을 지정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요 청년시책으로 청년 고용촉진 및 일자리의 질 향상, 청년 창업지원, 청년 능력개발 지원, 청년 주거지원, 청년 복지증진, 청년 금융생활 지원, 청년 문화활동 지원 및 청년 국제협력 지원토록 하고 있다.

그밖에 청년의 날(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을 대통령령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청년정책을 주로 다루는 위원회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을 청년으로 위촉하도록 하고 있다.

2020년 9월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2020년 9월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객체 아닌 주체로

이 같은 청년 기본법이 갖는 의의와 기대효과는 무엇일까.

지난해 2월 국회입법조사처는 ‘청년기본법 제정 의의와 향후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청년기본법은 △청년정책 대상의 명확화 △청년정책의 방향 전환 △청년정책 추진체계의 법적 기반 마련 △청년 참여강화 등의 기대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청년이 19~34세로 법정화 돼 정책 대상이 명확화 됨에 따라 정책 통일성과 정책 예측 가능성이 제고됐다고 평가했다.

또 모든 영역에서 청년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청년정책을 설정하고 있고, 국가 지자체의 대책 수립 의무 규정부터 사회안전망 성격의 정책 도입 토대를 마련하고 있어 일자리 중심 정책에서 벗어난 포괄적 종합복지정책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신설돼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수립, 제도화됨에 따라 청년정책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돼 앞으로 청년정책이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청년정책 결정과정에서 청년 당사자의 참여와 의견수렴의 의무화로 청년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의 위상이 제고됐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설명했다.

경기연구원 이재호 전략정책부 연구위원 역시 ‘청년기본법, 어디를 향해 가야하나’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해외 선진국 청년 관련법은 단순한 빈곤 극복을 넘어 개인을 권리 주체로 인식하고 폭넓은 사회 참여를 통해 긍정적 삶의 기반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법 제도가 개선돼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산업 전반에 지능정보화가 확산하면서 근면, 성실, 집단주의로 대표되는 기존 직업 가치보다 합리, 실용, 권리와 행복이 시대 정신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정부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정책의 전환을 통해 청년들의 삶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정부의 청년정책 총괄 부처인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 류승목 기획관은 청년기본법이 청년 당사자들의 지속적 요청과 이에 대한 정치권의 응답으로 이뤄진 결과물인 만큼, 정부가 청년들의 삶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종합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 기획관은 “청년기본법은 청년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청년정책의 수립·조정 및 지원과 참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며 “청년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의 법적 근거를 최초로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 시행을 통해 개별부처에 산재된 청년정책을 종합하고 이를 통해 체계적이며 효율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향후 청년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면 정책 당사자의 목소리가 더 깊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년 반가량의 법 시행기간을 돌이켜보면, 여전히 취업이나 주거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류 기획관은 “청년문제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다. 취업이나 주거난 등의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청년 삶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정책을 지속해서 펼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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