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역사 전면에 등장...이번 대선 스윙보터
갑질채용·임금체불 등 청년문제 해결에 전념
정파성 논란에 위원 고사...괴리감, 회의 느껴
조정위가 청년들을 정부사업에 동원하는 듯
청년정치인 비율 확대해야...의무반영 필요해

[윤철순의 낭중지추-囊中之錐]는 풀이 그대로 ‘주머니 속에 집어넣으면 삐져나올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자하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주머니 속 송곳은 반드시 주머니를 뚫고 나옵니다. ‘송곳’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신보라 전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신보라 전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지난 4·7 재보궐선거가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났을 때,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인구에 회자됐었다. 민심의 파도는 거셌다. ‘적폐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구호로 전폭적인 국민지지를 등에 업으며 탄생한 촛불정권은 불과 4년도 채 안 돼 흔들거렸다.

당시 2030들은 국민의힘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이후 두 달 만에 치러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선 국회의원 한 번 해 본적 없는 30대가 초반 돌풍의 기세를 놓지 않으며 당권을 거머쥐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준석 바람’은 청년정치시대를 여는 신호탄이었다.

이 현상은 2030 청년들의 현실정치 참여로 이어졌고, 그 위력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통해 여지없이 드러났다. 당시 홍준표 후보는 이른바, ‘무야홍(무조건 야권 대통령후보는 홍준표)’ 열풍을 바탕으로 초반 열세를 뒤집으며 치열한 선두경쟁을 이끌었다.

비록 ‘노인의 힘’에 밀려 막판 뒤집기에 실패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최종 대선후보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홍 의원은 현재 ‘청년의 꿈’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2030들의 열망을 끌어 모으며 사실상 차기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2030의 파괴력은 여전히 ‘생물’이다. 특히 이번 대선의 ‘스윙보터(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를 뜻함)’가 될 것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청년기본소득’이나 ‘청년원가주택’, ‘청년내각’ 등 제 정당 및 후보들의 청년 공약 내용만 봐도 이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2030현상’은 한순간 즉흥적으로 떠오른 게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변화된 고용환경, 양극화 등과 맞닿아 있다. 강요된 자유경쟁체제가 부른 손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양산, 이어진 격차와 불평등, 불공정 등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포기의 세대’로 불리며 청년소외시대를 그대로 관통해온 이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동은 IMF이지만, 2030들은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며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 2019년 2월 고양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신보라 청년최고위원이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9년 2월 고양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신보라 청년최고위원이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 20대 여대생, 만 33세에 국회 입성

18대 대선, 19대 총선을 1년 남짓 앞둔 2011년 6월 1일. 국회 앞을 지나는 행인들은 ‘20대에게 빚더미 미래를 안기지마라’는 구호가 적힌 대형 피켓을 부여잡고 시위 중인 한 청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시민들을 향해 “국회의원들은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복지정책을 제시하라”고 외쳤다.

당시 20대 대학생이었던 그는 총·대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정치권의 ‘무상복지’ 공약들을 ‘복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치 행태)’이라 규정하며, ‘복지공약 남발이 미래세대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청년들의 시각을 알리고자 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청년들의 입장을 국회에 전달하기 위해 ‘대학생 1인 릴레이시위’를 기획했던 당시의 ‘당찬 여대생’은 그로부터 정확히 만 5년이 지난 후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됐다. 자신의 명패가 달린 국회의원실 문을 처음 열었을 때 그의 나이는 만 서른셋이었다.

20대 국회가 시작되던 2016년 5월 30일. 비례대표로 국회에 첫발을 디딘 그는 개원과 동시에 2030들의 염원을 담은 ‘청년기본법’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 했다. 이 법안은 소속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의원 전원(121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하는 1호 당론법안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당시 그의 주도로 제정된 청년기본법은 ‘청년을 독립된 세대로 규정하고 청년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를 정의한 법안’으로, 현재까지 유지되는 유일무이한 청년 관련 법률이다.

청년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2020년 1월 9일)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그는 임기동안 청년고용의무제도와 청년인턴제 등 청년 관련 일자리를 집중 점검하는 한편 기업의 ‘갑질채용’, 청년임금체불, ‘청년산업재해’ 등과 같은 직접적인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을 쏟았다.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관련 법안을 다수 발의하며 수많은 청년 관련 토론회를 주제했던 ‘83년생’ 신보라 전 의원을 지난 7일 국회도서관 의원연구실에서 만났다. 20대 국회 청년정치인의 상징이었던 그는 현재 국민의힘 파주(갑) 당협위원장을 맡아 다가올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정책에 투입된 올 예산은 23조 8000억 원이다. 예산 투입의 근간이 되는 청년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입장에서 현 정부의 청년정책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한다고 생각하는지, ‘청년 정치’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는지부터 정치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제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2016년 5월 30일 신보라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청년기본법안을 ‘새누리당 1호 법안’으로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제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2016년 5월 30일 신보라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청년기본법안을 ‘새누리당 1호 법안’으로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 개원일에 제출한 1호 법안 ‘청년기본법’, 당론 1호로도 채택

- 청년기본법은 언제부터 준비했나요.

“사실 이 법이 처음 발의된 건 19대 국회 때였어요. 당시에도 여야 구분 없이 젊은 의원들 중심으로 발의되긴 했는데, 상임위 등에서 논의조차 안 된 채 계류돼버렸습니다. 종국엔 폐기되고 말았죠.”

- 입법시도는 그래도 계속 이어져왔던 셈이네요.

“그렇습니다. 제가 비례 7번을 받아 20대 국회에 처음 들어갔는데, 비례대표는 순번이 빨리 발표되잖아요. 당선안정권에 배치되다보니, 1호 법안에 대한 고민을 국회 개원 전부터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청년기본법을 1호 법안으로 제출하자’고 결정하고 준비한 거죠. 청년 대표 이미지도 있고 하니까.”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개원 당시 ‘청년세대 배려’를 위한 상징성을 감안해 청년비례대표 신보라 의원의 1호 법안을 당론 1호 법안으로 채택했다. 청년일자리 창출과 학자금 지원, 청년소통 등의 관련 문제를 총리실 산하 청년위원회로 일원화 하자는 게 당의 입장이었다. 당시 2030 청년 지지가 약했던 새누리당 입장에선 청년세대 맞춤 법안을 통한 지지층 확장이 절실한 상태였다.

- 상징성도 컸죠.

“네. 또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했어요. 개인적으로도 1호 법안이지만, 당론으로도 1호 법안으로 추진하자는 의견을 모아주셔서 5월 30일 개원에 맞춰 제안하게 된 겁니다. 기존 법률안을 검토하면서 몇 가지 수정의견도 반영하게 됐고요. 그렇게 역사적인 1호 법안을 발의 할 수 있었죠. 하하.”

- 당에서도 ‘청년대표’라는 상징을 부각시키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이 있다고 봐야죠. 121명 소속의원 전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려주셔서 당론도 어렵지 않게 진행된 걸 보면, 우리 당 의원님들은 당시 이미 청년들의 가치를 알아보셨던 거죠. 하하. 그런 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 시대를 읽어내는 당의 ‘감각’이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네요.

“일정부분 당의 개혁이 청년층의 호감을 얻고 있다 생각합니다. 물론,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에 지지하는 측면도 크겠지만요. 과거엔 청년층이 선거나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로 인식됐었잖아요. 실제 투표율도 저조했고. 표심이나 당락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요. 그런데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확실히 달라진 거 같아요. 뭐랄까, 박탈감이나 불공정 같은 이슈에 청년들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면서 지금은 중요한 캐스팅보터(승부를 좌우하는 결정적 투표자)가 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 청년 대상 공약도 다양해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청년세대 맞춤 공약들이 쏟아지는 거 같아요. 윤석열 후보는 모든 부처에 청년보좌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어요. 선대위도 청년보좌역을 다 뒀거든요. 다른 당이지만, 안철수 후보는 청년내각을 출범시키겠다고까지 하잖아요. 2030 영입 경쟁도 치열하고. 확실히 체감할만한 변화가 오는 것만은 분명한 거 같아요. 이런 현상은 지금까지의 정치 환경에선 없었던 거잖아요.”

신보라 전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신보라 전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 본회의 통과 불투명 했지만, 분위기 반전 돼

- 청년기본법 시행 1년이 지났습니다. 법안을 주도했는데.

“본회의 통과여부에 마음 졸였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하하. 청년 대상 최초의 법령이 만들어지는데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특히, 청년기본법을 토대로 청년정책 관련 전담부서와 조직이 생겨나고 청년 당사자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 본회의 통과까지, 과정도 쉽지 않았나 봅니다.

“제정법이었기 때문에 통과가 쉽지 않았어요. 당시 박근혜 정부도 그랬고, 문재인 정부 초반에도 우호적 입장이 아니었어요. ‘청년일자리가 중심이어야지, 종합대책까지 굳이 필요하냐’는 그런 인식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청년 관련 채용비리사건이나 ‘조국사건’ 등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거예요. 총선을 앞두고 청년정책 관련 공약도 필요하다는 정치적 판단 등이 기류를 바꾼 거죠. 그런 우여곡절 끝에 청년기본법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 지금도 계속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법안이 통과됐던 과정들을 되돌아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더라고요. 그게 향후 청년정책을 밀도 있게 마련하는 데 있어서도 유의미한 시사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최근 청년기본법 제정과정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 현 정부의 정책 집행은 어떻게 보나요.

“법안을 만드는 건 의원들 권한이지만, 집행은 결국 행정부가 하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청년들이 정책을 체감할 수 없다는 거죠. 수십조의 돈을 들이는데도 정작 대상자들은 그런 게 있는지도 잘 모르거든요. 현장에선 체감할 수 있도록 해 달라 아우성인데. 또 정책이 비슷하거나 중첩되는 부분도 많고요.”

- 그래서 만들어진 게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아닌가요.

“맞습니다. 집행체계가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평가할 수 있지만, 아쉬운 부분도 상당해요. 위원회 구성도 편파성 논란이 많았잖아요.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그러겠죠.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죠.”

- 조정위원으로 추천되기도 했었잖아요.

“네. 위원 추천됐을 때 고민도 꽤 했는데, 법안을 직접 발의하고 주도한 입장에서 원래 취지에 맞게 잘 집행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겠다 싶어 수락을 했었어요. 그런데, 보도되자마자 집권당은 물론 제가 속한 당에서도 논란이 일더라고요.”

- 왜요?

“여야 모두 합의해 만든 법안이기도 해서 동의한 건데, 집권당 쪽에서 정치인 출신이라고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던 거 같아요. 저희 지지층에서도 ‘현 정부의 녹을 받고 취업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고요. 다른 쪽에서도 말이 나오고 그래서...”

- 조정위원은 무보수로 활동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회의 참석하는 게 전부거든요. 어쨌든, 양 진영을 비롯해서 여러 말들이 나와 논란이 커지는 것 같아 결국 철회했습니다. 그때 사실 개인적 이상과 정치현실의 괴리감이 상당히 크다는 걸 실감했어요.”

20대 임기를 마치고 신 의원은 국무총리실 청년정책조정위원으로 활동할 예정이었다. 당시 ‘제1야당 지도부 출신 인사가 문재인 정부 청년정책기구에 기용될 것’이라는 뉴스는 협치(協治) 차원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물론, 노동계까지 반발하며 논란이 확산되자 조정위원 추천을 수락했던 신 의원은 이를 철회했다.

- 국무조정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은 어떤가요.

“문제가 많아요. 먼저, 조정위원 자격인데요. 위원회가 정부·민간위원으로 구성 되는데, 민간위원 구성이 잘못됐어요. 특정 정치색을 대표하는 사람이 인선됐거든요. 대표적으로 황희두 위원이 그런 경우인데, 황 위원은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까지 한, 사실상 민주당 정치인입니다. 저에게 한 것처럼 황 위원 역시 마찬가지 잣대로 평가해야하는 거죠.”

- 또 다른 문제는요?

“또 지역안배 문제가 있습니다. 민간위원들이 각 시도에 걸쳐 다양하게 인선 돼야하는데, 유독 대구·경북지역만 배제됐었거든요. 이건 언론보도도 나왔었어요. 이런 문제 때문에 저희 당 의원님이 ‘지역별 안배 조항’을 첨부한 개정안까지 냈습니다. 지난 국정감사 때 이슈가 되기도 했어요. 조정위의 이런 대표성 결여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청년정책 조정위원회 제1기 민간위원 위촉식’에 참석한 민간위원들이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청년정책 조정위원회 제1기 민간위원 위촉식’에 참석한 민간위원들이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조정위원회가 청년들을 정부사업에 동원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

- 개선돼야할 부분들이 많은 것 같네요.

“그거 말고도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위원회를 일 년에 두 번밖에 운영하지 않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나마도 특별대책마련이나 기본계획 세웠을 때 보고하고 의결하는 수준이라 거의 형식적 운영일 뿐인 거죠. 특히 정책 체감도를 높이거나 부처 간 조정기능이 중요한데, 지금은 조정기능은 없고 의결기능만 있는 게 아닌가하는 그런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 사실이라면 개선을 요구해야죠.

“좀 전에 조정위원회 홈페이지도 들어가 봤는데, ‘탄소중립 2050 청년이 말하다’라는 팝업창을 띄워 청년참가자를 모집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이 정부가 청년조직을 정부추진사업에 동원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런 걸 청년정책조정실이 주체가 돼 해야 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거죠.”

- 조정위가 어떻게 운영돼야한다고 보나요.

“세심한 집행으로 형식적 위원회에 그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단어 그대로 ‘조정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되고요. 홈페이지에 많은 자료가 있지만, 정작 청년정책 관련 연구 자료들은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정보기능이 상실된 플랫폼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 23조원이면 정말 큰돈인데...

“예산 문제도 그래요. 전체 예산은 나와 있지만, 세부 예산이 비공개인 점은 문제라고 봅니다. 분야별 자세한 내용을 알 수가 없어요. 정책결정 역할을 수행하려면 정부가 뭘 하고 있는지, 어떤 사업을 벌이고 있는지, 얼마의 예산이 투입되고 실적은 어떤지 등에 대한 정보공개가 돼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걸 청년들이 직접 보고 보완방향 등을 제시할 수도 있고...”

- 전부 공개되지 않나요?

“기본법이 만들어졌고, 조정위원회도 모든 정책을 통합·조정하는 역할을 하라고 만든 거기 때문에 부처별 예산을 망라해서 그것도 공개해야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총액만 나와 있고 세부내역은 없어요. 부처에선 다 갖고 있겠지만, 누가 검색해도 알 수 있도록 공개 돼야 합니다.”

- 세부 정책 적용 대상이나 범위도 말이 많더라고요.

“정말 중요한 얘깁니다. 청년기본법 적용 대상이 19~34세인데, 사실 그 안에서도 천차만별이에요. 생애주기나 처한 상황, 지방과 수도권, 재직여부 등 각각의 환경에 따라 적용되는 대상·범위가 다 달라요. 결국 그런 걸 모두 품어내는 정책은 못 된다는 얘기죠. 월세 지원 경우만 해도 부동산이 폭등하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돼버렸잖아요. 조사에 따르면 현재 청년 38%가량이 보증부 월세인데, 부동산가격이 오르면 또 늘어날 겁니다. 그러면서도 면적은 오히려 줄고 있고요. 통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두 평가량 좁아졌어요.”

신보라 전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신보라 전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 월세지원은 사실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렇죠. 월 20만원까지 내년부터 정부지원 사업으로 확정됐는데, 그나마 예산도 821억 원밖에 없어요. 지원대상도 문젭니다. 일단 월 소득 100만원 이하, 부모합산소득 월 300만원 이하여야 해요. 대상도 적다보니 이런 게 정책 체감도를 낮추는 요인이 되기도 하죠. 결국 수도권 거주 대부분의 청년들은 부모지원 없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인 겁니다.”

- 뭔가 대안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 문제는 사실 청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 문제죠. 근원은 부동산 폭등인데, 결국 해결방법은 주택공급을 늘리는 게 중요합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신도시개발이나 재개발이 없다보니, 수요폭등과 공급 불균형이 발생해 생기는 현상이죠.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기존주택을 임대주택용으로 활용하는 식의 공공임대를 확대해서라도 청년주거를 지원해야 해요.”

- 청년전세대출도 ‘무직자는 대상이 안 된다’고 불만이 많습니다.

“그건 좀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지금처럼 대출자체를 조이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고 봅니다. 그런데, 정부는 내년 전세자금대출 예산을 전년대비 3% 이상 줄였어요. 전세가격도 올랐는데, 이런 한계상황에서 청년전세자금대출 여력은 좀 더 확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수도권과 지방 차이도 심각한 것 같습니다.

“지방소멸 문제, 정말 심각하죠.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문이 닫힐 거라는 얘기가 있잖아요. 지방에선 청년유출이 문제고, 수도권은 인구과밀이 걱정인. 근데, 이건 대학과 산업간 연계가 잘 안 되는 것도 영향이 있는 거 같아요. 예전엔 지방에도 명문고 명문대가 있었고. 하지만, 지금은 ‘인서울’ 아니면 취업은 물론 보이지 않는 여러 ‘불이익’이 있다 보니 더 심화되는 거 같아요. 결국, 정책차원의 특성화대학 육성 방식 등을 통한 상생방안을 적극 검토해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4차 산업이나 수소산업 등과 연관 지을 수 있는 특성화대학을 통해 일자리와 거주여건을 동시에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보라 전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신보라 전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 청년정치인 확대 위한 ‘의무비율반영’ 필요

- ‘청년정치인’의 상징인데, 청년정치인 비율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합니다.

“당연합니다. 국회 들어갔을 때 30대 의원이 저 포함, 세 명에 불과했었어요. 21대에선 좀 나아졌지만. 그런데, 같은 청년정치인이면서도 청년정책을 대표하는 의원들은 또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국회구성 자체가 세대 대표성이나 비율 의미가 많이 다른 것도 있는데, 청년 인구비율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정정도는 의무반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1대 국회에 진출한 ‘청년국회의원’은 모두 열세 명이다. 지난 20대 세 명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특히 지역구의원이 여섯 명이나 배출되며 청년정치시대를 앞당겼다. 최연소 당선자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비례)으로 당선나이는 27세였다. 지역구 당선자는 경기 의정부(갑)에서 출마한 소방관 출신 오영환 의원이 32세로 가장 적다. 이외 송파(병) 배현진(36), 동대문(을) 장경태(36), 경기안산단원(을) 김남국(37), 경기의왕과천 이소영(35), 대전동구 장철민(36) 의원 등이 지역구 의원이다. 비례대표는 류 의원을 비롯, 용혜인(30)‧전용기(28)·신현영(39)·김예지(39)‧지성호(38)·장혜영(33) 의원 등이 선출됐다.

- 그래서 청년기본법 제정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 같아요.

“맞아요. 입법 활동도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의원들이 많을수록, 관련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데 동력과 탄력이 붙거든요. 숫자 자체가 적다보니 청년기본법도 정말 천신만고 끝에 통과됐는데, 그렇다고 청년정치인을 무턱대고 늘려달라는 건 아닙니다. 그럴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또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더 나은 사회로 나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 거죠.”

- 그러려면 청년들의 정치 진출 경로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선거 때 ‘깜짝영입’하는 방식은 문제도 많고 제한적이기도 하고요.

“동의합니다. 선거 때 영입하는 건 사실 하나의 ‘퍼포먼스’ 같은 거죠. 그런 거 말고,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당 이준석 대표가 지난 지방선거 때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제도를 도입했었잖아요. 당시, 청년들이 준비된 역량을 객관적 잣대로 평가받을 수 있겠다 싶어 찬성했었거든요. 절반의 성공에 그치긴 했지만,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역구 차원에서도 생각해볼 문제고요.”

신 위원장은 최근 청년정치인 발굴, 양성을 위한 시스템 구축사업을 지역에 시범 도입했다. 지구당차원의 ‘청년위원회’를 만들어 자발적인 활동위원을 모집하고, 이들과 함께 대선지원활동과 지역현안 문제를 풀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12일 대학생, 직장인, 자영업자 등 15명의 청년위원과 함께 첫 모임을 갖고, 교통 및 안보 등의 지역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 청년기본법 대상 연령(19~34)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게 사실 큰 의미가 없는 게, 웬만하면 연령 구분 없이 여러 상황에 맞게 대부분 탄력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억지로 늘릴 필요가 없어요. 시·도 지자체 조례나 특별법 등으로 정해진 범주에서 정하고 있는 연령은 거의 다 인정해주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지자체의 농촌청년일꾼사업 같은 건 45세나 49세까지 지원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것처럼 지역적 특색 등에 맞는 예외조항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선 39세도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지난 2017년 5월 서울 마포구 한 음식점 앞에서 신보라 의원이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청년오디션’ 참석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7년 5월 서울 마포구 한 음식점 앞에서 신보라 의원이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청년오디션’ 참석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홍준표 열광’, 불평등 불공정에 대한 청년 반감의 분출구

- 청년들이 홍준표 의원에 열광하는 이유는 어떻게 보시나요.

“사실, 저도 궁금해서 만나는 청년들마다 물어봐요. 제가 홍 의원님 당대표 하실 때 의정활동을 함께했잖아요. 2017년 대선출마 때 선거운동도 하고. 그땐 홍 대표님이 뭘 해도 비호감이었거든요. 불과 4년 전에.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생소한 느낌이 있어요. 그때의 홍준표와 지금 홍준표가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싶죠.”

- 4년 동안 청년들이 홍 의원의 ‘진면모’를 발견하기라도 한 건가요?

“하하. 그럴지도 모르죠. 제 생각엔 4년 동안 새로운 이슈가 부상한 게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인 게 아닌가 싶어요. 청년들을 자극한 여러 공정 문제나 불평등 같은 이슈들이 떠올랐고, ‘이대남(20대 남성)’들이 문재인 정부 아래서 상대적으로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갖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 차별이라면..

“예를 들면, ‘페미니즘 정부’를 표방한다든가 뭐 그런. 이런 것들에 대한 반감이 상대 당에 대한 소구력으로 이어진 거다 이렇게도 생각됩니다.”

- 그런데 왜? 그 대상이 ‘홍준표’냐는 거죠.

“홍 의원님 화법이 시원시원하잖아요. 하하. 가감이 없고. 그런 문법이 청년들에게 쉽게 전달도 되고. 거기다 SNS 소통을 잘 하시는 거 같아요. 청년들의 질문에 즉각 대응해주고 그러면, 청년들은 ‘내 얘길 들어주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테고. 여러 청년들에게 물었을 때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 청년들에게 일정액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조건 없이 모두에게 지급하는 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이런 정책은 관련예산이나 소득으로 대체 될 수 있는 정책들을 정리해서 그걸 재원으로 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거든요. 최근의 대선공약은 단지 표몰이 차원에서 나온 거라고 봅니다.”

- ‘조동연 사태’는 어떻게 보나요. 

“개인사를 함부로 재단할 순 없지만, 대응방식이 좀 정치적이란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선대위 역할도 안 하겠다 한 이후에도 비극적인 과거사를 밝히거나 하는 부분들 때문에 더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지난해 4월 10일. 21대 총선 당시 경기 파주시(갑)에 출마한 신보라 후보가 금촌역 앞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파주지역 지원유세에 참석한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부터 머풀러 선물을 받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4월 10일. 21대 총선 당시 경기 파주시(갑)에 출마한 신보라 후보가 금촌역 앞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파주지역 지원유세에 참석한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부터 머풀러 선물을 받고 있다. ⓒ뉴시스

◇ 운정신도시, ‘문화보육’ 플랫폼 만들고 싶어

- 지난 총선 때 경기도 파주에서 출마했어요. 인연이 있었나 봐요.

“연고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당시 청년 최고위원을 맡고 있었는데, 경기지역 신도시가 국민의힘 입장에선 험지거든요. 그래서 경기 일부를 ‘청년벨트’라는 이름으로 묶어 청년출마자들을 내세우기로 했는데, ‘청년 최고위원이 선두에 서서 역할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사실상 차출됐죠. 하하.”

- 선전했지만 낙선했어요. 다시 출마하는 건가요.

“당연하죠.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고, 파주에 정착하기 위해 집도 마련했어요. 가족과 함께 운정신도시 주민으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하.”

신 위원장은 대학생활 중 시사교양지 편집장 활동을 했다. 이후 ‘청년단체’를 조직하며 복지논쟁 Re-think 캠페인 대학생 기획단을 비롯한 청년일자리를 위한 노동개혁 촉구 청년 1만인 서명운동, 연평해전 영웅의 숲 조성 참여, 천안함 대학생 추모문화제 주최 등 다양한 청년 활동을 해왔다.

2013년엔 연평해전 영화 제작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2030 나눔 서포터즈를 모집하며 영화홍보와 제작비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도 진행했었다. 영화는 성공적으로 개봉됐고 젊은 세대의 관심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2015년엔 전국 대학 총학생회 등 30여 청년단체 리더들과 함께 ‘청년일자리를 위한 노동개혁 촉구 청년 1만인 서명운동’을 추진하며 1만 명 청년들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국회 진출 이후에는 ‘데이트폭력’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또 임기 중의 ‘출산경험’을 토대로 산후조리와 육아휴직 같은 모성보호 관련 법안들도 다수 발의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출산휴가 국회의원’이란 타이틀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지난 번 총선 때 느낀 파주지역 현안은 뭐가 있던가요.

“인근의 고양시 일산도 1기 신도시로 여러 문제점이 있었을 텐데, 파주는 서울기점에서 거리가 더 먼 지역이라 더하다고 볼 수 있죠. 여의도를 직접 왕복해보니 출퇴근시간만 서너 시간 소요되는데, 이런 교통 문제 등이 가장 심각하죠. 그러다보니, GTX나 지하철 3호선 연장에 대한 지역민 관심이 큽니다. 또 인프라적 요소 즉. 의료나 교육 이런 부분도 여전히 부족하고요. 자족도시 기능을 하려면 그런 시설들이 필요한데, 아직은 많이 부족한 거 같아요.”

- 해결 가능한 지역현안도 있던가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운정신도시 주민들 평균연령이 39세정도 되는데요. 저도 네 살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주변에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가 꽤 많아요. 그런데 그런 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연계도 안 돼 있고. 그러다보니 부모들이 활용도 못하고요. 그래서 문화보육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환경을 잘 조성하면 ‘아이 키우기 좋은 문화보육도시 같은 걸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 걸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사업은 국회의원 역할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요.”

- 많은 사람들은 파주를 ‘접경도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파주는 청년도시입니다.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주민 연령이 20대 초반이라 그러던데, 파주도 운정을 중심으로 확실히 젊은층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어요. 보육문화도시로 변모시키면 더 좋은 이미지로 바뀔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